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문대통령은 어쩌다 ‘경제 포기 대통령’이 되었나
정부 “민간 부분 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 강조했는데...
보수지는 “또 공공 일자리”냐고 반발
1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만 9천명 증가하는 데 그치고, 실업자 수(122만명)도 1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환경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민간 부분 활력을 높이는 동시에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에 나서겠다는 등의 정부 대책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언론은 “정부 대책은 또 세금…또 세금으로 일자리”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54조 쓰고도 19년 만의 최악 실업, 정부 대책은 또 ‘세금’>(2/14)에서 “경제 부총리는 ‘공기업들이 올해 2000명을 더 뽑도록 하겠다’는 황당한 땜질 처방을 내놨다”며 “일자리 예산 54조원을 쏟아붓고도 최악의 고용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면 반성하고 노선을 수정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또 세금으로 일자리…공공부문 2000명 추가 채용>(2/14)에서 “연초부터 참담한 고용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가 ‘세금 채용’ 카드를 또 빼들었다”며 “고용충격을 조금이나마 막아보겠다는 취지지만 장기적으로 나라살림에 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사설/일자리 우물 말랐는데 공공채용 확대가 마중물 되겠나>(2/14)에서 “취업자 수는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경기가 살아야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정공법은 제쳐두고 또다시 공공기관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매일경제도 <혹한의 고용시장, 한국 경제 허리가 꺾이고 있다>(2/14)에서 “실업에서 새로운 기록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몇만 개’ 식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정부 주도 일자리가 전체 고용통계를 잠시 좋게 보이게 할지는 몰라도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실패하는 이유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조선‧동아‧매경‧한경 등 보수‧경제지는 최악의 일자리 성적표를 받은 정부가 또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려한다며 ‘황당한 땜질 처방’ ‘상식적이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대한 각 신문사 사설 및 기사 제목(2/14) ⓒ민주언론시민연합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를 읽기는 했을까?
하지만 위 언론의 주장처럼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세금으로 일자리 늘리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13일 홍남기 경제 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제8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2019년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2/13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주요 대책은 5가지입니다.
1. ‘규제샌드박스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규제완화의 효과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
2.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계기로 마련된 지역일자리 창출의 모멘텀을 살려, 노・사・지자체・주민 등 지역내 경제주체간 협력을 통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확산방안」을 구체화하여 이 달중 발표
3.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 조기착공을 신속히 지원하여 투자・고용 창출효과를 최대한 조기에 가시화
4. 주력산업・신산업・서비스산업 등 3대 산업 분야의 산업혁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여건을 강화
5. 어려운 일자리 여건을 타개하기 위하여 “공공” 부문도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음 (추가로 2천명 이상을 더 채용)
이처럼 정부는 일자리 활성이 ‘민간’에 달려있음을 강조했고, 규제완화와 기업투자에 초점을 맞춘 처방전을 내놨습니다.
정부가 확산하겠다는 ‘규제샌드박스’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재벌 특혜”라며 “규제완화가 가져올 결과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낙관적 전망에만 기댄 무모한 선택”이라고 반대해온 사업입니다.(기촉법·인터넷은행법·규제프리존법 등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입장)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규제 센드박스 시행, 이 정부 최대 업적이 될 수 있다>(1/12)에서 “정부 최대 업적이 될 수 있다”며 극찬했습니다. 매일경제도 <닻 올린 규제 샌드박스, 혁신성장 기폭제 되길>(2/12) 동아도 <진통 끝에 빛본 규제 샌드박스, 백 개든 천 개든 과감히 해보라>(1/18)에서 적극 지지했습니다.
또, 정부가 확대하겠다는 ‘광주형 일자리’는 민주노총에서 “(정부가)자본논리와 정치논리에 노동존중 정책을 양보”했다며 강하게 비판한 사업입니다.(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조인식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이처럼 정부는 보수‧경제지가 지지하지만 시민‧노동계가 반발하는 친기업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공 일자리 확대’는 대책 발표 마지막 부분에서 공공 부문“도”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2천명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입니다.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내 비판…손 쉬운 ‘경제 포기 대통령’ 만들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경제지는 정부가 ‘공공 일자리 확대’에 나섰다며 마치 정부가 그런 정책만 내놓은 것처럼 비판합니다. 심지어 조선‧동아‧매경은 자신들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지지해온 ‘규제샌드박스’를 확대하겠다는 내용까지 감추면서 ‘정부가 세금만 축낸다’고 비판합니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비틀어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 솎아내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펼치는 정책을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습니다. 대신, 돈을 쏟아부어도 효과가 없다며 끊임없이 세금 낭비 프레임을 강화하고 정부가 ‘황당한’ 경제 정책을 펼친다며 ‘경제 무능’ 인식을 확산시킵니다. 이렇게 ‘경포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한겨레, 공공 일자리 확대‧경제 체질 개선 필요
문제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보수․경제지는 ‘공공일자리 확대’가 별 효용도 없으며 돈만 낭비하는 정책이라고 한목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재정 투입으로 마이너스 겨우 면한 ‘일자리 통계’>(2/13)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업종별로 볼 때 고용 창출의 핵심인 제조업에서 17만명 줄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탓으로 보인다(…)민간 부문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통해 고용 충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다만, 재정의 효율적 집행이 필요하다. 취업자 수 목표를 맞추기 위한 일회성 일자리보다는 육아·보육·간병·건강관리 등 생활밀착형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같은 지속가능한 고용을 확충하는 일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들 분야에 들어가는 재정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복지 증대 효과도 아울러 거둘 수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경제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따라서 단기 대책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목표치 맞추기에 매몰되는 조급증은 경계해야 하며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는 한국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실업난이 지속되고 있으니 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원을 통해 고용을 창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명박 ‘비지니스 프랜들리’, 박근혜 ‘초이노믹스’의 결과는 무엇이었나?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줄기차게 이어진 비지니스 프랜들리의 결과는 ‘헬조선’이었습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되면 경제가 살아난다’던 ‘초이노믹스’는 집값 폭등과 3포 세대를 낳았습니다. ‘파이가 커져야 분배가 일어난다’는 ‘낙수효과’에 속아 잃어버린 10년을 보냈습니다. 친기업‧친시장 정책은 효과가 없음은 이미 입증됐습니다.
보수‧경제지가 ‘공공 일자리 확대’에 집중할수록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관심은 줄어듭니다. 보수․경제지가 진정으로 실업난에 고통 받는 청년과 서민을 걱정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언론은 비판을 위한 비판을 삼가고,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14일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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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