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연예인 가족 채무 논란 보도에 등장한 ‘미투’ 비하 용어1. 신문 1면 머리기사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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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
1면 톱보도 |
경향신문 |
‘82년생 김지영’ 100만부 판매 |
‘100만의 김지영’이 쏘아 올린 페미니즘 |
동아일보 |
윤창호법 입법 난항 |
‘살인시동’ 거실겁니까 |
서울신문 |
국회 청년 통일인식 여론조사 |
[단독] 20대, 통일을 긍정하다 |
조선일보 |
유럽상의 규제백서 |
"한국,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국가" |
중앙일보 |
대법 법관회의 탄핵결의 의견 |
대법 “판사 탄핵 결의는 법적 효력 없다” |
한겨레 |
‘82년생 김지영’ 100만부 판매 |
‘82년생 김지영’ 100만부 팔렸다 |
△신문사 1면 머리기사 비교(11/28) ⓒ민주언론시민연합
28일,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누적 판매 부수 100만부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습니다. 두 신문은 한국 소설로는 9년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다는 사실을 전했고, 이 소설의 인기를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 사회를 뒤흔든 페미니즘 열풍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경향‧한겨레는 이와 더불어 1면에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들이 27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가정폭력 방지 대책’도 실었습니다. 이 소식은 중앙일보를 제외하고 조선·동아·서울도 1면에 배치했습니다.
이외에도 28일 주요 일간지 1면 머리기사에서는 다룬 이슈가 다양하여 두루 살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2. ‘통일의 대한 긍정적 시각’ 보여준 여론조사, 서울신문이 소개
서울신문의 1면 머리기사 <단독/20대, 통일을 긍정하다>(11/28 이근홍 기자)도 주목할만 합니다. 서울신문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위원장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과 국회사무처 산하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를 입수해 그 결과를 전했는데요. “전국의 4년제 대학생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도 통일·외교안보에 대한 청년 의식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8%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해 ‘필요하지 않다’(26.1%)보다 2배 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이를 “20대들이 통일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라는 통념을 깨는 결과”로 평가하기도 했죠. 이런 결과의 배경에는 남북정상회담 등 최근의 대화 무드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해당 조사에서 “최근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은 42.1%로,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했다’(5%)보다 8배”였다고 합니다. 물론 4년제 대학생만을 설문 대상으로 삼은 것이 20대 여론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겠으나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의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국회에서 지지부진…‘윤창호법’ 촉구한 동아일보
동아일보의 1면 머리기사 <‘살인시동’ 거실겁니까>(서형석·장기우 기자 11/28)는 어떨까요? 동아일보는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던 국회와 법무부는 주춤”대고 있는 ‘윤창호법’을 소개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던 국회와 법무부는 주춤거리고 있다. 윤창호법의 주 내용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의 처벌을 현행 ‘1년 이상 징역’에서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법안소위를 열어 사형을 빼고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완화한 수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14일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음주운전은 어차피 과실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징역 3년 이상’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상습적인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는 행위는 고의범에 가깝다”고 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과 배치된다.
4. ‘유럽상공회의소’ 입장 받아쓴 조선일보, 결론은 “문재인 정부는 반기업‧친노동”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한국,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국가">(11/28 최현묵 기자)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유럽상의)가 발간한 ‘2018 규제 백서’를 보도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특한(unique) 규제들이 많은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라는 크리스토프 하이더 유럽상의 총장의 발언을 제목과 보도 첫 문장으로 뽑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대로 주한 유럽상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규제가 심해져 기업 하기 어렵다”고 한국의 규제 실태를 비판했습니다. “유럽상의는 이날 한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노동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는 조선일보가 그간 일관적으로 요구한 ‘경제 전반의 규제 완화’, ‘기업친화적 정책’과 일맥상통합니다. 조선일보는 ‘재계의 목소리’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반기업·친노동 규제가 강화되어도 할 말을 못하는 우리를 대신해 외국 기업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아마 이 대목이 조선일보가 주한 유럽상의를 빌어 하고 싶었던 말일 겁니다. 바로 ‘문재인 정부는 반기업‧친노동’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주한 유럽상의의 주장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조선일보도 보도한 것처럼 유럽 상의는 2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주한 유럽상의 회장(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 등 9명”을 대표적 인사로 꼽을 수 있는 또 다른 ‘재계’, 즉 ‘기업가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재계에서는 당연히 장애물 없는 이익 추구를 원하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규제에 반대하기 마련입니다. 조선일보가 ‘부적절한 규제’의 첫 사례로 제시한 “자동차의 그라운드 클리어런스(지표로부터 자동차 차축까지의 높이)가 12㎝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도 국토교통부가 속도 방지턱 설치 기준과 연관해 설정한 것으로서 한국 사회의 안전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규제 중엔 불필요한 것들이 있을 수 있고 그 경우 폐지해야 하지만, 이처럼 해당 국가의 특수성과 국민의 안전과 관련되어 있다면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조선일보의 다른 사례들 역시 ‘문재인 정부는 반기업‧친노동’이라는 비판의 초점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카스텐 퀴메 네슬레코리아 대표의 “사과 퓨레(씨 등을 걸러내고 잘게 분쇄한 식품)를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려면 운송 기간 때문에 가열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60도 이상 가열하면 천연식품 표시를 내주지 않는다”는 비판을 인용했는데요. 규제 자체의 적절성을 따져볼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정부의 친노동 기조’라는 정치적 이분법을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이렇듯 ‘유럽의 재계’인 주한 유럽상의의 입장을 보도하면서 오로지 유럽상의의 입장만 받아쓴 이 보도의 불균형성도 지적해야 합니다. 유럽상의의 ‘백서’에는 다양한 분석과 비판이 가능한데 조선일보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를 빌미로 ‘한국의 재계’와 발맞춰 ‘반기업‧친노동 정부’라는 프레임에 짜맞췄죠.
5. 중앙일보만 쓴 신조어 ‘빚투’…‘미투’에 대한 모욕 아닐까
△ ‘미투’ 의미 퇴색시키는 신조어 제목으로 뽑은 중앙일보(11/28)
중앙일보가 28일 6면의 머리기사로 내놓은 <마이크로닷·도끼·비…미투 이어 연예계 흔드는 ‘빚투’>(11/28 손국희·이지영·이태윤 기자)는 제목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의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미투’에 빚대어 ‘빚투’라는 용어를 쓴 겁니다. 28일 6개 주요 일간지 중 이 용어를 쓴 것은 중앙일보 뿐입니다. 그러나 ‘미투’는 우월적인 지위나 권력 관계를 악용해서 은폐한 성폭력 범죄를 피해자의 목소리로 고발하고 사회적 연대를 이루는 운동으로서 논란의 연예인들과는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이런 정체불명의 신조어는 ‘미투’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더 나아가 오염시킬 위험성이 큽니다. 중앙일보가 쓴 용어는 일부 연예인들의 가족이 ‘빚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오자 이를 ‘미투’와 결합한 것인데요. 중앙일보가 소제목으로 <“연예인 도의적 책임”> <“연좌제 안 돼”> 등 여론의 반응을 강조하면서 자칫 ‘미투’ 가해자들의 행위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이해될 위험도 있습니다. 이는 용기내어 피해 사실을 고백한 ‘미투’ 피해자들을 사실상 조롱하는 겁니다.
중앙일보는 “네티즌은 이 같은 폭로를 올 한 해 사회를 휩쓴 미투(#me too) 운동에 빗대어 ‘빚투’ 운동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며 해당 용어를 쓴 배경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인터넷 여론’을 빌미로 부적절한 용어나 프레임을 쓰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합니다. 중앙일보는 최근 KT아현지사 화재 당시에도 느닷없이 ‘이석기 내란선동’을 거론하며 ‘SNS 반응’을 출처로 내세웠던 바 있습니다. 언론사라면 이러한 용어가 어떤 맥락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지 신중하게 고민했어야 하고 결론적으로는 쓰지 말았어야 합니다.
물론 중앙일보만 이런 용어를 쓴 것은 아닙니다. 최초로 ‘빚투’를 사용한 매체는 일간투데이 <‘도끼’로 봇물 터진 ‘빚투’ 또? 톱 가수 부모 채무 의혹 제기 “2300만 원 안 갚았다”>(11/28 이영두 기자)입니다. 이후 뉴시스, 연합뉴스 등 통신사는 물론, 세계일보,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YTN 등 거의 대부분의 매체가 이 용어를 보도에서 사용했습니다. 이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주요 일간지 6개(민언련 모니터 대상인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중 중앙일보만 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점은 시사점이 큽니다. 중앙일보는 28일 지면을 통틀어 이 용어를 무려 6번이나 썼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1월 2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정리 최영권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