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 ‘북한군 개입설은 허위’라고 왜 말을 못하니
등록 2019.02.16 12:47
조회 481

지난 8일 국회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 ‘5‧18 가짜 유공자’ 등 망언으로 5‧18을 모욕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이 공청회는 ‘5‧18 북한군 가짜뉴스’의 첨병 지만원 씨를 발제자로 초청했고 지 씨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5‧18북한군 개입설과 5‧18 유공자 특혜 등 각종 악의적 가짜뉴스를 주장했습니다. 김순례 의원의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발언은 세간을 경악케 했습니다.

 

이에 여야 4당이 제명을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의 공식입장은 아니라면서도 “역사적 사실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고 해명해 뭇매를 맞았습니다. 당사자 3인은 사과문에서도 ‘북한군 개입 여부’ 및 ‘가짜 유공자’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파문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14일, 자유한국당은 이종명 의원만 제명하고 김진태‧김순례 두 의원의 징계는 보류해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망언 파문’, 종편 3사는?

보수언론 역시 자유한국당 3인에 비판적 견지를 내비치고 있으나 당혹스러움이 역력합니다. 조선‧동아‧중앙일보는 사태 직후인 9일 관련 지면 기사를 단 1건도 내지 않는 방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고 국민적 분노가 쏟아진 10일 이후에는 망언을 비판하면서도 ‘자유한국당 지지율’, ‘보수 재건’을 우려하는 논조를 보였죠.

 

조선‧동아의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채널A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두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는 ‘5‧18 망언’보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더 많이 보도하는 방식으로 이슈화를 막으려 했습니다.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비판적 견해가 주를 이뤘으나 TV조선 일부 프로그램에서 자유한국당의 망언과 비슷한 수준의 역사 왜곡이 등장했습니다.

 

TV조선‧채널A는 ‘자유한국당 5‧18 망언’ 피할 수 없었다

종편 3사의 7개 주요 시사프로그램은 망언 사태 직후인 9일부터 12일까지, ‘자유한국당 망언’에 꽤 큰 비중을 뒀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채널A <돌직구쇼>를 제외하면 모두 20%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고 MBN <뉴스와이드>의 경우 절반이 넘는 비중으로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7개 프로그램 합계로는 24.8%의 비중을 보였습니다. 자매사 신문과 메인뉴스에서 이슈화를 피하려 했던 TV조선‧채널A도 파문이 커지자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을 보입니다.

 

 

자유한국당 5‧18망언

총 방송 시간

비중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34분

156분

21.8%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11분

149분

7.4%

TV조선 <신통방통>

39분

142분

27%

채널A <정치데스크>

34분

147분

23.1%

채널A <돌직구쇼>

20분

158분

12%

MBN <아침&매일경제>

44분

189분

23.3%

MBN <뉴스와이드>

91분

158분

57.6%

273분

1,099분

24.8%

△ 종편 3사 주요 시사프로그램 ‘자유한국당 5‧18 망언’ 관련 방송 비중 비교(2/9~2/12) Ⓒ민주언론시민연합

 

‘허위사실이 허위인지 특별법으로 조사하자’니…MBN은 ‘봉숭아학당’?

MBN의 경우 조사 기간 중 대체적으로 자유한국당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월 13일 MBN <아침&매일경제>의 한 패널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5‧18 유공자와 북한군 개입설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이 벌어지니 특별법을 통해 조사해야 한다’는, 즉 허위사실로 벌어진 갈등을 특별법으로 재조사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입니다. 김상일 평론가가 김진태 의원의 태도에 “주관적인 의견이다 이런 말씀하셨는데 이게 공직의 자격이 없는 분들”, “공인의 자격이 없고 공공의 적으로서 자리매김을 하시는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한 직후, 이수희 변호사는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이수희 : 5.18 유공자에 대해서는 이제 SNS를 통해서 잘못된 정보도 있고 그런 것들이 이렇게 혼합이 되면서 이게 의구심을 많이 자아내게 만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건 지금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5.18 유공자에 대한 것도 조사를 해서 이게 계속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니까 그러니까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게 그러니까 대외적으로 어떻게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건 사생활 보호도 있으니까 (중략) 공개하지는 않더라도 진상조사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조사를 해서 잘못된 선정이 있다든가 이런 거 아니면 그런 부분은 저는 조사를 해서 이렇게 좀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북한군 개입설도 이것도 그 진상조사위의 조사 대상 안에 들어가 있어야 아예 명문으로 지금 규정이 돼 있는데 이것도 불필요한 그러니까 불필요한 갈등이고 이건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는데 거기에서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가는 것도 저는 필요하다고 보는 것.

  유포자 처벌해야 할 가짜뉴스, 특별법으로 재조사할 이유 없다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의 비협조 속에서 가까스로 통과된 5‧18 진상규명특별법은 자유한국당의 요구 조건인 ‘북한군 개입 여부 조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나머지 여야 4당이 양보한 후에야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애초 주된 목적은 최초 발포 및 집단 발포 책임 규명, 헬기 사격 진상규명, 민간인 학살 및 암매장 진상 규명입니다. 이렇게 진상규명 자체를 볼모로 잡고 ‘북한군 개입 여부’를 주장했던 법안 통과 과정에서 이미 자유한국당은 5‧18을 모독했던 겁니다.

 

이렇듯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자유한국당과 자유한국당 공청회에 초청된 지만원 씨 등 극우인사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을 일이지, 이미 수차례 정부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허위사실로 확정된 북한군 개입설을 혈세를 들여 ‘특별법’을 통해 조사하자는 것은 조악한 모순입니다. 그럴 여유가 있다면 최초 발포자 책임 규명 등 여타 핵심 조사 대상에 더 역량을 쏟는 것이 상식입니다.

 

유공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수희 변호사는 ‘SNS에 잘못된 정보가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불필요한 갈등이 있으니 특별법으로 조사하자’고 주장했습니다. 5‧18 유공자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 역시 이미 많은 타 매체 보도들로 허위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들의 책임을 묻는 일이 필요할 뿐, ‘허위사실’이 ‘허위’인지 무려 ‘특별법’으로 재조사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황당한 발언이 나왔으나 진행자 이상훈 앵커는 “갈등적인 차원에서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 이 말씀”이라고 정리하고는 방송을 이어갔습니다.

 

TV조선 “5‧18 망언도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발언의 자유”

이외 대부분의 종편 3사 프로그램이 자유한국당 망언 3인방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다룬 와중에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달랐습니다. TV조선은 2013년 <장성민의 시사탱크>라는 프로그램에서 ‘5‧18 북한군 개입’을 노골적으로 주장했던 주인공이기도 하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는 역사실 사실을 왜곡하며 망언에 편승한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북한군 개입이 허위사실임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모호하게 처리하는 진행자의 태도는 심각했습니다. 

서정욱: 볼테르가 이런 말을 했잖아요. 나는 당신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내 목숨을 걸고 지켜주겠다, 이런 표현을 썼는데요. 저도 북한군 개입이나, 전적으로 현 증거만 가지고 100%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 게 법원의 판결에서 6번이나 근거 없는 것으로 났다 그러면 더 이상 진상조사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진상조사 법에 보면 북한군 개입 여부에 대해서 진상조사 항목에 있거든요. 왜 이미 판결나서 더 이상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다 문제라면 굳이 더 이상 진상조사법에, 진상조사 대상으로 포함시킬 이유가 뭐가 있냐는 말이에요.

K-002.jpg

△ ‘5・18 망언’ 권리 주장하는 서정욱 변호사.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11)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11)에서 서정욱 변호사는 무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격언까지 거론하며 ‘5・18 망언’에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옹호했습니다. ‘5・18 망언’은 5・18 유족들은 물론, 우리 사회의 민주화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모든 시민을 모독한 겁니다. 역사를 난도질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은 ‘표현의 자유’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도 그런 발언은 처벌받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지만원 씨가 북한군으로 지목한 당사자 5명과 5‧18단체가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 씨가 표현의 자유라는 범위를 초과해 허위사실을 적시, 원고들을 비하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해 사회적 평가를 저해했다”며 9500만원 배상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TV조선에서 이런 사회적 해악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발언이 나온 겁니다. 이는 볼테르에 대한 모독입니다.

 

5‧18진상규명법에 ‘북한군 개입 조사’도 있으니 괜찮다?

‘5‧18 진상규명법’에 ‘북한군 개입 여부 조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자유한국당 3인의 망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 역시 왜곡‧편파 발언입니다. 일단 이 논리는 논란이 커지자 자유한국당 3인이 내놓는 해명과 똑같습니다. 더구나 ‘이미 판결이 나서 문제제기도 못한다면서 진상조사 대상으로 왜 포함시켰느냐’는 서정욱 씨의 ‘문제제기’는 사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겁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5·18 특별법)은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여야 협상에 상당한 난항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이번 망언의 당사자인 이종명 의원이 ‘북한군 개입 여부 조사’ 포함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결국 여당은 △최초 발포 및 집단 발포 책임자 규명 △헬기 사격 규명 등 핵심적 요소가 포함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자유한국당의 요구를 들어줬고 민주평화당 등 다른 야당들도 “이미 규명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특별법 처리가 우선 중요하니 일단 내용을 넣자”는 의미로 양보했습니다. 일종의 정치적 타협, 야합의 결과로 ‘북한군 개입’이라는 허위사실이 특별법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서정욱 씨가 질문한 ‘진상조사법에 포함시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의 답은 ‘망언을 내뱉은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원인’이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면 ‘진상조사법에 있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TV조선은 왜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말하지 못하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11)의 진행자와 다른 패널들이 서정욱 씨 발언에 반론을 펼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망언 수준의 서 씨 발언에 비해 턱없이 패널들의 반론은 턱없이 부족했고 진행자는 ‘북한군 개입설’에 상당한 여지를 남겨 마치 아직 허위사실임이 밝혀지지 않은 것처럼 정리했습니다. 진행자의 이러한 태도는 TV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며 언론사가 ‘북한군 개입설’의 허위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는 태도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K-003.jpg

△ 윤정호 앵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11)

윤정호 앵커 : 서 변호사님이 지금 말씀하신 거는 지금 5.18 진상조사법이 또 있죠. 통과된 게 있죠. 거기에 보면 북한군 관련이 있습니다. 있는데 이거는 다만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사하자는 대목이 들어가 있는 거죠?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한 조사라든지 이런 것들이 진행이 안 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저렇게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분이 의아해하시는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저희들이 지금 지적하는 그런 부분이고요.

 윤정호 앵커는 얼핏 서정욱 변호사를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인지 확인하는 대상’, ‘아직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 이 또한 ‘북한군 개입설’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북한군 개입설’은 지만원 씨의 재판에서도 ‘허위사실’로 적시되었음은 물론, 1980년 계엄사령부 조사 등 지금까지 6차례나 이뤄진 정부 조사를 통해 허위사실임이 반복적으로 확인된 낭설입니다. TV조선은 어째서 이렇게 명확한 허위사실을 ‘거짓말’이라고 정확히 지적하지 못하는 걸까요? 불과 5년 전 스스로 ‘북한군 개입설’을 열심히 보도했기 때문일까요?

 

물론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정부와 국가가 나서서, 이게 한 정부가 아니에요. 몇십 년 동안 6번인가 조사를 했어요. 국방부도 조사를 하고 정부도 조사를 하고 법원의 판결도 나고. 그 개입설에 대해서. 그렇게 해서 결론이 난 사안”이라 지적하고 강희용 민주당 동작구(을) 지역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그 조항(북한군 개엽 여부 조사)이 들어가는 조건으로 그 법안을 통과시켜 주겠다고 이렇게 이야기(했다)”라며 특별법 통과 과정을 일면 짚는 등 다른 패널들이 강력히 반박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시사‧대담 프로그램 진행을 총괄하고 논의 내용을 정리하는 진행자가 ‘허위사실’을 허위사실이라고 하지 않은 이상, 이런 반론들은 의미가 없습니다.

 

‘헬기 사격은 언론의 의혹, 북한군 개입설은 논란의 조사 대상’?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진행자의 이러한 모호한 태도는 반복됐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12)에서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5‧18특별법을 간단히 정리하던 윤 앵커는 5‧18 역사 인식에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윤정호 앵커 : 진상규명을 위해서 특별법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네 가지 정도가 가장 큰 조사 범위죠. 민간인 학살과 실종, 암매장 등에 대한 부분이 있고, 군의 최초 발포 경위에 대한 부분이 있고요. 집단 발포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 아직까지 최초 발포를 지시한 사람이 드러나지 않은 그런 부분이죠. 그리고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을 한 일이 있는 건지 또 전투기가 당시에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건지, 그런 의혹들. 최근에 언론을 통해서 일부 의혹이 제기됐던 그런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군 개입설. 이런 것들이 조사 대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초 발포 경위, 집단 발포 책임, 민간인 실종 및 암매장, 헬기 사격 등이 “최근 언론을 통해서 일부 제기됐던 의혹”이라니 TV조선의 역사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초 발포 경위와 집단 발포 책임은 최근이 아니라 1988년 제5공화국 청문회부터 많은 사람들이 캐내고자 했던 핵심 쟁점입니다. 민간인 학살 및 암매장, 헬기 사격은 2017년 SBS <그것이알고싶다>를 비롯한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재차 공론화되기는 했으나 이미 광주민주화운동 당시부터 많은 광주 시민들이 증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언론 보도 자체가 2017년부터 본격화됐으므로 TV조선의 입장을 일부 인정한다 해도, 헬기 사격과 민간인 학살은 ‘언론이 제기한 의혹’ 수준이 아니라, 2017년 국방부 과거사위 재조사에서 상당량의 증언을 확보해 ‘사실’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요소들을 끝까지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의혹’으로 남겨 놓고자 하는 의도를 노출하고 만 것일까요?

 

TV조선 진행자는 반면 ‘북한군 개입설’에는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하는 대신, ‘가장 큰 논란이 된 조사 대상’이라 규정했습니다. 대체 무엇이 논란이라는 것일까요? 북한군 개입설이 큰 논란이 될만큼 조사 필요한 의제라는 걸까요? 최초 발포 경위와 헬기 사격은 ‘일부 언론의 의혹’이고, ‘북한군 개입설’이 ‘가장 큰 논란인 조사 대상’이라니,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역사적 사실과 다른 관점입니다.

 

‘유공자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는 TV조선 패널

<이것이정치다> 외에 TV조선의 다른 2개 프로그램은 <이것이 정치다>처럼 모호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은 9일부터 12일까지 단 한 번도 ‘자유한국당 5‧18 망언’을 별도의 코너로 다루지 않았고 다룬 시간도 총 11분에 불과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일정 및 흥행 여부를 다루던 중 언급한 수준에 그친 겁니다. 물론 비판적 발언이 나오기도 했으나 일부 패널은 자유한국당을 옹호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2/12)에서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5‧18 유공자 명단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도운 : 세 의원의 주장 가운데 제가 보기에 약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부분 (중략) 주로 다른 지역 분들이 5.18 유공자분들의 어떤 보상이 다른 유공자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서 어떻게 되느냐. 그 분들 자녀들이 공직 등 취업할 때 가산점을 받는 게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 젊은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차별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식의 문제를 제기하는 게 있거든요 (중략) 그렇지만 이 부분도 이미 법적으로 안 되는 게 결정이 됐어요. 왜냐하면 소송을 했는데 법원에서 이건 공개할 수 없다고 판결을 한 부분이거든요. 그러니까 이(종명) 의원님께서는 의원직을 공개하면 사퇴하겠다 하지 마시고 그걸 진정으로 원하면 동료 의원들을 규합을 해서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노력을 해야 되겠죠

 이는 앞서 북한군 개입설이 허위라는 명백한 사실 앞에 유보적 태도를 보인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처럼 허위사실을 주장한 것이나 다름없는 장면입니다. 이도운 씨는 5‧18 유공자가 다른 유공자들에 비해 특혜를 받는다는 문제 제기가 있으니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심지어 의원직 사퇴를 밝힌 이종명 의원에게 사퇴를 번복하고 명단을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하라는 요구까지 했습니다. 이는 매우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진행자 엄성섭 앵커는 “아 그렇군요”라고 시인하고는 다음 주제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유공자 특혜있으니 명단 공개’? TV조선만 모르는 ‘가짜뉴스’

5‧18 유공자에게는 그 어떤 특혜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5·18 민주유공자가 가산점 받아 공무원 싹쓸이?>(2/12)는 “5·18 유공자가 법에 따라 공무원채용 시험에서 5∼10%의 가산점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5·18 유공자뿐 아니라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등 모든 취업지원 유공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5·18 유공자 공무원 합격자 수는 매해 전체 합격자 대비 0.1% 안팎의 수준”, “보훈처에서 5·18 유공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이나 수당, 연금은 없으며, 병역 면제 혜택도 제공되지 않는다. 의료, 교육, 취업 등은 다른 국가유공자와 동일한 수준에서 지원된다”고 ‘팩트체크’했습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6·25 참전용사 처우 5·18 민주유공자에 못 미친다?>(2/12)는 ‘6·25 참전용사에 대한 국가의 처우가 5·18 유공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 역시 ‘가짜뉴스’라면서 “5·18유공자와 참전유공자에 대한 국가보훈처 보훈수혜 내역은 거의 비슷하며 보상금·수당 지급, 의료 지원, 병역 면제 측면에서는 참전유공자가 더 포괄적인 혜택을 누린다”고 전했죠. 이런 가짜뉴스들을 근거로 ‘명단 공개’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3인방 등 일부 극우세력에게도 연합뉴스는 ‘팩트’로서 반박했습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알 권리 위해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해야 한다?>(2/12)는 “국가보훈처와 법원 판결에 따르면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면서 “다른 유공자 명단도 비공개”라 지적했습니다.

 

채널A는 보수 패널도 ‘자유한국당 퇴행’ 규탄

채널A‧MBN의 시사 프로그램들은 자유한국당의 망언에 상당히 비판적 견지를 보였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의 일부 장면만 봐도 TV조선 <이것이 정치다>가 역사적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의 태도부터 다릅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2/11)에서 이 이슈를 다루면서 진행자 이용환 앵커는 자유한국당을 “5‧18 모독 역풍을 맞은 정당”이라 소개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규정입니다. 또한 TV조선의 서정욱 씨처럼 보수적 입장을 피력해 온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은 TV조선 패널 서정욱 씨, 진행자 윤정호 앵커와는 달리 아주 단호한 태도로 자유한국당을 비판했습니다. “보수 건 우파건 간에 이 문제(광주민주화운동)는 역사적으로 정리가 끝난 사안”, “(자유한국당 3인의 발언)은 분명한 퇴행”, “(자유한국당 3인의 태도가)지금 자유한국당이 건강하게 나가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정 씨는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해명에도 “굉장히 안이한 인식”, “앞으로 자유 한국당 내에서 이런 얘기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분명한 조치를 취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해야(한다)”고 규탄했습니다. “보수의 스팩트럼, 다양성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민주화의 역사를 모욕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운운한 나경원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명확한 태도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 채널A <돌직구쇼><정치데스크>, MBN <아침&매일경제><뉴스와이드>(2/9~12)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정선화 인턴

 

monitor_20190216_06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