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가려버린 ‘색깔론’과 ‘노조혐오’국정감사가 중반기에 접어든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16일부터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 중 108명이 재직자의 친인척 관계였다며, ‘고용세습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의혹을 ‘민주노총 기획입사’, ‘권력형 비리’로 명명했고 “정권 차원의 잘못된 정규직 전환정책도 원인”, “서울시 묵인과 방조도 큰 문제”라며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기조 자체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보수언론의 첨병인 조중동 역시 이 논란을 연일 집중보도하면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 많습니다. 최초 논란의 진원지 자체가 ‘소문’에 불과합니다. 또한 고용세습 의혹을 받는 108명 중 노조 관계자는 단 1명이고 보수세력이 ‘기획입사’의 주범으로 지목한 ‘전 통합진보당 당원’은 2명에 불과한데도, 보수언론은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을 ‘배후’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한 ‘음모론’, ‘색깔론’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온갖 ‘마타도어’가 만연한 조중동의 주장 중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정리하고 사실관계를 짚어보겠습니다.
하루 3건이나 보도한 중앙일보, 대체 뭐길래
우선, 조‧중‧동의 ‘고용세습 의혹’ 관련 보도량은 타 언론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16일부터 18일까지 중앙일보는 9건, 조선일보는 6건, 동아일보는 5건이지만 한겨레는 2건, 경향은 1건, 서울은 1건에 그쳤습니다. 서울교통공사와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엇갈리는만큼 차후 감사나 조사로 사실관계가 드러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중동만 과도하게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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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18일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관련 보도량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1. ‘노조의 의도적인 고용세습’?
조‧중‧동 “그런 소문이 있다 카더라”
사실 이번 논란은 16일 중앙일보의 단독보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중앙일보 <단독/아들‧딸‧며느리까지…교통공사 신고용세습>(10/16 https://bitly.kr/iXOR )은 같은 날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이 기자회견으로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남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정규직 전환자의 친인척 재직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108명(약 8.4%)은 교통공사 재직자의 자녀·형제·배우자 등”이라는 겁니다. 이를 토대로 중앙일보는 “서울교통공사 일부 직원의 자녀·형제 등이 비교적 채용 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으로 먼저 공사에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된 것”이라 단언했고 “신종 일자리 대물림”이라 규정했습니다. 보도 제목 역시 ‘교통공사 신고용세습’이며 소제목은 <노조가 재직자 자녀 지원 독려>입니다. 즉 ‘노조의 고용세습’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이 보도에서 서울교통공사 측이 반박했듯 “직원 수가 1만5000명임을 감안할 때 직원의 가족이나 친척이 108명인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일 수 있는데요. 중앙일보는 어떤 추가적인 근거로 ‘고용세습’이라 단정했을까요?
바로 ‘소문’입니다. 중앙일보는 유민봉 의원 자료를 전한 후 “노조가 이번에 무기직으로 들어오면 곧 정규직될 거니까 지원하라면서 재직자 가족의 무기계약직 입사를 독려하고 다녔다. 무기직으로 합격시켜야 할 직원의 가족친척리스트가 있다라는 소문도 있었다”는 ‘익명을 원한 교통공사의 한 직원’의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 고용세습 의혹 논란의 포문을 연 중앙일보 기사(10/16)
조선일보도 이 소문을 퍼뜨리는데 가세했습니다. 17일 조선일보 <무기계약직 들어가면 곧 정규직 되니, 친인척 입사 독려하라 소문돌아>(10/17 이슬비‧김선엽 기자 https://bitly.kr/bgFp )는 “당시 직원들 사이에선 ‘무기직으로 입사하면 곧 정규직으로 전환되니 친인척의 무기계약직 입사를 독려해야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전했습니다. 중앙일보와 똑같은 ‘소문’을 ‘전해진 것’으로 보도한 것이죠. ‘소문의 진원지-익명의 직원-중앙일보-조선일보’로 이어진 무려 3차례에 걸친 ‘소문의 전언’입니다. 이런 식의 출처는 여러 차례 필터링을 거치며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도로 쓰지 않는 것이 정석입니다.
중앙‧조선이 ‘소문’으로 보도를 내고, ‘108명 친인척 자료’의 출처인 자유한국당이 연일 ‘노조 고용세습’을 외치면서 동아일보도 뛰어들었습니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공분 부른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기막힌 청년 일자리 도둑질>(10/18 https://bitly.kr/w5T6 )에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재직자 친인척의 ‘고용세습’ 전모가 드러나 공분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죠. 조중동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 특히 노조가 미리 정보를 알고 친인척에게 무기계약직 지원을 독려하여 정규직 전환을 ‘기획’했다는 겁니다.
숫자만 내세운 공세, 근거가 부족하다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20대 비정규직 청년이 열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고 2017년 7월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뒤 지난 3월 1일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보수언론이 지적하는 것은 이들1,285명 중 108명이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친인척 관계이며, 특히 이중 65명은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2016년 5월 이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고 입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1,285명 중 108명이 친인척’이라는 숫자만으로는 ‘고용세습’, 더 나아가 ‘노조의 고용세습’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조선‧중앙의 보도는 물론, 자유한국당의 기자회견에서도 대체 그 108명 중 몇 명이 노조 관련자의 친인척인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소문’과 ‘추정’만 있을 뿐입니다. 조선‧중앙은 ‘익명의 한 직원’이 전한 ‘곧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니 독려를 했다’는 똑같은 ‘소문’ 외에 근거가 없습니다. 마치 ‘내부 비밀’인 것처럼 묘사됐으나 이는 ‘온 국민이 알고 있던 소문’이나 다름 없습니다. 구의역 사고 직후 ‘위험업무 외주화’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규직 전환 논의가 활발했기 때문입니다. 노조나 재직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정규직화가 확정된 시점은 2017년 7월로 한국당과 보수언론이 문제 삼는 2016년 5월보다 한참 뒤의 일입니다.
이런 논란에 서울교통공사는 “108명 중 34명은 구의역 사고 이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나머지 74명도 공개채용 38명, 제한경쟁 36명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채용했다”고 반박했고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하 공사노조)도 “정규직 전환 중 기존 정규직원의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를 ‘채용비리’ 고용세습‘ ’특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규정”,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미리 규정하고 딱지를 붙이는 일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2. 민주노총․통합진보당 겨냥한 ‘색깔론’
노조가 폭력으로 ‘고용세습’을 강요했다고?
자유한국당과 조중동이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꺼내든 ‘프레임’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색깔론’입니다. 앞서 확인했듯, 조선‧중앙은이미 16일 첫 보도부터 객관적 근거 없이 ‘소문’만으로 ‘노조의 고용세습’을 거론했죠. 17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온갖 ‘마타도어’를 동원한 ‘노조 때리기’가 시작됐고 급기야 통합진보당까지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7일 1면 하단에 <‘고용세습’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영진 목까지 졸랐다>(10/17 이슬비․김선엽 기자 https://bitly.kr/bgFp )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보도를 내고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 중 108명이 정규직 직원의 친인척으로 밝혀진 가운데”, “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조 간부가 경영진에게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폭력까지 가했던 사실이 16일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의 멱살을 쥐고 있는 사진이 게재됐고 인터넷판 보도에는 영상까지 첨부해놨습니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2017년 12월 31일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열린 노사 협상”에서 “노조간부가 공사 측 위원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눕힌 뒤 목을 졸랐”고, “이후 정규직 전환 노사 합의가 체결됐고, 지난 3월 당초 서울시 발표와는 달리 안전 업무직 뿐 아니라 일반 업무직을 포함한 1,285명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라는 겁니다. 즉 ‘노조원이 간부를 폭행해 일반 업무직까지 정규직 전환이 되도록 강요했다’는 묘사입니다.
공사노조 “정규직 전환과는 무관한 사안”
물론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는 관련 없는 사건을 억지로 끼워 넣어 ‘노조가 정규직 전환 확대를 폭력으로 강요한 것’으로 사태를 윤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해당 보도 직후 공사노조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 왜곡, 허위보도”, “짜깁기 기사”라며 “당시의 상황은 12월 31일 자정이 넘어 진행되던 임금 및 단체협상 노사 본협의 도중 두 명의 노측 대표위원들의 일방적인 협약체결에 항의하는 노측교섭위원 안ㅇㅇ 지부장을 사측 노무관리자가 완력으로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이를 항의하고 제지하는 중에 나온 행동이며, 이를 누군가 촬영하여 동의없이 배포된 동영상의 일부분을 조선일보가 어떤 목적과 연유인지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의 기사로 둔갑시켜 악용한 것”이라 밝혔습니다. 즉 정규직 전환과는 무관하게 매년 노사 간에 이뤄지는 지난해 ‘임금 및 단협’에서 노동자 측 대표위원이 같은 노동자측의 입장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협약을 체결하려 하자 노측 교섭위원이 항의했고, 사측 노무관리자가 항의하는 노측 교섭위원을 넘어뜨렸다는 것이죠. 조선일보는 이런 맥락과 사실관계를 다 지워버리고 ‘임금 및 단협’을 ‘정규직 전환 과정’으로 바꿔치기했습니다. 그리고는 격분한 노측 교섭위원에 사측 관리자 멱살을 잡는 장면만 뚝 잘라 ‘노조가 폭력으로 정규적 전환을 강요했다’는 프레임을 짠 겁니다. 공사노조는 조선일보를 언론중재 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합진보당 당원 두 명이 ‘정규직 전환 위해’ 기획입사 했다?
현재 나오고 있는 의혹들 중 더 황당한 것은 ‘정규직 전환된 자들 중 통합진보당 활동을 한 사람도 있다’며 문제삼은 부분입니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1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진보당 출신 임모 씨와 정모 씨가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임 씨와 정 씨가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와 결탁해 실력행사한 덕분”이라며 ‘교통공사를 장악하려는 민주노총의 기획입사’라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 주장을 그대로 받아 <교통공사 노조 장악하려…민주노총, 조직적으로 조합원 입사시켜>(10/18 원선우‧김선엽 기자 https://bitly.kr/bedP )라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보도 제목은 ‘교통공사 장악하려는 민주노총의 기획 입사’를 아예 사실처럼 명시했죠. 가히 ‘유언비어’와 ‘마타도어’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2016년 9월과 12월 교통공사에 각각 입사한 임모, 정모씨는 옛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라며 이들이 자격조건이 충분하지도 않은데 전철 스크린도어 개보수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으며, “입사 후 두 사람은 'PSD 지부'를 만들어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간 다음, '업무직 협의체'를 구성해 서울시와의 각종 협의에 참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씨는 같은 해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내란 음모’ 유죄 판결과 관련해 ‘내란 음모 조작한 박근혜 정권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등 ‘통진당 활동 이력’을 나열하기도 했고, “이들은 2017년 11~12월 서울교통공사 앞 불법 천막 시위를 주도”, “11월 노조원들이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청원경찰 등을 폭행하는 장면, 작년 12월 노사 협상장에서 노조원이 사측 인사의 목을 자르는 장면” 등 공사 노조의 투쟁에 대해서도 “임 씨가 유발할 폭력”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중앙일보 <노조원들 정규직 전환 개입해 폭력 행사, 7급보→7급 승진 요구>(10/18 박형수 기자 https://bitly.kr/elRh ), 동아일보 <공분 부른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기막힌 청년 일자리 도둑질>(10/18 https://bit.ly/2EulPoZ ) 역시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통진당 출신은 취업도 하지 말라는 건가
이런 주장은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낙인을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이 ‘통진당 출신 임 씨와 정 씨’를 겨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일단 ‘동조 업계에서 일한 경력과 자격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전에 직종이 여러가지 있었다. 모터카, 철도 장비 직종은 차량을 운전해야하니까 운전 면허, 관련 자격증은 필수다. 그러나 법적으로 자격 면허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역무 지원, 승강장 안전문 유지 직종은 법적으로 필요는 없다. 다만 가점을 준다”고 반박했습니다. 스크린도어 개보수를 담당한 임 씨와 정 씨의 경우 애초에 자격증은 필수 조건도 아니었던 겁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 대부분은 스크린도어 관리와 같은 전형적인 외주 비정규직 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값싼 일자리’라는 의미죠.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의 희생자 역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는 비정규직이었고 이런 ‘불안정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및 ‘처우 개선’까지 이뤄지는 겁니다. 또한 교통공사에 따르면 임 씨와 정 씨를 포함한 대다수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공개채용(38명), 제한경쟁(36명) 등 통상적 공채와 같은 절차로 채용됐습니다. 이를 두고 ‘통진당 출신이 자격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녀사냥’에 가깝습니다.
조중동이 내세운 두 번째 ‘민주노총‧통진당 기획입사’의 근거는 임 씨와 정 씨가 입사 후 노조활동을 벌였다는 겁니다. 이 대목은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조차 힘듭니다. 입사하여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은 모든 민주사회가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조선일보는 임 씨와 정 씨가 민주노총 산하 ‘PSD 지부’를 만들어 서울시와의 각종 협의에 참석했고 폭력 집회를 주도했다고도 했는데요. ‘임 씨’는 민중의소리 <‘기획입사’ 지목된 서울교통공사 직원 “산업기사자격증 있고, 경쟁채용됐다”>(10/18 https://bit.ly/2AidDnz )에서 단독 인터뷰를 갖고 “(서울시와의 정규직 전환)협상장에 앉아 본 적도 없고, 협상을 해 본적도 없다.제가 서울교통공사 노조 기술본부 PSD지회 지회장이 된 것은 올해 4월의 일”이라 반박했습니다. ‘폭력’에 있어서는 “저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료된 상태인데, 폭력행위자로 몰다니 어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같은 18일에 보도를 내면서 정작 당사자의 입장, 기본적 반론도 보장하지 않은 겁니다.
노조가 조사를 거부했다? 서울시는 “참여했다”
‘고용세습’ 배후에 노조가 있다는 음모론에는 ‘민주노총이 전수조사를 방해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정규직 세습에 기획입사까지…서울시 산하 왜 이렇게 썩었는가>(10/18 https://bitly.kr/zoRt )에서 “서울시가 가족채용 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전수조사에 들어가려 하자 민주노총은 ‘신상털기’라고 반발하며 교통공사 노조원들에게 ‘절대 응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주장했죠. 이 역시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사설/ 청년층 고용 참사와 귀족노조 일자리 대물림>(10/16 https://bitly.kr/e3Eq )에서도 “조사 때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 노조원에게 ‘가족 재직 현황 제출을 전면 거부하라’는 통신문까지 배포하며 반대했다니 숨어있는 수자가 더 많을 수 있다”라며 사건의 규모를 부풀리기까지 했습니다.
이것도 자유한국당의 일방적 주장만 받아썼을 뿐, 실제로 노조가 보냈다는 공문 한 장 나오지 않은 ‘반쪽짜리 의혹 제기’에 불과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8일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의 친인척 현황 조사에 “전체 공사 직원의 99.8%가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노조가 방해해 전 직원의 11.2%만 참여했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을 “착오인 것 같다”고 일축했습니다.
3. 결국 타깃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어떻게 ‘고용세습 의혹’의 원인인가
이렇게 노조와 통합진보당을 총동원한 조중동의 공세는 결국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최종적인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잔치’ 정부․시․노조의 합작비리>(10/18 https://bitly.kr/1jjT )에서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같은 친 노조 일별도 정책을 펼쳐왔다”면서 “서울시는 작년 7월 ‘11개 투자 출연기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해 이번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을 촉발시켰다”며 느닷없이 ‘정규적 전환 정책’을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만약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중 비리가 있었다고 하면 그것을 철저히 감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면 되는 것인데, 엉뚱하게도 제도 자체를 희생양으로 삼은 겁니다. 또 조선일보는 “정부와 지자체와 노조가 편을 짜서 국민 지갑을 털고 기업의 등골을 빼먹는 상황”이라며 ‘민주노총 배후설’을 넘어 ‘민주노총과 편을 짠 정부의 배후설’이라는 더 확장된 음모론까지 나아갔습니다. 이런 비약들은 보수세력의 이번 ‘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제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방증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현재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고용세습 의혹’에 감사원 감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밝혀내 책임자를 가려내고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의혹 중 서울교통공사 김 모 인사처장이 공사 식당에서 일하는 부인이 정규직 전환이 됐는데도 명단에서 뺐다는 부분은 사실로 판명되어 공사가 곧바로 직위해제했습니다. 그러나 이외의 다른 내용들, ‘108명이 친인척이니 노조가 기획입사 시킨 것’, ‘노조가 공사 장악하려 통진당 출신까지 기획 입사’ 등의 내용은 눈에 띄는 숫자와 자극적인 표현들만 앞세운 눈속임에 가깝습니다. 객관적 증거는 아직 나온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3일 간 최대 9건의 보도를 쏟아내며 그러한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경향‧한겨레‧서울신문이 같은 기간 1~2건의 보도로 ‘철저한 조사’만 요구한 것은 다른 의혹들이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조중동과 같은 ‘정치적 공세’는 스크린도어 개보수 등 꼭 필요하지만 고용 환경은 열악한 ‘비정규직 업종’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오히려 악영향을 미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0월 16~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보도에 한함. 민언련은 다양한 매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분간 신문모니터 대상에서 한국일보를 제외하고, 서울신문으로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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