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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자존심은 조선일보 말을 잘 듣는 데 달렸다?조선일보는 <해병대, NLL 비행금지 추진에 반대>(2018/12/7, 유용원 기자)라는 기사를 내고 “국방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의 후속 조치로 검토 중인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및 한강 하구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 해병대가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6일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방부는 당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악의적 보도”라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조선일보는 국방부의 해명을 기사화하지 않았고, 한술 더 떠 해병대 전우회가 현직 해병대 사령관인 전진구 사령관을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는 후속보도 <해병대 예비역들 “전진구는 구국 영웅”>(2018/12/24, 양승식 기자)를 내보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진구 사령관도 진화에 나섰습니다. 경향신문 온라인 기사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NLL 비행금지 구역설정 반대는 ‘가짜뉴스’”>(2018/12/28, 정희완 기자)에 따르면, 전진구 사령관은 12/28일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하여 “최근 SNS상에 사령관이 전혀 언급한 바 없는 NLL 비행금지 구역 설정에 반대한다는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논란 해명하면 자존심 없는건가?
그러자 조선일보는 <최보식칼럼/그렇게 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까>(2019/1/18, 최보식 선임기자)에서 “남북 군사 합의에 따르면 이제 백령도와 연평도 주둔 해병대는 해상으로 포 한방 쏠 수 없다.(중략) 하지만 북한은 후방으로 해안포를 빼 사격 훈련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백령도와 연평도에 병력을 둔 해병대로써는 NLL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반대하는 게 상식”이라고 전제한 후, 전진구 사령관의 해명에 대해서 “부하들의 눈을 보면서 그런 공개 부인을 하는 그가 놀라웠다.(중략)그가 말없이 전역서를 냈으면 비록 나라를 구하지는 못해도 전통 있는 조직의 명예는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고서는 얼마 전 벌어졌던 ‘청와대 행정관 육참총장 독대 논란’을 상기시키며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정치군인이 아니고 정치권력에 알아서 기는 것도 정치군인이다”면서, “군의 자존심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중략) 아무리 별을 주렁주렁 달아도 자신의 처신으로 군인답게 살고 있는 후배 장교와 병사까지 욕먹일 권한은 없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 해병대 사령관의 ‘해병대 비행금지구역 반대’ 논란 해명에 자존심 없다는 조선일보 칼럼(1/18)
남북군사합의 색안경부터 시작해서 인신공격으로...황당한 칼럼
최보식 기자가 이처럼 강한 독설을 내뱉을 때, 최소한 그 근거가 사실이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선 후방으로 포를 빼서 훈련하고 돌아올 수 있는 것은 북한뿐이 아닙니다. 이 사실은 조선일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 <연평·백령도 K-9자주포 중대단위로 빼내 육지서 사격훈련 한다>(2018/10/23, 변지희 기자)에 따르면 해병대는 “내년부터는 연간 계획된 훈련 기간에 서북도서에 배치된 K-9자주포를 중대단위로 반출해 사격훈련을 한 후 다시 반입하는 순환식 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잘못된 전제에서 제대로 된 주장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최보식 기자의 논리에 따르면 ‘군인들은 당연히 남북군사합의에 반대하고 항의의 뜻으로 조용히 옷을 벗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력에 알아서 기는 자존심 없는 정치군인’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최보식 기자의 생각일 뿐이지 해병대 사령관이 사실관계조차 확정되지 않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고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퇴직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부 해병대 예비역’들이 정치논리에 해병대 사령관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면 해병대 사령관은 이를 적극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두고 자존심 없다고 하는 것은 그냥 해병대 사령관이 조선일보 마음대로 행동해 주지 않으니까 인신공격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회수를 반대하는 전직 장성들을 비판하면서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까?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꾸짖은 바 있습니다. 최보식 기자는 칼럼 말미에 이 발언을 인용하면서 ‘품위 없는 말’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이어 전진구 사령관에게 “어쨌든 군의 자존심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스스로 우습게 만들면 옆에서 아무렇게나 발길질하는 것이다. 아무리 별을 주렁주렁 달아도 자신의 처신으로 군인답게 살고 있는 후배 장교와 병사까지 욕먹일 권한은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되묻고 싶습니다. 그러는 최보식 기자의 말은 품위가 있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프레스 목걸이’ 달고 거들먹거리고 있는 것입니까?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0월 23일~2019년 1월 18일 조선일보, 경향신문 및 각 신문 인터넷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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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