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심석희 선수를 “석희”, “소녀”라 칭한 MBN
등록 2019.01.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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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에 대한 성폭행 혐의가 보도된 이후 유도와 태권도 등 연이은 ‘체육계 미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편 방송사도 ‘체육계 미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요. MBN의 대표적인 시사‧대담 프로그램 <뉴스와이드>에서 일부 패널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습니다.

 

‘석희가 네 딸이라고 생각해봐라’?

1월 9일 MBN <뉴스와이드>에서는 당일 총 21분간 조재범 성폭력 사건을 다뤘습니다. 스포츠계의 엘리트주의가 체육계 성폭행을 은폐했다는 지적, 가해자 개개인을 넘어 체육계 전체의 구조적‧제도적 한계라는 비판,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지적 등 생산적인 토론이 오갔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런 다른 패널들의 주장이 너무 점잖다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차명진: 석희가 자기 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꽃다운 소녀가 4년 동안, 이건 그냥 폭행이 아니에요. 성폭행이에요. 그리고 성인도 아니에요. 그리고 뭐 욱하는 어떤 충동에 의해서 조재범이가 일을 저지른 게 아니에요. 4년이에요, 4년.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언론들도 좀 이상한 거 같애. 이걸 통해서 무슨 체육계의 정황의 계기? 이거는 그런 얘기, 그런 제도적인 장치를 할 게 아니에요. 이거는 당장 전반적으로 조재범을 따로 수사를 해야 하고 그리고 이 체육계 전반에 대해서 다 다시 조사 들어가야 합니다.

 

심석희 선수에 대해서 “심석희 씨”도 아니고 “석희”라고 반말로 표현했고, 이 방송에서 두 차례 더 심석희 선수를 “소녀”라고 지칭했습니다. 심석희 씨를 두고 “자기 딸이라고 생각해보라”, “꽃다운 소녀”, “성인도 아니었다” 등 반복적으로 ‘성인 아닌 소녀’로 강조한 겁니다. 게다가 차명진 씨는 자신의 생각을 요약해 쓰는 판넬에도 “석희가 네 딸이라고 생각해봐라”라고 적었고 MBN은 이를 크게 확대해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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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뉴스와이드>(1/9)에서 “석희가, 네 딸이라고 생각해봐라”라고 적은 차명진 씨

 

조재범 코치가 한 행위가 인면수심의 충격적인 사안이며, 조재범을 수사하고 체육계 전반에 대해 조사를 해야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 취지를 말하면서 차명진 씨가 심석희 선수를 반말로 ‘석희’라고 지칭하거나, ‘소녀’를 강조한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심석희 선수가 성폭력에 노출되었던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반말을 해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성폭력의 피해자의 피해를 강조하면서 피해자의 연령이나 직업 등을 언급하며 범죄의 악행을 더 강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어린이나 청소년일 경우 우리 사회가 더 많이 분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이런 프레임이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덜 심각한 범죄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차명진 씨의 “소녀” 언급은 1월 14일 MBN <뉴스와이드>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이날 역시 그는 “엘리트 교육” “집단화시켜서 폭력을 유발하는 시스템”도 고쳐야 하지만, 성폭력의 경우는 “한 소녀의 목숨을 빼앗아간 거”기 때문에 반드시 별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성범죄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린이든, 성인이든, 필부필녀 누구에게나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따라서 굳이 이처럼 소녀성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피해자 중 성년을 훨씬 넘긴 이들이 있었는데도 일본군 성노예를 ‘소녀’로 통칭하는 것이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청자 관심 노린 ‘선정적 제목’

한편 1월 16일 MBN <뉴스와이드>에서는 성폭력 사건을 흥밋거리로 취급하는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이날은 테권도협회 이사의 성폭행 의혹을 첫 뉴스로 다뤘는데요. 방송에 앞서 약 10분간 광고가 방영되는 동안에 <태권도계 ‘미투’ ‘야산 끌고 가’>라는 코너명을 노출했습니다. 방송에서도 백운기 앵커는 범행 방식을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앵커는 삽화를 가리키며 “태권도협회 고위 임원인데요. 승합차로 태권도를 배우는 선수들을 태우고 운동이 끝나면 데려다 주는데, ‘오늘은 아무아무개를 맨 마지막에 내려다줄 거다’ 이렇게 지명을 하면서 승합차 맨 마지막에 내리는 학생은 야산으로 데리고 가서 성폭행을 계속 해왔다는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건 설명에 사용된 삽화에는 “전 태권도 협회 이사 여중생 3명 수십 차례 성폭행!” “승합차 마지막 내릴 사람 지정해 야산으로”와 같은 설명과 “오늘은 OO를 제일 마지막에 내려줄 거야~”라는 말풍선까지 등장했습니다. 이후 정혁진 변호사는 “제가 기사 보니까 심지어 이제 그 여자 선수를 기절시킨 다음에 나쁜 짓을 했다, 뭐 이런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범행 방식에 설명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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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뉴스와이드>(1/16)에서 사용된 삽화

 

물론 이 발언이 나온 맥락은 선수들이 육체적으로 코치를 당해낼 수 없는 입장이라 더욱 죄질이 나쁘다는 것, 성폭력을 한 코치들의 행위가 너무 노골적이며 천연덕스러웠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폭행이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을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삽화는 더더욱 필요 없고, 성범죄를 “나쁜 짓”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적절치 않습니다. 1월 16일 MBN <뉴스와이드>의 체육계 미투 보도는 성폭력의 자극적인 측면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송 행태였습니다.

 

성폭력 본질 흐리는 ‘막무가내’ 패널

마지막으로 차명진 씨의 문제를 거듭 문제삼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월 16일, MBN <뉴스와이드>에도 차명진 씨가 출연했고, 함께 태권도 계 미투에 대해 대담을 나눴습니다. 차명진 씨는 자신의 주특기인 ‘만평’과 함께, 느닷없이 대한체육회가 로고와 ‘대한죄육(罪肉)회’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차 씨가 ‘붉은색 괴물’이 푸른색의 피해자를 잡아먹는 형상의 그림을 보여주자, 대담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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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뉴스와이드>(1/16)에서 대한체육회 로고를 바꾸라고 제안한 차명진 씨

 

김형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차명진 씨의 그림을 두고 “옛날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자유민주주의를 잡아먹는 그런 식으로 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끌려갈 수도 있는” 이미지라고 말했고,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을 먹는”것 같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이들의 대화는 체육계 내 성폭력이라는 문제는 흐려지고 논의는 소모적인 말다툼으로 변질된 겁니다.

 

더 황당한 것은 “그렇게 (이름과 로고를) 바꾸면 그게 대책이 될까요? 아니면 더 본격적으로 나쁜 짓을 많이 할까요?”라는 백운기 앵커의 농담에 가까운 질문입니다. 이에 차명진 씨는 “체육회를 해체하라”는 게 결론이라고 답했고 백운기 앵커는 “무슨 일이 있다고 꼭 해체하고 회장 물러나고 그게 다 능사는 아닐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차 씨는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그게 대세인 것 같은데요?”라고 응수했습니다. 어떤 이슈이든지 허접하고 허망한 잡담으로 끌고 가는 차명진 씨가 도대체 언제까지 방송에 나와야하는지 묻고 싶은 장면이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MBN <뉴스와이드>(1/9~1/16)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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