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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경사노위 합의안, 언론들의 가지각색 프레임2019년 2월 20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민주노총이 빠진 가운데 첫 번째 합의 사항으로 지목된 탄력근로제 제도에 관한 합의안이 타결되었습니다. 그 동안 탄력근로제 도입은 주 68시간이 아닌 주 52시간이 노동 관련법에서 규정한 최대 노동시간이었음을 입법보완으로 확인한 상황에서, 노동시간 제한을 무력화시키고 연장근로 수당 지급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의심받고 있었습니다.
SBS에서 공개한 경사노위 합의안 전문을 보면,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고, 사전에 확정해야 하는 탄력근로가 적용되는 노동시간 단위도 일별이 아닌 1주로 완화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근로일 사이 11시간의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고, 임금보전 방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였습니다. 탄력근로제 도입 조건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유지하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경사노위 합의안이 타결되었지만, 합의안을 바탕으로 법을 개정해야 하는 국회는 현재 김태우․신재민의 주장 및 손혜원 사건 등에 대한 특검 도입을 놓고 개점휴업 중입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노동시간 결정권이 사용자에게 전적으로 넘겨져’있고, ‘임금보전 방안도 처벌이 과태료라 강제성이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낸 상태이지요. 언론들은 이를 어떻게 보도하였을까요?
경사노위 합의 놓고 언론들 미묘한 입장 차이 보여
경사노위 합의에 관련된 보도는 2월 20~21일 이틀간 사진 기사를 포함하여 총 56건이었습니다. 경사노위 합의 이후의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언론사의 보도 내용은 크게 셋으로 갈렸는데요. ①합의안과 탄력근로제, 노동문제 자체에 관한 쟁점, ②탄력근로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과 정당 간 의견대립 ③경사노위 합의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입니다.
언론사 보도(사진제외)와 사설․칼럼을 내용별로 분류한 결과 일부 언론들은 경사노위 합의안보다 민주노총 때리기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었습니다.
신문사 |
종합일간지 |
경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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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매일경제 |
한국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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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 |
2 |
4 |
2 |
2 |
4(1) |
5(2) |
3 |
국회 |
1 |
3(1) |
1 |
1 |
- |
3 |
4(1) |
노조 |
2 |
1 |
4(1) |
3(1) |
1 |
3(1) |
2 |
합계 |
5 |
8 |
7 |
6 |
5 |
11 |
9 |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합의안 관련 내용별 보도량(2/20~21). ( )안은 사설/칼럼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총 측 입장과 한국노총 측 입장을 각각 1건의 기사로 보도하여 기계적 중립을 맞춘 경향신문을 제외하면 나머지 신문들은 모두 한국노총의 입장에 무게를 두고 보도하거나, 사설을 동원하여 민주노총을 비난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노조 관련 보도가 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보도행태는 조선, 중앙 양사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산업 위기”라면서 온갖 훼방 놓는 민노총>(2019/2/21)에서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데 그마저도 거부한다. (중략) 중요한 경제․사회 이슈에는 어김없이 민노총이 나타나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노사정 탄력근로제 합의, 한국 경제에 희망을 쐈다>(2019/2/20)에서 “(민주노총이)그간 빚독촉하듯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바람에 기업 현장의 애로를 보고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다. (중략) 하지만 이날 서면 합의에 참여한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도량과 사설․칼럼 모두 가장 많았던 매일경제 역시 <사설/사회적 대타협 거부한 채 총파업 으름장 놓는 민노총>(2019/2/21)에서 “민노총이 ‘촛불 청구서’를 들이밀며 무법자처럼 행동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중략) 안하무인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정부는 민노총의 불법시위와 파업, 몽니에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습니다.
탄력근로제 합의안 받고 6개월 더?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 이후로 재계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따라서 보수언론들과 경제지에서는 지속적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주장을 펼쳐 왔는데요,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조차도 부족하다는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동아일보와 한국경제는 합의안 내용을 다룬 기사 제목을 모두 ‘재계의 우려’로 채웠습니다.
신문사 |
보도제목 |
동아일보 |
탄력근로 6개월 확대 기업들 “실효성 의문” |
재계 “건설업 등 6개월로는 턱도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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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동의-임금보전-의무휴식’ 3개의 문턱 넘어야 6개월 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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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IT업계 “SW개발 몇 달씩 걸려...선택근로 기간도 늘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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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탄력근로 6개월로 확대…‘어정쩡한 합의’ |
탄력근로 기간 늘렸지만 곳곳 독소조항…경영계 “범법자 우려 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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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협의만으로 도입? “탄력근로 요건 다 맞추려면 6개월 확대 하나마나” |
△동아일보, 한국경제의 ‘합의안’ 주제의 기사 목록(2/20~21) 붉은 글씨는 1면 머리기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이 두 언론사의 의도는 보도량이 ‘합의안’, ‘국회’ 주제에 몰려 있는 점, 사설을 ‘국회’ 주제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납니다. 동아일보는 <사설/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진통끝 합의했지만 갈 길 멀다>(2/21)에서 “경사노위가 탄력근로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은 주 52시간 제도의 안착을 위한 최소한의 보완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사설/경사노위의 ‘탄력근로 미봉’ 국회에서 바로잡아야>(2/21)에서 “경사노위에서 첫 합의가 나온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미봉’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면서, “‘단위기간 확대’는 거론된 6개월~1년의 최하한선에서 결정됐다 (중략) 합의문 곳곳에 독소조항도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시장경제 지킴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라고 자못 비장한 어조로 주문하였습니다. 즉, 경사노위 합의안에는 문제가 많으니 국회에서는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1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탄력근로제 확대에서 놓치고 있는 것
바로 그 한국경제신문에는 주기적으로 사회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찬/반 입장을 보여주는 ‘맞짱 토론’ 코너가 있습니다. 지난 2018년 5월 12일 한국경제 지면에 실린 <맞짱 토론/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해야 하나>에서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 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은 기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다. 주 40시간제에는 변동이 없다. 1주일을 5일이라고 보는 비상식적인 행정해석을 바로잡아 주 68시간까지 허용되는 체제를 52시간 체제로 정상화하는 국면이다”라고 하면서, 서구의 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노동시간 제도를 40시간 밑으로 하향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OECD국가 평균보다 연간 400시간가량 더 일하는 장시간 노동 국가이자 무한노동을 허용하는 틈새가 여전한 나라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흐름을 거스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시기상조이자 성급하고 편향적 발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언론들과 경제계는 잊고 있는 것 같지만 한국의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이하가 원칙입니다. 그리고 노동시간을 ‘업무가 몰릴 때’ 연장할 수 있게 한 것이 12시간의 연장근로 시간이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불가피한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1.5배 임금을 가산하도록 한 것이 현행 노동법입니다. 탄력근로제는 흔히 52시간 이상 일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1.5배 가산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붙여 가산임금 할증을 무력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번 경사노위 합의안 보도에서 언론들은 탄력근로제로 인해 노동자들이 얻는 손익보다는 ‘극적인’ 경사노위 타결 과정, 혹은 양대 노총의 파워게임을 부각하거나, 일부는 이 제도로 일방적인 이익을 얻는 경제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정책의 효과를 독자들에게 명확히 인식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는 않았을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20~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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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