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마약을 부르는 은어부터 구매처까지 알려준 채널A지난 2월 MBC <뉴스데스크>가 클럽 버닝썬의 범죄들을 연속보도하면서 클럽 내 마약 유통 범죄가 드러났습니다. 최근에는 재벌가 3세들의 마약 범죄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마약과 관련된 보도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마약범죄 보도 중 늘 등장하는 유형이 유통과정을 고발하는 보도입니다. 이번에도 다수의 방송사들에서 비슷한 보도가 등장했습니다.
방송심의규정 제38조 범죄 및 약물묘사 ②항에는 “방송은 범죄의 수단과 흉기의 사용방법 또는 약물사용의 묘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이 같은 방법이 모방되거나 동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마약에 적용해보면, 마약 사용의 묘사에 신중을 기해야하며,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 은어 등을 알려줌으로써 불필요하게 구매행위를 모방하거나, 동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이런 배경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과거에도 언론들이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보도에서 도리어 마약의 구매방법이나 은어를 그대로 노출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똑같은 현상이 드러났고, 그것도 아무 문제의식없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민언련이 3월 25일부터 4월 11일까지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마약 유통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된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평소 모니터보고서 작성 시 시민 여러분들이 직접 보도를 확인할 수 있게 링크를 제공했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해당 정보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링크를 제거했습니다. 또한 같은 이유로 각 방송사들이 보도에서 사용한 구체적 정보는 *로 처리했습니다.
마약 은어 사용에 무감각한 방송사들
대표적인 보도는 채널A <단독/3년간 9건…물뽕 탐지장비 ‘무용지물’>(3/27 김남준 기자)입니다. 채널A는 범죄에 이용된 약물을 설명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 판매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실제 기자가 판매를 문의하니 ‘내일 받아 볼 수 있다’는 답이 돌아올 정도로 접근이 쉬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화면에서는 해당 약물의 이름이 그대로 적힌 ‘* 판매’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영상이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화면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는 반면 약물의 이름이 포함된 검색창은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같은 문제는 채널A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들에서도 등장했습니다. MBC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 거래…“청정국 아니다”>(4/10 이문현 기자) 역시 비슷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MBC 역시 검색결과를 보여주면서 ‘*구입방법’, ‘*구입사이트’ 등 마약을 칭하는 은어가 그대로 드러난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이문현 기자는 “대마, 일명 *”, “*로 불리는 필로폰” 등 은어에 해당하는 마약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마약 은어를 그대로 보여준 MBC <뉴스데스크>(4/10), 채널A <뉴스A>(3/27)
※검은색 바 처리는 모두 민언련에서 한 것이며, 본방송에서는 그대로 노출되었음.
MBN <“구하기 쉬워요” 일반인 파고든 마약>(4/3 김지영 기자) 역시 마약중독 치료자의 “인터넷에도 은어를 치면 판매자들이 다 나와요”라는 음성 인터뷰와 함께 ‘최고급 최상급 * 판매중!’과 같은 인터넷 검색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MBN <뉴스초점/마약, 이래서 활개치나>(4/8 김주하 앵커)에서는 김주하 앵커가 직접 마약의 은어를 하나하나 읽었고 화면에도 등장했습니다.
△마약 은어 보여주고 김주하 앵커가 읽어주기까지 한 MBN <뉴스8>(4/3, 4/8)
※검은색 바 처리는 모두 민언련에서 한 것이며, 본 방송에서는 그대로 노출되었음.
SBS‧JTBC는 은어의 등장이 앞선 방송사들에 비해 현저히 적었으나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JTBC <“입금 뒤 40분 내 전달”…‘마약 침투’ 소셜미디어>(4/9 이수진 기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마약 구매 가능 여부를 설명하면서 이수진 기자가 접촉한 마약 판매상과의 SNS 대화내용을 보여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 구입하려고 하는데요’라는 은어가 들어간 메시지가 짧게 노출되었습니다. SBS <‘마약청정국’은 옛말…SNS 타고 더 쉽고, 은밀하게>(4/9 강민우 기자)도 강민우 기자가 “2017년부터 환각 물질로 지정된 아산화질소, 이른바 *은 아예 사용 인증사진까지 올라와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해당 은어를 검색하는 장면을 노출했습니다.
△마약 은어가 보도에서 1번 나온 SBS <8뉴스>(4/9), JTBC <뉴스룸>(4/9)
※검은색 바 처리는 모두 민언련에서 한 것이며, 본 방송에서는 그대로 노출되었음.
은어뿐만 아니라 유통 지역과 장소까지 알려준 채널A
이뿐만 아니라 채널A <더깊은뉴스/상점에서 아무나 사는 물뽕>(4/10 이서현 기자)는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GHB와 유사한 마약의 유통과정을 이서현 기자가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보여줬습니다. 채널A는 구매 과정을 위장 취재를 통해 촬영된 영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먹고 시간이 * 지나서부터 (효과가) 올라와. 요게 딱 *이면 끝나버려”, “알약으로 된 것도 있고, 약효는 약이 훨씬 낫긴 하죠. 물약은 몰래 타먹으려고 술에 넣는 거고”라는 등 판매자의 발언을 통해 약물의 효과와 사용방법이 구체적으로 전달됐습니다.
△마약 유통 장소, 지역까지 알려준 채널A <뉴스A>(4/10)
※검은색 바 처리는 모두 민언련에서 한 것이며, 본 방송에서는 그대로 노출되었음.
채널A는 마약이 거래되는 지역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서현 기자는 “이런 물뽕은 일본과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 인근에서 은밀하게 1차 거래가 이뤄지고 남은 물건은 * 등을 통해 유흥업소나 클럽 등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채널A는 자료화면으로 지도상에 해당 지역을 표시한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이어 전직 약물 판매업자의 “*에서 브로커들이 다 소화하지 못한 게 *에 퍼집니다”라는 내용을 통해 한 번 더 마약이 유통되는 지역과 장소가 전달됐습니다.
때로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올바르다
앞서 살펴본 보도들의 취지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실제 마약 유통이 SNS 등을 통해서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 목적은 마약을 손쉽게 사고 팔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지, 해당 행위의 수법을 고스란히 드러내서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시청자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구성이 불필요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마약 문제를 지적한 JTBC <검색 쉽고 잡긴 힘든 ‘마약 거래’>(2017/9/19)와 같이 은어가 들어간 대화내용을 보도에서 명확하게 모자이크 하더라도 문제의식은 그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널A의 두 보도는 모방 범죄의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수준입니다. 특히 은어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자의 위장 취재를 통해 구매 과정을 보여주고 마약이 유통되는 구체적 지역까지 언급한 점은 모방범죄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보여준 셈이기 때문입니다. 민언련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민원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은어 대신 마약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TV조선
한편, 이번 마약 관련 보도에서 TV조선의 보도는 바람직했습니다. TV조선 <포커스/인터넷에 숨은 마약…마약청정국 ‘옛말’>(4/9 조덕현 기자)는 앞선 방송사들과 마찬가지로 SNS를 통한 마약거래를 전달하며 은어 등이 나와 있는 내용을 모두 모자이크 했습니다.
△마약 은어는 모자이크 하고 위험성을 강조한 TV조선 <뉴스9>(4/9)
또한 TV조선은 마약 유통의 단순화와 증가를 지적한 뒤 마약의 위험성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TV조선은 “마약의 해악은 너무나도 큽니다. 마약류는 크게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부작용 증상에 차이가 있지만,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모두 골수와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칩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각종 마약이 신체에 끼치는 악영향을 그림으로 보여줬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25일~4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Q>(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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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