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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이 대학순위를 떨어뜨렸다는 조선일보
등록 2019.02.28 17:17
조회 681

세계의 몇몇 기관들은 매년 세계 대학 평가 순위를 매겨 각국 대학에 대한 정량적 평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영국의 타임즈지가 발표하는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 대학 순위’입니다. 서울대가 국제 기준으로는 수준이 낮다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자료이죠.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기관은 타임즈 지 외에도 많은데요, 심지어 중앙일보사도 자체 국내 대학 평가 순위를 만들어서 발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수많은 대학 평가 기관 중 영국의 쿼콰렐리 사이먼즈(Quacquarelli Symonds, 이하 QS)에서 평가하는 대학 순위는 중앙일보, 그리고 이 기관과 아시아 대학 순위를 합작해서 발표하는 조선일보에서 즐겨 인용하는 대학 평가 지수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재정난 부닥친 국내 대학, 올해는 글로벌 톱10 학과 ‘0’>(2019/2/27, 김연주, 주희연 기자)에서 QS 대학 평가 순위를 근거로 기획기사를 내고 국내 대학들의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학 평가 하락의 주범으로 ‘등록금 동결 정책’을 지목한 것인데요. 논리적으로 적절한 지적일까요?

 

취재원들이 뭐라 하든 ‘답정너 진단’

조선일보는 몇몇 교수들을 인용하여 “학자들은 한국 대학들의 정체·후퇴 현상에 대해 인력난·재정난 등을 대표적 이유로 들었다.”며, “지난 10여년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연구나 인프라에 제대로 투자를 못 한 결과가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학자들이 한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조선일보에서 인용한 이태억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학 분야에서 최근 수년간 정년퇴직하는 교수들이 엄청 많이 나오고 있는데, 퇴임을 앞둔 교수들은 3~4년간 랩에 학생도 안 받고 연구 활동을 줄이고 있으며, 그 자리에 글로벌 경쟁력 있는 학자들을 뽑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7~8년 전부터 연구 활동이 위축됐는데 그 여파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누가 봐도 공학 분야 교수들의 세대교체가 늦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백보 양보해도 7~8년 전부터 연구 활동이 위축됐다는 주장을 등록금 인하 정책과 연결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에 대해 기사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 형편 좋은 끼워 맞추기에 불과해 보입니다.

 

조선일보가 익명으로 취재한 서울대 교수 역시 “싱가포르나 중국은 지난 십수년간 정부가 전폭적으로 대학에 재정을 투입해 세계적 학자를 스카우트하고, 정부 간섭은 받지 않고 혁신적 연구를 해왔다. 우리 대학들도 지금까지는 많은 논문을 써서 어느 정도 따라왔지만, 이젠 이런 방식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대학 재정 투입이 적은 데 반해 연구 과정에는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것이죠. 역시 등록금 인하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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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때문에 대학 순위가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 기사(2/27)

 

조선일보가 지목한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 오히려 낮아

조선일보가 순위가 떨어졌다며 예시로 든 대학들을 봐도 등록금 인하 정책과 대학 순위 하락의 인과관계는 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지목한 대학들은 카이스트,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입니다. 이 중 공공기관인데다 등록금보다 장학금이 더 많은 카이스트와 공립학교인 서울대는 당연히 등록금 정책에 따른 영향이 적고, 고려대와 성균관대도 2017년 대학교육연구소의 등록금 의존율 통계에 따르면 조사대상 152개교중 하위 40위 안에 드는 등록금 의존도가 낮은 비교적 건실한 대학들입니다. 조선일보는 등록금 인하 정책에 규제 낙인을 찍기 이전에 제대로 된 진단이 우선 아닐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2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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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