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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추모곡도 부정한 보수정부, TV조선‧채널A는 침묵
등록 2018.10.15 09:47
조회 1026

11일 국가보훈처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산하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이하 재발방지위)는 조사결과 중간발표를 통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정부의 납득하기 어려웠던 ‘제창 거부’의 원인이 드디어 드러난 것이죠.

 

무용까지 활용해 방해한 이명박 정부

재발방지위 조사 결과의 핵심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 이후 청와대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로 인해 제창을 방해하는 방안들이 마련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재발방지위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2008년 기념식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지적이 있었고, 이듬해 2009년 행사부터 노래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배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발방지위는 그 근거로 이명박 정부가 유가족과 행사 참여자의 제창을 방해하기 위해 마련한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재발방지위는 “(32주년 공연계획안에서) 기념식 때 참석자들의 기립과 제창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첫 소절은 연주와 무용만, 둘째 소절은 합창 또는 전주 도입, 무용과 특수효과 등의 공연요소를 추가해 기립과 제창의 시점을 잡을 수 없게 진행하겠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2012년 32주년 5․18 기념식 행사에서 1절에는 무용수들의 춤과 함께 속도를 낮춰 편곡된 음악이 재생되었고 현장에 있던 행사 참석자들 중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창을 시도했지만 박자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원래 빠르기로 돌아간 2절에서도 제창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일부 참석자는 일어서고 일부 참석자는 앉아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계획안의 내용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되어 제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죠. 참으로 세심하고도 교묘한 ‘방해 공작’입니다.

 

반대 여론 형성에 힘 쏟은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도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방해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재발방지위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보훈처는 보훈단체의 반대와 법령 미비 때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제로는 보훈단체가 기념곡 지정 반대 광고를 게재하도록 사전 기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국가보훈처가 관련 법령 개정 저지 활동에 직접 나서는 등, 5.18 민주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미디어오늘 <조선일보 실린 ‘임을 위한 행진곡 반대’ 광고 알고보니>(10/11 https://bit.ly/2C8nqxX)에 따르면 실제로 2014년 4월 9일자 조선일보 31면에 실린 광고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보훈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곡이 “북한에서 제작한 5·18 모략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 음악이며 작사자는 국보법 위반으로 복역한 월북, 反체제 인사”라면서 “5·18 추념일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것은 5·18 기본 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 화합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의견 광고는 같은 날 세계일보와 문화일보에도 실렸다”며 타 매체에도 광고를 게재해 일방적 여론을 형성하려 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해’에 침묵한 TV조선․채널A

재발방지위 발표가 있었던 11일,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 TV조선․채널A는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타사는 각 1건씩(MBC는 단신 1건)의 보도로 과거 정부의 악의적인 방해행위들을 지적한 짧게나마 지적했습니다. TV조선․채널A만 침묵한 겁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1건

(8번째)

0.5건

(17번째)

1건

(15번째)

1건

(18번째)

-

-

1건

(15번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해 국가보훈처 조사결과’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10/11)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SBS “삼성 차명 부동산” VS 채널A “판빙빙 실종 배후”

그렇다면 TV조선‧채널A는 재발방지위의 발표보다 더 중요한 이슈를 보도하느라 이를 누락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방송사는 11일 같은 소재를 보도했는데요. 바로 한 외국 언론인의 암살 사건이었습니다. TV조선 <포커스/터키에서 사라진 언론인 암살 논란>(10/11 서주민 기자 https://bit.ly/2pNBzsX), 채널A <영화 같은 실종…“영사관에서 살해”>(10/11 김윤정 기자 https://bit.ly/2RHjz09)는 이 사건을 “영화 같은 실종”이라고 자극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재발방지위 발표를 보도한 타사 중 같은 보도를 낸 방송사는 MBN뿐입니다(<“영화처럼 암살”>(10/11 https://bit.ly/2yxjNOv)). 채널A의 경우 <판빙빙…마윈 배후에 ‘시진핑 오른팔’>(10/11 이상연 기자 https://bit.ly/2QHFFhJ)에서 ‘판빙빙 실종 배후 의혹’을 조명했는데 이는 같은날 타사에서는 아예 보도가 없었던 이슈입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과거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악의적으로 방해한 정황 대신 이런 가십성 보도를 내놓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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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해’는 숨기고 외국 배우 실종설 보여준 채널A <뉴스A>(10/11)

 

그렇다면 타 방송사들은 중요한 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발방지위의 발표를 다룬 것이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MBC, SBS, JTBC의 경우 모두 특종과 사회 고발성 탐사보도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습니다.

 

MBC는 <단독/아이들에 쓰라 준 돈…명품 사고 월급 두 번씩 받았다>(10/11 박소희 기자 https://bit.ly/2Oi3Kiz)등 4건의 보도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유치원을 무작위로 감사한 결과를 입수해 폭로했습니다. MBC에 따르면 일부 사립 유치원 원장들은 천만 원 이상의 월급을 한 달에 두 번 수령하고 명품가방, 노래방, 미용실, 백화점 쇼핑, 아파트 관리비, 고급 차량 다량 구입 등 운영비를 사적으로 지출했습니다. 이는 모두 국가가 지원한 누리과정 지원금입니다. 아동 복지 및 교육에 써야할 세금이 원장들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간 겁니다. MBC는 유치원 이름과 적발 내용을 모두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SBS <끝까지판다/“국세청도 성우레져 수상한 자금 흐름 포착”>(10/11 정성진 기자 https://bit.ly/2NzgbkI) 등 5건의 탐사 보도는 SBS가 올해 초부터 끈질기게 뒤쫓고 있는 삼성의 차명 부동산 의혹을 집중 보도 했습니다.

 

JTBC 역시 <‘무단반출’ 원자로 폐기물, 오염정도 약하다더니…>(10/11 서복현 기자 https://bit.ly/2Nzr9qd) 등 5건의 보도를 통해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하면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 수십 t(톤)이 무단 반출됐다”는 충격적인 사태를 고발했습니다.

 

MBC‧SBS‧JTBC는 이런 보도를 하면서도 보훈처 재발방지위 발표를 빼놓지 않은 겁니다. 그만큼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겠죠. TV조선과 채널A의 침묵과 가십 보도가 초라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모욕 광고’는 ‘조선일보 게재’, JTBC만 언급

보훈처 재발방지위 소식을 다룬 5개 방송사의 보도에서도 미묘한 차이점이 보였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MBN이 박근혜 정부의 방해 정황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MBN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같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태극기만 손에 쥐고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반대 여론 형성 시도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방송사

이명박 정부 방해 정황

박근혜 정부 방해 정황

KBS <“대통령 거부감에 기념식 제창 방해”>

(10/11 https://bit.ly/2OS9T4m)

“2012년에는 참석자들이 일어나서 제창하는 것을 치밀하게 막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대책문건을 보면 첫 소절은 노래가사 없이 무용과 연주만으로 진행함으로써 참석자들이 언제 일어나서 제창할 지 알 수 없도록 혼란을 유도한다고 돼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국회가 기념곡 지정촉구 결의안을 내놓자 국가보훈처는 보훈단체를 부추겨 이듬해 반대 광고를 특정 신문에 싣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임을 위한 행진곡을 막아라”>

(10/11 https://bit.ly/2IPSKCU)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관련된 파행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됐고, 당시 청와대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첫 소절은 연주와 무용만 하고, 둘째 소절은 빠르게 합창하라고 되어 있고요. 심지어 무용이나 특수효과 등을 추가해서 참석자들이 제창 시점을 헷갈리게 한다는 내용까지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5.18 기념식장의 모습입니다”

“당시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금지해서 유족과 관계자들이 분통을 터뜨렸었죠”

SBS <‘임을 위한 행진곡’ MB 때부터 탄압>

(10/11 https://bit.ly/2ISccim)

당시 보훈처가 제창을 막으려고 의도적으로 빠르기를 달리 편곡한 것으로 보훈처 위법 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런 푸대접의 기원은 2008년 당시 이명박 청와대의 지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보훈처 역시 시민단체와 야당의 집요한 요구에도 반대 여론이 있다며 제창을 거부했습니다”

JTBC <MB 청와대 전화 한 통에…‘임을 위한 행진곡’ 중단>

(10/11 https://bit.ly/2yfl8ue)

“보훈처 조사 결과 이런 파행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습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보훈처에 전화를 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을 재검토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여론조사 결과 찬성 43%, 반대 20%를 놓고, '찬성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논리로 제창을 금지시켰습니다. 2014년 보수단체가 조선일보에 게재한 반대 광고 역시 보훈처의 계획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MBN <임을 위한 행진곡 방해 “MB 때문”>(10/11 https://bit.ly/2pSaEvX)

“국가보훈처 진상조사단은 공식 식순에서 빠진 이유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이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조사단은 또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막기 위해 첫 소절은 연주와 무용만 하게 하고, 특수효과까지 추가하는 등 노래를 방해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해 국가보훈처 조사결과’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내용 비교(10/11) ©민주언론시민연합

 

KBS․SBS․MBC․JTBC 중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보훈단체를 통한 반대여론 형성 시도를 구체적으로 다룬 방송사는 KBS․JTBC뿐이었습니다. MBC의 경우 박근혜 정부 당시의 기념식 영상을 보여주었지만 재발방지위의 발표내용은 전달하지 않았고, SBS는 “박근혜 정부 보훈처 역시 시민단체와 야당의 집요한 요구에도 반대 여론이 있다며 제창을 거부했”다고 지적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반면 KBS․JTBC의 경우 언론을 통한 반대여론 형성시도를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다만 KBS는 “특정 신문”이라 표현한 반면 JTBC의 경우 “조선일보”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 차이점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해 정황에 관해서는 JTBC를 제외한 4개 방송사는 무용, 특수효과 등을 통한 방해 과정을 언급했고, JTBC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5․18 기념식에서 유가족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 쫓겨나는 장면과 방해가 이루어졌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0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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