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미세먼지로 된서리 맞은 탈원전, 사실은?
등록 2019.01.23 09:40
조회 361

2019년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쳤습니다. 미세먼지의 국내·외 요인 중 어느 것이 더 지배적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이번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직접 관측한 만큼, 국외 요인이라는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느닷없이 미세먼지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엉뚱한 논리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주장은 새롭게 나온 것은 아니고, 작년 7월 폭염 때에도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언론보도는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국회의원의 발언이 한 몫 했습니다. 송 의원이 1월 10일 원자력협회 신년인사회 강연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하면서 미세먼지를 언급했기 때문이죠.

 

탈원전 관련 각 언론들의 보도태도

1월 12일부터 19일까지 탈원전과 미세먼지가 같이 언급된 기사 중 직접 탈원전과 미세먼지를 연관시키는 대목이 있거나, 송영길 발언 중 해당 대목이 인용된 기사는 총 35건이었습니다.

 

신문사

종합일간지

경제지

총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수

3

0

10

4

1

2

5

25

사설/칼럼

1

0

2

3

0

2

2

10

△ 탈원전과 미세먼지가 같이 언급된 기사 중 직접 탈원전과 미세먼지를 연관시키거나 송영길 의원 발언이 언급된 보도량(1/12~19)

ⓒ민주언론시민연합

 

각 신문사별로 탈원전에 관한 대응 태도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동아일보는 탈원전 관련 보도가 없었습니다. 한겨레는 미세먼지 탈원전 원인설에 대해 팩트체크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경향신문과 매일경제는 송 의원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과 칼럼을 포함해 총 12건이나 되는 보도를 통해 미세먼지가 탈원전 때문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중앙일보와 한국경제에서는 대만에서 탈원전 반대를 주도했다는 예쭝광 대만 칭화대 원자과학원 교수의 주장을 보도하였습니다.

 

탈원전이 미세먼지를 증가시켰다는 조선일보

탈원전이 미세먼지를 증가시켰다는 언급은 모니터 기간 중 여러 기사에서 등장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논리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있는 기사는 조선일보 <팩트체크/미세먼지 뿜는 석탄·LNG 발전 19%늘었다>(1/17, 안준호 기자)입니다. 조선일보는 한국전력 전력 통계 속보 자료를 바탕으로 석탄과 LNG발전량이 늘었다며 석탄 발전 비중이 줄었다고 보도한 JTBC와 국민일보를 반박하였습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 말대로 원전이 화력으로 대체되는 것처럼 보이고, 조선일보가 인용한 자료에서는 나오지 않았으나 석탄, LNG 사용량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원전시1.jpg

△ 탈원전 때문에 미세먼지가 증가했다는 조선일보 보도(1/17)

 

조선일보 말대로 탈원전이 화력발전을 증가시켜 미세먼지를 증가시켰다고 하려면, 첫째, 탈원전으로 화력발전이 늘었다와 둘째, 미세먼지 배출량이 그래서 실제로 증가했다 라는 두가지 명제가 모두 참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명제가 사실인가 확인해보겠습니다.

 

탈원전으로 화력발전이 늘었다?  -> 사실아님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탈원전으로 화력발전이 늘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전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에너지원별 발전량 추이를 살펴보면 원전은 급감하고 석탄 발전은 급증했다. 석탄 발전은 미세 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결국 탈원전 정책과 미세 먼지 증가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탈원전 계획을 왜곡하고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주장입니다. 우선, 한국의 탈원전은 지금 당장 원전을 모두 철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기존 원전과 공사 중인 원전을 사용연한까지 쓰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시간을 벌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석탄 화력 발전 감축 계획도 원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 8차 에너지 수급 계획’에 따르면, 원자력과 석탄 화력 발전 모두 2022년에는 지금보다 설비용량이 늘어나도록 되어 있지만 2030년이 되면 서서히 감소하게 됩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한전 자료에서 2016년 자료부터 뽑아내어 인용했지만, 탈원전 정책이 없었던 지난 정부에서의 발전량 추이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계획이 당장 단기적으로 발전량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불명확합니다. 자료를 보면, 추정치인 2018년을 제외하고 2017년에 석탄 화력발전량이 11.3 포인트 증가하고 원자력 발전량이 8.4 포인트 감소하여 마치 문재인 정부 때문에 석탄발전이 늘고 원자력발전이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년도

석탄(GWh)

전년대비 증가율(%)

원자력(GWh)

전년대비 증가율(%)

2008

174,156

 

150,958

 

2009

193,804

11.3

147,771

-2.1

2010

198,287

2.3

148,595

0.6

2011

199,516

0.6

154,723

4.1

2012

199,330

-0.1

150,327

-2.8

2013

201,118

0.9

138,784

-7.7

2014

203,765

1.3

156,407

12.7

2015

207,333

1.8

164,762

5.3

2016

217,156

4.7

161,995

-1.7

2017

241,611

11.3

148,427

-8.4

2018(12월제외)

219,702

 

121,075

 

12월 포함 추정치

239,675

-0.8

132,081

-11

 

조선일보가 인용한 한전 자료에 따른 석탄, 원자력 발전량 추이.

2018년 추정치는 11월까지 발전량에 12/11을 곱해서 산출함.

ⓒ한국전력통계속보 481호(https://bit.ly/2Wcdqvl)

 

그러나 석탄 화력발전은 2009년에도 11.3포인트 증가하였고, 원자력발전도 2013년 7.7포인트 감소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설비용량과 가동률의 차이 때문입니다. 발전소의 총량이 늘어도 실제로 얼마나 발전소를 가동하느냐에 따라 통계에 반영되는 발전량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간 발전량 변화는 탈원전이 아닌 각 단지 완성이나 원전 사고 등 때문

따라서 위와 같은 단기적인 변화는 탈원전 같은 장기적 정책 보다는 당시 벌어진 어떤 사건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해 본 결과, 2009년에는 1조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된 당시 최대 석탄발전소인 하동화력발전소가 완성되었고, 2017년에는 최초의 초임계압 발전설비 사업인 신보령 화력 발전소, 북평 화력 발전소(모두 석탄화력발전소) 등이 잇따라 완성되어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2013년에는 대규모 원전비리인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이 있었고, 2017~18년에는 정기 정비 중 잇따라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벽 공극 등이 발견되어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었습니다.

즉, 단기적인 발전량 변화는 대규모 화력발전 단지 완성, 원전 비리 등 각종 현안들이 이끌어 왔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2017년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고 석탄 발전 비중이 늘었지만 이것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원전 설비용량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는데 부실공사로 멀쩡한 원전 가동률을 떨어뜨려놓고, 연일 언론을 통해 혹세무민을 시도하는 원전업계 관계자들의 모습은 적반하장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화력발전으로 미세 먼지가 늘었다? -> 사실아님

한겨레의 팩트체크 기사 <팩트체크/탈원전 탓 미세먼지 악화? ‘주범’ 노후 석탄화력도 줄이는 중>(1/16, 최하얀 기자)에 따르면, 실제로 석탄 발전의 규모 확대와는 별개로 “석탄 화력들이 내뿜은 초미세먼지는 2013년 3만 5292톤에서 2017년 2만 6658톤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올해의 미세먼지가 석탄 화력 발전소 때문에 증가했다고 한다면, 이는 완벽한 거짓입니다.

 

원전시2.jpg

△ 송영길 의원 주장에 대해 오히려 실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한겨레 기사(1/16)

 

앞서 본 대로 석탄 발전이 늘었는데도 미세먼지 배출량이 감소한 이유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사회문제가 됨에 따라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었고, 이에 발맞춰 미세먼지,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에너지 계획도 장기적으로는 석탄 발전의 감축하고, 단기적으로는 노후 석탄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것입니다. 이는 조선일보 기사의 행간에서도 읽을 수 있는데, 조선일보가 미세먼지를 최다 배출한다고 지목한 삼천포 발전소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폐쇄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계획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조선일보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는 것은 기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월 12~21일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제신문(매일경제,한국경제) 지면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monitor_20190123_30.hwp

 

<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