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5‧18 망언’보다 ‘전당대회’가 더 많은 TV조선‧채널A의 자유한국당 보도
등록 2019.02.13 13:10
조회 574

지난 8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극우논객 지만원 씨와 함께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5‧18 유공자를 모독하는 망언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후 역사를 왜곡한 지만원 씨의 발언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망언에 대해 비판여론이 일었고, 지난 12일에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이 문제발언을 했던 김순례, 김진태, 이종명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습니다. 민언련은 공청회가 있었던 8일부터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의 입장이 발표된 11일까지 이번 논란에 대한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보도를 모니터했습니다.

 

‘5‧18 망언’ 관련 보도 JTBC 10.5건, TV조선 3건

이번 논란에 가장 적극적인 보도양상을 보인 방송사는 JTBC였습니다. JTBC는 4일간 10.5건을 보도하며 8개 방송사 중 가장 많은 보도를 진행했고 이어 MBC‧SBS‧MBN 8건, KBS 6건, 채널A 5건, YTN 3.5건, TV조선 3건 순이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2/8

1건

(9번째)

1건

(6번째)

1건

(6번째)

1건

(14번째)

-

-

-

-

2/9

1건

(8번째)

1건

(8번째)

1건

(6번째)

2건

(8번째)

-

-

1건

(6번째)

미방송

2/10

1건

(10번째)

2건

(5번째)

1건

(3번째)

1건

(9번째)

1건

(7번째)

1건

(5번째)

2건

(8번째)

미방송

2/11

3건

(톱보도)

4건

(톱보도)

5건

(톱보도)

6.5건

(톱보도)

2건

(3번째)

4건

(톱보도)

5건

(4번째)

3.5건

(톱보도)

합계

6건

8건

8건

10.5건

3건

5건

8건

3.5건

△‘자유한국당 의원 5‧18 망언’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2/8~11),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8개 방송사 중 TV조선은 4일간 3건에 그치며 가장 소극적인 보도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문제의 발언이 등장했던 공청회가 진행된 8일과 비판이 집중적으로 등장한 9일에는 보도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논란에 대해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채널A 역시 TV조선과 마찬가지로 8, 9일 보도를 진행하지 않았고 MBN‧YTN은 8일 보도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채널A, ‘5‧18 망언’은 숨기고 ‘전당대회’는 띄우고

TV조선‧채널A의 자유한국당 관련 보도들을 살펴보면 유달리 자유한국당에 불리한 ‘5‧18 망언’ 관련보도가 적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관련 보도량을 살펴보면 TV조선‧채널A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MBN 5건, JTBC 4.5건, KBS‧MBC 3건, YTN 2.5건, SBS 2건 순이었습니다. ‘5‧18 망언’보다 ‘전당대회’를 더 많이 보도한 방송사 역시 8개 방송사 중 TV조선‧채널A뿐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 관련 보도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TV조선‧채널A가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관련 보도에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518 전당대회 비교.JPG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5‧18 망언

6건

8건

8건

10.5건

3건

5건

8건

3.5건

전당대회

3건

3건

2건

4.5건

6건

6건

5건

2.5건

△‘자유한국당 의원 5‧18 망언’, ‘전당대회’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2/8~11)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TV조선은 보도량과 순서를 분석해보면 ‘5‧18 망언’보다 ‘전당대회’를 더 중요시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0일 TV조선은 ‘5‧18 망언’ 관련 보도와 ‘전당대회’ 관련 보도를 각각 1건씩 진행했지만 순서는 ‘전당대회’가 먼저였습니다. 이어 11일에는 ‘전당대회’ 관련 보도를 톱보도로 2건 배치했고 ‘5‧18 망언’ 관련 보도는 전당대회 관련 보도에 이어 3번째 보도로 1건을 진행했습니다. 역사를 왜곡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은 숨기고 전당대회는 띄워준 것입니다.

 

물론 뉴스의 구성과 배치는 언론사의 권한입니다. 하지만 반복된 역사왜곡 루머를 퍼뜨리고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한 비판보다 당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더 중요한 뉴스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TV조선의 보도에는 ‘지만원’, ‘북한군 개입설’이 없었다

TV조선의 보도에서 드러나는 특이점은 이번 논란의 시작점인 ‘북한군 개입설’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TV조선 <“망언 의원 제명 추진”↔한국당 ‘진화 부심’>(2/10 서주민 기자)에서는 “5.18 관련 공청회에서 5.18을 폄하하고 유족을 모독하는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이 제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라며 공청회를 언급했지만 정작 지만원 씨나 북한군 개입설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5‧18 망언’ 의원에 거센 비난 쏟아져>(2/11 김보건 기자)에서도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유가족을 모독하는 발언을 한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거센 비판이 쏟아 지고 있습니다”라며 비판 여론을 소개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마련해준 자리에서 지만원 씨를 통해 북한군 개입설이 나왔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이 지만원 씨와 북한군 개입설을 언급한 부분은 앵커논평 꼭지인 <앵커의 시선/제 1야당의 수준>(2/11 신동욱 앵커)에서 신동욱 앵커가 북한군 개입설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원이 개입했다고 끊임없이 주장하는 사람”, “극우 인사로 불리는 지만원씨”라고 설명한 점이 유일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의 리포트 대신 앵커 개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논평을 통해서만 언급이 된 것이죠. TV조선의 보도양상만 놓고 본다면 지만원 씨와 북한군 개입설을 회피하는 듯 볼 수도 있었습니다.

 

TV조선은 6년 전 진행한 ‘북한군 개입설 팩트체크’를 왜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만원 씨가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은 TV조선에게는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2013/5/13)에서는 탈북자 임천용 씨가 출연해 “‘광주사태’ 당시 북한 특수부대 1개 대대가 광주에 대거 침투했다”라며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고, 진행자 장성민 씨가 “북한의 특수 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돼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며 임 씨의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이로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법정제재인 ‘경고 및 관계자 징계’를 내렸습니다. TV조선에게 있어 ‘북한군 개입설’은 잊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TV조선이 ‘북한군 개입설’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논란의 방송 이후 TV조선이 ‘북한군 개입설’을 스스로 팩트체크 했기 때문입니다. 2013년 당시 TV조선의 저녁종합뉴스 프로그램이었던 <뉴스쇼 판>에서는 무려 6건에 걸쳐 집중적으로 ‘북한군 개입설’의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대표적으로 TV조선 <'대대급 북 인민군 개입은 억지 주장'>(2013/5/22 이상준 기자)는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이 소문은 탈북자들의 주장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진행된 정부와 국회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고 전문가들도 억지 주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라며 낭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TV조선 <신원미상자·행방불명자가 북 인민군?>(2013/5/22 강성명 기자)에서는 북한군 개입설의 맥락 중 하나인 신원 미상자와 행방불명자들을 통한 논리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TV조선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한군 장교 출신 임천용 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수십명의 행방불명자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이 북한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사실일까? 5·18국립묘지에 있는 '무명열사의 묘'입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5구에 불과합니다. 이 마저도 당시 검시서를 보면 차 위에서 시위를 하다 떨어져 숨졌거나 4살짜리 아이 그리고 40대 남성 등으로 북한군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신을 찾지 못해 행방불명자가 된 이들에 대한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5·18 당시 실종된 66명의 행방불명자를 추모하는 곳입니다. 비석마다 이렇게 생년월일은 물론, 가족들의 이름까지 정확히 적혀 있습니다. 모두 대한민국 국적으로 가족이 있고 신원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도 북한군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1.JPG△‘북한군 개입설’ 전면 반박한 TV조선 <뉴스쇼 판>(2013/5/22)

 

TV조선은 이어 <'인민군 영웅 열사묘 주장'도 허구>(2013/5/22 정세영 기자)에서 또 다른 맥락인 ‘인민군 열사묘’가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4개 정권 조사에서도 '민주화 운동' 결론>(2013/5/22 하누리 기자)에서는 과거 정권에서 진행된 진상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북한군 개입설’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진실 왜곡 '루머' 악순환 "이제는 끊어야">(2013/5/22 양지혜 기자)에서는 “수차례 진실 규명을 통해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한 5·18. 근거없는 루머 대신 역사의 진실만이 남겨져야 할 때”라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거짓 루머의 유포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군 개입설’에 팩트체크 나선 MBC‧JTBC

이처럼 TV조선은 이미 6년 전 ‘북한군 개입설’이 부당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이 이번 ‘5‧18 망언’ 논란 보도에서 과거에 진행한 팩트체크 보도들을 활용했다면 8개 방송사 중 단연 돋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군 개입설’과 관련된 팩트체크 보도는 TV조선이 아닌 MBC‧JTBC에서 등장했습니다. MBC <‘가짜뉴스’로 결론났는데…“국민 대표들이 확산”>(2/10 박영회 기자)는 지만원 씨의 주장에 대해 법적 판결을 인용하며 “재판 결과 명백한 가짜 뉴스”라고 지적했습니다. MBC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영회 기자 : 지씨는 어떤 전문가가 어떻게 분석했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한 반면, 북한군으로 지목된 사진 속 인물들은 광주 시민이었던 걸로 밝혀진 겁니다. 지씨가 광주에 침투했다고 지목한 북한 주민들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아 (탈북민)/지난달 10일, 국회 : "저는 1976년 1월 5일생이고요. 지금 이 사진을 보다시피 지금 이 사람이 저라고 말합니다. 광주 사태 때, 이게 4살짜리의 모습인가요?"

 

박영회 기자 : 법원이 지씨 주장에 대해 "건전한 상식을 갖춘 일반인이 보기에 신빙성이 상당히 부족해, 의도가 악의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을 정도입니다.

 

JTBC <팩트체크/역사왜곡 가짜뉴스 삭제 못하나?>(2/11 오대영 기자)는 ‘북한군 개입설’이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극우 유튜브 채널들의 영상 삭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JTBC는 영상의 근본적인 삭제는 어렵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치를 통해 차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했습니다. JTBC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대영 기자 : 국내의 사업자와 달리 유튜브 같은 국외 사업자에게는 '삭제 명령'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버가 한국에 없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 : 그러면 유튜브에 있는 불법정보는, 그냥 방치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예요?

 

오대영 기자 :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바로 '차단'인데요. 방송통신위원회가 SKT, KT, U+ 같은 통신사에 차단을 명령하는 겁니다. (중략) 지난해 구글의 정보 중에서 5100건 이상이 시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 한 건도 삭제 명령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통신사에게 차단을 명령해서 검색이 안 되게 가려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완전 삭제는 유튜브가 스스로 하지 않는 한 어렵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8~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Q>(1부)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monitor_20190213_59.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