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방송심의위원회_
TV조선 ‘오산 기지에 간첩’ 외치자 시민들 “그럼 신고나 해라”5월 23일 발족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새로운 안건을 민언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11월 21일 오후 8시 30분부터 11월 28일 정오까지 집계한 25차 심의 결과이다.
시민 방심위 25차 안건 1,519명 심의
‘오산 기지 앞 아파트에 간첩!’ 양치기소년 급 방송
시민 방송심의위 25차 안건은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1/15)‧채널A <뉴스TOP10>(11/14)이었다. TV조선과 채널A는 방송 당시 ‘가짜뉴스 논란’이 일었던 ‘북한 삭간몰 비밀 미사일 기지’를 다루면서 갖가지 새로운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다. TV조선의 경우 ‘오산 미군기지 앞 아파트에 북한 고정간첩이 있다’는 무시무시한 가짜뉴스를, 채널A는 ‘북한은 우리를 상대로 군사 훈련을 하는데 우리 군은 주적을 일본으로 바꿨다’는 ‘외교 참사’급 가짜뉴스를 주장했다. 모두 시청자를 근거 없는 공포에 빠뜨리는 ‘황당 뉴스’들로서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
“TV조선이 국가보안법 위반한 것 아닌가”
해당 안건에 총 1,519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재승인 심사에 벌점이 있는 ‘법정제재’가 1,67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벌점이 없는 ‘행정지도’가 7명, ‘문제없음’은 없었다.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 영상 짜깁기로 특정 시민단체를 테러범 수준으로 묘사한 24차 안건 TV조선 <뉴스9>(11/7)이 최고 수위 제재인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을 67%나 받은 데 이어, 이번 25차 안건 역시 66%로 평균치를 상회했다. ‘행정지도’는 ‘권고’ 단 1명에 그쳤고 ‘문제없음’은 아예 없었다. ‘행정지도’와 ‘문제없음’이 도합 1명에 그친 것은 참여 시민이 25명에 그쳤던 1차 안건에 이어 2번째로서 사실상 처음이다. 25차까지 이어진 시민 심의 중 가장 제재 수위가 높았던 셈이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
관계자 징계 |
경고 |
주의 |
권고 |
의견제시 |
문제없음 |
계 |
1,006명 |
387명 |
89명 |
36명 |
1명 |
- |
- |
1,519명 |
66% |
26% |
6% |
2% |
- |
100 |
△ 25차 안건(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1/15)‧채널A <뉴스TOP10>(11/14))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심위 사상 제재 수위가 가장 높을 수밖에 없는 안건이기도 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짜뉴스 급 허위 보도였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들은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점, 허위 사실을 ‘군사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나온 패널이 유포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을 의결한 한 시민은 “개인 유튜브 채널도 아니고 방송사가 나서서 가짜뉴스를 양산하면 되겠습니까? 강한 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고 ‘관계자 징계’의 한 시민도 “무분별한 허위사실유포에 대해서 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해당 패널, 즉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및 허위 사실 주장을 방관한 진행자에 대한 직접 제재도 거론됐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의 시민들은 “공군기지 근처 아파트에 간첩이 있는 게 상식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문제고 그걸 제재하지 않는 진행자도 TV출연 못하게 해야합니다”, “패널 출연 금지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간첩이 있다’는 TV조선의 황당 방송에는 재기 넘치는 ‘의결 사유’도 넘쳐났다. 간첩의 존재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고 방송이나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을 택한 한 시민은 “국가 보안법 제 10조 불고지죄, ‘빨갱이’인 걸 알고 있음에도 정보기관에 신고하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제12조 무고, 날조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 인멸, 은닉한 자는 각 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이러한 관련법에 의하면 TV조선의 패널인 신인균 씨는 처벌 대상입니다. 간첩을 알고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인균 씨를 처벌해주시고 이를 방관한 TV조선은 방송사 폐지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정중히 밝혔다. ‘주의’를 의결한 한 시민 역시 “안보 전문가라는 사람이 근거도 없는 간첩의 위치까지 밝히다니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안건이야말로 ‘객관성 조항’ 정면으로 위반
시민 방심위원회는 25차 안건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4조(객관성), 제17조(오보정정)로 제안했다. ‘없음’과 ‘기타 적용 조항 의견’도 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시민들은 적용 조항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
제14조(객관성) |
제17조(오보정정) |
없음 |
기타 |
1,113명 |
1,405명 |
1,068명 |
- |
3명 |
73% |
92% |
70% |
- |
- |
△ 25차 안건(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1/15)‧채널A <뉴스TOP10>(11/14)) 적용 조항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 참여 시민들은 그간 제14조(객관성)을 대체로 적용했다. 대다수 안건이 기본적으로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곡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제14조(객관성)이 92%로 압도적이었으나 다른 조항들도 70% 이상 선택해 이례적이었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의 경우 ②항 “토론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선정에 있어서 대립되는 견해를 가진 개인과 단체의 참여를 합리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와 ③항 “토론프로그램은 토론의 결론을 미리 예정하여 암시하거나 토론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유도하여서는 아니된다”를 적용할 수 있는데, ②항의 경우 북한이나 안보 이슈를 다루면서 이번 안건의 신인균 씨를 비롯해 김정봉 전 국가정보원 실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등 극단적, 호전적 대북관을 지닌 인물들만 출연시킨다는 점에 기인한다. ③항은 소위 ‘아무말’이나 해놓고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 역시 적용 가능하다. 제17조(오보정정)은 TV조선과 채널A 모두 가짜뉴스 급 허위 사실을 내놓고도 이렇다할 사과나 정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다.
‘기타’ 3명의 경우 제7조(방송의 공적책임) ⑮항 “방송은 남북한 통일과 문화교류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제9조(공정성) ①항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 하여야 한다” 등 포괄적 규정을 자체적으로 적용한 사례다.
25차 심의에 참여한 시민 구성
이번 심의에 참여한 시민은 총 1,519명 중 남성 1,096명(72%), 여성 422명(28%), 기타 1명/ 10대 1명, 20대 37명(2.5%), 30대 307명(20.2%), 40대 820명(54%), 50대 305명(20.1%), 60대 이상 49명(3.2%)이었다.
민언련이 이처럼 의견을 남겨주신 시민의 연령대와 성별을 취합해 공개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지난 3기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에는 9명 전원이 남성이었고, 고연령층이었다. 이 같은 구성에서 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의견을 취합하면서 계속 성별과 연령대를 함께 취합하고자 한다.
시민 방심위 26차 안건 상정
26차 안건,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1/21, 22)
민언련은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26차 안건으로 <보도본부핫라인>(11/21, 22)의 ‘탈북민 오청성 씨 관련 가짜뉴스’를 상정했다. TV조선은 일본 극우신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 및 ‘한국군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탈북민 오청성 씨를 다뤘다. 그런데 방송 중 그의 외모를 장시간 평가하고 ‘수입차 구매 등으로 정착금 탕진’, ‘생활고로 돈 받기 위해 일본 언론 인터뷰’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열거했다. 자사 인터뷰에서 오청성 씨가 이를 모두 부인했는데도 TV조선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자사 보도를 없던 일 취급했다.
‘한국군 비하 진짜 안했나’ 묻고 ‘잘 생겼다’ 대답
가장 황당한 대목은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1/21)에서 나왔다. ‘한국군 비하 발언’의 진위 여부를 다루면서 진행자 엄성섭 앵커가 “오청성 씨가 이 말을 해놓고 논란이 되니까 부인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진짜 산케이가 왜곡 보도를 했을까요?”라고 묻자 윤우리 기자는 “그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오청성 씨가 어떤 사람인지 취재를 해봤습니다. 우선 오청성 씨를 만나본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오청성 씨가 상당히 잘 생겼다고 언급을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오청성 씨가 배우 현빈과 닮았는지 논했다. 동문서답이라는 비유도 아까울 정도의 막가파식 대담이다.
“현빈 닮았나” 너무 궁금했던 TV조선
바로 다음날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1/22)에서도 오청성 씨를 향한 ‘외모 평가’가 이어졌다. 역시 배우 현빈과 닮았는지 여부가 중심이었다. 엄성섭 앵커는 “직접 봤어요? 현빈 닮았다고 그랬었잖아요”, “(현빈과) 진짜 안 닮았어요?”라고 반복해 물었다. 이에 윤우리 기자는 “아주 싱크로율이 높은 것은 아니었어요. 솔직히”라고 냉철히 분석했다. 이쯤 되면 이게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인지, 유튜브 가십 채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정착금 탕진, 수입차 구매’ 늘어놓더니 ‘모른 척’
그러나 무엇보다 TV조선 보도에 심각한 문제는 오청성 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수준의 추정을 늘어놓고 자사 인터뷰에서 이것이 부인됐는데도 말 그대로 ‘모른 척’했다는 점이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1/21)에서 윤우리 기자와, 백대우 기자는 “오청성 씨가 일본까지 건너가서 인터뷰를 한 이유가 바로 돈 때문”, “오청성 씨는 현재 후원금과 정착금을 모두 써 버렸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 “오 씨는 이 돈으로 차량을 두 대 구입을 하는 등 돈 관리를 제대로 못했던 것”, “두 대 가운데 또 한 대는 수입차” 등 추정을 쏟아냈다. 백대우 기자의 경우 이 과정에서 “(탈북민들이)‘남쪽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남한으로 가면 부자처럼 살 수 있다, 매일 고기반찬을 먹는다’ 이런 다소 좀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공유도 좀 된다. 이 때문에 일부 탈북자 분들은 정착금을 조금 무분별하게 사용해서 단 시일 내에 전부 탕진하고 기초수급자 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일부는 계시는 것” 등 근거도 없이 탈북민 전체를 오해하게 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오청성 씨는 21일 TV조선 인터뷰에서 자신과 관련된 ‘생활고 의혹’을 모두 부인했고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1/22)도 이를 다뤘는데 TV조선은 ‘오청성 씨가 이렇게 말했다’고만 전했다.
민원 제기 취지
북한 관련 이슈만 나오면 일단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TV조선은 사실관계가 어긋난 것으로 드러나도 이를 제대로 정정하거나 사과한 바 없다. 자매사인 조선일보의 ‘현송월 처형 오보’가 대표적 사례다. 이번 경우도 비슷한데, 단 하루 만에 자사 인터뷰로 스스로의 보도가 부인됐음에도 TV조선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했다. 이는 뻔뻔함을 넘어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이런 보도가 탈북민 전체를 비하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TV조선이 앞세우는 ‘북한 주민 인권’이라는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제안하는 심의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①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③ 토론프로그램은 토론의 결론을 미리 예정하여 암시하거나 토론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유도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7조(오보정정) 방송은 보도한 내용이 오보로 판명되었거나 오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지체없이 정정방송을 하여야 한다.
제21조(인권 보호) ② 방송은 심신장애인 또는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참여 바로가기 https://www.ccdm.or.kr/xe/simi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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