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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김순덕 논설위원의 어색한 청와대 비판중앙일보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겸 논설위원과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주간은 비슷한 시기에 현 정부의 실책을 찾으려 매우 애쓴 흔적이 역력한 칼럼을 내놨습니다. 정부의 실책이 있다면 당연히 언론이 감시하며 비판해야 합니다. 그러나 억지를 부리고 비아냥거릴 뿐 근거가 없다면, 그것은 그저 감정섞인 비난일뿐입니다. 두 칼럼을 살펴보겠습니다.
반(反) 시장은 독재다?
보수 언론이 잊을 만하면 반복하는 ‘소득주도성장 실패로 인한 고용참사론’이 중앙일보 <서소문칼럼/대한민국은 자유 시장 경제 국가다>(12/17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논설위원)에서는 ‘시장경제에서 반(反)시장은 독재’라는 명제로 확장됐습니다.
△ 대한민국은 자유시장 경제 국가라는 김기찬 논설위원(12/17)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시장 경제에서 반(反)시장은 독재다. 독재에 경제란 없다. 시장의 순환구조와 역동성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정부만 활개 친다. 기업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일자리도 정부가 협조요청이란 이름으로 배정하기 일쑤다. 시장에서의 계약 관계는 계급 관계로 둔갑한다. 기업가를 경제 주체이기보다 자본가 계급으로 보고, 옥죄는 건 그런 바탕에서 진행된다. 글로벌 시장이 아무리 변해도 함부로 변화에 반응하거나 대응책을 구사할 수 없다. 그랬다간 미운털 박힌다. 독재에선 공정 가치도, 혁신도 이현령비현령이기 십상이어서다.
그래서 다시한번 되새기는 명제. 한국은 자유 시장 경제 국가다.
문재인 정부가 반(反)시장책을 펼쳤다고 주장하면서 내놓은 근거는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의 말 △30~50대 일자리 급감 △민간부문 고용참사를 만회하려고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남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멈추라는 간언을 막는 청와대 참모진 △고용노동부 직원이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나 같이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가 나온다는 시장원리를 문재인 정부가 무시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김기찬 논설위원이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는 비판을 다소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의 비판을 수용해 경제 투톱을 교체했습니다. 그 뒤 ‘소득주도성장’에 힘을 실기보다는 신임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도로 ‘주 52시간 근로제’의 계도기간 조정, 최저임금 증가 속도 조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경향신문은 <친노동의 우회전>(12/12 이혜인·노도현 기자)이라는 비판까지 했습니다. 툭 터놓고 말해서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보수 언론의 비판으로 인해 수정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독재라니, 도대체 독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일까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부터 가장 보수적 경제관을 갖고 있던 세계은행, IMF, OECD 등의 국제경제기구조차 불평등이 불공정을 부추기는 경제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고 있으며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인정해온 바 있습니다. 게다가,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시장실패 상황을 국가가 개입하여 조정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자유 시장 경제 국가인 미국도 1920년대 말에 대공황이 오자 뉴딜 정책을 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GM이 부도 위기를 겪자 미국 정부가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사실상의 국유화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자유 시장 체제인 우리나라도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독재국가로 산업정책을 추진해 성공한 나라입니다. 이때도 중복·과잉 투자가 일어나자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등 사회적 조정이 수반됐습니다.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 국가가 나서서 조정하는 것은 순리입니다.
김기찬 논설위원이 인용한 노동부 고위 관계자의 “노동개혁의 개자도 못 꺼낸다는 말”은 “대한민국은 자유 시장 경제 국가”라는 마지막 문장과 연결돼 노동자를 더 쥐어짤 수 있게 정부가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됩니다. 노동개혁의 정부 역할을 인정하면서 정부의 시장 조정 정책은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세계은행의 ‘2018년 기업환경평가’에서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좋은 국가 5위로 선정됐고, G20 국가 중에서는 1위에 해당합니다. 분명,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법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조국 수석의 사상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사건과의 어색한 인과 관계
동아일보 <김순덕칼럼/조국이 위험에 처하다>(12/17 김순덕 논설위원)은 한술 더 뜹니다. 심상치 않은 제목인데요. 일단 이 제목에서 말하는 ‘조국’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국가’를 모두 뜻합니다. 기자들이 조국 민정수석을 비판할 때 자주 쓰는 언어유희인데요. 사실 어린 시절에는 이름으로 놀리는 장난을 한 뒤로 나이가 들어서는 좀처럼 그런 농담을 하지 않습니다. 유치한 데다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국’으로 한 실없는 농담처럼 칼럼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 조국이 위험에 처했다는 김순덕 논설주간(12/17)
칼럼은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 △조국 수석의 논문인 ‘밖에서 본 민주법연 20년’을 보고 썼습니다. 글의 큰 흐름은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좌파가 실패하는 이유가 전체주의적 욕망 때문이라는 주장에 기반해 젊은 시절부터 좌파였던 조국 민정수석이 특감반 개혁에 실패할 거라는 전망을 내비친 겁니다.
서두에서 조국 수석의 조처를 질타하는 내용이 나오니 뒤에서도 이어질 걸로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도대체 조국 수석의 사상과 업무 수행 능력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습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문제가 왜 조국 수석의 무능으로 인한 것이며, 조국 수석이 내놓은 대책이 왜 부실한지는 뒷글을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습니다. 글은 두 주장을 사실로 확정짓고 나아갈 뿐입니다. 그러다 뜬금없이 다음 문장이 등장합니다.
올해 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문구에서 ‘자유’를 빼려고 시도하고, 역사 교과서 집필 지침에선 기어코 ‘자유민주주의’를 빼버린 이유가 여기서 드러나는 듯하다.
개헌안과 역사 교과서 집필 지침에서 자유가 빠진 이유를 조국 수석의 사상에서 찾은 것인데요. 올해 초 추진한 ‘개헌안 발표’와 이번에 단행한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는 조국 민정수석이 추진했다는 점 말고는 공통점이 없습니다. 또, 그 다음 문단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조국만이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면 그게 대체 어떤 개혁일지 두렵기 짝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 개혁이라는 특명을 쥐어주며 임명한 조국 수석이 사법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사법 개혁을 해야 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지난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반(反) 자유주의 블랙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할까요.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방법이야말로 가장 반(反) 자유주의적 방식이 아니었던가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 17일 중앙일보, 동아일보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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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최영권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