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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반민특위 망언…보수언론은 ‘일단 덮고 보자’
등록 2019.03.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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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했던 것 기억하실 것”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보훈처가 “친일 행위를 하고도 독립운동자 행세를 하는 가짜 유공자는 가려내겠다”고 했다며, “본인들 마음에 들지 않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친일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정부의 역사공정이 사직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 정부가 과거 ‘반민특위’처럼 친일파를 청산한다면 국민분열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됩니다.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간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1948년 제헌국회에 설치된 특별기구입니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와 친일 경찰의 방해로 고초를 겪다가 와해됐고, 그 목적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국민분열’ 운운한 것은 왜곡된 역사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자인한 꼴입니다.

 

‘반민특위 망언’…모르쇠하는 보수‧경제지

하루가 지난 15일까지 나 원내대표의 망언에 온라인상에서 많은 시민들이 분노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원내대표의 망언이 나온 다음날인 15일, 신문 지면에서 나 원내대표 발언을 다룬 매체는 경향과 한겨레 뿐이었습니다.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었습니다.

한겨레는 1면과 이어지는 6면 기사 <나경원 “반민특위로 국민분열”…여야 “역사왜곡” 일제히 비판>(3/15 정유경 기자)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상세히 전한 뒤 “나 원내대표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커녕 반민특위 활동을 ‘국민분열’이라고 언급한 것은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한겨레는 반민특위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다음과 같이 잘 정리해줬습니다.

 

 

반민특위는 1948년 8월 헌법에 따라 일제 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설치한 특별위원회다. 국권 강탈에 적극 협력했거나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가 등을 박해한 자 등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친일파와 결탁한 이승만 정부의 방해와 친일 세력의 특위 위원 암살 음모, 친일 경찰의 특위 습격사건 등을 겪으며 설치 1년여 만에 와해됐다. 반민특위가 ‘좌초’되면서 일제 강점기의 친일 행위에 대한 처벌은 1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민특위가 좌초되면서 친일 청산에 실패하고 나아가 일제에 부역한 자들이 한국 사회의 지배 세력으로 군림하게 되었는데, 나 원내대표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커녕 반민특위 활동을 “국민 분열”이라고 언급한 것은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는 “반민족친일세력 주장과 판박이” “반민특위 때문이 아니라 특위 좌초로 국민분열 비판 일어” 등 소제목을 통해서도 나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경향은 1건의 기사를 내놨지만, 한겨레보다는 다소 부족했습니다. 한겨레와 달리 1면 기사도 아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8면 <황교안 “문재인 정부, 북한 보증인 노릇” 나경원 “반민특위로 국민들이 분열됐다>(3/15 허남설 기자)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동시에 전했습니다. “투톱(황교안‧나경원이)이 태극기세력 등 강경 보수층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며 발언이 나온 정치적 맥락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처럼 반민특위에 관련된 설명과 이번 발언의 역사적 맥락을 따로 짚지는 않았습니다.

 

신문사

종합일간지

경제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기사

1건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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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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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4건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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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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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

1면 보도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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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반민특위 망언’ 관련 보도량 비교 (3/15) ⓒ민주언론시민연합

 

온라인에선 침묵하거나 통신사 기사 단순 전재

보수․경제지는 14일부터 15일 오후 3시까지 신문 온라인판 에서도 침묵을 지켰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망언’과 관련된 기사를 단 한 건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2건의 온라인 기사를 냈지만 통신사인 뉴스1, 뉴시스의 기사를 전재한 것에 불과하며 비판없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입니다. 한국경제도 3건의 온라인 기사를 냈지만 모두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매일경제 4건 중 3건은 연합뉴스 기사 전재였고, 나머지 1건은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받아쓴 인턴 기자의 기사였습니다. 자사가 직접 쓴 기사는 없는 것입니다.

 

타 언론이 전재하는 연합뉴스는 문제 없나

이처럼 많은 매체가 나 원내대표 망언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고작 온라인판에서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쓰기에만 급급했는데요. 문제는 연합뉴스 보도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연합뉴스는 나 원내대표의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14일 오전 10시경 <나경원 “바른미래, 좌파 장기집권플랜 조력자 된다면 범여권”>(3/14 이한승 이동환 기자)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단순히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나경원)는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 포상 보류자에 대해 재심사를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선 ‘(중략) 국민이 반민특위로 분열됐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정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은 없었습니다. 이처럼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단순 전달만 하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는 것입니다. 14일, 연합뉴스는 관련 후속 보도를 내놓지 않았고 이에 따라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한 언론사들에게서도 아무런 비판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양측 발언 받아쓰기’가 ‘통신사’로서의 역할인가

연합뉴스는 침묵을 지키다가 15일이 돼서야 후속기사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은 없었고 오히려 논란이 되자 나 원내대표가 내놓은 해명 발언을 또 받아썼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민특위 활동은 당연히 제대로 됐어야 한다.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는데요. 연합뉴스는 <나경원 “좌익 활동 독립 유공자 포함 우려…국론분열>(3/15 이한승 기자)에서 “‘반민특위 활동 이후 국론분열이 온 것처럼 다시 과거를 헤집으며 좌익 활동을 하고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반대한 분까지 (독립유공자에) 포함하는 건 다시 분란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며 ‘단순 전달’을 반복했습니다. 문제 발언을 받아쓰더니 그 해명까지 받아쓴 겁니다.

연합뉴스는 다음 후속 기사 <민주, 나경원 반만특위 발언 십자포화…“그 입 다물라”>(3/15 김경희 차지연 기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강도 높은 비판을 전하기는 했습니다. 꼭 출입처나 취재원의 실제 발언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과연 ‘국가기간 통신사’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것일까요? 통신사라면 오히려 정확한 역사적 사실과 발언의 부당함을 짚어 연합뉴스 보도를 참고하는 여타 언론들과 시민들의 올바른 이해를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반민특위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짚지 않은 채 양쪽 발언을 받아쓰기만 하는 것은 명백한 ‘역사적 망언’을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는 데 일조하는 겁니다. 더구나 연합뉴스가 민주당의 비판을 받아쓰기 이전부터 민주당은 물론 많은 시민들이 이미 강력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런 여론은 왜 받아쓰지 않았을까요?

 

5.18 망언 때도 ‘일단 침묵’ 했던 보수언론…이번엔 덮을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보인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불과 얼마 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은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망언으로 전 국민적 분노를 샀습니다. 물론 그때도 보수언론은 ‘일단은 침묵’ 작전을 펼쳤습니다. 5・18 망언이 나온 다음 날인 지난달 9일,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지 중 망언을 보도한 신문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발이 커지자 보수경제지도 한두건의 보도를 추가로 내놨습니다. 과연 보수언론이 이번에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14~15일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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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