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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실언’에 조선일보는 “한국 정부는 김정은 대변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과 관련해 “그들은 승인(approval)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핵화 조치 없이는 대북 제재 해제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인데, ‘승인’이라는 표현은 외교상 큰 결례이며 ‘주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사태는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에서 비롯됐습니다. 강 장관은 5‧24 조치 해제 관련 질문에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가 야권의 비판이 일자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지원 사업 보류 등 한국정부가 취한 독자적 대북 제재입니다.
10일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묻자 문제의 ‘승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라는 말을 두 차례나 반복했습니다. 청와대는 “모든 사안을 한미 간 협의 속이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였으나 논란은 식지 않았습니다.
‘한미 균열론’ 퍼뜨리는 신문은?
5‧24 조치는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제재임으로 해제하는 것 또한 우리 정부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승인 없이는 안 한다’고 말하면서 ‘미국이 허락하는 것만 하라’고 윽박지른 셈이 됐습니다. 이는 ‘조율’이나 ‘협의’라는 용어를 쓰는 외교상 관례에도 어긋나지만 동맹의 평등을 깬 ‘주권 간섭’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간 미국 내 대북 강경 여론을 감안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은 같이 간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미 정부의 기조를 감안해도 결례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런 가운데, 12일 6개 신문사는 관련 사설을 내놨습니다. 신문사별로 논조 차이를 보였는데요, 조선․중앙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이 무례하다면서도 한미 균열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를 더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부장관이 남북 군사 합의서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소식 등 과거 사례까지 끌어들여 ‘승인 발언’의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국민적 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사설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런 시각차는 타 매체 사설과 제목만 비교해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언론 |
제목 |
경향신문 |
동맹을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의 부적절한 언사 |
동아일보 |
트럼프 경고 부른 아마추어 강경화의 외교장관 자질 |
서울신문 |
비핵화 중대 길목에 한․미 ‘제재 균열’ 없어야 |
조선일보 |
미가 한에 ‘대북 제재 해제 말라’ 경고, 이런 일이 있나 |
중앙일보 |
한미 간 대북 제재 이견 노출 걱정스럽다 |
한겨레 |
‘5.24 조처 논란’ 둘럴싼 부적절한 발언들 |
△ 트럼프 대통령 ‘승인 발언’ 관련 6개 신문사 사설 제목 비교(10/12 지면 기준) ⓒ민주언론시민연합
제목을 보면 경향‧한겨레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는 제목을 뽑았고, 동아일보는 ‘강경화 장관 비판’을 부각했죠. 조선일보는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대북 제재 해제 말라’는 경고로 규정했고 중앙일보는 ‘대북 제재 이견 노출’을 걱정했습니다. ‘대북 제재 이견’의 겨우 서울신문 역시 제목으로 뽑았으나 서울신문은 ‘비핵화 중대 길목’이라는 현 상황을 전제했습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논조 차이는 사설 내용에서 더욱 명확합니다.
“5.24 조치 해제는 유엔 제재 대열 이탈”? 조선일보의 ‘억지’
조선일보는 <사설/미가 한에 ‘대북 제재 해제 말라’ 경고, 이런 일이 있나>(10/12 https://bitly.kr/cQhB)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을 ‘외교 결례’가 아닌 ‘경고’로 규정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힐난하는데 열중했습니다. 이 사설은 “평소 말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이긴 하지만 우리 주권 침해로 해석될 수 있는 '승인'이란 표현까지 썼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주권 침해 발언’에 대한 비판은 이 한 문장이 유일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우리 정부를 향한 비난입니다.
조선일보가 사설을 털어 우리 정부에 가한 비판은 상당히 과도합니다. 특히 “5·24 조치는 그 주요 내용들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와 상당 부분 겹친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해서 그동안 금지됐던 남북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유엔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겠다는 뜻”이라 단언한 대목은 ‘눈속임’에 가깝습니다. 5‧24조치의 내용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5‧24 조치만 해제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으며 5‧24 조치는 우리 정부의 독자적 제재였으므로 해제 역시 우리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뒤집어 ‘내용이 똑같은 조치를 해제하는 건 유엔 안보리 제재 이탈’이라는 놀라운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의 배경으로 대부분의 언론이 지목하는 것은 강경화 외교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중’이라는 발언인데요. 사실 이것도 ‘말실수’ 이상으로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도 정치권에서 꾸준히 5‧24조치 해제를 ‘검토’는 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남북관계)물꼬 트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5‧24 조치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했고, 이인제 당시 최고위원도 “5‧24 조치는 이제 시효가 지난 정책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제재 이탈’이라며 호들갑 떨 일은 아닌 것입니다.
조선일보 “한국 정부는 김정은 수석 대변인”
급기야 조선일보는 “한국 정부는 김정은 수석 대변인 노릇”이라는 감정적 비방까지 늘어놨습니다. 대체 근거가 뭘까요?
‘5‧24조치 해제는 유엔 제재 이탈’이라는 비약에 이어 등장하는 근거들은 하나 같이 감정적입니다. 조선일보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평양 남북 정상 선언 중 '남북 철도 연결 연내 착공'과 '군사 분야 부속 합의'에 대해 항의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며 “대북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은 남북 철도 연결과 한·미 연합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군사 합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이를 “비핵화의 구체적 진전 때까지 대북 제재망을 유지하려는 미국 정부와 입장차를 드러내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 정리하더니 느닷없이 “비핵화가 좌절돼서 북이 핵보유국이 되면 그 위협에 노출되는 직접 당사자는 대한민국뿐”이라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도 비약을 넘어 상상에 가까운 논리가 돋보입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 실험을 중단”했는데 이것이 “미국에 대한 위협만 제거한 상태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전략”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지금 단계에서 대북 제재가 흐트러지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면서 “대한민국 5100만 국민만 북핵의 포로로 남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것”이라 단언하기도 했죠. 이런 이유로 조선일보는 “한국 정부는 김정은 수석 대변인 노릇”이라 결론을 내린 겁니다.
북한이 약속하는 건 전부 ‘기만’? 의심도 논리가 있어야 한다
이쯤 되면 도대체 누가 ‘김정은 수석 대변인’인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한미 양국 정부를 비롯해 아무도 모르는 ‘북한의 숨겨진 전략’을 조선일보만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지난 평양 정상회담에서 그토록 조선일보가 요구했던 북한 지도자의 ‘육성 비핵화 발언’까지 나왔고 북한이 ‘선제적 조치’로서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까지 약속하자, 조선일보는 ‘그것도 모두 북한의 전략’이라 발뺌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사실상 남북대화를 통해 나오는 모든 합의를 ‘북한의 기만’으로 치부하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ICBM 발사 중단’마저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전략’으로 규정했으나 현재 한미 양국이 진행하는 것은 외교적 ‘거래’를 통한 ‘비핵화’의 완성입니다. ICBM 발사 중단, 동창리 시험장 폐기 등은 그 과정에서 북한이 내놓는 ‘협상 카드’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해석입니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 있으며 미국이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를 외치는 것 역시 그러한 신중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조차도 평양 회담 합의나 북한의 선제 조치를 ‘기만’으로 폄훼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환영하며 2차 북미회담까지 가시권에 들어왔죠. 조선일보만 아무 논리도, 근거도 없이 무조건적인 불신을 표하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군사 부속 합의’에 폼페이오 장관이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 역시 ‘비핵화 좌절’로 연결 지을 수는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의 로드맵을 갖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모든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죠. 이는 당연한 겁니다. 강경화 장관이 11일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군사 합의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냐”는 질문에 “맞습니다”라고 시인한 만큼 이견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이후 미국 정부는 물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모든 부분에서 한미 간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반복해 확인했습니다. 이는 사안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한미 양국이 소통화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반증이죠. 이 자연스러운 외교의 한 장면이 조선일보에게만 ‘비핵화의 좌절’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지금도 ‘한미 간 협의가 잘 되고 있다’는 미국 역시 ‘비핵화 좌절’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 “5.24 조치 해제는 유엔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라며 힐난한 조선일보 사설(10/12)
중앙일보도 ‘한미 균열 책임’에 방점
중앙일보의 경우 조선일보처럼 ‘한국 정부가 김정은 대변인’과 같은 감정적 비방을 쏟아내진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인내의 중재 외교로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데 성공”, “그 성과로 현재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라며 일정 부분 정부의 공적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논조는 비슷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승인 발언’의 배경엔 ‘한미 공조 균열’이 있으며 이를 초래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죠.
중앙일보 <사설/한미 간 대북 제재 이견 노출 걱정스럽다>(10/12 https://bitly.kr/ZFQ5)는 “한미 관계가 불안하게 삐거덕거리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뒤 “그동안 한․미간에 쌓이고 쌓인 이견의 일부분이 마침내 그 일면을 드러낸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그(트럼프)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자주 쓰긴 하지만 자칫 ‘주권적 간섭’으로 오인될 수 있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설적 화법을 쏟아낸 배경”이라며 우리 정부를 겨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보다는 그 발언에 원인을 제공한 ‘한미 관계 균열’이 문제라는 겁니다. 중앙일보는 “한국이 대북 제재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미국의 염려가 담긴 것”, “강 장관 발언은 한국이 앞장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을 허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후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남북 군사합의 등 한미 간 이견이 나타났던 다른 사례들을 동원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북한산 석탄이 한국으로 밀반입된 사건, 개성 연락사무소 가동 문제, 남북 철도 연결 사업”까지 더해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한국에 대한 공개 경고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결론은 ‘미국과 협조하라’는 겁니다. “강 장관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은 자칫 한국이 북한에 쏠렸다는 오해를 부르고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 점수를 다 까먹을 수 있다”고 경고한 중앙일보는 “우리로선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사설을 마무리했습니다. 미국도 현재 잘 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미 공조’를 자꾸 더 잘 하라고 채근하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결례’ 지적은 딱 한 줄, 결론은 ‘미국 심기 건드리지말라’
중앙일보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례’를 거론한 것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자주 쓰긴 하지만 자칫 ‘주권적 간섭’으로 오인될 수 있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는 말 딱 한 마디입니다. 이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걱정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우리 정부에는 사설 전체를 털어 ‘한미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과 공조하라’고 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은 전체 맥락을 감안할 때 사실상 ‘북한과의 협조를 중단하고 오직 미국하고만 모든 걸 논의하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결국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기 하지 말라는 겁니다.
‘트럼프의 실언’을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바꾼 조선‧중앙
요컨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을 외교적 결례는 주권 침해로 비판하지 않고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판의 화살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우리 정부로 향했으며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가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케케묵은 ‘종북몰이’까지 나아갔죠. ‘트럼프의 실언’이 ‘한국 정부의 실책’으로 귀결되는 놀라운 ‘프레임 전환’입니다. 결국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한반도 평화를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우리 정부의 역할보다는 ‘미국 뜻에 따라야 할 우리 정부의 책임’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겁니다. 이런 논리를 들어 보통 ‘사대주의’라 부르지요.
그러나 외교 협상 중 이견은 빈번한 일이며 특히 북핵 문제와 같이 첨예한 이슈의 경우 더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 상황은 더욱 급박합니다. 평양회담 이후 북한은 UN에서도 ‘미국의 상응하는 화답’을 요구했고 중국‧러시아는 공개적으로 대북제재 재검토를 요구했죠. 2차 북미회담을 추진 중인 한미 양국, 특히 우리의 외교적 역량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엔 북미 양국 간 신뢰를 이끌어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순차적으로 현실화해야 하는데 조선‧중앙은 ‘미국 허락 없이는 북한과 어떤 약속도 하지 말라’는 구호만 외치고 있는 겁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아무런 외교적 역량도 발휘하지 말라는 주장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5‧24조치 의미 없다’ 조선‧중앙과 차이 드러낸 동아일보
조선‧중앙와 달리 나머지 4개 신문은 비교적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그간 조선‧중앙과 함께 극단적 대북관의 대표주자였던 동아일보는 이번 ‘승인 발언’ 사태에서 차별화된 논조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요컨대 동아일보는 ‘트럼프도 잘못, 강경화 장관도 잘못’이라는 양비론을 펼쳤습니다. 우리 정부 자체가 아닌 강 장관만 특정해 비판한 점이 두드러집니다.
동아일보는 <사설/트럼프 경고 부른 아마추어 강경화의 외교장관 자질>(10/12 https://bitly.kr/KHmD)에서 “한미관계와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 공조에 균열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선‧중앙과 비슷한 시각을 보였으나 ‘트럼프 비판’과 ‘한반도 정세 판단’에도 큰 비중을 뒀습니다. 일단 동아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결례임을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 오만한 표현”이고 “미국 기자가 5.24 조치와 현행의 유엔 안보리 제재를 구분하지 않은 채 질문한 데 대해 구분 없이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언이 나온 당시 상황의 배경까지 전달했습니다. 이는 조선‧중앙 사설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또한 동아일보는 “5·24조치의 핵심 내용들은 유엔 제재에 다 들어 있으므로 5·24조치 자체가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짚었습니다.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5‧24조치가 해제되어도 대북 제재 국제 공조엔 영향이 없음을 밝힌 겁니다.
‘한미 공조 균열 우려’는 마찬가지, 서울신문도 같은 논조
다만 동아일보 역시 “미국이 그런 실상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무부마저 반박하고 나선 것은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표출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비핵화의 기초는 한미 공조”라면서 “북한 석탄 밀반입, 개성 연락사무소, 철도 연결 등에서 한미 양국은 입장 차를 드러내 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북-중-러 3자 연대를 형성하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반대편에 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미국 내에서 제기돼 온 상황이다”라고 강조한 결론부는 조선‧중앙과 비슷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조선‧중앙과 논조 차이가 확연합니다. 동아일보는 “5·24조치가 실질적 의미가 없어 해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으면 먼저 미국과 유엔에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했어야 한다”며 “한미, 유엔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감안해 전략을 세우고 발언해야 할 외교장관이 국회에서 섣불리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번복하는 아마추어적 소동을 빚었다”며 강경화 외교장관의 실수만 특정해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논조는 서울신문 <사설/비핵화 중대 길목에 한․미 ‘제재 균열’ 없어야>(10/11 https://bitly.kr/0TDE)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신문은 <트럼프 ‘승인’ 표현 외교적 결례…강경화 발언, 공조 점검 계기로>를 소제목으로 뽑아 동아일보와 같은 양비론을 명확히 드러냈으며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그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많은 불만을 표출했다”는 사실을 들어 “비핵화 본격 국면에서 한미 공조를 재차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습니다.
‘밀도 있는 소통’ 주문한 경향신문
평소 조중동과 확연한 대북관으로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경향‧한겨레 역시 동아일보‧서울신문과 전반적인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심각한 결례이며, 강경화 장관 역시 그 단초를 제공해 앞으로는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한겨레는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뒀고 경향신문의 경우 한미 양국 간 밀도 있는 소통을 주문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동맹을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의 부적절한 언사>(10/12 https://bitly.kr/E56z)는 “‘approval’은 승인 또는 허락, 일상적으로는 재가라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어 주권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쓰는 것은 외교적 결례”, “동맹국을 경시한 발언임은 틀림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의 취지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동시에 “이번 불상사는 강경화 장관의 미숙한 국회 답변이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강경화 장관도 질타했죠. 여기까지는 동아일보와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결론부에서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의 차이점이 나타납니다. 경향신문은 “제재 해제를 뒤로 미루며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과의 불협화음이 일 개연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므로 “한미 간에 더 밀도 있는 협의를 하되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군사회담에서 드러난 한미 간 이견’을 비판했던 동아일보와는 사뭇 다른 시각입니다.
가장 강하게 트럼프 비판한 한겨레, 보수언론에도 ‘일침’
한겨레 <사설/‘5.24 조처 논란’ 둘럴싼 부적절한 발언들>(10/12 https://bitly.kr/CKCW)도 비슷합니다. 다만 한겨레의 경우 가장 강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시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우리 언론의 태도까지 지적한 유일한 신문입니다. 한겨레는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강 장관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실언에 더 무게를 뒀고 “한국을 속국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올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의 불만을 지나치게 과대 해석한 보수언론을 향해 “대서특필한 일부 보수 언론도 불썽 사납기는 마찬가지”, “한-미 간에는 조그만 이견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상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갈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0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보도에 한함. 민언련은 다양한 매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분간 신문모니터 대상에서 한국일보를 제외하고, 서울신문으로 추가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