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보수패널’인 고성국 TV조선 객원해설위원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18)에서 제작진에 따끔한 충고를 남겨 시청자를 놀라게 했습니다. 바로 아래 발언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이 이재명 지사와 김부선 씨의 관계에 대해서 이제 좀 관심을 꺼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면 나라가 망합니까? 또는 정말로 아무 관계가 없었다고 하면 굉장히 나라가 흥합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에 모든 관심이 다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서 사실은 누구 말을 믿어야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정치 평론하는 사람이 이 사람의 신체적 특징 이런 이야기를 언제까지 하고 있어야 됩니까? 저는 그런 점에서 정말 시청률 좀 각오하고서라도 이런 주제가 더 이상 <이것이 정치다>에서는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대체 TV조선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스캔들을 얼마나 많이 다뤘기에, TV조선에 적을 두고 있는 고성국 씨마저 ‘제발 그만하자’고 호소했을까요? 

일명 ‘이재명 김부선 스캔들’은 이미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의 집중 공세 대상이었고, 현재도 진행중입니다. 배우 김부선 씨와 이 지사 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사실관계 확인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요. 문제는 지극히 사적인 이슈이자 정치적‧사회적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사실관계도 가려진 바가 없는 이 사안을 언론이 지나치게 많이 보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TV조선은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입니다. 이재명 지사의 자택 압수수색이 있었던 10월 12일부터 22일까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 이재명 지사 관련 스캔들을 방송한 분량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매일 방송 절반을 ‘이재명 스캔들’에 퍼부은 TV조선
지난 4일, SNS에서 이재명 지사의 특정 신체부위가 거론된 ‘공지영-김부선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 지사는 12일, ‘신체 검증’을 선언해 16일 진행했죠. 19일 이 지사가 출석한 국정감사에서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스캔들’에 집착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신체검증’이 발표된 12일부터 22일까지, 원래 방송이 없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재명 스캔들’을 다뤘습니다. 그 분량도 상당하여 전체 방송의 절반이 넘은 경우도 있습니다.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이재명 스캔들 방송 비중(10/12~22) Ⓒ민주언론시민연합
 

10월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TV조선은 전체 방송의 절반 이상을 ‘이재명 스캔들’에 할애했습니다. 대담의 제목에서는 TV조선의 선정성과 편파성이 노출되기도 합니다. ‘신체검증’이 진행된 16일, TV조선은 <‘셀프검증’ 강행>이라는 제목을 뽑았는데 이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등 극단적 보수인사들이 제기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겁니다. 

22일 TV조선이 제목으로 쓴 <이재명 교수? 넌 누구냐?>의 경우 이 지사의 이메일 계정이 해킹을 당해 해킹을 한 누군가가 ‘싱가포르 국립대 이재명 교수’라 적힌 가짜 신분증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하려 한 사건을 다룬 방송인데요. TV조선은 짧게 사실관계만 간단히 전해도 되는 이 뉴스를 <넌 누구냐?>라는 선정적 제목을 달아 무려 28분이나 다뤘고, 이 과정에서 아무 관련도 없는 ‘이재명 스캔들’을 상당히 길게 논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재명 스캔들’에 매일 집착한 결과, 7일 간 전체 방송의 무려 42%가 ‘이재명 스캔들’로 채워졌습니다. 

채널A도 ‘이재명 스캔들’ 집착
TV조선처럼 방송의 절반 가까이를 ‘이재명 스캔들’에 퍼붓지는 않았으나 채널A <정치데스크> 역시 과도한 분량을 보였습니다.

△ 채널A <정치데스크> 이재명 스캔들 방송 비중(10/12~22) Ⓒ민주언론시민연합

같은 기간(10/12~10/22) 채널A는 18일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원래 방송 없는 주말 제외) ‘이재명 스캔들’을 다뤘으며 그 비중 역시 평균적으로 30%를 상회했습니다. ‘신체검증’이 있었던 16일에는 전체 방송의 절반 정도인 46%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7일 간 모든 방송시간을 합하면 전체 방송 중 30%를 ‘이재명 스캔들’에 할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채널A는 TV조선처럼 편파적, 선정적 제목을 뽑지는 않았습니다. TV조선이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셀프검증’이라는 단어도 아예 쓰지 않았으며 ‘이재명 이메일 해킹’ 역시 <이재명 지사 이메일에 무슨 일이?>라는 제목으로 사실관계만 담아냈습니다. 

‘뉴스의 공익적 가치’ 대신 ‘선정성’을 택했나
그렇다면 TV조선과 채널A는 이렇게 많은 비중을 할애하여 대체 어떤 중요한 이야기를 나눈 것일까요? ‘이재명 스캔들’에서 시청자들에게 꼭 전해야 할 공익적 의미의 뉴스가 있었을까요? 두 종편이 진행한 대담의 세부 주제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스캔들’은 물론이고 과거 이미 회자됐던 다른 ‘사적 논란’들까지 모조리 끌어와 방송을 했습니다. △친형 강제 입원 의혹 △스캔들 △혜경궁 김 씨 의혹 등으로서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등장했던 의혹들입니다. 

모두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혜경궁 김 씨 의혹의 경우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고소를 취하하기도 했죠. ‘친형 강제 입원 의혹’ 역시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부터 인터넷을 타고 퍼졌으나 이 지사가 당시부터 친형의 정신질환 및 친형 가족의 입원 동의를 증명한 여러 공문서들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바른미래당이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이 지시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고소를 해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내용은 6년 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역시 수사 및 재판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특별히 새로 보도할 요소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TV조선과 채널A가 자극적인 이슈들을 총동원하여 ‘시청률 장사’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 TV조선‧채널A ‘이재명 스캔들’ 관련 방송 세부 주제 내용 분석(10/12~22)ⓒ민주언론시민연합*의혹제기(김부선 측 입장 및 이재명 비판), 해명(이재명 측 입장), 기타(의혹과 무관한 사실관계 전달) 

이 기간 ‘이재명 스캔들’보다 중요한 이슈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훨씬 더 엄중한 뉴스들이 많았죠. 당시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각 상임위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논의와 비판들이 오고갔습니다. ‘사립 유치원 비리 실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한 이 기간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이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히면서 국제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 사안들을 TV조선과 채널A가 아예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재명 스캔들’에만 TV조선은 방송의 절반, 채널A는 30% 할애한 만큼, 이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는 비중은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강용석 유튜브’까지 선전해 준 TV조선‧채널A
더 큰 문제는 TV조선과 채널A가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각종 사적 논란들을 매일 띄우면서 매우 일방적인 보도를 했다는 겁니다. 상기한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보도 및 대담은 김부선 씨의 입장이나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과거 의혹들을 나열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재명 지사 측 입장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분량이 적으며, 여타 사실관계를 나열한 경우 분류한 ‘기타’ 역시 김부선 측 입장보다 훨씬 적습니다. TV조선과 채널A가 이재명 지사를 공격한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보도를 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TV조선과 채널A가 선정성과 정파성에 따라 ‘이재명 스캔들’에 집착했다는 점은 김부선 씨 변호인인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 방송을 시시때때로 인용했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17), 채널A <정치데스크>(10/17)은 모두 강용석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강 씨가 “셀프 검증”이라 주장한 방송을 보여줬습니다. 이 스캔들의 경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재판을 앞둔 만큼 당사자인 강용석 씨의 일방적 입장을 이렇게 노출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합니다. 그러나 TV조선과 채널A는 17일 뿐 아니라 다른 날에도 수 차례 ‘강용석 유튜브’를 방송했습니다. 12일부터 22일까지 TV조선은 4번, 채널A는 5번 인용했습니다.

△ TV조선‧채널A의 ‘강용석 유튜브 채널 영상’ 사용 여부(10/12~10/22) ⓒ 민주언론시민연합 

△ 강용석 유튜브 인용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17)

△ 강용석 유튜브 인용한 채널A <정치데스크>(10/17)

물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정치 데스크> 모두 변호보다는 자기 홍보에 치중하는  강용석 씨의 태도를 비판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강 씨의 태도를 비판했을 뿐, 강 씨가 ‘이재명 스캔들’과 관련해 김부선 씨 일방의 변호인으로서 일방적 주장을 한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강 씨의 개인 유튜브 방송과 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태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10월 12일~22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정치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