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조선일보의 ‘노동자 혐오’ 또 나왔다1. 조선일보, 1면 톱보도로 또 ‘민노총 저격’
|
아이템 |
1면 톱보도 |
경향신문 |
트럼프 ‘G20’서 연쇄 정상회담 |
비핵화·무역전쟁 기로 ‘트럼프의 1박2일’ |
동아일보 |
미성년 자녀 편법증여 |
‘네살이 집 2채’ 편법증여에 칼뺐다 |
서울신문 |
초6학생의 차별 깨기 운동 좌절 |
[단독]‘초등생 김지영’의 눈물…성차별 벽은 높았다 |
조선일보 |
민주노총 택배파업 |
고객 택배를 '파업 무기'로 쓴 민노총 |
중앙일보 |
노인 디지털 소외 현상 |
무인 주문·계산기 들여놓자 60대 단골은 발길을 끊었다 |
한겨레 |
국회 복지위 아동수당 지급 의결 |
국회 복지위, 내년부터 5살까지 아동수당 지급 의결 |
29일, 6개 주요 일간지는 1면 머리기사에서 각기 다른 이슈를 다뤘습니다. 경향신문은 30일 개막하는 G20에서 한‧중‧러 정상과 연쇄 정상화담을 갖는 트럼프 미 대통령 행보에 주목했습니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는 무역전쟁를 벌이고 있고, 한국‧러시아와는 북한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죠. 모두 우리 경제와 안보에도 직결된 사안인만큼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일보는 ‘부동산 편법 증여’에 세무조사를 착수한 국세청 소식을, 중앙일보는 KTX부터 음식점까지 일상을 파고든 ‘자동화‧디지털 기기’에 철저히 소외된 노인들의 상황을 주목했습니다. 여야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보편 복지제도라 할 수 있는 아동수당 확대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부각한 한겨레, ‘여중‧여고’ 명칭을 없애자고 서명운동을 했다가 SNS 등에서 집단적 괴롭힘을 당한 초등학교 6확년 학생의 사례로 여전한 ‘일상속 성차별’의 실태를 짚은 서울신문도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29일 1면 머리기사 중 단연 돋보이는 신문은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 <고객 택배를 '파업 무기'로 쓴 민노총>(11/29 곽래건 기자)는 이미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조선일보가 공세를 집중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또 겨냥했고 이번엔 ‘고객 택배를 파업의 무기로 썼다’고 비판한 겁니다. 이 보도는 그간 노동자들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무조건 ‘시민 불편’만 나열해 ‘민폐 프레임’을 강화했던 조선일보의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택배 노동자’라는 뚜렷한 주체를 ‘민노총’이라는 자신의 공격 대상으로 제멋대로 치환한 점도 두드러집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2. ‘택배 기사들이 고객 택배를 파업 무기로 삼았다’?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고객 택배를 '파업 무기'로 쓴 민노총>(11/29 곽래건 기자)는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찾으란 말인지…”라는 인용구로 시작합니다. 이는 경북 경주시 현곡면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에 “사람 키만큼 쌓여 있는 택배 상자 더미를 뒤지다 한숨”을 내뱉은 시민 김 모씨의 하소연입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 노조) 700여 명이 지난 21일부터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나오라'며 파업에 나선 뒤 이 지역 택배 배송은 일주일 넘게 사실상 마비”됐음을 강조하기 위해 한 시민의 발언을 앞세운 겁니다.
첫 문장에 배치한 ‘시민 불편’ 외에도 보도의 대부분을 ‘불편을 호소한 시민‧택배 대리점주‧CJ대한통운 사측’ 사례에 할애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파업에 참여한 기사에게 서약서 등을 받아야 한다”는 ‘대리점주들의 주장’, “발송이 안 돼 신뢰를 잃다가는 기업 고객 거래가 자칫하면 끊길 지경”이라는 ‘전국택배대리점연합 홍우희 부회장’의 발언, “내 돈 내고 받는 택배인데 여기까지 와서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는 “30대 주부”, “20일 아이 장난감을 주문했는데 계속 배송이 안 됐다”는 “경주 시민 최 모씨”, “택배 기사의 계약 상대가 대리점인 만큼 본사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CJ대한통운의 입장이 그 내용입니다. 반면 노조의 입장은 ‘일방적인 요구’인 것처럼 간단히 처리됐을 뿐입니다. 조선일보가 소개한 노조 측 목소리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29일부터 배송 업무를 재개하겠다”는 입장과 “원청자인 CJ대한통운이 노조를 인정하고 직접 교섭에 나서라”는 노조의 요구, “택배 기사는 학습지 교사처럼 겉으로는 근로자처럼 보이지만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 계약을 맺는 '특수형태 고용자'”라는 배경 설명이 전부입니다.
△ ‘노조가 고객 무기로 파업’이라 보도한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11/29)
조선일보가 제목에서 ‘민노총이 고객 택배를 파업 무기로 썼다’는 과격한 주장을 배경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노조의 파업으로 배송이 중단됐다’는 사실 외에 “일부 노조원은 터미널 입구를 막고 회사 측이 대체 차량을 투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입구를 막고 있는 노조원들은 상하면 배상을 해줘야 하는 채소나 과일같이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식품에 대해서만 대체 기사가 배달해주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반복해 전달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합법적 파업의 경우 사측의 일방적인 대체 인력 투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대체 인력 투입을 막는 택배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를 ‘방해’라고 규정하면서 부정적 의미로 그려낸 겁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싸움이 ‘택배 노동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을 주어로 삼아 투쟁의 주체를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불균형하게 전달한 조선일보는 노조가 왜 CJ대한통운의 직접교섭을 요구하는지,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택배 노동자들을 사측이 어떻게 대우했는지, 구체적인 파업의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노조가 고객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는 식으로 제목을 뽑고 기사를 썼습니다.
3. ‘파업’을 보도할 때 꼭 말해줘야 하는 것들
이번 택배노조의 파업은 11월 21일부터 시작됐으며 CJ대한통운 사측이 파업 참가 노동자가 있는 지역에 아예 택배 접수 자체를 받지 않아 고객들의 불편이 더욱 심화됐습니다. 노조는 이를 일종의 ‘직장폐쇄’라며 반발했으나 사측은 ‘고객 피해 최소화 조치’라 맞섰고 결국 노조는 고객 불편을 고려해 29일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로 복귀했습니다. 조선일보가 29일 조간 1면 머리기사에서 ‘고객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고 주장한 그날 파업은 단 9일만에 끝난 겁니다.
그러나 아직 갈등은 여전합니다. 사측은 아직도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 교섭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노조는 ‘2차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28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의 일부 고객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파업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차별이 극심하고 근무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입니다. 택배 물류를 분류하는 업무가 사실상 ‘공짜 노동’ 취급되어 1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림은 물론 ‘분류도우미’ 채용 비용까지 부담한다는 점, 대부분의 물류 터미널에 냉난방시설도 없어 노동자들이 폭염과 혹한을 견뎌야 한다는 점, 하루 2회전 배송 등 기본적 업무 강도가 상당하다는 점 등이 택배노동자들이 꾸준히 개선을 요구한 실태들입니다. 지난 2년간 택배 노동자 3명이 과로사했고, 올해에도 물류센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감전 등의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등 CJ대한통운의 노동 환경은 이미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이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교섭조차 불응하고 있고, 이는 조선일보가 보도한대로 고용노동부도 인정한 택배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겁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택배연대노조의 노조 설립을 인가하며 노동자성을 인정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CJ대한통운의 노동환경이나 ‘택배 노동자의 노동자성’ 자체를 더 설명하지 않고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자'라며 지난 1월 행정소송을 낸 상태”라며 사측의 대립된 시각을 덧붙였을 뿐입니다. 이렇게 사실관계를 입맛에 맞게 선택적으로 보도하면서 ‘고객 볼모로 파업’이라는 프레임을 짠 겁니다.
4. 이럴거면 왜 기자를 3명이나 쓰셨어요?
1면 머리기사는 아니지만 동아일보도 14면에 <“내 택배 직접 찾자” 집하장에 긴줄… CJ노조 파업에 경주-울산시민 불편>(11/29 박광일·정재락·변종국 기자)를 게재해 조선일보와 똑같은 관점을 보였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와 판박이입니다. 보도 제목과 첫 문장에 “날씨가 추워져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리털 점퍼를 주문했는데 일주일째 감감 무소식입니다”라는 ‘시민 불편 인터뷰’를 배치한 것까지 똑같습니다. 그나마 경주 물류터미널을 직접 찾아가 시민들을 인터뷰한 조선일보가 성의는 더 있는 편입니다. 동아일보는 동국대 경주 캠퍼스 학생을 인터뷰했습니다. 택배 노동자의 고통을 단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은 점은 조선일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 보도에 어째서 3명의 기자가 투입됐는지 의문입니다.
5. ‘택배 노동자들의 고통’ 공감한 시민들도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처럼 일방적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민폐’로 묘사하는 보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타사의 경우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한 시민들의 입장을 전한 사례도 있습니다. KBS는 <뉴스7>의 <택배노조 “위법한 직장 폐쇄” 반발…택배 접수 중단 갈등>(11/26 이승철 기자)에서 “고객들은 불편을 호소하지만, 택배 기사들의 근무 환경도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시민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머니투데이 <택배 파업 돌입…소비자 "처우 개선 계기 됐으면">(11/22 박가영 기자)도 “소비자 다수는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며 직장인 강슬기(27) 씨의 인터뷰를 실은 바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1월 2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정리 최영권 인턴
monitor_20181130_347 29일자 신문브리핑.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