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5・18 망언에 여론 들끓는데…보수언론은 맹탕 비판지난 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광주폭동”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등 망언을 쏟아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지만원 씨는 이미 재판과 수사를 통해 ‘거짓’으로 밝혀진 ‘북한군 개입설’을 또다시 주장했습니다.
이번 ‘5・18 망언’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유린한 중대 사건입니다. 증거도 없는 북한군 개입설이 국회에서 또다시 나도는 것은 ‘의견의 다양성’ 범주를 넘어선 비상식적 일탈행위일 뿐입니다. 이에 여야4당과 5・18 관련 단체들은 국회의원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퇴행적 역사가 자라날 수 없도록 뿌리 채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수언론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요.
보도량에서 크게 차이나…기사 한두 건으로 다룰 문제인가
5・18 망언이 나온 다음 날인 9일,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지 중 망언을 보도한 신문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뿐이었습니다. 각각 2건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9일에 조선‧중앙‧동아‧매경‧한경은 단 1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마치 자유한국당에 악재가 터졌지만, 조용히 지나가자는 태도나 다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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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매일경제 |
한국경제 |
2/9 |
2건 |
0건 |
0건 |
0건 |
2건 |
0건 |
0건 |
2/11 |
1건 |
1건 |
2건 |
2건 |
5건 |
1건 |
1건 |
2/12 |
6건 |
1건 |
4건 |
4건 |
7건 |
0건 |
1건 |
(사설) |
(2건) |
(0건) |
(1건) |
(2건) |
(1건) |
(0건) |
(0건) |
합계 |
9건 |
2건 |
6건 |
6건 |
14건 |
1건 |
2건 |
△ 자유한국당 5・18 망언 관련 보도량(2/9~2/12) ⓒ민주언론시민연합
주말 사이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조선과 중앙의 보도양상은 약간 달라졌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11일 2건, 12일 4건 총 6건을 보도했습니다. 비판하는 사설도 각 1건씩 포함돼 있습니다. 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11일 12일 각 1건씩 총 2건, 한국경제는 11일 1건으로 총 1건만 보도했습니다. 총 14건을 보도한 한겨레와 9건을 보도한 경향신문과 대조적입니다.
이는 39년간 고통에 시달려온 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매우 실망스러운 보도량입니다. 또한 5・18 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여야4당이 합세해 연일 비판 공세를 올리는 등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것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보도량이며 사실상 ‘덮고 가자’는 태도입니다.
한겨레‧경향만 ‘제명’ 주문…조선‧중앙 ‘맹탕 비판’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경향신문은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모두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을 비판했지만, 논조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한국당, 5・18망언 단호한 징계로 진정성 보여야>(2/11)에서 “여야4당은 망발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 회부는 물론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을 비호할 이유가 없다. 엄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향신문도 <사설/5・18 망언을 다양한 의견으로 치부하는 한국당 지도부>(2/12)에서 “반동을 획책하는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엄중한 단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처럼 한겨레‧경향신문은 ‘자유한국당 3인방 제명’을 주장했으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신문사 |
사설 제목 |
제명 주장 여부 |
일자 |
경향신문 |
5・18 우롱한 세력에 멍석 깔아준 한국당 |
X |
2/9 |
5・18 망언을 다양한 의견으로 치부하는 한국당 지도부 |
O |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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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 |
- |
- |
조선일보 |
점입가경 한국당 |
X |
2/12 |
중앙일보 |
보수 재건에 찬물 끼얹은 한국당 의원들 5・18 망언 |
X |
2/11 |
자중지란 한국당, 국민이 무섭지 않은가 |
X |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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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한국당, 5・18망언 단호한 징계로 진정성 보여야 |
O |
2/11 |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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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한국경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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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망언 관련 사설의 ‘자유한국당 3인방 제명’ 주장 여부 (2/9~12) ⓒ 민주언론시민연합
자유한국당 지지율 걱정한 조선‧중앙
이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걱정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데스크에서/극단으로, 과거로 가는 한국당>(2/11 최승현 정치부 차장)에서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은 법원 등에서 허위사실로 인정된 사안이다. 그런데도 지씨는 무리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5・18 토론회를 “상식적인 국민 눈높이에선 퇴행적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지적 후에 호되게 나무라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 진출하는 ‘서진’을 벼르고 있다”며 “5・18 관련해 이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서진’은 고사하고 수도권 민심에도 악영향을 미쳐 제 1야당 자리나마 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가 야당복은 있다’고 하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광주 망언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본심은 자유한국당에게 “지지율 깎이니 조심하자”고 달래는 격입니다.
이튿날 조선일보가 내놓은 <사설/점입가경 한국당>(12/12)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전당대회’를 놓고 벌어지는 한국당 내 갈등과 5・18 망언을 묶어 비판한 뒤, “민생과 안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집권 세력의 폭주에 놀라고 지친 상당수 국민은 한국당이 새 지도부 진용을 갖춰 합리적 견제에 나서주지 않을까 내심 바랐을 것이다”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요 며칠 새 한국당 안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소란들은 그런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까지 부끄럽게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도 ‘보수 재건’을 걱정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보수재건에 찬물 끼얹은 한국당 의원들의 5・18망언>(2/11)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는 이 레드 라인을 한참 넘었다”고 5・18 망언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청회에서 나온 말들은 좁게 보면 건강한 보수 재건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었고, 넓게 보면 나라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했다”며 “극단적인 우익은 진정한 보수의 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5‧18 광주 학살의 공범, 조선일보…통렬한 자기반성 필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극단적 우파의 주장을 배척하고 그들과 선을 긋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들이 한 행태에 대한 성찰이 없는 부끄러운 행태입니다.
조선일보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의 발표를 그대로 전하며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넣는 데 앞장섰습니다.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에 기생한 것입니다. 단행본 <조선일보 대해부 4>에 기록된 조선일보의 5・18 당시 보도행태를 돌아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광주 항쟁에 대한 일언반구의 보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5월 22일 광주사태를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상당수의 타 지역 불순인물 및 고첩(고정간첩)들이 사태를 극한적인 상태로 유도하기 위하여 여러분의 고장에 잠입”했다는 왜곡 날조된 계엄사의 발표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5월 23일부터는 광주시민들의 저항을 ‘폭동’으로, 진압군의 잔악행위는 ‘유언비어’로 소개했습니다.
조선일보 <광주 사태 수습의 기미>(1980/5/23)는 진실을 은폐하며 광주 시민을 ‘폭도’로 규정했습니다.
22일 현재 군과 경찰이 전남도청에서 철수한 뒤 광주시는 일부 무장한 폭도에 의해 장악되어 행정은 완전히 마비됐다.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던 군은 조선대로 철수했으며, 경찰도 모두 빠져나갔다. 소요는 21일 목포로까지 번져 광주에서 내려간 폭도에 의해 과격행위가 있었으나 대다수 시민들은 이들을 추종하지 않았으며 대학생들이 과격한 군중들의 해산을 종용했다(…) 폭도들은 경찰서와 예비군 무기고에서 총기와 탄약을 탈취, 무장하고 광주시청, 전남도청 등 주요 공공건물을 차례대로 점거하는 한편, 광주세무서, 광주 KBS, MBC 건물에 방화했다(…)이번 사태와 관련해 광주 일원을 비롯해 전국에는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5월 27일 계엄군에 의해 최후의 항전이 벌어졌던 전남도청이 점령당하고 사태가 일단락된 뒤, 조선일보는 28일 <사설/악몽 씻고 일어서자>(1980/5/28)에서 이렇게 계엄군을 칭송했습니다.
지금 오직 명백한 것은 광주시민 여러분은 이제 아무런 위협도, 공포도, 불안도 느끼지 않아도 될, 여러분의 생명과 재산을 포함한 모든 안전이 확고하게 보장되는 조건과 환경의 보호를 받게 됐고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국군이 선량한 절대다수의 광주시민, 곧 국민의 일부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이번 행동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음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 게엄군은 일반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소화한 희생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조선일보가 5‧18민주화항쟁을 보도한 실제 모습입니다. 광주학살의 공범인 조선일보는 이번 ‘5‧18망언’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을 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5‧18민주항쟁을 왜곡하려는 극우세력을 주장을 비판하고 바로잡고자 나서야 합니다. 그게 5・18 영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9일~2019년 2월 12일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