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성폭력 의혹 보도, 하지 말라는 것 골라 하는 TV조선지난 8일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장기간 폭행도 모자라 성폭행까지 가했다는 조재범 전 코치의 행각이 보도되면서 체육계 전체로 ‘미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치 또는 묵인한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 전반을 향한 지탄과 개혁 요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은 이러한 사안마다 성폭행 피해를 자극적으로만 이용하는 행태, 피해자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보도로 비판받았는데요. 조재범 코치 사건에 있어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TV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TV조선은 조재범 코치 성폭행 고발 건을 선정적으로 악용하지는 않았고 구체적으로 다루려는 노력도 보였으나 인권 의식이 결여된 용어와 일부 발언, 자료화면 구성으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 부적절 용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9)
‘나쁜 손’, ‘몹쓸 짓’? 성폭행을 왜 ‘축소’하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9)은 ‘조재범 성폭행 의혹’을 약 13분간 다루었습니다. 대담의 제목은 <코치의 나쁜 손>이었습니다.
대담 제목에서부터 TV조선이 성폭력을 대하는 인식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에서 2018년 배포한 ‘성폭력 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이하 ‘실천요강’)에는 ‘가해행위를 미화하거나 모호하게 표현하여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게 하거나 가해행위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심지어 여기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어로 ‘나쁜 손’을 구체적으로 적시해놨습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성폭행 관련 대담의 제목을 버젓이 ‘나쁜 손’으로 뽑은 것이죠.
자막만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진행자 엄성섭 앵커는 “그런데 지금 20대 초반이에요 심석희 선수가”라더니 “그런데 미성년자 때부터 몹쓸 짓을 당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들이 나옵니다”라 고 설명했습니다. ‘미성년자 성폭행’마저도 ‘몹쓸 짓’이라고 한 것입니다. ‘몹쓸 짓’ 역시 ‘실천요강’에서 부적절한 용어라 딱 꼬집어 지목한 표현입니다.
또 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좌측 상단에 코너 제목 <코치의 나쁜 손>을 지속적으로 노출했습니다. ‘조재범 성폭행 의혹’을 다루는 약 13분의 시간 중 절반이 넘는 7분간이었습니다. 제목 바로 아래 교차로 뜨는 좌상단 자막에도 <‘나쁜 손’ 임원으로 승진하기도>라는 문구가 지속적으로 보였습니다. TV조선이 사태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한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성폭행 축소 보도’입니다.
조재범보다 심석희, 가해자보다 폭로자
아쉬운 점은 또 있습니다. TV조선은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범 전 코치보다 피해자인 심석희 선수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과거 평창 동계올림픽 인터뷰 당시 심석희 선수가 “잘 살아 있어준 자신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한 장면을 보여주며 그 발언의 의미를 성폭행 폭로와 맞물려 해석했습니다. 여기에 심석희 선수의 팬미팅 현장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과연 ‘조재범 성폭행 의혹’을 보도하는데 이렇게 심석희 선수에 방점을 찍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었을까요? 엄밀히 말하면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으므로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부분입니다.
△ 부적절한 용어와 피해자 이미지에 초점 맞춘 화면구성을 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9)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집중한 태도는 제작진이 사용한 영상과 자료화면을 통해서도 잘 드러납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9)의 ‘조재범 성폭행 의혹’의 방송분량 중 심석희 선수의 영상이나 사진을 사용한 경우, 조재범 전 코치의 영상이나 사진을 사용한 경우, 그리고 심석희 선수와 조재범 전 코치의 영상이나 사진을 동시에 사용한 경우로 나누어 시간을 재 보았습니다.
구분 |
내용 |
시간 |
% |
심석희 |
조재범 항소심 때 발언, 평창 올림픽 당시 인터뷰 모습, 고소장 내용 (자체 제작), 과거 기자회견 때 모습, 법무법인 세종의 발언(자체 제작), 과거 훈련 모습, 과거 공항 입국 모습, 과거 관중석에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한 모습, 팬미팅 당시 모습 |
7분 |
78% |
조재범 |
법원 출두 당시 모습/ 경찰 출석 당시 모습 |
1분 |
11% |
둘 다 |
화면 분할 (조재범 항소심 당시 심석희 선수 모습/ 법원 출두 및 경찰 출석 때 조재범 전 코치 모습) |
1분 |
11% |
△ ‘조재범 성폭행 의혹’ 보도 속 영상/사진사용 분석,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9) Ⓒ민주언론시민연합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9)은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범 전 코치 이미지보다 피해자인 심석희 선수 이미지를 훨씬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자료 화면의 80%가 심석희 선수였으니 내내 피해자만 보여준 셈입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작진이 직접 재구성한 자체 제작 화면에도 심석희 선수의 이미지만을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성폭행 폭로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화면 한쪽에는 태극기를 단 패딩을 입은 심석희 선수의 모습을, 다른 쪽에는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심석희 선수의 모습을 사용했습니다. 좌상단에는 앞서 지적한 ‘나쁜 손’ 자막이 함께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제작진이 성폭행 보도를 하면서 얼마나 부주의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체육계에서 또 다른 폭로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편에서도 지속적으로 성폭력 의혹들을 다루겠지요. 계속되는 폭로들을 종편이 어떤 식으로 다룰지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매번 지적되고 있으나 TV조선 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에서 인권 의식이 결여된, 기자협회에서 만든 실천요강조차 지키지 않는 보도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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