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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대체 뭐가 문제란 것이냐
등록 2019.01.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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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 대통령 홍은동집 산 청와대 행정관 알고보니 손혜원 전직 보좌관이었다>(1/21 현일훈 하준호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홍은동 자택을 매입한 김재준 현 청와대 행정관이 과거 손혜원 의원실 보좌관으로 활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의 인터넷판 제목은 <단독/김정숙 명의 文 홍은동집 매입자는 손혜원 前보좌관>이며, 해당 기사에는 손혜원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듯한 사진을 게재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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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혜원 의원 전 보좌관이 문재인 대통령 홍은동 집을 샀다는 중앙일보 지면보도와 홈페이지의 보도

 

이 보도에서 전한 내용은 모두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발표한 것으로, 김정숙 여사 명의의 집이 얼마에 누구에게 팔렸고, 대출금액은 얼마인지 어디서 대출받았는가와 매입자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구구절절 적었습니다. 이어 “손 의원과 김정숙 여사는 숙명여중·여고 동기”이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난 상황만 요약해 보면 손 의원실에 있던 보좌관이 청와대로 들어가 김정숙 여사와 직접 거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는 “김 행정관의 사저 구입 배경과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국회 운영위를 열어 확인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측의 황당한 주장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나름 기계적 균형을 ‘한껏’ 자랑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의 주장을 내놓은 뒤, 여권 관계자와 더불어민주당 한 인사의 추측을 하나 마나 한 추측을 담아줬고, 손혜원 의원의 모르는 일이라는 주장과 논란의 주인공인 김 행정관이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모두 담아줬습니다. 따라서 기자들은 적절한 형식을 갖춘 기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앙일보 보도의 문제는 이런 매매행위가 왜 문제인지 기자 스스로 전혀 짚어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뭘 쓰고 싶었던 것인가

중앙일보 현일훈, 하준호 기자에게 묻습니다. 이 사안을 기삿거리로 선택해서 이렇게 진지하게 여러 곳에 물어가며 기사를 작성할 때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무엇이었습니까? 집을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입니까? 아는 사람에게 집을 판 김정숙 여사가 문제라는 겁니까? 대통령의 집을 산 행정관의 행위가 부적절합니까? 아니면 그가 집을 사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습니까? 너무 심하게 깎아줬거나 너무 심한 시세차익을 올렸거나 세금탈루를 했습니까? 불법적으로 누군가에게 돈을 받아 집을 사면서 증여세를 물지 않았습니까? 대출을 부적절하게 받았습니까?

도대체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이 주장했다는 “손 의원실에 있던 보좌관이 청와대로 들어가 김정숙 여사와 직접 거래를 한 것”이 왜 문제인지 중앙일보는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김 행정관의 사저 구입 배경과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국회 운영위를 열어 확인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측이 타당한지 충분히 할 만한 지적인지 왜 평가하지 않습니까?

 

손 의원 보좌관 출신들이 산 부동산을 다 찾을 것인가?

온갖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늘어놓은 뒤 기사는 허망하게도 “김재준 행정관의 후임 보좌관 격인 손 의원실의 조모(52) 보좌관의 경우 목포 문화재 거리 주변에 가족 명의로 집을 2채 매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손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20채 중 조 보좌관의 남편 명의로 된 건물만 유일하게 문화재로 개별 등록된 근대문화유산이다. 조 보좌관의 딸은 손 의원 조카와 함께 창성장 공동명의자 세 사람 중 한 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 보도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손혜원 의원의 보조관 출신들이 자꾸 집을 산데요. 목포만 산 것이 아니라 그것도 대통령이 살던 집도 샀데요!” 도대체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저렇게 길게 김정숙, 문, 손혜원, 보좌관을 한 제목에 엮는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작년 1월 이미 문 대통령이 김 행정관에게 집을 팔았다고 보도했던 중앙일보

더군다나 이 부동산 거래는 이미 언론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번 단독 기사를 낸 중앙일보도 올해 1월 김 행정관이 홍은동 자택을 매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 홍은동 집 팔았다…시기와 이유는>(2018/1/17 이승호 기자)에서 “홍은동 사저를 매입한 사람은 김재준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며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거래 과정이나 거래 이후에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는 “관저 생활을 하게 되면서 홍은동 사저가 필요 없게 되자 이를 처분한 것” “정부가 주택 안정 정책의 하나로 올해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히면서 다주택자에게 올해 4월까지 거주하지 않는 집은 매각할 것을 권고한 것도 문 대통령 내외가 사저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도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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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가 2018년 1월 게재한 문 대통령 홍은동 집 매각 사실 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도가 주는 가치는?

중앙일보의 이번 보도는 사실상 아무 내용이 없습니다. 그저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문화재지구 건물 매입 논란’이 불거지자 ‘손혜원 보좌관’이 문재인 대통령 집도 샀다는 것을 엮어서 뭔가 대단한 의혹이 있는 식의 느낌만을 풍기는 보도입니다.

 

더욱이 인터넷 보도에는 이 내용과 함께 3장의 사진이 실려있는데요. 손혜원 의원의 사과하는 듯한 모습, 김정숙 여사가 손 흔드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주민들과 인사하는 사진입니다. 보도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면 아무런 내용도 없음을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얼핏 제목과 사진만 볼 경우 손혜원, 김정숙, 문재인이 뭔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보도는 인터넷 상에서 엄청나게 유통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도대체 왜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를 쓰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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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인터넷 보도에 실린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사진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월 21일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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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