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일상 속 사법 권력의 부조리를 지적한 서울신문
등록 2018.11.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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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에 사법권력의 피해자를 조명한 서울신문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를 선정했다. 아래는 2018년 10월 이달의 좋은‧나쁜 보도 신문 부문 선정 사유이다.

 

2018년 10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 보도’ 심사 개요

좋은 신문 보도

기획보도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매체 : 서울신문, 취재 : 나상현 유영재 이근아 이민영 허백윤 홍희경 기자, 보도일자 : 7/24~10/25

나쁜 신문 보도

<단독/EBS 장해랑 사장 관용차 회식 직후 음주사고>

매체 : 세계일보 취재 : 김청윤 기자 일자 : 10/18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신문),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온라인, 시사프로그램),

임동준(민언련 활동가/방송보도),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지면 보도와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

 

10월 좋은 신문 보도, 일상 속 사법 권력의 부조리를 지적한 서울신문

 

선정 사유 서울신문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는 99%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적인 재판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을 조명했다. ‘소액재판’ ‘심리불속행’ ‘판결문 비공개’ 등 소수에게 권한이 집중된 사법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3분 재판’ 관행, 판결문 비공개와 엉터리 판결문 등 사법 권력의 피해 유형은 각양각색이었다. 서울신문은 3달간 40여 건의 기사를 연재를 통해 이런 ‘일상 속의 부조리’를 고발했다. ‘양승태 사법농단’처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 사회적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법 권력의 횡포는 시민 개개인에게는 더 잔인한 현실이다. 민언련은 사법 개혁은 시민의 삶을 위해 절실한 과제임을 보여준 서울신문의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를 이달의 좋은 신문으로 선정했다.

 

서울신문은 2018년 7월 24일부터 10월 25일까지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기획 기사를 연재했다. 99%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적인 수사·재판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을 장장 3개월에 걸쳐 40여 건의 기사로 조명했다. 서울신문은 결론에서 “전국에서 제일 공부 잘한 수재들이 사법의 의무와 권한을 모두 쥐는 ‘엘리트 사법’이 이제 한계에 달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소액재판 졸속진행…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박탈당하는 국민들

서울신문은 사법 권력의 문제점을 ‘소액재판’ ‘심리불속행’ ‘판결문’ ‘권력 집중’ 등을 통해 지적했다. 시리즈 첫 기사인 <뉴스in/어떻게 소액재판이 그래요?>(7/24 홍희경 기자)에서 “하루에 160건을 심리하는 판사는 법정에서 컨베이어벨트를 돌리고 원고와 피고는 ‘3분 재판’을 받는다. ‘빨리빨리’만 외치느라 공정한 재판을 위한 많은 장치가 생략된다”고 지적한다. 소액재판 이야기다. 소액재판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여러 단계를 생략하는 특례가 적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소액재판은 ‘3000만원 미만인 사건’으로 규정해 놓았다. 영국 1480만원, 일본 600만원, 미국 560만원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심 법원 민사재판 중 76.1%인 77만 4400건, 재판 같지 않은 이런 재판이 4분의3이나 된 것은 대법원이 세계 최고가 수준인 3000만원으로 ‘소액’ 기준을 정해서다”라고 지적한다. 서울신문은 “판사는 변론을 들은 뒤 즉시 선고할 수 있고, 판결 이유 없이 트위터(140자)보다 더 짧은 두 줄짜리 판결문을 쓸 수 있으며,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조정 절차를 활용하는 일도 많다”고 전한다. 이로 인해 소송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왜 패소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법관 정원 늘리고…시니어 법관 제도 도입 필요

서울신문은 부실한 ‘소액재판’의 대안을 전한다. “전문가들은 법관의 업무 부담 때문에 소액재판 기준을 3000만원까지 끌어올려 놓은 것은 시민들에 대한 사법 서비스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기준 금액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한다. 하지만 소액재판 기준을 낮추면 소액 사건 담당 판사의 업무량도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서울신문은 “법관 정원을 늘리면서도, 법관 채용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디어로 ‘시니어 법관제도’를 제시했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12월 퇴직한 박보영(57·사법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시·군 판사에 지원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미국식 시니어 법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니어 법관제는 퇴직한 고참 판사들이 일종의 계약직 형식으로 재판 업무를 돕는 제도다”라고 전했다.

 

심리불속행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서울신문은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기각…상고심 왜그럴까>(7/30 김동현 나상현 기자)에서 ‘심리불속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리불속행이란 2심 재판이 불복해 대법원에 올라온 상고 사건 가운데 심리 대상이 아니라 판단되는 사건은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심리불속행 처리 결정이 날 경우 선고 없이 간단한 기각 사유를 적은 판결문만 당사자에게 송달되며, 형사사건은 심리불속행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대법관이 사건의 쟁점을 진지하게 보지 않은 채 2심 판결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심리불속행 제도 때문에 “형사재판을 빼고 민사·가사·행정·특허재판 상고심에선 매년 70% 이상의 판결문이 딱 한 줄로 끝낸다”며 “사실상 2심제라고 봐도 되겠다”고 지적했다.

대법관마다 ‘심리불속행’ 처리율이 다른 점도 문제다. 서울신문은 “이기택·박상옥·민유숙·조희대·김창석·김신 대법관이 주심이 맡은 사건에선 80% 이상이, 권순일·박정화·김소영 대법관 주심 사건의 70% 이상이 심불 처리됐다. 이 비율은 김재형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50.9%로, 조재연·고영한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20%대로 줄었다. 최대(이기택 대법관·84.3%)와 최소(고영한·22.0%) 간 격차는 62.3% 포인트에 달했다”고 지적한다. 그야말로 어느 대법관에게 사건이 배당되는지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될지 아닐지가 결정되는 ‘복불복’인 셈이다.

 

부실한 법원 판결문 문제…소송 당사자는 호소할 곳도 없어

서울신문은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래서 판결문 공개 안하시나요?>(8/6 홍희경 기자)에서는 부실한 ‘판결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판결문을 받았지만 자신이 왜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 알지 못하는 소송 당사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가상의 인물은 나억울 씨는 “재판에 불복해 항소를 하려고 해도 1심 재판부가 왜 이렇게 판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으니 항소이유서를 쓰기조차 어려웠다”면서 “1심 판사의 심중을 헤아려 항소이유서를 쓰다 보니 항소심은 이미 ‘기울어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기분이었다”고 호소했다. 서울신문은 이러한 판결문이 나오는 이유가 ‘판결문 비공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판결문을 부실하게 쓰더라도 판사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도 언급한다. <판사 마음대로 ‘깜깜이‧복사기 판결문’…알고보면 법대로라네요>(8/8 나상현 기자)에서 “사건의 쟁점, 피고인이 부인하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쏙 뺀 ‘깜깜이 판결문’이나 항소심 선고 때 1심 판결문을 그대로 베껴 ‘복사기 판결문’을 쓴 판사에게는 징계 등 불이익이 가해질까. 그럴 일은 없다”고 지적한다. 판결문은 내부 평가는커녕 감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판사가 판결문을 쓰면 그대로 확정되고 어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말그대로 ‘합법적 판결문이다’ 사건 당사자가 답답하든 말든,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공급자’인 법조인 편의에 맞춰 설계된 소송법이 ‘깜깜이 판결문’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도 지적

서울신문은 법원에서 펼쳐지는 재판뿐만 아니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관행도 지적했다. <검 ‘기소유예’ 무기로 쥐락펴락…구제는 헌재밖에 못 해>(10/15 이근아 기자)에서 “기소할지, 기소유예할지는 전적으로 검찰 재량에 달렸다. 검사 성향에 따른 편차를 조율할 장치는 검찰 내 결재권이 거의 유일하다. 이에 따라 합의, 재범 여부, 피해 정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참작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다는 검찰 입장과 다르게 피의자들은 검사의 기소유예 결정이 복불복 식으로 이뤄진다는 느낌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일상의 부조리’를 끄집어낸 기획 기사

최근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의 실체가 점점 밝혀지고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와 현직 판사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 일대의 사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법조비리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 사법적폐가 존재한다. 이번 서울신문 기획 기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법권력에 당하는 불이익을 잘 짚어냈다. 그 실상은 실로 심각했다. 사법권력은 힘없는 사람들 앞에선 더욱 잔인무도했다.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는 속으로만 앓을 뿐 구제받지 못했다. 세간의 관심도 끌어낼 수 없었다.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됐다. 서울신문은 법원과 검찰, 국회, 시민단체, 실제 소송당사자 등을 취재하며 ‘사법권력의 실태’를 다각도로 폭로했다. 이를 40여 건의 기사로 3달간 연재한 노고가 돋보인다.

 

10월 나쁜 신문 보도, EBS 사장 관용차가 음주사고? 엉터리 기사 쓴 세계일보

 

선정 사유 세계일보 <단독/EBS 장해랑 사장 관용차 회식 직후 음주사고>(10/18 김청윤 기자)는 제목만 보면 마치 EBS 장해랑 사장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도를 읽어보면 ‘두 달 전에 EBS 장해랑 사장의 관용차 운전기사가 음주사고를 냈다’는 내용이다. 제목에서 중요한 주어인 운전기사를 쏙 빼고 장해랑 사장만 명시하여 오해를 유발시킨 것이다. 이는 음주운전 사고와 장해랑 사장을 연결 지으려는 악의가 엿보인 엉터리 기사였다. 또한, 두 달 전에 있었던 사건을 ‘단독’까지 붙여 보도를 낼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할 목적으로 쓴 기사는 근절되어야 한다. 이에 세계일보의 기사를 민언련 이달의 나쁜 신문으로 선정했다.

 

18일, 세계일보는 <단독/EBS 장해랑 사장 관용차 회식 직후 음주사고>(10/18 김청윤 기자)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제목만 보면 마치 EBS 장해랑 사장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도를 읽어보면 결론은 ‘두 달 전에 EBS 장해랑 사장의 관용차 운전기사가 음주사고를 냈다’는 내용이다. 과연 ‘단독’까지 붙여 보도를 낼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스럽지만 ‘운전기사의 사고’를 마치 장해랑 사장의 사고인 것처럼 보이도록 뽑은 제목은 매우 부적절하다.

 

세계일보는 “EBS 장해랑 사장의 관용차량 운전자가 장 사장 등이 참석한 비서실 회식 직후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면서 “지난 8월 7일 자정쯤 고양시 덕양로 행주대교에서 장 사장의 관용차인 에쿠스 차량이 앞서가던 견인차를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를 받고 출동했다”, “차량을 운전하던 A씨는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인 0.08%였다”, “당시 차량 안에는 A씨 외에는 없었다”라고 사고 경위를 전했다.

결국 두 달 전에 관용차 운전기사가 음주사고를 냈다는 것인데 대체 이를 왜 지금 와서 단독보도로 내는지 의문이다. 굳이 보도를 내고자 했다면 운전기사가 사고를 냈으니 제목도 그렇게 써야 한다. 하지만 세계일보는 제목에서 중요한 주어인 운전기사를 쏙 빼고 장해랑 사장만 명시하여 오해를 유도했다. 이렇게 억지스럽게 제목을 뽑다보니 ‘관용차가 음주사고를 냈다’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이 탄생했다. 음주운전 사고와 장해랑 사장을 연결 지으려는 기자의 악의가 엿보인 엉터리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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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