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지상파 3사의 중간광고 보도,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었다11일 국회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상파 3사의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국정감사 이후 시작할 계획”, “11월 중간광고 도입 입법예고를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상파 방송은 절체절명의 위기”이므로 “타개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중간광고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 도중에 광고를 송출하는 제도로서 방송사와 광고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는 ‘광고 규제의 완화’에 해당합니다. 반면 시청자로서는 몰입해 시청하던 도중 반강제적으로 광고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시청권 침해’의 소지가 큽니다. 이 중간광고 제도의 경우 종편 4사와 지상파 3사 간의 비대칭 규제로 ‘종편 특혜 논란’도 여전합니다. 종편 4사는 2011년 개국 당시부터 중간광고가 허용됐으나 지상파 3사는 현재까지 할 수 없도록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지상파 3사는 중간광고 허용의 당사자를 넘어 광고 수익을 얻는 수혜자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중간광고 허용 시 예상되는 지상파 3사의 광고 수익이 최대 869억 원 정도로 그동안 중간광고에 반발하던 신문업계의 예상치 1177억 원보다 적다는 명분으로 ‘허용’을 선언했으나 수익 논리가 지배하는 광고 시장의 범위가 지상파까지 더 넓어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청자 권익 침해’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자사 입맛에 맞는 국회의원 발언만 받아쓴 지상파 3사
11일 이효성 위원장의 공식적인 ‘허용 선언’이 나오자 지상파 3사는 일제히 보도를 냈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중간광고 허용’을 지지하는 발언들만 담았을 뿐, 시청자의 권익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특히 짧게나마 반론을 소개한 MBC와 달리 KBS‧SBS는 자사 입장을 대변한 내용만 보도했습니다.
KBS <“지상파 중간광고 11월 입법 추진”>(10/11 김진우 기자 https://bit.ly/2ygCiHN)는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선 의원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매출이 해마다 30% 이상 줄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위기를 우려”했다며 “우리가 지상파가 과연 없어지면 방송보도의 공정성을 시스템으로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의 발언, “비대칭 문제를 풀어줘야 되지 않습니까? 종편에 대한 특혜를 없애든가, 다시 말해서 종편에는 허용해 주고 있던 중간광고를 없애든가,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해주든가 결론 내실 겁니까?”라는 이철희 민주당 의원 질의을 보여줬습니다. 기자 역시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매출이 해마다 30% 이상 줄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위기”, “위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상파 방송사에만 가해지는 규제를 꼽”았다면서 해당 발언들을 소개했죠. “다음달 중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 하겠다고 답”했다면서 보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보도는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받아쓴 형식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자사 입장 위주로만 전했습니다.
SBS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다음달 입법 예고>(10/11 김수형 기자 https://bit.ly/2yBthbs) 역시 비슷합니다. 심지어 보도에서 인용한 김경진‧이철희 두 의원의 발언까지 똑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KBS가 짧게 언급한 ‘지상파 광고 매출 해마다 30% 하락’에 대해 SBS는 “지상파 광고가 지난 2011년 2조 3천7백억 원에서 지난해 1조 4천1백억 원까지 줄어들었지만, 유료방송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1조 7천5백억 원으로 지상파를 추월했”다고 더 상세히 설명했다는 겁니다.
△방송사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KBS <뉴스9>(좌), SBS <뉴스8>(우)(10/11)
그나마 반론 한 줄 있었던 MBC
MBC <지상파만 못 하는 ‘불공평’ 중간광고…“11월 입법예고”>(10/11 남재현 기자 https://bit.ly/2NFwcp8)도 KBS․SBS와 달리 반론을 소개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인 취지와 보도 구성은 같습니다.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광고매출 차이, 종편 특혜를 거론했고, 김경진‧이철희 의원 발언을 담은 뒤, 국정감사 내에서 나온 반론을 보도에 포함했습니다. “반면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광고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며 “광고도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국민 부담으로 볼 수 있는데. 야당이 모두 반대해도 무조건 밀어붙이고 하실 생각입니까”라는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보여준 것입니다.
시청자의 목소리는 왜 외면하는가
아예 반론을 소개하지 않은 KBS‧SBS, 딱 한 마디 반론을 거론한 MBC가 외면한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난 8월 한겨레 <‘지상파 중간광고’ 다시 군불때기, 시청자 권리 싹둑?>(8/15 https://bit.ly/2QPuIe5)에서는 시청자의 ‘중간광고에 대한 반대 입장’을 소개했고, 아직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이미 지상파 3사에 일상적으로 자리 잡은 ‘꼼수 중간광고’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2016년 말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드라마까지 한회 분량을 둘로 쪼개 광고를 붙이는 ‘유사 중간광고’를 시행하고 있다. 60분짜리 드라마를 30분으로 쪼개 1, 2부로 나누고 1부 끝에 광고를 집어넣는 식”이라는 겁니다. 한겨레는 “이미 지상파의 편법적 중간광고가 자리 잡은 만큼 지상파의 공적 책무 강화 등을 약속받고 중간 광고를 허용하자는 현실론”도 딱 한 마디 언급하기는 했으나 ‘반대 여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10월 2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국민여론’(https://bit.ly/2A60nTa) 조사에서 “프로그램을 끊기지 않고 볼 시청권을 제한하고, 시청률 경쟁과 상업화를 유발하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60.9%, 반면 “지상파만 못하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양질의 프로그램 생산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30.1%에 그쳤는데요. 버젓이 여론조사 결과가 있음에도 지상파 3사는 외면한 겁니다.
‘지상파 중간광고’, 그 오래된 논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매출의 급락과 그에 따른 운영위기론은 최근에만 제기된 것이 아니며, 같은 이유로 KBS의 ‘수신료 인상’ 요구도 계속되어왔습니다. 확실히 지상파 방송사는 위기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이른바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종편을 4개나 허가했고, 뒤늦은 사업자의 연착륙을 돕는다며 중간광고는 물론, 의무 전송, 1사 1랩의 미디어렙 설립 허가 등 갖은 특혜를 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지상파와 종편의 비대칭 규제 속에서 지상파의 상업적 위기는 심화되었습니다. 여기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방송 장악 시도가 이어지면서 언론으로서의 신뢰도까지 바닥을 쳤습니다. 신뢰도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은 공영방송에게 CJ와 넷플릭스 등 국내외 매체환경의 변화는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광고 허용이 이런 위기를 타개하는 지름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지난 2015년, 지상파 3사 광고 규제 완화인 ‘광고 총량제’가 시행되었습니다. 프로그램 광고(시간당 6분)와, 프로그램 사이에 편성하는 토막 광고(3분), 자막 광고(40초), 시각을 알리는 시보 광고(20초) 등으로 광고 형태를 구분해 횟수와 시간을 규제하던 기존 제도와 달리 1일 총 광고 시간 240분 내에서 시간당 광고 시간을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당시에도 이미 ‘중간광고 허용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청자 단체들의 비판이 있었으며 종편에만 주어지던 편법 특혜를 환수하여 시장을 정상화해야지 지상파 3사까지 지나치게 상업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의미와 가치 국민이 공감하는 것이 먼저
분명한 것은 지상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수신료를 인상하는 모든 논의 시작은, 우리 사회가 지상파 방송의 존립, 공영방송의 의미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공영방송이 국민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지요. 현재 지상파3사의 방송은 분명 개선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넌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KBS와 MBC의 저널리즘은 차츰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가 해야 할 일은 자사의 방송보도에서 자사 관련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다룰 때에도 공익을 우선시하는 겁니다. 자사 입맛에 맞는 국회의원들 발언만 받아쓰는 태도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라는 주제는 시청자 권익 및 민주적 공론장 형성과 직결된 이슈입니다. 이런 경우 2분 내의 보도에서 수박 겉핥기로 자기 주장만을 나열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가치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소통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시청자도 믿고 중간광고 허용을 더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0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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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