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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공익제보자 보호보다 ‘단독’이 중요했나
등록 2019.03.22 14:13
조회 961

지난 13일 경찰은 가수 정준영 씨가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사설 디지털포렌식 업체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은 정준영 씨의 불법 촬영물 범죄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의 원본 자료 등 증거물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정준영 씨가 12일 귀국했음에도 불구하고 14일 경찰에 출석할 때까지 정작 핵심 증거인 정 씨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엉뚱하게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수색한 것인데요. 이 때문에 최근 ‘공익제보자를 색출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시민들의 의구심이 일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적극적으로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언론 역시 뚜렷한 근거도 없이 공익제보자를 추정한 후 윽박지르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문제적 보도는 YTN이 먼저 내놨습니다.

 

가장 먼저 공익신고자 추측한 YTN

지난 11일, YTN은 오후 5시 뉴스인 <YTN 24>에서 <단독/성 접대 대화, 동료연예인 휴대전화서 확인>(3/11 김태민 기자)이란 단독 보도를 내놨습니다. SBS가 ‘정준영’ 실명을 공개하며 ‘정준영 카톡방’의 디지털 성범죄 정황을 보도한 것이 같은 날 저녁 8시 뉴스였습니다. 그러니 YTN이 해당 보도를 할 때는 가수 승리의 성 접대 의혹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는 내용만 보도되었을 뿐, 아직 정준영 불법 촬영 범죄가 알려지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YTN은 “취재결과, 카카오톡 대화의 출처는 승리 씨와 같은 채팅방에 있던 동료 연예인의 휴대전화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연예인이 휴대전화 수리를 맡기면서 전모가 처음 드러났고 공익제보와 수사로 이어진 겁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보도는 승리와 그의 소속사 모두 ‘증거(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가 조작됐다’면서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고수한 정황을 의식해 그 주장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료 연예인의 휴대전화’가 출처이기 때문에 대화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연예인이 휴대전화 수리를 맡기면서 전모가 처음 드러났고 공익제보로 이어졌다’는 언급한 것은 분명한 실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휴대전화 수리 업체가 제보를 한 것’임을 특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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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자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처음 보도한 YTN(3/11)

 

공익제보자 신원, 반복 노출한 YTN

YTN은 이 단독보도를 자랑이라도 하듯, 다음날부터 공익 제보자 신원을 반복 강조했습니다. 다음날 YTN <더뉴스>의 <‘승리이어 정준영까지스타게이트?>(3/12 이종구 기자)에서 기자와 대담을 나누던 노종면 앵커는 “이 톡방의 대화는 어떻게 드러나게 된 것인지, 어떻게 입수된 것인지 YTN에서 보도한 내용이 (무엇이었죠)?”라고 물었습니다. 이종구 기자는 “(정준영 씨의) 휴대전화가 고장이 나서 업체에 맡겼고 그 과정에서 공익제보자가 한 언론에 제보를 하게 되면서 보도가 됐죠”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다시 한 번 노종면 앵커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입수 경위를 보면 수리하다가, 그러니까 그 수리기사가 물론 공익적인 생각을 하셨겠지만 그걸 다운받아서 누구에게 제보한 거 아니겠습니까?”라고 확인했습니다. 이 질문은 ‘수리기사가 제보한 것’이라고 한층 더 강하게 단언한 수준입니다.

 

YTN은 13일 <정준영승리 내일 나란히 경찰 소환>(3/13 박서경 기자), 14일 <‘성 접대승리몰카정준영 오늘 소환>(3/14 김태민 기자)에서도 계속해서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언급하며 ‘이곳에서 카카오톡 대화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습니다.

 

YTN의 보도가 부적절한 이유

현재 정준영 카톡 대화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습니다. 다만 공익제보자의 대리인은 방정현 변호사입니다. 방 병호사는 제보자의 신변 보호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어디에도 제보자의 신원을 밝힌바 없습니다. 따라서 YTN의 보도는 정황상의 추측일 뿐, 단정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YTN은 경찰 등에서 흘러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 즉 카톡 대화가 조작된 것이 아님을 증명한 증거가 있는데 그게 정준영 휴대폰이고, 휴대전화 복구 업체 직원이 제보자라고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한 것입니다.

 

두 번째, 백보 양보해서 결과적으로 YTN의 보도가 ‘팩트’임이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내용의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습니다.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근거해 여기에 해당하는 일이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누구나 공익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 ‘공익신고자등의 비밀보장 의무’ 조항에서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YTN이 행위 당사자를 공익신고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승리 성접대 의혹에 대한 증거 효력 여부를 입증하겠다는 목적에 사로잡혀 관련법조차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알면서도 단독의 욕심으로 보도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공익신고자 신변에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YTN보다 세련된 SBS의 보도

‘정준영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SBS의 경우 YTN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YTN이 처음으로 공익제보자 신원을 노출한 11일, SBS는 저녁 종합뉴스에서 <승리 카톡방 멤버는 정준영디지털 성범죄까지>(3/11 김종원 기자)를 통해 문제의 단체 대화방에 있었던 다른 연예인이 정준영 씨임을 밝혔습니다. SBS는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나온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자료에 성범죄 정황까지 나타났고, 해당 자료에 조작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실명까지 공개하며 보도하기로 한 것이죠. 이 보도가 YTN 보도와 맞물리면서 YTN이 거론한 ‘제보자’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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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와의 인터뷰에서 증거 자료에 대해 설명하는 방정현 변호사(3/11)

 

그러나 SBS는 단체 대화방 유출 경로, 즉 최초 공익제보자를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고, 이를 언급하지 않고도 승리 성접대 의혹 증거의 효력을 명확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SBS <“카톡방 대화 자료, 조작 가능성 없다”>(3/11 강청완 기자)는 이 증거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신고자 방정현 변호사를 인터뷰했고 전문가들의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SBS 강청완 기자는 “방정현 변호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자료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면서 신고자가 “자료를 꼼꼼히 검증한 결과 조작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돼 밀봉 형태로 권익위에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즉, SBS 또한 YTN과 마찬가지로 승리의 성 접대 의혹이 나온 단체 대화방의 조작 여부에 대해 ‘조작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방정현 변호사는 이 보도에서 “누군가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한 자료였고 충분히 이게 변조 가능성이 없는 그런 포렌식 자료라고 파악을 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SBS는 그 외에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와 법조계 전문가의 인터뷰까지 실었습니다. 모두 ‘대화 자료가 증거로 충분히 인정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의도였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YTN은 공익신고자를 유추할 수 있게 하는 정보나 인물을 특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보냈습니다. 단독에 대한 욕심이었거나, 해당 휴대전화의 주인이 밝혀질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느 이유에서건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가벼이 여기고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공익신고자가 언급하지도 않은 ‘제보자’를 왜 색출하나

최초 제보자 정보를 노출한 YTN 보도 이후, 제보자가 누구인지 색출하고 겁박하는 수준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는 공익제보자의 신상에 위협을 발생시키고 공익제보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태입니다. 경찰도 정준영 출석에 앞서 13일, 포렌식 업체를 먼저 압수수색하면서 논란을 일으켰죠.

 

12일 SBS의 <경찰 대신 권익위 신고한 이유유착 의심 때문”>(3/12 김종원 기자)에서는 방정현 변호사의 단독 인터뷰가 보도됐습니다. 방정현 변호사는 “제보자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경찰과의 유착관계가 굉장히” 의심돼서 권익위에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리포트에서도 “실제로 방 변호사는 권익위에 이어 경찰에도 자료를 통째로 넘겼지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짚었습니다. 경찰이 방정현 변호사에게 ‘어디를 봐야 하느냐’, ‘뭘 봐야 하느냐’며 스스로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정보를 되물으며 수사를 제대로 진행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음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3/13)에 출연해서도 방정현 변호사는 “이게 만약에 수사 기관에 갔을 때는 제보자를 어떻게 알아내려고 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일, 경찰은 포렌식 업체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13일 저녁, TV조선 <‘몰카 혐의정준영 피의자로 곧 소환>(3/13 최민식 기자)은 “정 씨의 이 ‘황금폰’에 있던 카카오톡 대화록과 영상 자료들은 당시 정 씨가 복원을 맡겼던 업체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단정했습니다. 공익신고자를 대리하고 있는 방정현 변호사가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 확인된 바 없는 내용입니다. 애초에 이는 확인 여부와 누구인지 밝혀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유추하게 만드는 것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위협입니다.

 

공익제보자 겁박하는 보도들, 위협 멈춰야

이보다 더 심각한 사례는 14일, 조선일보 <휴대전화 수리 맡기기도 겁나네>(3/14 성호철 기자)란 기사입니다. 조선일보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유출 경로를 추측하고 ‘휴대전화 수리 업체에 전화를 맡기는 게 겁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최근 논란이 된 정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동영상이 이 업체의 작업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 것”이라며 해당 포렌식 업체의 상호명까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준영 카톡방 대화, 데이터 삭제‧복구 업체서 유출된 듯’이라며 확인되지도 않은 추측성 내용을 소제목으로 뽑았습니다. 확정할 수 없으면서도 특정 업체가 제보했다며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운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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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자 위축시키는 조선일보 보도(3/14)

 

머니투데이도 <팩트체크/정준영 폰 복구업체, 제보자라면 오히려 처벌 받는다?>(3/14 유동주 기자)란 기사에서 법에서 인정한 공익신고자가 아니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동주 기자는 “경찰은 수사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해당 업체 관계자가 이번 사건의 제보자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고 앞에서 밝힌 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공익신고’가 인정되려면 법령에서 정한 범죄혐의가 있어야 한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로 별표에 별도로 나열한 284개의 법에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은 없다. 그런데 현재까지 정준영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카톡 대화방과 동영상만으로 가늠할 수 있는 범죄는 대부분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 관련이다”라며 공익신고자가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연합뉴스 <‘정준영 몰카카톡 유출 불법?공익신고라 처벌소지 없다”>(3/14) 등의 보도는 “승리‧정준영 카카오톡 신고는 284개에 포함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공익신고”된 것이라 반박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추측 기사로 공익신고자에 겁을 준 셈입니다.

 

언론은 공익신고자를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을 취재‧보도하는 일을 멈추고 공익신고자를 겁주는 보도는 반드시 삼가야 합니다.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왜 존재하는지, 기자들이 보도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런 보도는 나올 수 없습니다. 언론의 단독 욕심과 호기심이 공익신고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11~1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 프로그램 전반 / 11~19일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 14일 머니투데이, 연합뉴스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 (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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