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NLL 포기해 우리만 무방비’? 가짜뉴스 수준의 채널A 주장지난 9월 19일,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체결하였습니다. 합의서에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도출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들을 더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있습니다.
“쌍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하였다”는 큰 틀의 약속 아래 지상‧해상‧공중 지역별로 상세한 긴장 완화 방안들이 공식화된 것입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 전면 중지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소촉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 덮게 설치 및 포문 폐쇄조치를 취하며 ∆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 항공기와 공대자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가 대표적인 내용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서를 “사실상 (남북) 불가침 합의서”라고 칭했습니다.
‘남북 군사 합의=안보 무력화’? 보수언론의 ‘공포 마케팅’
그러나 합의가 나온 바로 다음날(20일), 조선일보‧중앙일보는 지면에서 ‘우리만 과도하게 양보했다’면서 ‘안보 공포 프레임’을 꺼내들었습니다. 그 빌미는 합의서에 등장하지도 않는 NLL입니다. ‘완충수역’을 NLL 기준으로 따져볼 경우 남측이 85km, 북측은 50km로 우리 정부가 35km나 양보했다는 것인데요. 이 내용을 동아일보는 쓰지도 않더니 당일 오후 자매사인 채널A는 이 내용을 확대 재생산했습니다. 문제의 방송은 채널A <특보 뉴스TOP10>(9/20)입니다.
관련 대담을 시작하면서 자체 제작 영상을 만들어 <NLL 기준시 우리가 북보다 더 많이 내준다?>, <유사시 수도권 방위 구멍 뚫릴까>라는 자극적인 자막을 연신 내보냈고 2010년 있었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장면까지 삽입해 공포를 자극했습니다. 대담 내용은 케케묵은 ‘NLL 포기 프레임’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면서 우리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채널A의 주장이 타당한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채널A <뉴스TOP10>(9/20)이 선보인 자체 제작 영상
채널A 주장 ① 정부 발표와 군사합의서 내용이 다르다? 사실!
채널A는 먼저 정부가 발표한 서해 적대행위 중단 구역의 길이가 실제 합의 내용과 다르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황순욱 앵커는 “어제 남과 북은 남북 바다 가운데 80km 구간을 적대행위 금지구역이라고 설정했습니다. 이 안에서는 서로 불가침하고 어떤 훈련도 하지 않기로 했죠”라고 운을 땠습니다. 이어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어제 발표할 때 분명히 북쪽 40km, 남측 40km 모두 80km 구간이 완충 지역이다 라고 설명을 했는데 선언문 내용을 살펴보면 북측의 초도지역 그리고 남측의 덕적도까지라고 발표를 했기 때문에 실제 구간을 살펴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화면에는 서해 지도 위에 덕적도와 초도 사이의 거리가 표시되었습니다. 황 앵커는 “135km 폭이 됩니다. 그러니까 청와대에서 발표한 내용은 북측 40, 남측 40 합이 80km 구간이라고 발표를 했는데 실제로는 135km 구간이 되는 겁니다. 뭔가 맞지가 않죠?”라고 지적했습니다.
채널A의 이러한 지적은 사실입니다. 19일 국방부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던 동·서해 해역을 포괄해 (남북 길이) 80km의 넓은 완충수역을 설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역시 브리핑에서 서해 해상적대행위 중단구역이 “북측 40여km, 우리 40여km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남한의 덕적도와 북한의 초도를 기준으로 직선거리를 실측하면 총 구간이 135km가 됩니다. 따라서 채널A뿐 아니라 여러 언론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국방부는 “해설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오기”라고 잘못을 시인하고 “NLL 가장 남쪽에서 덕적도까지의 길이가 30여km이고 NLL 가장 북쪽에서 초도까지가 50km여서 80km로 표현된 것”이라고 해명하였습니다.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단, 이러한 수치는 정부 브리핑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나온 표현일 뿐이며, 남북이 맺은 군사합의서 본문에는 수치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합의서’ 중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 명시한 부분
채널A 주장 ② 북한에게 더 유리한 불균형적 합의를 했다? 거짓!
그러나 이어진 채널A의 주장은 모두 과도했습니다. 채널A <특보 뉴스TOP10>(9/20)은 곧바로 ‘누가 더 많이 양보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황순욱 앵커는 “NLL 기준으로 남측과 북측이 어느 정도 바다를 양보했는지 보겠습니다. NLL 기준으로 하면 135km 구간. 북측은 50km 바다만 내주고 우리 남측은 무려 85km 구간의 바다를 내 준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불균형적인 합의를 하게 됐을까요.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 측이 너무 많은 바다를 내 준 게 아니냐. 이런 추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추측이라고 덧붙였으나 분명 이번 합의를 ‘불균형 합의’라고 단언했죠.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단순히 직진 거리를 계산하고 NLL을 기준으로 나누면, 얼핏 우리나라가 양보한 면적이 더 넓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땅 따먹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합의서를 통해 정한 것은 ‘군사적 완충구역’입니다. 합의서의 유불리를 따져보려면 바다의 면적 뿐 아니라 해상 적대행위 금지 구역에 포함된 섬들과 해안선, 그곳에 배치된 병력과 무기까지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국방부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이 합의한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중 서해구역 내 해안선의 길이는 북측 270여km, 남측 100km미만”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또한 해안포의 숫자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구역 내 해안포가 북한이 6배가 더 많고, 포병은 북한이 남한보다 8배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 군사력이 배치된 해안선을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북한이 불리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합의를 준수하면 그 지역에서 사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실효적 측면에서 남한에게 불리한 합의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해당 합의 문구에 없는 NLL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1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https://bit.ly/2NZlTS0 )에서 “군사적 완충 구역은 NLL을 기준선으로 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휴전선, 군사 분계선은 동에서 서로 한반도로 가로지르는 남북 각기 몇 킬로, 이런 합의가 가능하지만 NLL은 해안선을 따라서 남북으로 주로 방향이 뻗어져 있습니다. 이게 휴전선하고 거의 수직 방향입니다. 그러면 이 수직 방향을 가지고 어떻게 남북으로 나눕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채널A 주장 ③ 북한이 요구하는 서해경비계선을 인정했다? 거짓!
자의적으로 NLL을 기준으로 삼은 채널A는 이어서 그 기준을 근거로 ‘이번 합의가 유엔에서 정한 북방한계선(NLL)이 아닌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경비계선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황순욱 앵커는 지도상에 서해경비계선과 NLL을 나란히 띄운 화면과 함꼐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경비계선이라는 선인데요. 이 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이 완충 지역을 나누게 되면 북측이 65km, 남측이 70km 양보를 한 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얼추 비슷한 부분을 양보한 게 된다 라는 게 되겠죠. 이렇다면 애당초, 애초부터 NLL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니라 북측이 주장하는 서해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완충지역을 설정한 게 아니냐. 쉽게 말하면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게 아니냐 이런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더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준점을 북한의 주장대로 서해경비계선으로 잡았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NLL은 포기를 하거나 무시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고려를 하지 않은 셈이 되겠죠” 황순욱 씨의 결론은 “그냥 많이 내줬다 라는 걸 갖고 따지기보다, NLL 자체를 지금 우리가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이 부분이 지금 쟁점”이라 단언했습니다.
패널로 나온 김정봉 전 NSC 정보관리실장도 거들었습니다. 김 씨는 “국방부에서는 NLL을 기준점으로 하지 않고 특이선을 가지고 기준점을 삼았다고 했는데 그 특이선이 뭔지 라고 전혀 얘기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제기하는 서해경비계선을 기준으로 한 건지 그게 불명하기 때문에 우리 국방부가 북한 주장을 그대로 수용을 해서 그대로 따라온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제가 하고 있고 또 하나는 현재 북한이 서해경비계선이라고 하는 것은 나름대로 북한의 육지의 해안으로부터 거리를 계산해서 만들어서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1999년도 9월 2일 날 북한이 서해경비계선을 발표한 게 있습니다. 그 발표한 것을 보면 이번에 우리 국방부에서 그은 쌍방 간의 완충지대를 설정했던 그 지역이 거의 북한 입장과 같기 때문에 이게 우리 국방부가 북한의 주장에 그냥 동조한 거 아닌가 이런 의심도 갑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NLL 포기했다’…일단락된 허위사실까지 동원한 채널A
그러자 진행자 황순욱 씨는 “사실 지금 NLL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부분은 이번에 처음 논란이 아닙니다. 아주 예민한 주제로 과거 2007년도 노무현 대통령 때도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잖아요”라며 노무현 정부까지 거론했습니다.
이어 조수진 동아일보 기자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 기자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평양에 갔던 저를 비롯한 많은 기자들이 깜짝 놀란 게요. 서해에 평화 수역 길을 만든다. 평화롭게 어로를 할 수 있는 남북공동수역을 정한다, 이런 거였는데 문제는 바로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 NLL 밑까지 쭉 남쪽으로 들어와서 어로를 만든다. 그렇다면 NLL은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그런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어떤 의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얘기를 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그러니까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서 당시 정국이 얼어붙었습니다”, “NLL도 모르는 국방부 실무진. 그리고 어떻게 보면 북한 국방부를 인정하는 듯한 그런 국방부 실무진. 지금 이 실무진이 단순 실수라고는 하지만 단순 실수라고 볼 수도 없고요. 또 실수를 이렇게 중대한 실수를 해놓고 국방부에서 징계를 했다는 보도도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굉장히 고의적이고 이건 좀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등의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열변을 토하며 이런저런 설명을 붙여 말했지만 이들의 요점은 한 가지입니다. 이번 합의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NLL을 포기하고 북한이 원하는 서해경비계선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이런 주장, 과연 사실일까요?
이번 군사합의서에 ‘NLL 표기’, 북한도 동의했다
채널A의 주장과 달리 이번 합의서는 오히려 북한이 NLL을 인정한 합의서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오래도록 북한은 NLL 즉,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 자체를 거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한민국의 국방부 장관과 북한의 인민 무력상이 함께 서명한 이번 합의서에는 ‘서해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 자체가 정확하게 명시되어있습니다. ‘서해 완충수역’을 명시한 합의서 1조 2항에는 ‘서해 북방한계선’이 등장하지 않지만 합의서 3조에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도 크게 조명받은 합의서에서의 NLL 표기를 북한이 동의했다는 것이죠. 채널A는 과연 국민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는 합의서를 읽어보기나 하고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일까요?
또한, 고 노무현 대통령의 ‘NL L포기설’의 경우 2012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 대외비인 ‘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하며 제기했던 주장이죠. 결국 국정원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공개하며 ‘기밀 공개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발췌본에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적이 없음이 확인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널A는 “국방부 실무진이 NLL도 모른다” “고의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 거짓을 흥분된 어조로 말하기만 하면 이미 밝혀진 진실이 다시 거짓으로 바뀐다고 믿는 것일까요?
채널A 주장 ④ 완충수역, 수도권 방위 포기했다? 거짓!
계속해서 NLL을 물고 늘어지던 채널A는 이번에는 합의서에서 서해 완충수역의 기점으로 명시된 ‘북한의 초도’와 ‘남한의 덕적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번에도 기준은 채널A 스스로 적용한 NLL입니다.
황순욱 앵커는 “만에 하나 NLL을 기준으로 잡았다고 한다면 이 초도라는 섬이 포함이 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경비계선으로 기준을 잡으면 초도가 제외가 되게 됩니다. 과연 이 초도는 어떤 섬이기에 완충 지역에 포함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논란이 될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마치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듯, 열성적으로 답했습니다. 신 씨는 “초도는 평양의 목줄”이라며 “지금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도에서는 앞으로 군사훈련이나 여러 가지 활용이 가능한 상태인데. 우리는 지금 서해 5도가 전부가 다 들어갔습니다. 연평도, 백령도 모두 다 포함됐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훈련도 방어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거잖아요”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수진 씨는 남측 기점인 덕적도를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경기도를 쭉 이렇게 고속도로로 달리다 보면 경기도 안산이라는 도시가 경기도 맨 어떻게 보면 서남단 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로 이 안산 옆에 있는 섬이 덕적도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실상 경기도 전역까지 어떻게 보면 우리 군이 방어를 할 수가 없게 되는 겁니다. 그건 굉장히 위험한 거죠”라는 주장입니다.
△ 채널A가 표시한 ‘서해 완충수역’, 채널A도 초도와 덕적도의 중간을 기점으로 표시했다
초도와 덕적도, 모두 포함되지 않아…완충선은 특정 선을 기준으로 설정된 게 아니다
이러한 채널A의 주장만 보면 마치 이번 합의서에 쓰인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초도와 덕적도의 포함 여부가 결정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조수진 씨의 덕적도에 대한 열변까지 다 듣고 나면, 덕적도는 군사완충구역에 포함되고 초도는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합의서 1조 2항에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군사적 행동을 상호간 하지 않는 ‘해역’을 설정한 조항이기 때문에 덕적도와 초도는 기점을 의미할 뿐, 적대행위가 중단되는 구역은 그 사이에 있는 ‘바다’입니다. 남북이 모두 ‘이북’과 ‘이남’이라는 표현을 썼으므로 남과 북 어느 한 쪽만 해당 섬을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채널A는 제멋대로 ‘초도 이남’이라는 표현에서 북한의 초도는 완충수역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덕적도 이북’이라는 표현에서 남한의 덕적도는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버렸습니다.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채널A가 지도상에 표시하기로는 초도의 중간 지점과 덕적도의 중간 지점으로 똑같이 기준선을 그었다는 겁니다. 스스로도 화면으로는 ‘초도의 절반 이남’, ‘덕적도의 절반 이북’으로 기준이 똑같은 것으로 표시해놓고 말로는 ‘덕적도를 포기했다’고 주장하는 ‘언행불일치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완충수역 내에 연평도와 백령도가 포함되어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 역시 실제 합의 내용에 대한 짜깁기식 해석입니다. 남북이 합의한 완충수역은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지,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등 전향적인 평화 조치가 시행되지만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상적인 경계 작전 및 어로보호조치 등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연평도, 백령도가 완충수역에 포함된 것과 마찬가지로 북측에서도 인근 황해도의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 지역이 평화수역이 됨으로서 연평도나 백령도의 주민들이 끊임없는 포성에 시달리지 않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지 않아 더욱 안전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은 결과 아닐까요? 채널A는 ‘NLL 포기 및 군사 안보 붕괴’라는 짜맞춰진 결론을 위해 합의 내용에서도 보고 싶은 것만 추려 방송한 겁니다.
채널A 주장 ⑤ 우리만 무장해제한 군사합의서? 거짓!
‘NLL 포기’에 이어 ‘수도권 방어 포기’라는 극단적 상상에 도달한 채널A는 마지막으로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을 꺼내들었습니다.
황 앵커는 “이렇게 어제 남북 군사합의서가 발표되는 그 순간에 북한에서는 300mm 장사정포를 50문이나 전진 배치했다는 내용이 지금 확인되고 있죠”라 말했습니다. 이어 신인균 씨의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신 씨는 “이게 정말 과연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아주 충격적인 기사였는데 이 사실이 맞다면 300mm 방사포라는 것이 우리가 잘 알다시피 사정거리가 200km 넘지 않습니까? 그래서 휴전선에서부터 거의 계룡대 이남까지, 군산지역까지도 갈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엄청난 사정거리인데 그걸 바로 개성, 개성공단 바로 북쪽에다 지금 전진배치를 시켜놓고 그러면서 남북 간에 군사실무회담을 하고 그러면서 이번 군사협정을 이끌어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우리 포병부대들은 지금 전방에서 사격훈련 못 하게끔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최고의 창은 가장 전진배치 시켜놓은 상태에서 우리는 그 방어훈련, 탐지할 수 있는 정찰기 그리고 그것을 공격할 수 있는 헬기 이런 것들이 전혀 그쪽에 진입하지 못하게끔 만들어놓고 가장 강력한 긴 창을 우리 코앞에다 갖다놓는 겁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서 “심각하게 보는 것이 있다”며 정색한 조수진 씨는 “우리만 무장해제”라는 충격적인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평양 공동선언문의 내용은 우리 측 공동선언문 문재인 대통령이 들고 있던 공동선언문을 모든 신문과 방송이 해설을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북측의 합의서에 똑같이 담겼는가. 그게 굉장히 궁금한 부분”, “오늘(20일) 조선중앙통신에서 북측의 합의서가 공개가 됐는데 여기에서는 군사적 완충지대 이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칫 우리만 무장해제를 경기도 끝까지 무장해제를 우리만 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방사포 전진배치 확인 불가, 북한 언론은 군사 합의서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평화수역을 정한 그 순간에 북한에서는 장사정포를 전진 배치를 하였다던가, 우리에게 공개된 군사 합의서에는 군사완충지대가 명시되어있지만 북한에서 공개한 합의서에는 완충지대 부분만 쏙 빠져있다는 채널A의 주장, 그리고 이를 근거로 ‘우리만 무장해제’했다는 결론은 당연히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채널A가 충격을 느꼈다는 ‘군사 합의를 정한 그 순간 북한이 300mm 방사포를 전진 배치했다’는 보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을 기준으로 3차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300mm 방사포가 거론되는 기사는 <군사합의서 체결 전 신형방사포 전진배치> (9/20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https://bit.ly/2Os3yfD )가 유일한데요.
하지만 이 기사도 군 관계자의 말을 빌어 "북한이 지난 6월 장성급 군사회담을 전후해 개성공단 북측지역 부대에 300mm 방사포를 추가배치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고 현재 50여문을 배치했다"고 전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하면 “남북 합의서가 발표되는 순간”이 아닌 “지난 6월” 장사정포를 전진 배치시켰다는 것입니다. 채널A는 대체 어디서 무슨 보도를 본 것인지 정확히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소개된 합의서에 ‘군사완충지대 이 부분이 통째로 빠져있다’는 조수진 씨의 주장은 진위가 어떻게 될까요? 조선일보 <북 매체, 평양정상회담 전문 보도...군사합의서는 생략>(9/20 변지희 기자 https://bit.ly/2zLvIKs )은 “북한 매체들이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 위원장 간 ‘9월 평양 공동 선언’ 채택 소식을 전문과 함께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별도 기사를 통해 평양 공동선언 전문도 실었다. 전날 남측이 공개한 전문과 비교해보면 ‘남과 북’을 ‘북과 남’으로 표현하고, ‘정상’이라는 표현을 ‘수뇌’등 북측이 고유하게 사용하는 표현만 다를 뿐 전문 내용은 동일했다. 동창리 시험장 영구 폐기 등 비핵화 관련 추가조치가 언급된 5조 내용과 김정은의 서울 답방 내용이 담긴 6조도 실었다”, “다만 9월 평양 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전문을 싣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타 매체들 역시 북한이 군사합의서에 대해서는 서명 사실만 알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즉 북한 매체가 ‘군사합의서’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는데 채널A는 ‘북한이 군사합의서를 전문 보도하면서 군사적 완충지대 내용만 뺐다’고 왜곡한 겁니다. 교묘한 말장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말장난을 빌미로 ‘우리만 무장해제’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죠.
의식의 흐름에 따른 마구잡이 의혹 제기, 평화 해치는 근시안
이번 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보수진영에서는 채널A <특보 뉴스TOP10>(9/20)과 같은 주장을 매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모두 살펴봤지만 이들의 주장들은 대부분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억지 주장 혹은 과도한 추정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공방 자체가 과연 남북평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한겨레 <군사합의가 남쪽의 무장해제?…“유불리 따지는 건 ‘근시안’ 주장”>(9/20 https://bit.ly/2Qn1L96 )는 “이번 남북 군사합의를 둘러싼 이런 공방 자체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기적인 군사력 대결 차원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남북 간 군사대결구도의 지속을 전제하는 논리인 반면, 이번 합의는 남북 군사 대결 구도 자체를 허물거나 적어도 약화시키자는 것인 만큼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큰 흐름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 합의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이는 북-미간 핵협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으로서는 핵억제력에 의존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라고 채널A와 같은 태도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채널A 제작진과 패널들이 곱씹어봐야 할 지적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20일(목) 채널A <뉴스TO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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