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방송심의위원회_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42차 안건 심의 결과
“모방범죄 조장…아이들 볼까 두렵다”2018년 5월 23일 발족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새로운 안건을 민언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4월 3일 오후 6시 30분부터 4월 10일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42차 심의 결과이다.
시민 방심위 42차 안건 3,788명 심의
TV조선, ‘탐사보도’ 가장한 ‘성매매 시도 채팅 실황’
시민 방송심의위 42차 안건은 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 ‘성매매 시도 채팅 실황’ 방송이었다. TV조선은 자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미성년자 상대 성매매’ 실태를 보여준다는 명목 아래, 실제 성매매 시도 채팅을 무려 20분 간 방송했고 이 과정에서 상세한 범행 방식과 과정, 은폐 방법은 물론 적나라한 성매매 관련 용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노출됐다. 성매매를 다루면서 보도의 초점을 ‘실제 성매매 과정 보여주기 및 성매매 시도 남성 인터뷰’로 맞춘 것 자체가 대단히 선정적인 의도였다. 보도 방식이 위장취재를 통해 성매매 시도 남성들을 유도하고 그들을 만난다는 것도 문제였다. 위장취재는 타사도 범죄 보도에서 종종 쓰는 방식이나 이것만 20분이나 보여주지는 않고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어 있다. 이렇게 기획 의도부터 실제 방송까지 온통 선정적이었던 TV조선의 ‘탐사보도’는 결과적으로 모방 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컸고 자극적인 화면으로 ‘시청률 장사’를 한다는 비판 역시 면키 어려웠다. 관련 심의규정을 모두 어긴 측면도 크다.
“불결해서 가족과 못 봐…불법 행위를 방송사가 왜 시도하나”
해당 안건에 총 3,788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 중 유일하게 ‘탐사보도’를 내세운 TV조선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라는 점, 보도가 충격적인 정도의 선정성을 보인다는 점 때문인지 참여 시민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간 꾸준히 1,000~1,500명을 오가던 참여 시민의 수는 38차 안건(3/6)부터 지난 41차 안건(3/27)까지 약 한 달 간 1,000이하로 뚝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42차 안건에는 무려 3,788명의 시민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
관계자 징계 |
경고 |
주의 |
권고 |
의견제시 |
문제없음 |
계 |
2,707명 |
879명 |
158명 |
41명 |
2명 |
1명 |
- |
3,788명 |
72% |
23% |
4% |
1% |
- |
- |
- |
100 |
△ 42차 안건(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제재 수위도 상당히 엄격했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이 72%까지 치솟았는데 이 최고 수위 제재가 70%를 넘길 정도로 중징계를 받은 안건은 지난 41개의 안건 중 단 4차례에 불과하다. 2차 안건(TV조선 <뉴스7>(2018.5.19)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요구> 오보), 5차 안건(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2018.7.23.) ‘고 노회찬 의원 후송 생중계’), 17차 안건(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8.8.29.) ‘쌍용차 사태 책임은 새총 쏜 노동자’), 36차 안건(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2019.2.20.)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는 타당’)이 70%를 넘겼다. 이번 안건이 한반도 평화 관련 오보, 고인 모욕, 5‧18 모욕 등과 비견할 수준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시민들의 판단이다.
이같은 엄중한 심의의 사유에는 모두 ‘시청률 장사에 매몰된 선정적 보도’라는 지적이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관계자 징계’의 한 시민은 “불결해서 가족들과 못 보겠다. 불법행위를 왜 방송사가 시도하고 있나”라고 질타했다. TV조선이 ‘범죄 실태 보여주기’라는 미명 아래, 결과적으로는 ‘불법행위 시도’까지 나아갔다는 비판이다. 이 외에 “매우 선정적이고 관음증만 유발하는 방송”, “성매매를 너무 상세하고 자극적으로 다뤄 방송의 목적이 공익이 아닌 시청률 확보에 있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등의 지적이 많았다.
“모방범죄 조장…아이들 볼까 두렵다”
시민 방심위원회는 42차 안건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제30조(양성평등), 제35조(성표현),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로 제안했다. ‘없음’과 ‘기타 적용 조항 의견’도 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시민들은 적용 조항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 시민들은 제30조(양성평등)과 제35조(성표현)을 80% 이상 선택해 대부분 이 두 조항에 중점을 뒀다.
제30조(양성평등) |
제35조(성표현) |
제38조 (범죄및약물묘사) |
기타 |
없음 |
3,140명 |
3,174명 |
2,775명 |
9명 |
8명 |
83% |
84% |
73% |
- |
- |
△ 42차 안건(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 적용 조항 Ⓒ민주언론시민연합
제30조(양성평등)은 5항에서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등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선정적으로 재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5조(성표현) 역시 “방송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되며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하여서도 아니된다”로 비슷한 취지를 담고 있다. 즉 두 조항 모두 ‘성매매 범죄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자세히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TV조선이 정면으로 위반한 지점이다.
시민들은 이 조항의 위반이 곧 모방범죄 위험을 낳는다는 사실도 짚었다. 이에 따라 아이들이 절대 봐서는 안 될 방송이라는 점도 많은 시민들이 지적했다. “모든 시민들이 다 볼 수 있는 방송사가 사실상 포르노를 보도했다. 어떻게 이런 방송을 하나. 애들 볼까 두렵다”, “탐사보도인지 성매매 홍보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탐사보도라면 문제의 해결책과 공익적 의미를 담아야 한다. 딸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아이들이 이 방송을 볼까 걱정이 앞선다. 화가 나는 방송이다”, “성폭력‧성매수 범죄 방법과 은폐하는 기술을 전수하는 방송으로서 범죄를 조장해 아이들과 도저히 볼 수가 없다” 등의 의결 사유가 빗발쳤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매주 금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데 이런 선정적인 방송을 하면서 시청 가능 연령대를 아예 표시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한 시민은 이렇게 일갈했다.
“언론이 성매매 심각성을 빙자해 저질 선정성으로 점철된 방송을 내보내 성인용 케이블 방송을 방불케 한다. ‘19세 이하 시청 불가’ 표시를 달지도 않은 채로 성매매 용어까지 여과 없이 내보내는 방송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과도한 위장취재, ‘범죄 행위 모방’과 ‘취재’의 분기점은 어디인가
시민들은 TV조선이 20분 내내 보여준 것이 ‘위장취재의 과정과 결과’라는 점도 문제임을 지적했다. TV조선 제작진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직접 채팅앱을 이용해 ‘15세 여중생’을 가장한 채로 성매수 시도 남성들을 유도했다. 만남 현장에는 여성 배우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그들과 만났다. 이런 사례만 9개, 20분 방송된 것이다. 성매매의 심각성을 보여주자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선정적인 구성으로서 범죄 보도에서 관행적으로 용인되는 위장취재의 도를 넘어섰다. 2018년 한국영상기자협회가 발간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위장취재에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다. 심지어 TV조선이 장시간 보여준 ‘위장취재’의 결과가 성매수 시도 남성을 훈계하고 그가 도주하는 장면에 그쳤다는 점에서 오히려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줄 위험도 크다.
이에 시민들은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함정수사처럼 촬영을 했다”, “경찰의 함정수사처럼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고 질타했다. 한 시민의 의견은 TV조선 뿐 아니라 모든 방송사들에게 성찰의 계기가 될 만하다.
“단순히 재연해도 될 것을, 취재를 핑계로 실제 범죄 행위를 똑같이 수행한 것이나 다름 없다. 아무리 취재 목적이라 하더라도 실제 범죄 행위를 모방한 것인데 이를 ‘보도’라는 핑계로 무마할 수는 없다”
42차 심의에 참여한 시민 구성
이번 심의에 참여한 시민은 총 3,788명 중 남성 3,314명(87%), 여성 472명(13%), 기타 2명(오기 포함)/ 10대 9명, 20대 117명(3%), 30대 1,199명(32%), 40대 1,908명(50%), 50대 476명(13%), 60대 이상 79명(2%)이었다. 민언련이 이처럼 의견을 남겨주신 시민의 연령대와 성별을 취합해 공개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43차 안건 상정
부실한 의혹도 자유한국당이면 OK? ‘나태’한 채널A
민언련은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43차 안건으로 채널A <정치데스크>(3/20~21) ‘곽상도 제기 의혹 확대재생산’을 상정했다. 지난 1월부터 문재인 대통령 자녀 가족의 신상을 공개하며 무차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더 큰 문제는 이 의혹을 검증해야 할 언론인 채널A가 꾸준히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3월 19일에도 문 대통령 사위와 관련된 ‘대가성 취업’, ‘관련 회사 특혜’ 의혹을 제기했는데 모두 근거가 없거나 검색만 해도 허위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채널A는 그 흔한 검색조차 해보지 않고 이틀 연속으로 15분 가량을 할애하며 이를 ‘쟁점’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의 스피커를 자청한 셈이다.
근거 없으니 말만 복잡한 의혹…‘인터넷 검색’ 해보니 ‘거짓’
채널A는 21일 방송에서 곽상도 의원의 주장을 여야 의원의 토론 코너의 주제로 삼았다. 여야 의원의 토론에서 야당이 앞세우는 의혹 공세를 주제로 선정한 것 자체가 의문스러우나, 이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사위가 다니던 회사에 돈을 빌려준 회사가 출자한 회사가, 정부 모태펀드의 운용사가 됐다’며 ‘특혜’라 주장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조차 어려운 이 의혹은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거짓임이 드러난다. 문 대통령 사위가 다니던 회사에 돈을 빌려줘서 특혜를 받았다는 그 회사는 2015년부터 모태펀드 사업의 공동운용사였던 것이다. 자유한국당 말대로라면 박근혜 정부가 특혜를 줬다는 것이 된다. 채널A는 이렇게 기본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무려 ‘방송 토론의 주제’로 삼은 셈이다.
‘내가 통화해봤는데 그게 그렇대’, 세상에 이런 보도가
더 황당한 장면도 있다. 채널A는 20일 방송에서도 곽상도 의원 제기 의혹을 다뤘는데 이번엔 문 대통령 사위가 지난해 타이캐피탈에 취직한 것이 대가성 취업이라는 내용이다. 이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이 소문과 추정만 들어 있는 의혹인데, 채널A 패널인 동아일보 조수진 기자는 ‘박지원 의원이 문 대통령 측근이 대통령 사위 태국 취업을 중개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했는데 내가 오늘 전화해보니 곽상도 의원이 발표한 내용과 일치한다고 한다’며 마치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보도 태도이다. 기자가 사적으로 통화해 얻은 정보는 기본적으로 교차 검증을 한 후 보도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누구와 통화했더니 맞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방송에 내보내는 경우는 없다.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채널A가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로 방송을 만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민원 제기 취지
언론이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일이 당연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 의혹을 보도할 때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나 정황이 있어야 한다. 확실한 증거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편적으로 설득력 있는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하물며 특정 정당이 대통령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대통령 가족’의 의혹이라면 언론의 검증 의무는 더 커진다. 채널A는 이를 모두 무시해 결과적으로는 정치적 편파성마저 노출하게 됐다. 곽상도 의원이 1월부터 내놓은 의혹들은 언론들도 그리 주목하지 않았으며, 초등학생인 문 대통령 손자의 개인정보까지 무분별하게 공개해 오히려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널A는 아무런 검증 없이,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자유한국당에게 판을 깔아줬다. 기본적인 객관성과 균형을 모두 잃은 방송이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제안하는 심의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참여 바로가기 https://www.ccdm.or.kr/xe/simi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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