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선정성에 길을 잃다
등록 2019.04.02 21:19
조회 1556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지난 해 9월 종방 후 재정비 기간을 거쳐 올해 1월에 부활한 TV조선의 “탐사고발 프로그램”입니다. 개편 이전, 이 프로그램은 ‘탐사보도’에 걸맞지 않게 주제의 절반을 성범죄 등 흉악 범죄 및 북한 이슈에만 집중했고, 선정성에 집착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2017년 11월 1일 방송됐던 <화장실 몰카범을 추적하다>편은 ‘화장실 몰카범을 직접 추적한다’는 명목으로 실제 불법 촬영물을 고스란히 노출해 큰 충격을 자아냈습니다.    

 

개편 이후의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역시 비슷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최근 방영된 ‘미성년자 노리는 이름 없는 남자들’(3/22)편은 이른바 ‘랜덤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성매매 실태를 조명했는데요. 그러나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미명 하에 방송 절반 가끼이를 실제 범행 시도 채팅 대화에 할애하면서 선정적 보도에 매몰됐습니다.

 

‘성매매 심각성’ 보여준다? ‘성매매 호기심’ 자극한 건 아닌가

TV조선이 장시간 보도한 것은 범행 방식과 선정적인 성적 대화로 가득찬 실제 채팅 내용, 그리고 ‘위장취재’로 범행을 유도한 뒤 그 남성을 뒤쫓는 ‘추격신’이었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의 근본적 원인이나 근절 방법과는 무관한, 시청자들의 흥미를 노린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겁니다. 애초 성매수 시도 남성들을 유도해 그들을 만난다는 점에 취재력을 집중한 것부터가 본질에서 벗어난 겁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한 성매매’를 탐사 보도하고자 했다면 사회 구조를 포함한 근본적인 범죄의 원인, 실질적인 대책 및 피해자 구제 방법 등에 집중했어야 합니다.

 

물론 방송의 나머지 절반에서는 채팅앱 개발사의 무책임,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 정부 대책 미비 등 적절한 보도가 있었으나 이에 앞선 보도의 절반이 ‘범행 시도 채팅 내용 및 위장취재’로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큽니다. 청소년들이 ‘채팅앱 성매매’를 피할 수 있는 현실적 대처가 무엇인지, 피해자들은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미성년자 상대 성매매의 실질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더 필요한 내용까지 나아가진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이런 보도는 ‘범죄 심각성 강조’라는 취지와 무관하게 오히려 성매매와 관련된 엇나간 호기심을 자극하고 성매매 정보를 제공하는 등 성매매를 조장할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K-007.jpg

△ 선정적인 대화 내용을 화면 전체에 띄운 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

 

‘채팅앱 성매매 과정’을 중계 방송한 TV조선

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은 제작진이 어느 카페에서 한 남성에게 다가가자 남성이 도주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진행자 배우 유오성 씨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며 궁금증을 자아낸 뒤 “제작진은 어른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청소년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프로그램을 이용해봤다”며 취재 의도를 밝혔습니다. 이때부터 제작진이 ‘15세 여중생’임을 가장해 채팅앱을 이용하고 성매매 시도 남성들을 추적하는 장면, 그러한 ‘위장취재’ 과정에서 성매매 시도 남성들과 나눈 적나라한 대화가 20분이나 보도됐습니다.

 

K-014.jpg

△ 실제 대화 화면과 함께 ‘사안의 심각성을 전하기 위해 익명 대화방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고 밝힌 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

 

TV조선은 “사안의 심각성을 전하기 위해 익명 대화방 내용 일부를 공개합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실제 대화 내용을 노출했는데, 방송된 것은 ‘일부’가 아니라 전체 방송 45분 중 무려 20분, 총 9개의 사례였습니다. 실제 방송에 노출된 대화 내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성관계를 암시하는 대화명, 성매매를 의미하는 은어, 성매매를 시도하는 방식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대부분의 경우 화면 전체를 활용해 대화 내용을 그대로 재구성했습니다. 제작진은 대화 상대가 구체적인 성적 행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시한 금액을 여과 없이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TV조선이 처음 보여준 사례에서 제작진이 사용한 대화명은 “어려요”였다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방송의 사실성 혹은 취재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지라도 이는 시청자의 불쾌감을 야기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의 심각성을 드러낸다는 미명 하에 성매수 남성들과 접촉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그 대가까지 노골적으로 알려준 셈입니다.

 

‘선정성’만 노린 듯한 TV조선, ‘은밀한 범행 방식’도 노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이 노출한 ‘성매매 방식’ 중에는 범행을 은폐하는 방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TV조선이 보도한 총 9개 사례는 모두 채팅앱으로 대화를 나눈 후 성매수 시도 남성을 실제로 만나 추격하는 장면까지 포함되어 있는데요. 제작진이 성매수 시도 남성에게 접근하기 전까지는 취재를 위해 동원된 성인 여성이 해당 남성을 직접 만났습니다. 여성 혼자서 먼저 남성을 만난 뒤, 몰래 촬영하던 제작진이 다가가 현장에서 인터뷰를 시도하는 방식으로서 흔히 타 방송사에서도 사용하는 위장취재입니다. TV조선은 취재에 도움을 준 여성이 성인임을 밝혔지만,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를 고려하면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방식입니다.

 

K-015.jpg

△ 선정적인 대화 내용을 그대로 방영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

 

한 가지 사례에서 TV조선 제작진 쪽 여성과 성매수 시도 남성이 나눈 대화에는 범행 은폐 방식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습니다. 제작진이 잠복하여 촬영하는 동안 남성은 어떤 장소에 가야 신분증 확인을 피할 수 있을지, 어떤 장소가 성매매를 통한 성관계에 적합하지 않은지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내용은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과 함께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심지어 해당 남성은 아내에게 들킬 염려가 없으려면 병이 없는 “깨끗한 사람을 찾아”하기에 미성년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굳이 보도할 필요가 없는, 보도해서는 안 될 내용들입니다.

 

‘새로운 성매매 방식’까지 소개할 위험, 모두 심의규정 위반

‘채팅앱’을 통한 범행이 여타 대중적인 SNS 메신저로도 옮겨 갔다고 전한 부분도 상당히 과도했습니다. TV조선의 의도는 ‘채팅앱 성매매’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보여주는 것이었을 수 있으나 여기서도 TV조선은 위장취재 방식을 썼으며 실제 대화 내용을 노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 관련 은어가 방송됐으며 성매수 시도 남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적발이나 단속을 피하는지 그 방법이 생생한 화면으로 송출됐습니다. TV조선 제작진이 만난 성매수 시도 남성은 “OO(부적절한 내용 삭제_편집자주)은 그렇게 심하게 단속할 것이라 생각 못했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오히려 새로운 범행 방식을 소개하는 수준의 불필요한 내용입니다. TV조선은 이 위장취재 과정을 마치 범죄 영화와 같이 긴박한 음악과 함께 편집해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했습니다. ‘시청률 장사’를 위한 선정적 방송이 결국 성매매에 대한 엇나간 호기심을 자극하는 겁니다.

 

성매매 시도 과정에서 나온 실제 대화 내용과 성매수 시도 남성들의 발언을 상당 부분 노출한 것은 모두 심의규정 위반입니다. 방송심의규정 제30조(양성평등)은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등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선정적으로 재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5조(성표현)은 “① 방송은 부도덕하거나 건전치 못한 남녀관계를 주된 내용으로 다루어서는 아니되며,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② 방송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되며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하여서도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매수 시도 남성’을 훈계하는 방송이 ‘탐사보도’?

이런 취재 내용을 20분이나 내보내서 TV조선이 얻어낸 성과는 무엇이었을까요? 전체적으로 성매수 시도 남성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은 한심한 수준이었습니다. 제작진이 만난 9명 중 5명은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도망쳤고, 인터뷰에 응한 나머지의 경우 제작진은 남성을 훈계하고 그의 변명을 들어주는 데 그쳤습니다.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남성에게 제작진은 “미성년자 성매매는 범죄인 거 아시죠?” “선생님이 가르치는 제자들도 다 이 나이 또래인데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같은 질문을 던졌고 남성은 “불법적으로 이렇게 한다든지 너무 적극적인 것은 전혀 없었고 그냥 와서 편하게 차만 마시고 가려고 했다”, “다시는 채팅입 쓰지도 않겠다”고 변명을 늘어놓은 뒤 도주했습니다. 애초에 성매수 남성들을 직접 만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부터가 취재의 효과보다는 방송의 선정성과 흥미를 겨냥한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TV조선 제작진이 위장취재 결과를 경찰청 간부에게 보여주자 경찰청 간부가 “현실적으로 (남성을 만난 사람이)기자, 작가분이었으므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한 장면까지 방송됐다는 겁니다. 범행 방식과 과정이 소개된 후 처벌받지 않는다는 장면이 이어졌으니 이는 범죄 방지보다는 범죄 조장의 위험이 큰 방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방송 절반은 그나마 충실, 왜 하필 ‘채팅앱’일까

물론 25분의 나머지 방송 분량은 적절한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제작진은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에 유입된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성매매를 하게 된 아이들, 채팅으로 만난 남성으로부터 협박을 당하거나 성폭행을 당하지만 함께 처벌받을까 신고도 못한 청소년들의 사연을 전한 겁니다. ‘미성년 성매매 특별단속 기간’을 정해놓고도 사실상 채팅앱 성매매에 손을 놓은 경찰과 정부, 성매수자뿐 아니라 피해 미성년자까지 처벌하는 현행법의 부조리, 현행법 개정안을 계류 중인 국회, 상황을 알면서도 수익을 위해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채팅앱 개발사의 무책임 등 ‘채팅앱 성매매’와 직결된 중요한 요소들도 보도됐습니다. TV조선은 여성 청소년을 가장한 컴퓨터 모델로 성매매 시도 남성들을 적발하고 이를 실제로 처벌하는 해외 사례도 소개하면서 법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죠. 그러나 선정적인 내용이 방송의 나머지 절반을 이루었고, 심지어 제작진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를 손수 모방하는 모습까지 보인 보도의 문제점이 더욱 심각합니다. 또한 ‘채팅앱’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성매매 범죄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큰 사회 문제였음을 감안할 때, 오로지 ‘채팅앱’에만 집중한 이슈 선정도 상당히 아쉽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 실태를 보도한다면 청소년들을 성매매로 유입시키는 사회구조적 원인을 총체적으로 살펴봤어야 합니다. TV조선이 ‘채팅앱’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택해 ‘성매매 대화 내용’과 ‘성매수 시도 남성 추격전’이라는 선정적 방송을 의도한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합니다.

 

TV조선이 자랑한 ‘위장취재’, 원칙상 ‘불허’

또 하나, TV조선뿐 아니라 모든 언론이 반성해볼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TV조선이 이번 보도 내내 자랑스레 보여준 위장취재입니다. 위장취재는 말 그대로 취재를 위해 제작진이 신분을 위장하거나 취재원을 속여 원하는 취재 대상을 얻어내는 과정입니다. 범죄 보도에서 자주 사용되며 가해자의 범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앞서 살펴본 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처럼 ‘여성 미성년자를 가장한 성인 여성’이 동원되는 경우도 대표적 사례죠.

 

그러나 이러한 위장취재는 원칙적으로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겁니다. 2018년 한국영상기자협회가 발간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위장취재에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으며 “불가피하게 위장취재를 할 경우에는 위장취업, 신분위장, 속임수 취재 등에 대해서는 취재 목적이 정당하고 대안이 부재하다는 점을 회사의 편집권자에게 설명·보고하고, 회사의 편집권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편집권자는 반드시 이에 대한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만큼 위장취재는 매우 제한적으로, 엄격한 절차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관련 판례는 “위장취재는 그 위법성이 대체로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정당한 업무행위가 될 수도 있지만 정당화를 위해서는 취재 보도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방법의 상당성·긴급성·보충성 등이 요구된다(2006고합177)”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TV조선을 포함한 방송사들이 과연 위장취재를 이렇게 엄밀한 기준 아래 행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특히 TV조선은 <탐사보도 세븐>(3/22)에서 ‘채팅앱 성매매’라는 단일 이슈만으로 무려 20분이나 9개의 ‘위장취재’ 사례를 보여줬는데 이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타사의 대표적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인 수준입니다. 사회 부조리와 권력의 치부를 캐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위장취재를 오로지 시청률 장사를 위해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대목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탐사보도 세븐>(3/22)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monitor_20190402_12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