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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겐 너무 편파적인 연합뉴스의 4‧3 보궐선거 결과 보도
등록 2019.04.0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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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보궐선거(이하 보선)가 끝났습니다.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펼쳐진 마지막 재보궐 선거이기에 민심 향방의 가늠자로 주목받았습니다. 총 5개의 선거구, 즉 기초의원 3자리(문경시나‧라선거구, 전주시라선거구)와 국회의원 2자리(통영‧고성, 창원 성산)가 보선 대상이었습니다. 결과를 보면 통영‧고성은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창원 성산은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당선됐고 기초의원 세 곳은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후보가 각각 2곳과 1곳에서 당선되었습니다.

 

선거가 끝났으니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평가와 해석을 내놓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어떻게 이기고 졌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정부 집권 3년 차에 이 선거 결과로 본 민심은 어떠한지 등이 쏟아질 것입니다. 대부분 아전인수식 해석이 나오는 게 현실이나 이는 ‘선거 보도’인만큼 사실에 입각해 기사를 쓰거나,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뉴스나 뉴스자료를 수집해서 신문‧방송이나 그밖에 단체‧개인에게 이를 판매‧제공하는 뉴스 도매상인 ‘통신사’라면 더욱 선거 보도에 고민을 들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그런 고민 없이 편파적으로 보일만한 선거 결과 보도를 내놨습니다.

 

기자의 ‘해석에 따르면’…민주당은 패배‧한국당은 선취점

문제의 보도는 보선 직후 나온 연합뉴스 <4·3 보선 1:1…통영고성 한국당·창원성산 정의당 승리(종합)>(4/4 김경희 안용수 기자)입니다. 기사는 개표 결과를 나열한 뒤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 2곳에 불과한 ‘미니’ 선거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경남(PK) 지역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풍향계로서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선 사실상 여권의 패배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중략)

 

통영·고성의 경우 한국당의 승리가 예상되긴 했지만 정 후보가 민주당 양 후보와 사실상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격차를 벌려 사실상 완패했고, 오랫동안 정의당의 텃밭으로 여겨진 창원성산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 후보가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다 최후의 순간 간신히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통영‧고성의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47,082표, 득표율 59.47%를 얻어 당선되고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28,490표, 득표율 35.99%를 얻어 낙선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만 서술하면 연합뉴스가 말한 것처럼 ‘더블스코어’에 ‘사실상 완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통영‧고성 지역구에 새누리당 이군현 후보만 나와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3대 국회 이후 처음으로 무투표 당선된 사례였으며, 13대 국회 이후 한 번도 진보 진영이 깃발을 꽂은 적이 없는 보수의 오롯한 텃밭이라는 맥락이 들어가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진보 진영의 후보가 40% 가까이 득표했다는 식의 서술도 가능한 것입니다.

 

게다가 ‘여권의 패배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고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전문가 또는 관계자가 이런 평을 내놨는지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해석이 나온다’, ‘지적이 나온다’, ‘분석이 나온다’라고 했지만 실상은 기자의 생각인 대개의 경우와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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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보궐선거에 대한 연합뉴스의 평가(4/4)

 

당선 결과만 보고 선거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어 연합뉴스는 “이번 보선에 사실상 ‘올인’한 한국당 입장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싸늘하게 식은 PK민심을 상당 정도 되돌리는 한편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의미 있는 선취점을 올린 격이 됐다”며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유세’ 및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고(故) 노회찬 전 의원 모욕 논란 등 막바지 돌출 변수가 발생했지만 선거판을 가르는 대형 이슈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남FC-대구FC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후보가 경기장 내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선거 유세를 벌여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 또한 지난 1일 지원 유세 차 창원을 찾아 “무엇 때문에 이 선거가 다시 열리나.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의 정신을 이어받은 분이 창원시민을 대표해서 되겠나”라고 말해 도리어 선거에 피해를 줬다는 비난까지 받았습니다.

 

보선이 보수 세력엔 ‘의미있는 선취점’이었던 데다 잇단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실책은 ‘돌출 변수였으나 파급력은 낮았다’고 한 연합뉴스의 해설은 선거 결과만 산술적으로 놓고 본 평가입니다. 경남 시민들을 무시하고 사자를 모욕한 처사에 대해 단순히 이들이 창원 성산 지역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덮어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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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실책을 언급한 경남도민일보(4/4)

 

오히려 지역지에선 매서운 평가를 볼 수 있습니다. 경남매일신문 <‘한국당 1·정의당 1’ 국회 의석 변화없다>(4/4 민병욱 기자)에서는 “한국당은 취임 한 달이 갓 지난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치른 선거에서 강한 보수 성향을 띤 통영·고성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진보정치 1번지’이자, 내년 총선의 접전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의 중심도시인 창원 성산에서 ‘석패’했다. 막판 ‘축구장 선거운동으로 자책골을 넣었다’는 비판과 함께 보선 완승을 통한 ‘정권 심판론’에는 실패했다”라는 평가가 실렸습니다. 경남신문의 <후보단일화‧축구장 유세‧기자 매수 의혹 ‘이슈’>(4/2 차상호 김희진 기자)에서는 축구장 유세 논란은 물론 통영‧고성 정점식 후보 측의 지역 기자 매수 의혹 등이 이번 선거의 이슈가 되어 ‘정책 대결의 장이 되지 못한 선거’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통신사들은 어떻게 썼나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외에 민영통신사인 뉴시스와 뉴스1의 보도는 어땠을까요. 이번 보선의 종합 기사로 뉴시스는 <창원 성산 여영국 막판 대역전…통영·고성 정점식 압승(종합)>(4/4 임종명 유자비 기자), 뉴스1은 <창원성산 정의당 여영국·통영고성 한국당 정점식 당선(종합)>(4/4 이경구 박기범 강대한 기자)을 냈습니다.

 

뉴시스는 제일 앞 문단서 “정의당이 고 노회찬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 성산 탈환에 성공했다”, “막판 대역전극”, “통영‧고성에서는 ‘황교안 키즈’로 불리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고 평가한 이후 줄곧 득표 수와 득표율을 중심으로 보선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여영국 후보는 득표율 45.75%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강기윤 후보와는 0.54% 차이를 나타냈다’ 등 중립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그 외에 당선자들이 캠프에서 밝힌 당선 소감을 따옴표 처리해 싣기도 했습니다.

 

뉴스1은 연합뉴스, 뉴시스에 비해 상황 설명을 곁들여 종합 보도를 내놨습니다. 창원 성산의 당선자 여영국 후보에 대해서는 “창원성산은 고(故) 노회찬 전 국회의원 지역구로 보수텃밭 경남에서도 진보진영이 강세를 이어온 ‘진보 1번지’다”, “여 후보는 경남도의회 2선 도의원으로 활동했으며,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노회찬 후보 상임선대본부장으로 노회찬 전 의원의 당선에 일조하기도 했다”, “손석형 민중당 후보와의 단일화에는 실패하며 진보진영의 비판도 받았지만, 선거막판 권영길, 강기갑 등 지역 원로 진보정치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며 사실상 범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등의 설명을, 통영‧고성의 정점식 후보에 대해서는 “2014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법무부장관으로 있을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 태스크포스(TF)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 막판, 측근 인사의 기자매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통영·고성지역 바닥 민심은 그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등의 설명을 달았습니다.

 

한국당 상황 전하며 “아깝게 졌다”

더 황당한 보도는 연합뉴스의 <한국당 1승 1패에 아쉬움…“창원성산, 너무 아깝게 졌다”>(4/4 이슬기 이은정 기자)입니다. 보선 개표 당시의 자유한국당 선거상황실의 분위기를 전한 기사라고는 하지만, 한국당 관계자의 발언을 그대로 써 ‘창원 성산 아깝게 졌다’를 제목으로 뽑았습니다.여영국 정의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창원은 굉장히 어려운 곳인데 너무나 아깝게 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말한 것은 연합뉴스 기사에도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아깝게 졌다’라는 당사자의 가치 판단이 들어간 말을 제목으로 뽑은 것은 타 통신사들과 비교될 만합니다.

 

비슷한 타사 보도 제목을 볼까요? 뉴시스는 <웃다가 당황하다 탄식…천국과 지옥 오간 한국당>(4/4 유자비 문광호 윤해리 기자)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고, 뉴스1은 정당 별 선거상황실 분위기는 전하지 않고 <“민심의 승리”vs“정권심판의 뜻”…4‧3보선결과 여야 해석(종합)>(4/4 최종무 김정률 김성은 정상훈 기자)에서 각 정당의 공식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뉴시스 기사는 당시 자유한국당 선거상황실의 모습을 스케치해 ‘상황실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거나 ‘나경원 원내대표는 표정에 당혹감이 어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선거 보도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는 마련되어있습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나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설치돼 언론의 공정 보도 의무를 감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부에서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상시적으로 두어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공직선거법 제96조(허위논평‧보도 등 금지) 1항에서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여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 2항 1호에서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선거 결과를 보도하거나 결과를 해설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언론이 선거를 어떻게 이해하고 민심을 어떻게 해석해 전달하느냐에 따라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뉴스 도매상인 통신사는 공정성을 지키고 왜곡 보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4월 4일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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