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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냉전 시대에 머물며 관행적 보도 일삼는 연합뉴스
등록 2018.12.04 13:58
조회 590

지난 11월 3일 동해 북방 조업자제구역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이 북한군에 나포됐다 풀려난 사실이 11월 23일에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해당 어선은 나포 6일이 지난 11월 9일에야 울진 후포항에 입항한 뒤 해경에 나포 사실을 신고했고, 이후 11월 15일에도 조업자제지역에서 조업을 하다 북한군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은 뒤 조업에서 철수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연합뉴스 “우리 바다서 나포”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누가 작업하라고 했나” 우리 바다서 조업하다 북한군에 나포(종합)>(11/23 박영서 기자)에서 엄청나게 심각한 사안처럼 보이게 보도했습니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우리 바다서 조업하다 북한군에 나포”라고 적었는데, 이는 곧 북한군이 우리 바다를 침범해 들어와 우리 어선을 나포해갔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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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보도 제목 (11/23)

 

이밖에도 연합뉴스는 “불법승선”, “통신기 차단”, “누가 여기서 작업하라고 했나” 등으로 북한군의 행위를 표현했습니다. 연합뉴스의 관련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동해 북방 우리 해역(조업자제해역)에서 조업하던 어선이 북한군에게 검색당하고 나포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략) 그러던 중 오후 5시 45분께 북한군 7∼8명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S호에 불법 승선했다. (중략) 북한군은 통신기를 차단하고 "누가 여기서 작업하라고 했나"라며 선장을 제외한 선원 10명을 선실로 격리했다.

 

연합뉴스의 보도대로라면 주권 국가에게 있을 수 없는 일로, 강력 대응해야 마땅한 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기사에는 “북한이 우리나라 침범하고 참 잘들한다”, “내 나라 바다에서 조업하다 북한에 나포? 정은이에게 대한민국 가져다 바치고 말거다”, “어쩌다 우리 바다서 조업도 못하게 됐나” 등 북한과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격한 글들이 줄지어 달렸습니다.

 

‘우리 바다’ 아닌 ‘우리 해역’

그러나 다른 언론사들은 제목에서 ‘우리 바다’ 라고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YTN은 <동해 EEZ서 어선, 북한군에 2시간 동안 나포>(11/23 송세혁 기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한과 일본이 각각 자기 해역이라 주장하는 동해 '조업자제해역'에서 우리 어선이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가 풀려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일경제도 <동해 북방 해역서 우리어선 북한군에 나포됐다 풀려나>(11/23 이상헌 기자)라는 제목으로 “최근 동해 북방 해역(조업자제해역)에서 조업을 하던 우리 어선이 북한군에게 나포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한겨레는 <동해서 조업하던 어선, 북에 잡혀갔다 풀려나>(11/23 김미향 기자)라는 제목으로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 11월 3일 조업자제해역인 동해 북방 우리 해역에서 우리 어선 에스(S)호가 조업 중에 북한군에게 검색 당하고 나포됐다 돌아왔다’고 23일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우리 해역’이라는 표현을 해경의 발표를 인용하여 사용함으로써, ‘우리 바다’가 아니라 ‘우리 해역’임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즉 해당 어선이 나포된 지역을 단순하게 “우리 바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북한군의 행위에 대해서도 “불법” 등의 표현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해당 해역이 남북은 물론 일본까지 더한 분쟁의 요소가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리면서 나포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 설명 없이 해경 발표만 받아서 <“누가 작업하라고 했나” 우리 바다서 조업하다 북한군에 나포> 라는 제목을 내놓은 것은 남북 화해와 대화 국면에 전혀 맞지 않고 냉전 시대에나 어울릴 보도입니다.

 

JTBC “2시간 만에 풀려나…달라진 남북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

이런 연합뉴스와 달리 특히 JTBC는 같은 날 <"남북 화해 분위기니…" 민간 어선, 북에 나포됐다 풀려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달 초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민간어선이 북한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무장한 북한 군인들이 배를 북한 수역으로 데리고 갔는데, 어선은 2시간 만에 풀려났다. 달라진 남북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략)과거 북한이 우리 어선을 나포하면 송환까지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북한 수역에 배가 도달하자 상급자가 올라타더니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이고 통일이 될 테니 돌아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곧바로 북한군은 배에서 내렸고 나포 2시간 15분 만인 오후 8시쯤 어선은 풀려났다.

 

JTBC는 “불법 승선”이나 “누가 작업하라고 했나” 등의 표현 없이 2시간 만에 풀려난 것과 북한군이 남북 화해 분위기를 언급했다는 점을 강조해 기사를 쓴 것입니다. ‘조업자제해역’에 대해서는 “남과 북이 서로 자신의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주장하지만 양측 어선 모두 조업을 할 수는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남북 사이에 우발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전히 과거 대결 국면에나 어울릴 내용과 표현으로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연합뉴스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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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