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언론의 보궐선거 보도 편파적” 주장 팩트체크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금 친여 매체들의 아주 정략적인 야당과 보수층을 공격하는 이런 보도는 참으로 눈물겹다”라며 언론의 4‧3 보궐선거 보도가 편향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하루 뒤 긴급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언론 스스로 플레이어가 돼서, 선수가 돼서 네거티브 정치공격에 당사자, 플레이어가 돼서 나섰다”며 “오세훈 전 시장의 노회찬 발언에 관한 것을 보면 MBC 당일 날 2회, KBS 3회, JTBC는 차라리 1회에 그쳤다. KBS, MBC가 훨씬 더 심하고”라며 특정 방송사의 편파성을 주장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그런 심각한 선거보도의 편파성이 있었는데, 그간 보고서 하나를 내놓지 않았던 것인지 놀랐습니다. 이에 3월 3일부터 4월 2일까지의 ‘4‧3 보궐선거’ 관련 보도를 모니터해 강효상 의원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했습니다.
TV조선 15건으로 보도량 1위
강 의원의 주장을 확인하기 앞서 ‘4‧3 보궐선거’ 보도양상을 먼저 살펴본 결과 보도량에서는 TV조선이 15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JTBC 14.5건, MBN 14건, KBS 9.5건, SBS‧채널A 9건, MBC‧YTN 8.5건순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10건 내외의 보도를 진행한 가운데 TV조선‧JTBC‧MBN은 15건 내외의 보도로 비교적 많은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선거보도의 측면에서 본다면 한 달 가량의 모니터 기간에 비해 적은 보도량을 보였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YTN |
9.5건 |
8.5건 |
9건 |
14.5건 |
15건 |
9건 |
14건 |
8.5건 |
△‘4‧3 보궐선거’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3/3~4/2) ©민주언론시민연합
8개 방송사 중 TV조선은 3월 10일에 가장 먼저 보도를 진행했고, KBS‧MBN은 16일에 첫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MBC‧SBS‧JTBC‧채널A‧YTN은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21일에 첫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보궐선거에 대한 보도량이 기간에 비해 적었고 공식선거운동기간 이후 대부분의 보도가 진행된 점은 대부분의 방송사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나타냈습니다.
팩트체크 1. KBS‧MBC‧JTBC가 편파적이었다?
강효상 의원의 보도량을 통한 편파성 주장은 거짓
강효상 의원은 언론 보도의 편파성을 주장하면서 KBS‧MBC‧JTBC를 지적했습니다. 오세훈 씨가 고 노회찬 의원과 관련해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 그 정신을 이어 받아서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 되겠냐”고 한 발언을 해당 매체들이 적극적으로 보도했다는 주장인데요. 과연 KBS‧MBC‧JTBC만 자유한국당에 불리한 논란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이었을까요?
먼저 강효상 의원이 “MBC 당일 날 2회, KBS 3회, JTBC는 차라리 1회”라고 불분명하게 발언을 했기 때문에 같은 기준에서의 사실관계 파악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각 방송사의 보도양상을 확인한 결과는 강 의원의 주장과는 달랐습니다. 강 의원이 언급한 ‘오세훈 발언’의 경우 지상파 3사와 MBN에서만 다뤄졌고 JTBC‧TV조선‧채널A‧YTN은 보도가 없었습니다.
자유한국당에 불리한 이슈였던 ‘황교안 경기장 유세’, ‘오세훈 발언’, ‘정점식 측근 기자 매수’를 모두 보도한 방송사는 MBC‧SBS‧MBN뿐이었습니다. 보도량에서는 JTBC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SBS 6건, MBC 5.5건, MBN 5건, KBS‧TV조선‧채널A 4건, YTN 2건순이었습니다. 여기서도 강 의원의 주장과 달리 KBS‧MBC의 보도량은 SBS보다 적었고 TV조선‧채널A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실제 통계대로라면 KBS‧MBC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강 의원의 발언이 오히려 편파적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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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YTN |
황교안 경기장 유세 |
3건 |
4건 |
4건 |
8건 |
4건 |
4건 |
3건 |
2건 |
오세훈 노회찬 발언 |
1건 |
1건 |
1.5건 |
- |
- |
- |
1건 |
- |
정점식 측근 기자 매수 |
- |
0.5건 |
0.5건 |
1건 |
- |
- |
1건 |
- |
합계 |
4건 |
5.5건 |
6건 |
9건 |
4건 |
4건 |
5건 |
2건 |
△‘4‧3 보궐선거 자유한국당 사건사고’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3/3~4/2) ©민주언론시민연합
보도 내용에서도 별반 다를바 없었던 8개 방송사 보도
강 의원은 보도 내용도 편파적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역시 강 의원이 지적한 세 방송사만 크게 다른 논조를 보였을까요? 공정한 비교를 위해 8개 방송사가 모두 보도한 ‘황교안 경기장 유세’ 보도를 살펴본 결과 근거 없는 주장으로 자유한국당을 비방하거나 이를 토대로 상대후보를 띄워주는 보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줌인/무료는 OK, 유료는 NO>(4/2 정윤섭 기자)는 선거법의 구체적 내용을 전달하며 “축구장에선 한국당이, 농구장에선 정의당이 선거유세를 벌이면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각각 선관위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았”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이는 MBC와 JTBC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V조선 <5당 모두 유세했는데 “유료경기만 문제”>(4/2 김보건 기자)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축구장 유세는 자유한국당 뿐 아니라 다른 당 후보들도 모두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와 달리 입장료를 받지 않은 무료 경기여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방송사들뿐만 아니라 SBS, MBN의 보도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근거없는 비판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채널A <“정의당 농구장 유세도 법 위반”>(4/2 김철중 기자)는 정의당의 행정조치 내용을 별도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의 행정조치 동일하게 보도한 KBS(위), TV조선(아래)
이와 같은 보도양상을 살펴볼 때 특정 방송사가 자유한국당에 편파적인 보도를 진행했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강 의원과 같은 논리라면 채널A의 보도는 자유한국당에게 우호적이고 정의당에게는 편향적인 보도라고 봐야했습니다.
팩트체크 2. 친여 매체가 야당과 보수층을 공격했다?
근거도 없는 주장으로 ‘친여 매체’ 낙인 찍지 말아야
강 의원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금 친여 매체들의 아주 정략적인 야당과 보수층을 공격하는 이런 보도는 참으로 눈물겹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강 의원이 친여 매체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에 동일선상에서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8개 방송의 보도를 확인한 결과 여당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있었던 창원성산 후보 단일화 관련 보도를 예로 보겠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양당의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단일화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상대 후보들은 이 단일화에 대해 ‘야합’을 운운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8개 방송사 중 KBS‧MBC‧TV조선‧채널A‧YTN은 이와 같은 상대 후보들의 비판을 제목에 사용했습니다. 후보 단일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전한 방송사는 SBS‧JTBC‧MBN뿐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의 단일 후보에 우호적인 보도제목을 정한 방송사는 없었습니다. 이는 강 의원이 근거도 없이 특정 방송사에 “친여 매체”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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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제목 |
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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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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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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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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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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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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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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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
△‘더불어민주당-정의당 후보 단일화’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 제목(3/25) ©민주언론시민연합
‘야당 공격’이 아닌 ‘정당의 선거법 위반’, ‘고인에 대한 망언’, ‘언론 매수 시도’
강 의원의 ‘친여 매체 낙인찍기’도 문제이지만 언론의 보도를 ‘야당과 보수층에 대한 공격’으로 설명한 부분도 문제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주로 보도된 사안들은 대부분 자유한국당의 선거 유세과정에서 나왔습니다. ‘황교안 경기장 유세’, ‘오세훈 노회찬 발언’ 등 당 지도부와 유력 정치인들의 선거유세 과정에서 정해진 규정을 어기거나 고인에 대한 망언 등으로 인해 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또한 선거 막판 등장한 ‘정점식 측근 기자 매수’의 경우 후보자의 최측근이 우호적 기사 작성을 위한 시도에 대한 폭로로 후보자가 연루되어 있다면 중대한 사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안을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면 ‘정당의 선거법 위반’, ‘고인에 대한 망언’, ‘언론 매수 시도’를 외면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를 ‘야당 공격’으로 규정하며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의 도덕성과 선거의 투명성을 검증해야 할 언론의 역할을 탄압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정책‧공약’이 부실한 언론보도로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할 수는 없다
다만 강 의원의 주장에서 일부 사실인 내용은 있었습니다. 바로 ‘정책‧공약’을 다룬 선거 보도가 부실했던 점입니다. 실제 이번 4‧3 보궐선거 보도에서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전달하고 검증하는 보도는 8개 방송사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거보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할 내용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보도양상은 이번 선거만의 일이 아닙니다. 작년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보도양상은 비슷했습니다. 당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보도를 분석한 민언련 보고서 <선거보도 양도 질도 편중…유권자 무관심 탓할 자격 없어>(2018/6/25)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보도 중 ‘정책 및 공약’ 보도의 비중은 평균 18.2%였고 경기도지사 선거보도에서는 3.7%였습니다. 이는 매번 선거에서 언론이 ‘정책 및 공약’ 대신 자극적인 후보자들의 가십거리와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을 강 의원은 “비본질적인 사안을 가지고 본질을 덮는 이러한 언론보도 행태가 횡횡했다”라며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는 방향에 이용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일부 사실을 이용한 논리의 비약입니다. 언론의 관행적인 선거보도는 지적되어야 마땅하나 이를 근거로 언론의 편파성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확인했듯이 강 의원의 주장은 근거가 없거나 부실했고 강 의원의 주장 중 사실 관계와 맞는 발언은 정책 및 공약을 다룬 보도가 부실했다는 점뿐이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3일~4월 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Q>(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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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