종편 모니터_
‘김학의 성폭력 사건’인가 ‘황교안 CD 사건’인가
등록 2019.04.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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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력 의혹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와 2013년 첫 수사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경찰 수사 외압을 우선 재수사하라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3/25)에 따른 것입니다.

 

숱한 의혹 끝에 3번째 수사를 받게 된 김학의 전 차관 혐의의 핵심은 뇌물, 2013년 첫 수사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경찰 수사 외압, 특수강간 혐의 등 세 가지입니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네고 김 전 차관과 함께 ‘별장 성폭행’의 주요 인물로 꼽히는 윤중천 씨가 검찰 과거사위에 뇌물 등 김 전 차관의 여러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을 하면서 이번 재수사 권고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사 외압 의혹의 경우 박관천 전 경정, 경찰 관계자가 2013년 첫 수사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별장 성폭행’ 관련 보고 묵살 및 경찰에 대한 인사 불이익, 검찰의 숱한 영장 기각과 김 전 차관 수사 배제 등을 검찰 과거사위에 증언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에 따라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과 이중희 당시 민정비서관도 재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혐의의 근본적 배경이 된 특수강간 의혹이 있습니다. 2013년 첫 수사 당시에도 ‘별장 성폭행’을 증언했던 많은 피해자들이 314KBS 인터뷰 등 언론과 검찰 과거사위에 ‘약물을 악용한 성폭행’, 김학의 전 차관 측의 강압, 2013년 수사의 부실함을 재차 호소했습니다.

 

권력층의 성범죄·은폐를 ‘정쟁’으로 만드는 언론

김학의 전 차관의 ‘별정 성폭행’ 사건은 고 장자연 씨 사건, 버닝썬 사건과 함께 고위 권력자들의 집단적인 성착취 및 조직적 은폐라는 충격적인 현실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는 이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일부 언론이 그 정쟁만 부각한다는 겁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3월 27일 자신의 청문회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에서 김학의 전 차관 동영상CD를 보여줬다”고 주장하자 박지원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나도 봤다’는 말을 쏟아내 ‘권력형 성범죄’를 ‘누가 동영상을 봤느냐’는 관음증적인 문제로 퇴색시켰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김학의 전 차관 재수사’가 문재인 대통령 가족 의혹을 제기하는 곽상도 의원(2013년 첫 수사 당시 민정수석)을 향한 보복이라며, 역시 정치적 공세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왜곡’으로 보도를 채우며 본질을 외면하는 언론의 대표주자는 TV조선‧채널A입니다.

 

'김학의·버닝썬' 싸잡아 정쟁화…피해자는 어디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TV조선 <강적들>(3/30)입니다. 이 방송은 ‘진짜로 동영상을 봤는가’ 여부에 열을 올렸고 김학의 사건에서 느닷없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총 18분 간 ‘김학의 사건’을 다뤘는데 이 중 1/3인 6분을 출연자 박지원 의원을 포함한 정치권의 ‘동영상 목격 공방’에 할애했습니다. 물론 검경개혁, 피해자의 증언, 수사 쟁점도 다뤘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분량을 ‘동영상을 봤는가’에 쏟아낸 점, 진행자와 일부 패널의 부적절한 발언이 두드러졌습니다. 권력층의 성범죄와 뇌물, 수사 방해가 얽힌 ‘김학의 사건’을 지우고 ‘동영상 관음증’과 정부‧여당으로 시선을 돌릴 위험이 큽니다.

 

TV조선은 <문 정부, 경고 울리는 3년 차 증후군>이라는 제목 아래 4·3 보궐선거 예상,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인사청문회와 함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재수사를 다뤘습니다. 어째서 문재인 정부에 경고를 울리는 요소에 김학의 사건 재수사가 포함됐는지 의문인데요. 패널로 출연한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에서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김학의 사건을 ‘검찰과 경찰의 대결’로 보는 시각을 설명하던 신지호 씨는 돌연 문재인 정부로 화살을 돌렸습니다. 

신지호 :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게 굉장히 예민한 이슈이다 보니까 김학의 건을 가지고 과거 ‘너희가 더 문제가 있는 집단 아니냐’, 서로 이러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동남아 순방 갔다 오시더니 귀국 일성이 뭐예요? 이거 철저하게 재조사해라, 이거 아닙니까? 검경이 싸운 것이랑 문 대통령이 귀국 일성으로 지시 내린 것은 차원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그야말로 큰 그림 속에서 뭐로 이거를 돌파해 나갈 것인가 고심한 끝에, 그런데 버닝썬이 이렇게 막 해서 사회적으로 여론이 용광로처럼 끓잖아요. 그런데 김학의 사건 보니까 너무나 닮은꼴이야. 그러니까 이거 한번 해보자.

요컨대 검경 간의 다툼과 별개로, 문 대통령이 여론의 눈을 돌리기 위해 정략적으로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지시했다는 겁니다. 현재 부실수사 및 수사 방해 정황이 나오고 있는 최초 수사 당시 집권당이 내놓기에는 대단히 민망한 수준의 자기 방어입니다. 정권과 관계 없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수십 명의 성범죄 피해자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 피해자들까지 정략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김학의 사건’과 ‘자유한국당 제기 의혹’을 거래하는 TV조선

신 씨 주장에 깁갑수 평론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정치적으로 성장 못하는 것”, “문 대통령이 버닝썬을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강하게 지탄했습니다. 신 씨가 아니라고 답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번엔 박찬종 변호사가 신 씨를 지원사격하고 나섰습니다. 신 씨가 말한 문재인 정권의 위기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 신 씨 주장을 완성시켜준 겁니다. 

박찬종 :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청와대 구내에 관저 문간까지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닿아 있어요. 따님과 사위 이번에 태국 이주, 그것은 저도 궁금해요. 대통령 가족의 움직인 동태는 성역이 아닙니다. 이만큼 문제되면 기자회견장에 나와서 기자들 질문을 받아야 할 사안이에요. (중략) 이렇게 궁금한 것이 많은데 이게 침묵하고 있고 그리고 이번에 귀국했을 무렵에는 대북 문제도 삐걱거리고 하니까 이것을 일시에 이렇게 여론의 화살을 돌리는 소재로서 세 개를 찍은 것은 아주 절묘하게 잘 찍었어요. 내가 나이가 젊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 같으면 내가 그렇게 건의하겠어. 각하 이번에 이렇게 하십시오. 해서 당분간 좀 숨으십시다. 이렇게 아마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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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강적들>(3/30) 화면 갈무리

 

권력의 부패와 유착의 중요한 매개로 여성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박찬종 씨가 언급한 세 사건, 즉 장자연‧김학의‧버닝썬은 유사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정치 논리를 떠나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벌어져왔고 권력은 오히려 그 부패의 편에 서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조선의 신지호 씨와 박찬종 씨는 이 사건들을 단지 ‘정부의 실정을 가릴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 정도로 치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이 얼마나 부실한 소문에 근거하고 있는지 굳이 살펴보지 않더라도 참담한 비약에 불과한 주장입니다. 이렇게 김학의 사건을 정치적 쟁점으로 왜곡시킴으로써 지워지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피해자의 존재, 피해자의 목소리입니다.

 

‘김학의 동영상’에 관음증 부추기는 TV조선

TV조선의 ‘물타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김학의 사건’으로 대통령을 겨냥한 대담 직후, 이번엔 박지원 의원이 등장했고 여기서 TV조선 <강적들>(3/30)은 더욱 시청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박지원 : 제가 바로 김학의 차관의 소위 성 접대 사진과 녹음테이프를 경찰 고위 간부로부터 제출을 받아서 국정감사에서 강력하게 투쟁을 했어요. 그 사진을 좀 보자, 하는데 사진을 공개할 수가 없어요, 도저히.

김성경 : 다 보셨어요?

박지원 : 봤어요.

김성경 : 동영상까지 다요?

박지원 : 동영상은 안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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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강적들>(3/30) 화면 갈무리

 

박지원 씨는 앞서 자신이 이야기 한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마치 자랑하듯이 ‘내가 바로 김학의의 성 접대 사진과 녹음테이프를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담을 진행하는 진행자 김성경 씨는 ‘다 봤느냐’고 반복해 물었고 이 때 표정은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강적들> 제작진은 “(동영상은) 안 봤어요”라는 박지원 씨의 말을 자막과 함께 한 번 더 반복해서 들려줬습니다. 그 뒤 더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박찬종 씨와 신지호 씨의 궁금해하는 듯한 얼굴 아래로 <도대체 어느 정도 수위길래...?>라는 자막을 내보낸 겁니다. 약 4초간 노출된 자막이었는데, 이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관음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 김성경 씨는 “사진은 다 보셨는데 차마 공개할 수 없는 정도인가요?”라고 또 다시 물었고, 박지원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TV조선은 김학의 사건의 피해자가 등장하는 촬영물을 그저 포르노로 인식하고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선정성에만 관심, 본질은 흐리는 방송

이어서 박지원 의원이 말한 내용까지 보면, 그가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강력한 증거가 되는 사진과 테이프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도대체 왜 언급한 것인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듭니다. ‘사진은 다 봤는데 차마 공개할 수 없는 정도인 거냐’는 김성경 씨의 질문에 답한 뒤 박지원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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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의 동영상’에 ‘도대체 어느 정도 수위길래?’ 자막 띄운 TV조선

 

박지원 : 그런데 왜 이 문제가 이렇게 크게 나왔는가 하는 것은 여성들의 진술과 또 최근 건설업자가 뇌물도 줬다 하는 게 있으니까 부각된 것 같은데. 어떻게 됐든 김학의 차관이 불러온 거예요. 아니, 자기가 무슨 탤런트도 아닌데 말이죠. 무슨 가수도 아닌데 한밤중에 선글라스 끼고 목도리 돌리고 나가려고 하다가 걸려드니까 문제가 되는 거 아니에요.

 

박지원 의원이 사건을 웃음거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그의 말에 다른 패널은 실제로 웃음을 터트렸고, 곧이어 TV조선 <강적들>은 김학의 전 차관이 출국장에서 나오는 모습이 담긴 자사 뉴스 영상을 내보냈습니다.

 

진행자 김성경 씨의 질문 선정 역시 강하게 의문이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이후 김 씨는 박찬종 씨에게 관심을 돌려 “박 변호사님은 과거 김학의 사건의 피해 여성을 변호하셨잖아요. 이번 재조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찬종 씨는 당시 피해 여성이 처했던 상황과 자신이 사건을 맡게 된 경위 등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답변 후 김 씨가 물은 두 번째 질문은 “피해 여성은 별장에 어떻게 가게 된 건가요?”였습니다.

 

박찬종 씨는 “길게 말씀드릴 수 없어요.”라고 말한 뒤 피해 여성이 일정 기간 동안 도저히 저항하지 못할 정도로 협박과 폭행에 시달려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록 박 씨가 답변을 조심하는 태도를 취하며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함으로써 이 대담은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해 여성이 별장에 가게 된 경위’를 캐묻는 진행자의 의도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김성경 씨가 소개하듯 TV조선 <강적들>이 정말로 “뉴스”를 다루는 토크쇼라면, 이러한 사안을 다룰 때는 그 무게에 걸맞은 책임을 느꼈어야 합니다.

 

‘김학의 사건’ 다루면서 ‘정쟁’만 65%?

‘동영상 CD를 누가 봤느냐’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치권의 정략에 따른 공방을 보도에 그대로 옮겨 온 것은 비단 TV조선 <강적들>만이 아닙니다.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이 대체로 그러했습니다. 종편 3사 주요 시사프로그램 8개를 검찰 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가 나온 3월 25일부터 김학의 수사단이 출범해 첫 압수수색을 한 4월 4일까지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보도 및 대담이 정치적 공방에 집중됐습니다.

 

 

주요 내용

방송 시간

비중

CD 공방 등 정치권 공방

재수사‧특검 관련 여야 공방/박영선-황교안 동영상 CD 공방/박영선 영수증 허위신고 정황 공방/정치권 ‘나도봤다’ 2차 가해 비판

327분

48%

65%

조응천 재수사 제외 공방

자유한국당 곽상도 보복수사 주장/박근혜 청와대 민정라인 VS 경찰 공방/수사 방해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조응천 입장

116분

17%

김학의 사건 쟁점 및 혐의점

박근혜 청와대 수사 외압 정황/뇌물 혐의/특수강간 혐의/각 혐의 공소시효/그간의 관련자 진술/최순실 배후설

70분

10%

35%

재수사 권고 배경

김학의 출국 실패/ 피해자 증언/윤중천 증언

153분

23%

수사단 재수사 현황

재수사 출범 및 추후 수사 관건/각 혐의 진행 현황

16분

2%

김학의 사건 방송시간

682분

13%

총 방송 시간

5412분

-

△ 종편 3사 보도‧시사 프로그램 ‘김학의 사건’ 관련 방송 세부 주제 구성 비중(3/25~4/4) Ⓒ민주언론시민연합

※ 모니터 대상 : TV조선 <신통방통>‧<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아침&매일경제>‧<뉴스와이드>

 

최초 수사 당시 외압 의혹을 받는 박근혜 청와대 민정라인에 조응천 현 민주당 의원도 있었기 때문에 조 의원이 재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문제는 그나마 사건과 관련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마저도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 가족 의혹을 제기한 곽상도 의원을 향한 보복’이라며 정쟁에 이용하고 있고 이를 종편 3사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에 ‘정쟁화’에 포함했습니다. ‘동영상 CD 공방’과 ‘조응천 의원 관련 공방’의 비중을 합산하면 종편 3사가 ‘김학의 사건’을 ‘정쟁’으로 다룬 비중이 무려 65%에 달합니다. 특히 ‘동영상 공방’이 대부분인 ‘정치권 공방’이 48%에 이르러 절반가량을 ‘동영상을 누가 봤나’에 할애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학의 사건 쟁점·혐의점’ 배제한 종편 3사, 왜 그랬을까

반면 사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혐의점, 재수사 권고 배경, 1일 출범한 수사단의 재수사는 모두 합해 35%에 불과합니다. 특히 ‘사건 쟁점과 혐의점’은 11일간 8개 프로그램이 고작 70분, 10%만 다뤘습니다. 사실상 사건의 기본적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겁니다. 특히 채널A <돌직구쇼>·<정치데스크>는 ‘김학의 사건 쟁점·혐의점’을 단 1분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1일 출범한 수사단의 재수사 현황 역시 16분(2%)에 그쳤습니다. 실제로 1일 수사단이 출범하자 2일부터 4일까지 대부분의 종편 3사 시사 프로그램은 아예 ‘김학의 사건’을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보도본부핫라인>, 채널A <돌직구쇼>·<뉴스TOP10>은 2일부터 ‘김학의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고 나머지 프로그램 역시 딱 하루 3~4분간 수사단 출범을 소개했을 뿐입니다.

 

‘정쟁으로 물타기’, 압권은 TV조선

 

 

TV조선

채널A

MBN

 

시간

비중

시간

비중

시간

비중

CD 공방 등 정치권 공방

130

60%

77%

106

48%

68%

91

38%

53%

조응천 재수사 제외 공방

36

17%

44

20%

36

15%

김학의 사건 쟁점 및 혐의점

18

8%

23%

10

4%

32%

42

17%

47%

재수사 권고 배경

30

14%

59

26%

64

26%

수사단 재수사 현황

2

1%

4

2%

10

4%

김학의 사건 방송시간

216

223

243

△ 종편 3사 ‘김학의 사건’ 관련 방송 세부 주제 비중 비교(3/25~4/4)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사별로 세부 주제 구성을 비교해보면 TV조선·채널A가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TV조선은 ‘동영상CD 공방 등 정치권 공방’과 ‘조응천 제외 공방’을 더한 비중이 무려 77%에 달합니다. 채널A도 이 비율이 68%로 매우 큽니다. ‘김학의 사건’을 다루면서 방송 대부분을 ‘정쟁’으로 채운 겁니다. 반면 MBN은 53%로 TV조선·채널A에 비하면 양호합니다. ‘정쟁’과 ‘사건의 진상’을 각각 절반씩 다뤘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 비중도 사건의 진상 규명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쟁’보다 ‘사건의 쟁점과 혐의점’ 등 본질적 내용이 훨씬 더 많아야 상식에 부합합니다. 종편 3사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다룬 사건의 핵심적 내용들 중 ‘사건의 쟁점·혐의점’보다 ‘재수사 권고 배경’에만 집중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합니다. ‘재수사 권고 배경’에는 과거사위에 증언을 한 피해자들과 윤중천 씨의 영향도 있었으나 종편 3사는 대부분 25일 방콕으로 몰래 출국하려다 실패해 국민적 공분을 산 김학의 전 차관의 행위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 전 차관의 뇌물 및 특수강간 등 혐의보다, ‘도망가려다 잡혔다’는 식의 흥미위주 주제에 더 무게를 둔 것입니다.

 

‘사건 쟁점·혐의점’과 ‘재수사 현황’에 침묵한 채널A

종편 3사의 대표적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TV조선·채널A의 방송 구성이 얼마나 ‘정쟁’에 치우쳤는지 더욱 뚜렷합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동영상CD 공방 등 정치권 공방’만 72%로 이 비중이 8개 프로그램 중 가장 높았고 ‘조응천 제외 공방’까지 더하면 ‘정쟁’만 80%입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도 ‘정쟁’ 비중이 81%로 비슷합니다. 종편 3사 평균치 65%보다도 훨씬 높고 자사 평균보다도 높습니다. 특히 채널A <정치데스크>는 ‘사건 쟁점·혐의점’과 ‘수사단 재수사 현황’을 단 1분도 다루지 않는 황당한 구성을 선보였습니다.

 

 

TV조선 <이것이정치다>

채널A <정치데스크>

MBN <아침&매일경제>

 

시간

비중

시간

비중

시간

비중

CD 공방 등 정치권 공방

66

72%

80%

49

56%

81%

25

31%

40%

조응천 재수사 제외 공방

7

8%

22

25%

7

9%

김학의 사건 쟁점 및 혐의점

7

8%

20%

0

 

19%

20

25%

60%

재수사 권고 배경

11

12%

16

19%

28

35%

수사단 재수사 현황

0

0

0

 

0

 

김학의 사건 방송시간

91

87

80

△ 종편 3사 대표적 시사프로그램 ‘김학의 사건’ 관련 방송 세부 주제 비중 비교(3/25~4/4)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와 달리 MBN <아침&매일경제>는 ‘정쟁’의 비중이 40%로 8개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절반 이하였습니다. 종편 3사 6개 시사프로그램 중에서 ‘사건의 진상’을 ‘정쟁’보다 더 많이 다룬 것은 MBN <아침&매일경제>뿐이었던 겁니다.

 

1. ‘동영상CD 공방’에 집착 방송들

 

‘귀가 빨개졌다’는 말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정쟁’에만 집착한 TV조선과 채널A의 행태를 사례별로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동영상CD’에만 골몰하는 방송입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9)는 김학의 사건에 19분의 시간을 할애해 상당한 비중을 뒀는데요. 의아스럽게도 대담의 제목은 <김학의 CD 사흘째 공방>이었고 다루는 내용 역시 ‘CD 공방’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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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의 CD에만 초점을 맞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9)

 

19분 중 11분은 ‘황교안 대표에게 CD를 보여줬다는 박영선 장관 후보자의 주장이 사실인가’를 검증하는 데 썼고, 나머지 8분은 ‘국회의원 중 누가 CD를 봤는가’에 허비했습니다. 어째서 김학의 전 차관이 두 차례나 무혐의를 받았는지 명확한 혐의점과 수사 쟁점은 무엇인지 등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CD 공방’만 조명한 겁니다.

 

TV조선이 11분이나 대담을 나눈 박영선 장관 주장의 경우, ‘정말 황교안 대표에게 CD를 보여줬느냐, 두 사람이 그날 식사를 한 건 맞는가’하는 것이 ‘전문가 패널’들의 토론 초점이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앵커는 “그러면서 이제 나온 이야기가 CD를 보지는 않았지만, 귀까지 빨개졌었다. 황교안 당시 장관이 그 모습을 박지원 의원에게 전화로 전했다고 박지원 의원이 또 이야기한 겁니다”라며 ‘귀가 빨개졌다’고 말한 박지원 의원의 발언을 강조했습니다.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 역시 “박지원 의원도 말을 바꿨어요”라며 “방송으로 좀 부적절한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한테 그걸 보여줬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고 얘기를 했다, 이렇게 얘기했어요”라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귀가 빨개졌다’는 박지원 의원 발언에 대한 비판의식은 없고 자극적인 발언에 흥미를 유발하려는 태도입니다.

 

‘나도 봤다’ 발언 다시 읊어주는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9)의 나머지 8분 역시 ‘쓸데없는 디테일’에 집중됐습니다. ‘김학의 CD를 본 국회의원들’을 두고 대담을 나눈 겁니다. 박지원, 박영선 의원은 물론, 이용주‧신경민 의원 등 ‘동영상을 봤다’고 주장한 다른 인물들의 발언이 자막과 영상으로 반복됐고 TV조선 패널들 역시 이를 그대로 다시 읊었습니다. 물론 이 사건을 정쟁으로 활용한 정치인들은 비판 받아야 하고 ‘김학의 성범죄 CD’는 주목될 수밖에 없는 사건의 결정적 물증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CD를 누가 봤느냐’, ‘CD를 보여줬다는 주장이 사실이냐’는 전혀 본질이 아닙니다. TV조선이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을 비판하고자 했다면 굳이 19분이나 그러한 주제를 진지하게 토론할 필요도 없이 주요 발언들을 단호하게 짚고 넘어갔으면 그만입니다.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정쟁에 끼어들어 한마디씩 한다고 해서 언론이 이에 부화뇌동하여 이 말 저 말 다 옮겨줄 필요는 없습니다. 경쟁적으로 ‘나도 봤다’를 외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언을 다시 보여주는 것은 싸움판에 뛰어들어 인지도를 높이려는 국회의원들을 장려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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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9) 화면 갈무리

 

2. ‘박영선·박지원·조응천’ 둘러싼 ‘정치 공방’만 조명, ‘김학의 성범죄’는 사라졌다

 

김학의 지우고 ‘박영선‧박지원’ 겨냥한 채널A

TV조선·채널A가 집중한 ‘정쟁’ 중에는 ‘동영상CD 공방’외에 박영선·박지원·조응천 세 인물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도 있습니다. 이 역시 김학의 사건 자체의 심각성과는 거리가 있으나 상당 분량이 세 사람을 직접 비난하거나 야권의 비판을 논하는데 할애됐습니다.

 

박영선·박지원 의원을 직접 비난한 대표적 사례는 채널A <돌직구쇼>(3/29)입니다. 채널A는 <황교안 압박하려다…‘박 남매’ 삐끗>이라는 제목으로 김학의 사건을 15분이나 다뤘으나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불거진 ‘박영선-황교안-박지원 CD 진실공방’과 ‘박영선 후보자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만 논했습니다. 여기에는 박영선 후보자와 박지원 의원의 ‘스타일’을 이유로 두 인물을 비난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패널로 나온 김희정 전 새누리당 의원과 허은아 한국 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은 5분 넘게 ‘박영선 스타일’을 상세히 논했고 결과적으로 박영선 장관 후보자의 주장을 거짓으로 규정했습니다. ‘CD 진실공방’과 관련 없이 모두 김학의 사건을 희화화하는 발언들입니다.

김희정: 평소에 우리 박영선 의원님 스타일 아시지 않습니까? 만약에 저런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당시에 바로 기자들에게 인터뷰도 하고 CD도 보여주고 ‘내가 이렇게 황교안 당시 장관에게 얘기했다’고 여러 번 얘기하고도 남지 않았을까라는 게 평소 의정활동 스타일로 그렇게 보여집니다.

김희정 씨는 ‘황교안 대표가 CD를 봤다’는 박영선 의원 주장이 거짓이라 주장하며 그 근거로 ‘박영선 의원의 스타일’을 제시했습니다. 황당한 논거입니다.

 

패널의 개인적 감정까지 노출, ‘김학의 사건’은 어디에

허은아 씨는 개인적인 경험과 거기서 우러나온 감정을 토대로 ‘박영선‧박지원 의원의 스타일’을 비판했습니다. 시청자의 관심을 ‘김학의 사건’에서 ‘박영선‧박지원의 치부’로 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허은아: 저는 제가 직접 박 남매에게 경험한, 박 남매와 결투를 해봤던 그 경험을 가지고 한 번 말씀을 좀 드려보고 싶어요. 박 남매만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진실과 거짓 사이의 줄타기를 통해서 이슈메이킹을 하는 것을 아주 잘 하는구나라는 분석이 좀 됐었는데요. 저하고 청문회 리허설에서 만난 거라고 해야 될까요. 인연이 있었을 때의 것을 보면 박지원 의원과 박영선 의원의 스타일은 우선은 메라비언 법칙이라고 하죠. 저를 소개할 때도 말씀해주시는데 보이는 것을 의심하라라고 하는데 우리 박 남매는 보이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합니다. 그래서 청문회에서도 제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여자 아느냐’라고 말씀을 하시고 그러면서 뭐라고 던지냐면 남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이렇게 청문회 리허설을 하는 것은 당신이 처음이 아니냐. 얼마나 부족하면 청문회 리허설을 하겠느냐’라고 하면서 기자들에게 관심을 끌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부터 나오는 말은 사실은 저에게는 다 거짓이었어요. 청문회는 했었고 그때 대기업의 자회사 대표도 되고요, 그리고 BBK랑 그런 쪽에도 제가 연관이 되더라고요. 저랑은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의 것으로 기사화가 돼서 제가 그것을 무마하고 막는데 정말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중략) 그래서 이번에도 보여지는 부분, 그림을 펼쳐서 보여준다거나 수첩을 펼쳐서 보여주신다거나 아니면 ‘그 동영상을 찾아봐라’라는 것을 꼭 하신다. 그리고 나서 이슈메이킹이 될 수 있는 들리고 싶은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 안에는 사실 제가 경험했을 때는 진실이 아닌 것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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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개인적 경험으로 ‘김학의 사건’ 논한 채널A <돌직구쇼>(3/29)

 

허은아 씨는 ‘박 남매와 결투해 본 경험’, ‘자신이 정말 힘들었던 경험’이라며 과거 한 청문회를 거론하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허 씨가 날을 세운 그 ‘경험’은 2011년 8월 이명박 정권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국회 청문회를 거쳤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청문회를 앞둔 한상대 당시 후보자는 대검찰청 검찰홍보자문위원이었던 허은아 씨와 홍만표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검찰 간부들을 자신에게 질의를 할 국회의원 대역으로 세워 ‘청문회 리허설’을 했습니다. 실제 청문회에서 이 일이 논란이 됐고 박지원‧박영선 의원이 한상대 후보자를 ‘얼마나 부족하면 민간업체(허은아 씨 회사)까지 끌어들여 리허설을 하느냐’고 몰아세웠습니다. 이 때 박지원 의원이 허은아 씨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한상대 후보자에게 ‘이 분을 아느냐’고 물어 이것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김학의 사건’ 연루된 ‘한상대 전 검찰총장’, 엉뚱한 ‘사적 경험’만 늘어놓은 채널A

허은아 씨는 이 사건으로부터 8년 여가 지난 지금, ‘김학의 사건’을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에 그 경험을 소환하여 당시 박지원‧박영선 의원에게 가졌던 반감을 여과없이 드러냈습니다. 바로 그 개인적 감정을 ‘이미지 분석’으로 포장하고 ‘박지원‧박영선 의원이 만든 이슈에는 거짓이 있다’고 비판한 것이죠. 그러나 허은아 씨의 이 개인적 경험은 지금의 ‘김학의 사건 재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김학의 사건’에 연루된 인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JTBC 보도(3/7)에 따르면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윤중천 씨의 별장에는 수많은 법조계 고위인사도 드나들었으며 윤중천 씨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게도 수 천만 원을 건넸다고 과거사위에 진술했습니다.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차관을 윤중천 씨에게 소개한 것도 한상대 전 총장으로 보고있죠. 채널A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거론하고자 한다면 허은아 씨의 개인적 감정으로 박지원‧박영선 두 인물을 겨냥할 것이 아니라 한상대 전 총장 역시 김학의 사건의 등장인물이라는 점을 짚었어야 합니다. 채널A는 김학의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일 수 있는 한상대 전 총장은 이름까지 함구하며 꼭꼭 숨긴 채, 한상대 전 총장을 위해 ‘대역 청문회’를 했던 패널의 개인적 분노만 부각한 겁니다. 이는 ‘황교안 대표가 CD를 봤다’는 박영선‧박지원 의원 주장의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김학의 사건’을 은폐하는 보도 행태입니다.

 

‘김학의 사건’은 ‘박영선 청문회’와 따로 다뤄야 한다

물론 27일 청문회에서 ‘CD 목격 공방’을 촉발시킨 박영선 장관 후보자와 정치권의 정쟁, 지역구민과의 식사를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의 식사로 신고한 것으로 보이는 박영선 장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은 언론이 충분히 다룰 사안입니다. 그러나 ‘김학의 사건’을 다루는 모든 보도를 이 내용으로만 채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박영선 장관의 위법 행위 정황과 김학의 사건은 당연히 따뤄 다뤄 ‘김학의 사건’의 진상에 집중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치권의 ‘CD 진실공방’은 세세히 중계하고 규명할 필요가 없는 소모적 이슈로서 비판적 시각도 필요합니다. 채널A는 이 상식적인 보도 태도를 단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고 패널 개인의 감정까지 동원해 시청자의 눈을 흐렸습니다.

 

‘별장 성폭행’이 불륜 행각? 황당한 채널A 패널

조응천 의원의 재수사 배제 논란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김학의 사건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용어도 노출됐습니다. 채널A <뉴스TOP10>(3/27)는 김학의 사건을 8분 간 다루면서 <8위/어쩌다 한배…난감하네 난감해!!>라는 제목을 뽑고 8분 내내 조응천 민주당 의원만 조명했습니다. 조응천 의원은 2014년에도, 지금도 ‘당시 경찰이 김학의 내사가 없다고 했다가 법무부차관에 내정하자 수사하고 있다며 뒤통수쳤다’고 주장해 당시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의원과 비슷한 입장인데요. 다만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민정라인’이 경찰 수사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는 조응천 의원이 김학의 전 차관의 ‘임명 과정’에 관여했으나 ‘수사 방해’ 연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재수사 대상에 빠진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채널A는 조응천 의원의 재수사 여부, ‘곽상도와 한 배를 타게 된 조응천’ 등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역시 사건의 본질인 김학의 전 차관의 혐의점과 수사 현황, 처벌 가능성은 배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팀 부장은 의혹의 핵심인 ‘별장 성폭행’을 ‘불륜’으로 규정하는 황당한 발언을 내뱉었습니다. 

허만섭 : 지금 김학의 사건 같은 경우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수사 지시를 사실상 하면서 마치 적폐 청산의 시즌2 같은 이런 지금 형국으로 흐르고 있는데요. 지금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어떤 파티 장면을 연상시키는 검사장이 기업이랑 같이 별장에서 여자들과 함께 불륜 행각을 벌이는 이것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그 검사장은 굉장히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죠.

건설업자와 고위급 검사가 유착하고 그 과정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 사건을 과연 ‘불륜 행각’이라 묘사해도 되는 것일까요? 허만섭 씨의 국어사전 속 ‘불륜’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김학의 전 차관이 받고 있는 의혹은 ‘불륜’이 아니라 명백한 성폭행이며 심지어 약물 성폭행, 집단 성폭행 정황까지 증언이 나왔습니다.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의 부정청탁 및 뇌물 여부도 재수사 대상입니다. 이 혐의점들이 밝혀진다면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 아니라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신통방통>‧<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아침&매일경제>‧<뉴스와이드>(3/25~4/4)/ TV조선 <강적들>(3/30)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정리 정선화·박철헌·이정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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