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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 끝판왕, 중앙일보의 ‘김동연․장하성 교체설’중앙일보는 11일 1면 톱기사로 <단독/김동연․장하성 투톱 연말 동시 교체 검토>(10/11 강태화․위문회 기자 https://bitly.kr/bgH2)를 내놨습니다. 보도의 요지는 제목 그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연말께 동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겁니다. 청와대는 중앙일보 보도를 공식 부인하면서 ‘중앙일보에 아니라고 말을 했는데도 보도를 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말 동시 교체 검토’라는 제목이 주는 파장에 비해 실제 이 기사는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빵점짜리 보도’였습니다. 중앙일보가 제시한 근거가 매우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보도는 익명의 정부 및 여권 관계자 6명이 내놓았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 외에 확실한 정황은 없었습니다.
∆ 중앙일보는 10월 11일, 청와대가 ‘김동연‧장하성 투톱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경제 투톱 교체’ 단언한 중앙일보, 근거는 ‘익명 6인의 전언’?
이 기사에는 총 6명의 ‘익명 취재원’이 등장하는데, 이중 4명이 ‘여권 관계자’, 1명은 ‘청와대 관계자’, 1명은 ‘고위 당국자’입니다. ‘청와대 인선’ 관련 보도임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고작 1명에 그쳤고, 그마저도 익명입니다. 그냥 익명인 것이 아니라 지위나 소속조차 밝힌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형적인 ‘카더라’ 보도인 것입니다.
취재원 |
발언 |
여권 고위 관계자 |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연말께 동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미 후임자 인선을 위한 실무작업이 물밑에서 진행 중” |
여권의 다른 핵심 인사 |
“문 대통령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고, 그에 따른 결정이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인선도 어느 정도 진행됐을 것”,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예산안 처리를 끝내고 12월 중순 이후에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가진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명만을 교체할 순 없고 동시 교체로 갈 수밖에 없다” |
청와대 핵심 관계자 |
“문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경제 공약에 얽매이지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기류 변화가 분명히 있다” |
또 다른 여권 인사 |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인도 방문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최근 최태원 SK 회장과 만나는 등 취임 직후와 비교하면 경제에 대한 관점이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 |
고위 당국자 |
“경제부처에서는 시기를 특정할 수 없어도 투톱의 동시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적 공감대가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난 직후에 교체가 이뤄진다면 업무 차질이 최소화될 것” |
민주당 관계자 |
“현재 관료 중에서 야권의 동의를 얻으면서도 경륜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 |
∆ 중앙일보가 ‘청와대 경제 투톱 교체’ 보도에 근거로 쓴 6명의 ‘익명 취재원’ ⓒ민주언론시민연합
청와대는 “아니라고 했다”는데, 중앙일보는 ‘공식 반응 없었다’
이렇게 보도 내내 ‘익명의 전언’, 그것도 ‘여권’의 전언으로 ‘경제 투톱 교체’를 단언한 중앙일보는 보도 말미에 이르러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마찰이 최근에 많이 줄어든 게 사실 아니냐”, “현재로서 두 사람에 대해 교체 검토를 하는 것은 전혀 없다. 교체설은 사실과 다르다”는 ‘고위 관계자’의 반론을 딱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읽은 독자에게 이 반론이 제대로 인식되기는 어렵습니다. 신원을 구분하기도 어려운 6명의 익명 취재원이 쏟아낸 ‘교체설’이 이미 보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중앙일보의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오전 춘추관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중앙일보 쪽에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기에 그 자리에서 분명히 ‘아니다, 사실무근이다’라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1면 톱기사로 쓴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제지표가 호전되지 않으면 연초에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교체를 검토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연초면 이름 모를 혜성이 지구에 부딪쳐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며 강한 어조로 ‘교체설’을 일축했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아예 무시한 채 6개의 ‘익명 전언’으로 ‘교체설’을 단언한 것이고 심지어 공식 반론이 있음에도 반론마저 ‘익명’으로 처리한 셈이 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중앙일보 보도 중에는 “청와대는 ‘경제 투톱 교체’ 문제에 대해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의겸 대변인이 거짓말을 하지 않은 이상, 중앙일보는 버젓이 전화로 받은 ‘공식 입장’마저 ‘없다’고 허위보도를 한 겁니다.
익명 뒤에 숨은 ‘갈등설’ 보도, 과연 적절한가
보수언론은 끊임없이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이견이 노출될 때마다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8월 23일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나란히 출석해 “정부의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 흑백논리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김 부총리와의 갈등설을 일축했습니다.
중앙일보는 6명의 익명 취재원 뒤에 숨어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교체설’을 보도했습니다. 또한,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아니다’라는 설명을 듣고도 단정적으로 교체설을 기사화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일방적인 주장처럼 보입니다.
물론, 실제로 청와대가 두 경제 사령탑의 교체를 준비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원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보도가 나온다면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갈등’만 부각될 뿐입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취재원을 실명으로 인용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게다가 또 다른 다른 익명 취재원이 ‘교체설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음에도 중앙일보가 ‘투톱 교체’를 단언한 보도 제목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최근 중앙일보는 잇따라 ‘본문과 제목이 따로 노는 유체이탈 보도’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보도 윤리에도 어긋나지만 여론에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큽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0월 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보도에 한함. 민언련은 다양한 매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분간 신문모니터 대상에서 한국일보를 제외하고, 서울신문으로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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