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흉기 휘두르는 장면’을 19번이나 보여준 채널A지난 1월 13일 일요일 밤에 유튜브에 한 영상이 공개되어 세간에 충격을 던져줬습니다. 암사역 3번 출구 앞에서 10대 친구 둘이 쌍방 폭행을 주고받다 A씨(19)가 커터칼로 B씨(18)를 찔러 상해를 입히는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A씨는 칼을 내려놓지 않았고 위협 태세를 취하며 경찰까지 위협했고 경찰은 테이저건을 쐈으나 A씨는 이를 피해 달아났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영상에 담겼고 삽시간에 퍼져 보도도 쏟아졌습니다. 흉기를 이용한 상해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긴 영상이었이기에 보도에 상당한 주의가 요구되는데요. 이번에도 일부 언론은 잔혹한 범행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클릭수 확보 또는 시청률 장사로 악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종편에서는 채널A에서 이런 행태가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범행 동기 단독’을 영화처럼 소개하는 채널A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14)는 이미 영상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진 하루 뒤에 <취재수첩WHY>라는 코너에서 이 사건을 ‘단독’으로 전했습니다. 채널A가 ‘단독’으로 취재한 것은 가해자의 범행 동기입니다. 채널A에 따르면 “절도 공범인 친구를 경찰에 밝힌 데 따른 보복 심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단독으로 사건의 경위를 밝혀냈다는 점 자체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채널A가 노력을 기울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채널A가 이를 전하는 방식입니다. 채널A는 범행 영상을 과도하게 반복 노출하며 사건의 자극성을 극대화했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단독 보도’를 더욱 부각했습니다.
진행자인 김진 앵커는 보도 시작부터 “저희가 흉기 난동의 원인을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먼저 영상부터 함께 보시죠”라며 영상을 보여줬고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을 발로 제지하는 다른 남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흉기를 휘두르는 이 남성에 의해서 여러 가지 몸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입니다. 주변에 시민들이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 두 사람이 계속해서 몸싸움을 하고 대치를 하고 여러 가지 상처를 입습니다. 어우 정말로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는데요” 등 자세한 묘사까지 더했습니다. 이어서 “왜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 전말이 궁금하실 겁니다”라는 말로 자사의 단독 취재 내용을 전했습니다.
마치 범죄 영화 시나리오와도 같은 전개입니다. 이런 식으로 범행 동기를 부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가해자의 ‘보복 심리’라는 범행 동기는 범죄를 정당화시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널A의 ‘영화 같은 단독 취재 연출’로 인해 극적인 효과가 더해져 시청자로 하여금 오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로 진행자 김진 앵커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 채널A 스스로 최대한 간결하고 건조하게 전달했어야 합니다. ‘단독’을 과시하기 위해, 사건의 선정성을 키우기 위해 채널A가 ‘범행 동기’를 지나치게 강조한 겁니다.
△ 채널A <돌직구쇼>(1/14)가 단독으로 밝혔다는 폭행의 이유
‘가해자가 찌르기 직전 멈춤 화면’을 19번이나 반복한 채널A
범행 영상이 과도한 노출도 반복됐습니다. 채널A는 이 사건을 6분 20초간이나 다뤘는데 그 과정에서 무려 6회에 걸쳐 총 4분 19초 간 범행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더 충격적인 장면은 가해자가 흉기로 피해자를 찌르는 동작을 수차례 반복 노출한 대목입니다.
물론 채널A는 원본 영상에서 소리를 제거하고 사람들의 신상이 특정되지 않도록 블러 처리를 했으며 실제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찌르는 장면에서는 흉기가 피해자에 닿기 직전에 멈춤 화면으로 처리했습니다. 최소한의 처리를 한 것이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채널A가 가해자가 피해자를 찌르는 멈춤 화면을 19번이나 반복해서 보여줬다는 겁니다. 선정적인 묘사를 자제하기 위한 장치를 선정적인 화면을 만드는데 이용한 겁니다. 채널A가 언론으로서 할 일은 정제 작업을 한 영상의 노출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혐오감)는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단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총기·도검·살상 도구 등을 이용한 잔학한 살상 장면이나 직접적인 신체의 훼손 묘사”,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장면의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금하고 있습니다. 모두 채널A가 장시간 반복 노출한 영상에 해당합니다. 또한 방송심의규정 제23조(범죄사건 보도 등)는 “방송은 피고인․피의자․범죄혐의자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에는 범죄행위가 과장되거나 정당화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채널A는 위반했습니다.
△ 범죄 영상 반복노출한 채널A <돌직구쇼>(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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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 활동가 (02-392-0181) 정리 최영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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