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더 많은 민영화’가 ‘위험의 외주화’ 근본대책이라는 한국경제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유가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가 요구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식사과 등을 정부와 여당, 사측이 수용함에 따라, 지난 주말에 김용균 씨의 장례가 엄수되었습니다.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62일만이었습니다.
대책위가 정부 대응을 수용한 이후인 2월 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경제가 관련 사설을 내놨습니다. 특히 김용균 씨의 장례식에 대해서만 따로 기사를 낸 곳은 경향신문, 한겨레, 동아일보, 매일경제입니다. 장례식 관련 보도를 1면에 관련 기사를 낸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뿐입니다.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를 단 한건도 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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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일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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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사진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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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균 씨 사망 및 장례식 관련 후속대책 관련 보도량(2/7~11). ( )는 사설 ⓒ민주언론시민연합
핀셋 대책에 머무른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 내놓은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사설/58일 만에 장례, ‘김용균’이 남긴 것>(2/7)에서 “당정이 내놓은 안을 보면, 김용균 씨가 하던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핀셋 대책’에 머물렀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규직 전환도 발전소 직접고용이 아닌 5개 발전사의 통합자회사나 한전산업개발을 공기업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이는 원청의 의무를 하청에 떠넘기는 위험의 또 다른 외주화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도 <사설/‘위험의 외주화’근절, 밀알 심고 떠나는 김용균씨>(2/7)에서 “원청 사용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정도로는 이런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공공부문이 안전을 담보로 비용절감 경쟁을 벌이면서, 민간부문의 위험 외주화와 산업재해 세계 1위를 부추긴 책임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안전보다 앞서는 ‘민영화 이념’
동아일보 <사설/‘산재공화국’ 오명 탈피…공기업화에만 의존 말고 근본 해법을>(2/7)과 한국경제 <사설/작업장 위험 관리, 여론용 땜질 아닌 근본대책 필요하다>(2/7)는 근본대책이 직고용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와 한국경제의 논조는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었습니다. 동아일보는 “체계적인 안전교육과 안전장비 구축, 안전을 최우선하는 산업문화 형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정규직화는 “눈앞의 손쉬운 대책”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위험의 외주화’는 ‘더 많은 민영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수준입니다. 한국경제는 “위험한 작업일수록 특화된 전문가 집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했는데요. 이는 지난 민언련 보고서 <‘위험의 외주화’가 아니라 ‘위험관리 업무의 전문화’라는 한국경제의 말장난>(1/15)에서 지적했던 것과 동어반복입니다. “공기업은 업무성과와 효율이 낮다는 점에서 ‘직고용’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중략) 손쉽고 허울 좋은 공기업화보다 전문화․분업화 촉진과 민간부문 경쟁을 활성화하는 시장 환경 조성이 근본처방”이라는 주장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공공성이 강한 발전 산업에 민영화를 추진하여 공공성을 훼손한 것이 어떻게 산업안전을 무너뜨리고 김용균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지 도외시한 것입니다. 한겨레21 <‘김용균들’ 목숨과 맞바꾼 공기업 민영화 24년>(2018/12/28, 이승준․변지민 기자)에서는 ‘위험의 외주화’의 역사적 맥락을 잘 짚어냈습니다. 한겨레21 기사에 따르면, 1994년 발전소 운영업을 독점하던 한국전력의 준 공기업 자회사 한전 KPS파업으로 인해 ‘대체근로’를 찾던 정부는 발전소 관리업무를 민영화하겠다는 구상을 하였고, 경쟁․효율화라는 명목으로 민간 하청업체들을 육성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쟁은 ‘저가입찰’로 변질되어 하청업체 노동자는 전문화․분업화는커녕 3년마다 계약이 끊겨 다른 하청업체로 옮겨 다녀야 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또한, 민간 발전업체들의 주식을 확보한 사모펀드들이 배당 확보를 위해 재무제표 개선에만 몰두하다 보니, 안전과 기술에 관한 투자는 줄어들어 “민간 업체가 기술력 부족으로 발전소 설비 고장시 제때 고치지 못하고 한전 KPS에 기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2013~2017년간 128건에 이르렀”으며, “발전설비 정비산업 민간 개방을 본격화한 2013년 이후 발전소 고장 건수가 연평균 68건으로, 2013년 이전 연평균 53건에 비해 28%늘어”났고 결국 김용균 씨의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안정적인 고용과 발전 산업 공공성 회복이 ‘안전을 최우선하는 산업문화 형성’과 ‘전문화․분업화’의 선결조건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사설/발전소 안전사고, 공기업이 맡으면 다 해결된다는 건가>(2/7)에서 정규직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며 “정책의 부작용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강성 노조 눈치만 살피면서 표만 좇는 정부 행태”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무엇이 ‘만병통치약’인지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애매한 소리만 했습니다.
이처럼 일부 언론들이 직고용을 통해 민영화를 조금이나마 되돌리고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여론용 땜질’, ‘표만 좆는 행태’, ‘손쉬운 대책’ 등으로 폄하하는 것은 노동자의 안전은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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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