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2019년 1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대안 미디어 부문

재밌으면서도 묵직한 ‘뉴스 콘텐츠’? ‘씨리얼’이 길을 열었다
등록 2019.02.19 18:36
조회 964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대안 미디어 부문에 CBS 씨리얼(C-Real)<지하철에서 이상한 장면을 봤을 때 대처법>(1/9)<용산참사가 어떤 사건이냐고요?>(1/18)을 선정했다.

 

2019년 1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대안 미디어 부문 심사 개요

좋은

대안 미디어

<지하철에서 이상한 장면을 봤을 때 대처법><용산참사가 어떤 사건이냐고요?>

매체 : CBS 씨리얼 보도일자 : 1/9, 1/18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심사 대상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유통된 대안 미디어 콘텐츠

선정사유

CBS 씨리얼(C-Real)은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정치‧사회‧인권 등 다양한 이슈를 젊은 감각의 영상으로 제작하는 뉴미디어 콘텐츠이다. 선거의 의미, 소수자 인권, 국가폭력의 심각성 등 타 매체가 보도로 다뤘다면 상당히 무거웠을 이슈들을 특유의 재치와 ‘일상 속 모티브’로 녹여내 대중성과 유익함을 모두 담보하고 있다. 화제가 된 드라마로부터 사회적 의미를 뽑아내거나 장애인‧여성‧청소년‧비정규직 등 우리 모두의 당사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엮어내는 것 역시 씨리얼의 매력이다.

지난 1월에도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목격했을 때의 대처법, 용산 참사 1주기의 의미를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 영상으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형식과 기계적 중립에 매몰된 보도 콘텐츠가 시민들의 신뢰를 잃고 뉴스 이용 경향이 뉴미디어로 이동하는 현재, 씨리얼은 뉴스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씨리얼 <지하철에서 이상한 장면을 봤을 때 대처법>(1/9)<용산참사가 어떤 사건이냐고요?>(1/18)을 2019년 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대안 미디어 부문 선정작으로 선정했다.

 

CBS 씨리얼(C-Real)은 청년 인턴들이 SNS에 제작 영상을 게재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해 지금은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뉴미디어 기반 영상 콘텐츠이다. 정치적 이슈는 물론 소수자 인권, 성범죄의 심각성, 청소년 권리,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문제로서의 자살, 각종 참사 및 국가폭력 등 대부분의 경제‧사회적 이슈까지 망라하고 있다. 타 매체가 다뤘다면 상당히 무거웠을 이런 주제들을 일상 속의 경험과 특유의 재치로 녹여내 대중성과 유익함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것이 씨리얼의 강점이다. 각종 소품을 이용한 배경 묘사와 제작진의 손가락을 이용한 사람 묘사, 풍부한 문학 작품 레퍼런스를 동원한 자막 및 나래이션 등 영상의 구성 역시 감각적인 매력으로 특히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를 통해 씨리얼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우리의 시각에서 벗어난 여러 일상 속 부조리들과 엄중한 이슈들을 이해하기 쉽게, 널리 알리고 있다. 뉴미디어로 시민들의 뉴스 수용 매체가 이동하는 현재, 뉴스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하철에서 성추행 목격한 나’를 재현한 ‘씨리얼’

씨리얼은 지난 1월에도 양질의 영상 콘텐츠로 큰 울림을 전했다. <지하철에서 이상한 장면을 봤을 때 대처법>(1/9)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목격했을 때의 대처법을 흥미로우면서도 어렵지 않게 안내한 일종의 ‘매뉴얼 영상’이다. 소박한 소품들로 묘사한 지하철 승강장, 사람의 손가락으로 묘사한 ‘지하철의 탄 나’, “(지하철에서)당신은 음악을 틀었어요. 딱히 음악을 엄청 듣고 싶어서 듣는다기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몸을 싣는 이 커다란 철덩어리 안에서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라는 ‘나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 초반부터 시청자를 흡인력 있게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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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목격한 나’에게 ‘대처법’을 알려준 씨리얼

 

“서로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매너”라는 우리의 일상적 상식은 영상 속에서 성추행을 목격한 ‘나’로부터 급격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내가 본 게 확실해?”, “내가 나서는 게 옳은 일일까?”, “나만 모른 척하면 돼”, “적반하장으로 나오면 어쩌지?” 등 우리가 던질 법한 질문을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읊조리는 영상 속 나에게 씨리얼팀은 명쾌한 해답을 준다. “당신이 봤다면 범죄”이며 “고의적 신체접촉 불법촬영 언어 성희롱도 모두 성범죄”, “피해 공론화해도 된다. 부끄러운 것은 만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피해자를 도와야 하는지도 아주 쉽게 설명한다. 꼭 가해자와 싸울 필요가 없고 단지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라는 것이다. 헛기침, 가해자 주변에 서있기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핵심은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라는 충고이다.

 

용산참사는 곧 ‘나, 우리의 문제’

<용산참사가 어떤 사건이냐고요?>(1/18)는 용산 참사 10주기를 되새기는 영상인데, 용산 참사는 정치권에 의해 이념적으로 오염된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씨리얼은 특유의 ‘일상 속 모티브’를 통해 ‘참사의 본질’을 전달했다. 영상은 ‘2019년 서른 살이 되어 꿈이 월세 탈출이 된 나’로부터 시작된다. 청년 모두가 공유하는 이 통념에서 씨리얼은 용산 참사 10주기를 이끌어낸다. ‘용산참사’는 영상 중반부까지 언급되지 않는다. ‘내가 어째서 내 집 마련을 꿈으로 가지게 됐나’라는, 역시 일상적인 이 꿈을 가지게 된 계기로서의 ‘한 사건’이 담담히 그려지는데 “어떤 사람은 9년 동안 당구장을, 어떤 사람은 13년 동안 중식집을, 어떤 사람은 25년 동안 시계방을 하는 동안 많이 낡은 동네”에 나라가 재개발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많은 건물주들은 사실 이 결정만을 기다렸습니다. 재개발만 되면 땅값은 무조건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사람들은요? 그동안 이곳을 가꾸고 유지하기 위해 투자했던 상인의 노력은, 억울하다고 소리쳐봤자 돌아오는 건 소름끼치는 비극이더라구요”라는 ‘30대의 나’의 독백에서 드디어 용산 참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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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를 ‘30대의 목표 월세탈출’이라는 일상적 모티프로부터 그려낸 씨리얼

 

이어서 재개발 사업에 따른 일방적인 철거를 당한 철거민들의 절박한 상황,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과 희생, 철거민들에게 책임을 덧씌운 재판부와 경찰의 여론조작 등 10년 전 참사의 기록이 여러 보도와 자료를 통해 ‘나의 독백’ 없이 흘러나온다. ‘나’는 현재로 다시 돌아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가 한창’인 그 용산을 배경으로 “감옥을 나온 시계방 사장님은 용산의 큰 쇼핑몰 경비원이 됐고 남편을 잃은 복집 사장님은 그 앞에서 호떡 장사를 합니다. 당시 진압을 총괄했던 서울경찰청장은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라고 읊조린다. 4분 12초간의 짧은 이 영상, 복잡하지 않은 ‘우리 누군가의 나’의 독백이 용산참사의 진실을 그대로 복원하고 있다.

 

재미있고 묵직한 ‘씨리얼’, 뉴스 콘텐츠의 길을 열다

이렇듯 사안의 본질을 ‘일상 속의 우리’로부터 차분히 이끌어 낸 씨리얼의 감각은 민감한 사회‧정치적 이슈에 들러붙기 마련인 이념과 편견을 걷어내고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 누구나 자신에게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성추행 목격’, 누군가는 일부러 외면하는 ‘용산참사’를 ‘바로 내가 직면한 현실’로 대면하도록 하는 것도 씨리얼의 매력이다.

 

비단 성범죄와 용산참사처럼 이미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던 이슈에서만 씨리얼의 콘텐츠가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실제 농인 크리에이터들이 출연해 수어가 청인(청력이 있는 사람)들의 ‘말’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매우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수어로 하는 '19() 토크' 엿보기>(2018/7/26), 여성의 성적 대상화 및 성범죄 노출 위험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자취하는 대학생들’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로서 풀어낸 <"너 자취해? ~ 좋겠다 모텔비 굳겠네?">(2018/3/16) 등 인권 이슈를 ‘바로 나의 문제’로 이입하게 한 콘텐츠들도 많다.

 

최근 기성 보도 콘텐츠는 고착화된 형식에 갇혀 ‘진실’보다는 ‘기계적 중립’에 매몰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젊은 층은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신뢰도와 열독률이 동시에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다. 씨리얼의 콘텐츠는 흥미로우면서도 사안이 지닌 묵직한 의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향후 기성 뉴스 콘텐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씨리얼의 방식이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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