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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예산 부족이 최저임금 때문이라니?지난 15일 광화문 광장에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및 학부모 7천 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습니다. 센터의 적정 운영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집회를 연 것입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 제52조에 근거해 설치된,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 아동에게 돌봄‧복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아동복지시설입니다. 그들이 광장으로 나온 건 ‘예산 부족’이 이유였습니다. 2018년과 비교해 2019년 센터 보조금이 겨우 3~4만원 오른 데 그쳤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을 따라가기도 힘들 뿐 아니라, 최저임금 위반을 하지 않으려면 결국 지역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생각해봅시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및 학부모가 최저임금이 올라서 그걸 내리라고 거리로 나온 것일까요? 최저임금이 올랐으면 그에 걸 맞는 적정 운영비를 주어야하는데 그것이 미비하니 운영비를 추가로 편성해달라고 나온 것입니다. 이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집회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일축하는 언론사가 있습니다. 아무리 기승전 최저임금 인상이라더니 해도해도 너무한 억지 아닌가요? 이들의 보도를 살펴보죠.
최저임금만 보이고 쥐꼬리 예산은 안 보이나
TV조선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및 학부모의 집회 당일, <최저임금 불똥에 아동센터 ‘아우성’>(1/15 최민식 기자)란 기사를 냈습니다.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지역아동센터 집회를 다룬 곳은 TV조선 밖에 없었습니다. 제목부터 최저임금 때문에 아우성이라는 이미지만 들어오는 제목뽑기입니다. 오현주 앵커는 이렇게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지역 아동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미쳤습니다. 직원들 임금을 맞춰주려면 아이들의 교육비를 줄여야 할 형편인데요. 학부모와 종사자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지원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 최저임금 인상에 아동센터가 아우성이라는 TV조선 <뉴스9>(1/15)
이어 리포트에선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비추면서 “문제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0%가량 오르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줄여야 할 상황이란 점. 지난해까지 380만 원이던 인건비는 올해 38만 원 가량 상승했는데, 정부 지원금은 4만원 늘어나는데 그쳐 전체 운영 예산이 34만원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영 예산이 줄어든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에 있다고 못 박은 겁니다.
△ 센터 예산 부족의 원인을 최저임금으로 꼽은 TV조선 <뉴스9>(1/15)
오십보백보인 채널A의 최저임금 타령
이후 집회가 열린지 5일이 지난 날, TV조선과 비슷한 제목으로 채널A가 <최저임금 인상 불똥 튄 아동센터>(1/20 박지혜 기자)란 기사를 냈습니다. 기사 구성도 비슷합니다. 차지완 앵커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 복지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의 자녀를 돌보는 지역 아동 센터도 유탄을 맞았는데요. 직원들 임금을 맞춰 주려면 아이들의 교육비를 줄여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라고 브리핑했습니다.
이 리포트에서 기자는 “올해부터 교육과 취미활동 프로그램이 대폭 줄어들 거라는 우려가 큽니다”라고 전하며 그 이유로 “최저임금이 10.9% 올라 센터 직원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반면, 정부의 운영비 지원금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2.8% 느는 데 그친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직원에게 최저임금을 맞춰 주려면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 사업비를 줄여야 할 상황에 놓인 겁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저임금을 내리란 말이 아니지 않는가!
TV조선과 채널A의 기사를 종합해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지역아동센터 운영이 어려워진 것처럼 보도됐습니다. 눈앞의 현상만 보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지역아동센터 예산은 정부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보조금(기본 운영비 명목)을 지원하면서 그 안에 인건비와 관리운영비(월세‧냉난방비 등), 사업비(각종 프로그램비)를 모두 포함시켜 놓았습니다. 인건비나 관리운영비가 늘어나면 아이들 교육에 들어갈 직접적 예산인 사업비를 줄여야 하는 기형적인 형태인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센터 종사자들의 인건비 지출이 늘어날 테니 자연히 아이들 프로그램비가 줄어들까 우려할 수도 있습니다.
구분 |
‘18년 |
‘19년 |
인상률 |
기본 운영비 지원 |
1,226억원 |
1,260억원 |
2.8% |
월 평균 지원단가 |
516만원/개소 |
529만원/개소 |
2.5% |
지원개소 |
4,124개소 |
4,135개소 |
- |
전체 지역아동센터 지원 |
1,587억원 |
1,731억원 |
9.1% |
△ 2019년 지역아동센터 관련 예산 변동 추이(출처: 보건복지부)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증가분에 대한 고려 없이 짜인 예산에 있습니다. 2019년 최저임금은 10.9% 올랐는데, 올해 정부의 지역아동센터 기본 운영비 지원 예산은 2018년 대비 2.8% 올랐습니다. (출처: 2019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 이마저도 신규 지역아동센터가 생기는 데 대한 자연증가분으로 실제 각 센터의 기본 운영비는 월 평균 516만원에서 529만원으로 약 2.5% 증가할 뿐입니다.
운영비 지원이 부족한 데 대해 보건복지부는 아이들 프로그램 비용인 사업비를 하향 조정하라고 했습니다. 프레시안 <아동센터 예산 아동당 하루 1000원…실화냐?>(18/12/28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에 따르면 기존엔 보조금의 10%를 사업비에 쓰도록 의무화 돼 있었는데, 2019년 들어 5%로 낮추라고 보건복지부에서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진짜 이유입니다.
당사자는 최저임금 탓 하지도 않았는데…
TV조선과 채널A가 이같이 보도하면서 정작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와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왜곡 보도 됐습니다.
앵커와 기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라고 떠들었는데 정작 당사자 인터뷰엔 그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TV조선 보도에 등장하는 성은숙 한마음 지역아동센터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가장 우리 선생님들 입장에선 마음이 아프죠”라고, 배선미 성북행복한홈스쿨 센터장은 “지역 아동센터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는 현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적은 예산 자체가 문제지,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말하는 당사자는 아무도 없었던 것입니다.
채널A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채널A 보도엔 라용주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공동대표가 집회 단상에 올라가 발언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지원할 예산에서 최저임금을 메꿔라. 그게 말이 됩니까?”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아무리 살펴봐도 최저임금 인상이 예산 부족의 원인이란 뜻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아이들에 지원할 예산과 직원 인건비를 분리해 지원하라는 게 실제 그들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 적정 운영비 보장을 요구하는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 채널A <뉴스A>(1/20)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지역아동센터 운영에 최저임금 불똥이 튀었다는 맥락을 가진 보도에 얼렁뚱땅 쓰였습니다. ‘최저임금의 여파가 있다’고 소개한 앵커와, ‘최저임금이 올라 사업비가 줄었다’고 보도한 기자 사이에 이 화면이 끼면서 마치 당사자들 또한 ‘최저임금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효과를 줍니다. 편집을 활용한 교묘한 속임수일 뿐, 진짜 지역아동센터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역아동센터의 예산 부족 문제 보다 최저임금 때리기에 더 관심 있진 않았습니까? 이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고 싶었다면 예산을 왜 적절히 배정하지 않았는지, 아이들 사업비는 왜 5%로 줄이라고 했는지 국회와 보건복지부를 찾아가 취재했어야 합니다.
집회서 최저임금 탓하던 국회의원, 야유받기도
한편 15일 집회에서 최저임금을 문제라고 꺼냈다가 혼쭐난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시)입니다.
노컷뉴스에서 공개한 ‘지역아동센터 현장 집회 영상’ 1분 46초 즈음, 송석준 의원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이같이 발언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렇게 추운 날 미세먼지 속에 (여러분을) 모이게 한 것은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저도 놀랬습니다. 여러분, 이게 바로 어린이들에게 돌아가야 될 (예산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그러자 촬영자는 물론 집회 참여자들이 야유를 보냅니다. ‘아니,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최저임금이 문제가 아닌데’, ‘(문제는) 운영비에요, 운영비’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발언 중간 중간에 들립니다.
이와 관련한 노컷뉴스의 <물불 안가리는 최저임금 공격…아동센터‧홍석천도 제물로>(1/23 정재림 기자)에서도 당시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옥경원 한국지역아동센터 연합회 대표는 “송 의원이 갑작스럽게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했다. (집회가) 최저임금 때문에 열렸다고 하니까 현장에서도 반발하고 나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는 “저희가 최저임금 때문에 싸우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먼저다, 아이들을 먼저 대우해야 하기 때문에 (집회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출처: 송석준 의원 공식 사이트)
그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가 더욱 명백해졌습니다. 최저임금이 아닌, 운영비 때문입니다. 문제의 1차적 책임은 예산을 현장 상황에 맞게 배정하지 못한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탓하며 지역아동센터 문제를 정쟁에 끼워 넣는 언론과 정치권이 있다면 그들은 문제 해결을 방해한 데 2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진정 아이들을 위한다면 이 문제의 본질을 보기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월 15~20일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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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