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 ‘남북정상회담’ 방송에 등장한 ‘아이돌 이재용’올해만 3번째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마무리됐습니다.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은 4‧27판문점선언에 비해 모든 면에서 구체화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최초로 ‘비핵화’를 직접 선언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힙니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고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습니다. 이로써 지지부진했던 북미 협상에도 동력이 마련될 전망입니다. 선언이 나온 19일 당일 트럼프 미 대통령도 “엄청난 진전”이라 환영하며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북·미 간 근본적 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동선언문에서 서울 답방까지 약속하면서 벌써부터 연내 서울에서의 ‘남북미 종전선언’이라는 기대 섞인 예측까지 거론됩니다.
3차 정상회담에서 또 논란이 된 언론의 태도, TV조선‧채널A가 또 ‘최악’
2차 북미회담과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남북 대화마다 논란이 됐던 언론의 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문 대통령이 북한에 휘둘린다’는 프레임을 연일 펼쳤습니다. 그 근거들은 모두 황당합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9/20)은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다루며 <평양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19일 북한 능라도 연설이 ‘북한에 대한 지나친 찬양’이라는 겁니다. 이 주장을 위해 이승만‧박정희‧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까지 언급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9/21)은 바로 다음날엔 방북 일정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을 향해 ‘엄지척’을 내밀었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9/17)는 회담 시작 전부터 ‘북한 선동에 놀아나는 것’이라 외쳤습니다.
‘보수 일색’의 TV조선 문 대통령 ‘능라도 연설’에 맹비난, 이유는?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9/20)의 패널 문승진 TV조선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평양시민들 앞에서 간단한 연설을 했었는데 이게 좀 논란 소지가 있는 모양입니다”라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문 대통령 연설이 김정은과 북한에 지나치게 우호적이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 경기장 연설 중 일부를 화면으로 보여줬는데요. TV조선이 보여준 대목은 문 대통령이 “나는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 ‘문 대통령 능라도 연설’에 ‘유감’ 표한 TV조선(9/20)
이때부터 진행자인 엄성섭 TV조선 기자를 포함, 패널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등 출연자들이 일제히 문 대통령이 ‘저자세’라며 성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출연자는 진행자 엄성섭‧문승진‧이루라 TV조선 기자, 이도운 씨, 김정봉 씨였는데요. TV조선 자사 기자를 제외하면 패널 2인 모두 극단적인 보수색채를 숨기지 않은 인물들로서 이미 패널 구성부터 형평성이 깨진 겁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의 인권 비판하라’는 TV조선
먼저 김정봉 씨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간 100명씩 공개 처형을 쭉 해왔죠”, “거기에 포함된 사람이 장성택 고모부, 그다음에 김정남 자기 이복형까지 전부 다 독살하고 처형”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처형 목록’을 읊었습니다. 이어서 “북한이 어떤 나라냐. 삼대 독재 세습 체제입니다. 그 다음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어서 한 10만에서 15만 명 정도가 옷 입은 채로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고생고생 하다가 죽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수많은 국제인권단체에서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를 없애고 정치범을 전부 다 석방하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도 간과하신 것 같고 또 평양이라는 곳이 북한 전체가 아니라 쇼윈도입니다. 나머지 북한 다른 지역 사람들은 너희가 알아서 먹고살고 나는 평양만 관리하겠다고 해서 북한에 있는 돈 다 투입한 게 바로 평양이기 때문에 쇼윈도만 가지고 북한이 아니라는 부분을 우리 대통령께서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문 대통령을 타일렀습니다. 요컨대 ‘북한은 독재 세습, 처형, 정치범 수용소 등 인권 침해 국가인데 문 대통령이 이를 간과했다’는 겁니다.
과연 이것이 남북관계의 역사적 상징으로 꼽히는 ‘능라도 연설’에 대한 논평이 맞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수준입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과 협상 중이고 능라도 연설은 협상 성과를 15만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TV조선은 비핵화 협상 차 방문하여 만난 북한 주민들에게 문 대통령이 그들의 지도자와 인권 상황을 비판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셈입니다. 외교적 맥락, 비핵화라는 근본적 배경을 완전히 무시한 일방적 태도로서 ‘트집잡기’로 보일 뿐입니다. 그 어떤 지도자도 그런 태도로 외교에 임하지 않습니다. 외교적 만남에는 그 회담의 목표와 의제가 있는 것이고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남북 교류, 평화 조치가 그 목표였죠. TV조선 주장대로라면 미국에 방문하는 지도자는 현 미국 정부의 배타적 이민 정책과 인종 차별을 무조건 비판해야 하며 중국에 가는 지도자 역시 중국 공산당의 반대파 탄압을 비판해야 합니다. 한국에 오는 지도자 역시 삼성 등 재벌 기업들의 갑질을 비판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TV조선이 이런 몰상식한 주장을 한 것일까요? 오로지 북한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진전을 방해하기 위해 동원한 억지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능라도 연설’에 ‘자유민주주의 체제’까지 운운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9/20)의 이도운 씨도 비슷한 논리를 펼쳤는데 재료는 다릅니다. 이 씨는 “통일 문제를 생각하면 그건 당연히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의 통일을 우리가 추구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제 우리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보면 북한이 만들어나가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그 어떤 나라는 우리가 말하는 그런 나라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좀 들거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평양시민을 향해서 연설한 것은 좋았는데 그 내용은 아쉬운 점이 많고 그거를 덕담으로 돌리기에도 너무 과했다는 측면이 너무 많은 것”이라 질타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용한 건데요.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문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를 칭찬하거나 통일 후 체제를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TV조선이 지목한 것은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라는 문 대통령 발언인데 대체 여기서 어떻게 ‘통일 후 체제’까지 내다 볼 수 있는지, TV조선의 창의성이 재차 놀라울 따름입니다. 실제로 과거보다 변화한 평양, 그리고 변화를 갈망하는 15만 북한 주민들에게 전한 이 정도 덕담도 ‘과한 것’이라면 TV조선이 바라는 것은 결국 남북 대화를 하지 말라는 것 밖에 안 됩니다.
‘굶어죽는 국민 안쓰러워 독재한 박정희’가 여기서 왜 나와
김정봉‧이도운 씨의 주장도 ‘비판을 위한 비판’에 해당하지만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9/20)의 백미는 단연 엄성섭 기자였습니다. 그는 대담 말미에 뭔가 작심한 듯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내용이 정말 가관입니다. 결론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은 칭찬하면서 왜 이승만‧박정희‧박근혜‧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에게는 박하냐’는 겁니다. 가히 유치찬란한 떼쓰기 수준입니다.
엄 씨 발언은 이렇습니다. 너무도 흥미로워 전문을 소개합니다.
“지금 잔치에 재를 뿌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그래도 짚을 건 짚어야 할 것 같은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예의상 발언한 거라고 보기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너무 큰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북한이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려고 했던 그간 노력의 대부분의 결과물은 바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핵하고 미사일 그리고 도발이었거든요. 대한민국에 대해서 불바다를 언급하고 지뢰 도발하고 총부리 겨누면서 매일같이 위협하던 그런 존재였습니다. 작금의 이 상황을 보면서 그간의 잘못을 모두 이해하고 용서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이건 좀 의문입니다.
힘이 없고 돈이 없어서 미국의 도움, 친일파 청산을 못 하고 대한민국을 세웠던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또 굶어 죽어가는 국민 보기에 안쓰러워서 산업화를 위해서 독재를 했었던 박정희 대통령. 3대 세습과 독재, 그리고 각종 군사적 위협을 했던 김정은에 대해서는 이렇게 후한 평가를 하면서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고요. 김정은을 평가한다면 적폐를 넘어서 해악적 존재로 비판하는 군부 독재 세력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것인지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지금 감옥에 갔는데 김정은은 과연 적폐일까요, 아닐까요? 흥분을 했다면 죄송합니다” |
대체 비핵화를 위한 남북정상회담 일정 중 진행된 연설에서 왜 이승만‧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이 연상되는지, 일단 그 발상부터가 기상천외합니다. ‘김정은이 일어서려고 노력했던 결과가 핵과 미사일, 군사 도발인데 이걸 용서할 순 없다’는 대목에서는 TV조선이 진정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바라기는 하는 것인지도 의심됩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을 격려하고 비핵화 협상의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연설한 것이지 ‘북한의 핵과 군사 도발’을 ‘용서’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과 군사 도발’을 없애기 위해 종전선언을 전제로 협상에 나선 것이죠. 미국 등 국제적으로 비핵화 협상의 중대한 카드는 ‘체제 보장’으로 꼽히며, 그래서 미국도 ‘비핵화 후 제재 완화’를 강조하는 겁니다. 한 마디로 TV조선은 ‘핵을 없애기 위해 나선 연설’에 대고 ‘왜 핵을 용서하냐고’ 외친 겁니다.
△ 비핵화 위한 정상회담에 ‘산업화 박정희’ 꺼내든 TV조선(9/20)
역사까지 윤색하며 ‘아무말 잔치’ 벌인 TV조선, 부끄러움을 알라
“힘이 없고 돈이 없어서 미국의 도움, 친일파 청산을 못 하고 대한민국을 세웠던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또 굶어 죽어가는 국민 보기에 안쓰러워서 산업화를 위해서 독재를 했었던 박정희 대통령”이라 안타깝게 읊조리며 “3대 세습과 독재 김정은”을 비교한 부분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힘 없어 친일파 청산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정치 깡패를 동원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암살을 시도하고 친일 경찰을 동원해 결국은 반민특위를 ‘때려잡은’ 인물입니다. 이는 이승만 전 대통령 스스로도 1949년 AP통신 기자회견에서 인정한 바입니다. 명백한 역사를 마음대로 바꿔서는 안 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그 논리가 황당합니다. ‘굶는 국민 안쓰러워 독재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대체 이들을 왜 동원했는지도 의문이지만, 굳이 비교하고 싶었다면 역사 그대로 묘사했어야 합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지금 감옥에 갔는데 김정은은 과연 적폐일까요”라고 물은 마지막 질문은 TV조선 엄성섭 기자의 이명박‧박근혜에 대한 개인적 애정쯤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들과 같은 혐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TV조선 스스로 수 억 원대의 뇌물 수수, 청와대 문건 유출,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등 국정농단 혐의가 있는지 취재해보길 권합니다.
다음날엔 ‘이재용 찬가’, TV조선의 막가파식 ‘정상회담 보도’
다음날에도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의 기행은 이어졌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9/21)은 전날 마무리된 남북정상회담을 길게 다루던 중 <회장님도 ‘엄지척’>이라는 제목으로 재벌 총수들을 조명했습니다. 물론 대기업 오너들의 방북 자체는 뉴스거리긴 합니다만, 이를 다루는 TV조선의 태도는 낯 뜨거울 정도였습니다. ‘재벌들이 소탈하다’고 칭찬하는가 하면, ‘이재용의 인기가 아이돌급’이라고 치켜세운 겁니다.
△ ‘이재용 아이돌’ 강조한 TV조선(9/21)
진행자 엄성섭 기자는 “회장님도 엄지 척. 재벌 회장님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빼고는 오너들이 다 갔어요, 4대 그룹의. 그런데 2박 3일 동안 저분들 보니까 굉장히 소탈하시더라고요”라고 운을 떼더니 “이재용 부회장은 그런데 아이돌 스타급이에요. 거의 요즘에 표정도 하나 다 인기인데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이재용 아이돌 스타급 인기’는 아무래도 TV조선 기자들의 개인적 선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문승진 기자는 “이재용 부회장, 본인도 약간 좀 굉장히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쓴 것 같아요. 원래 이재용 부회장이 잘 웃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데 이번 방북에서는 굉장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2박 3일간의 포커페이스, 이런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굉장히 표정 관리를 했는데 직접 한번 보시죠”라고 답하며 화면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보여줬습니다.
‘이재용 인기 아이돌급’ 노골적인 추켜세우기
이어지는 자료화면은 ‘이재용 부회장 팬클럽 영상’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오락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이재용에게 ‘포커페이스’라는 캐릭터를 부여하고, 립밤을 바르는 장면까지 하나하나 포착해 그가 북한에서 긴장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더니 이재용 부회장이 환하게 웃는 장면과 함께 냉면을 보여주며 ‘이재용도 웃게 만든 북한 맛집’이라는 자막까지 넣었습니다. 즉, TV조선은 이재용이 ‘원래는 잘 웃는 성격이지만 북한에 가서 다소 긴장했고, 냉면을 보고 환하게 웃는’ 소탈한 회장님이라는 점을 아기자기한 편집을 통해 보여준 겁니다. 이후에도 이루리 기자가 비행기에서 내린 재계 인사들에게 취재진이 몰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또다시 “취재진들이 그야말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몰려들었는데. 아이돌급 인기를 보여줬습니다”라며 ‘이재용 아이돌’이라는 황당한 키워드를 또 언급했습니다.
삼성 총수가 야근한 걸 시청자가 알아야 하나
급기야 TV조선은 이재용 부회장이 북한에서 돌아오자마자 삼성전자 사옥으로 회의를 하러 갔다는 이야기까지 전했습니다. 방북 시작부터 끝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아름답게 포장하며 보도해준 셈입니다.
△ ‘이재용 방북 뒤 야근’까지 보도한 TV조선(9/21)
엄성섭 씨는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어제 북한에서 2박 3일만에 돌아왔는데 집을 안 갔다는데요?”라고 묻고, 김대현 기자는 “그렇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어제 준비된 차량을 타고 한남동 자택이 아니라 중구 태평로에 있는 삼성전자 사옥으로 향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 삼성전자 사옥에는 홍보와 대언론, 사회 공헌을 담당하는 팀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심야의 출근한 것이 북한을 다녀온 뒤 경협 관련 논의를 주요 경영진들과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라는 해석이 나왔는데. 하지만 이와 달리 중소기업 오너일 경우에도 회사를 며칠 간 비우면 결재해야 할 상시 업무가 상당히 쌓이게 마련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엄 씨는 “아우, 어마어마하죠, 삼성이면”이라며 특유의 과장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야근한 걸 시청자가 알아야 할까요? 보도‧시사 프로그램 앵커가 삼성을 보고 ‘어마어마하다’고 칭찬하는 것이 정상회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이날 TV조선의 ‘이재용 칭찬’은 노골적인 띄워주기는 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TV조선은 시청자들을 위해서 보다 품위있는 방송을 해주길 바랍니다.
채널A는 ‘북한 선전에 우리가 이용당한다’
TV조선처럼 정상회담 보도 및 대담에서 ‘이승만‧박정희 찬양’을 내놓을만큼 과감하진 않았으나 남북 관계 진전을 불쾌해 한다는 점에서 채널A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9/17)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는데요. 회담 일정을 소개하던 중 이용환 앵커는 퍼스트레이디 간 만남이 눈길을 끈다고 운을 뗐습니다. 김정숙, 리설주 여사가 옥류아동병원과 음악대학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한 안형환 전 국회의원의 논평이 눈에 띕니다. 안 씨는 느닷없이 ‘북한 선동에 흔들릴 수 있다’는 과격한 결론을 내놨습니다. “북한은 하나의 거대한 전시관입니다. 옥류아동병원은 그중에 아동을 위한 전시관일 뿐이죠”, “저건 북한 주민의 0.1%만 갈 수 있는 그런 특이한 시설입니다” “저기 가서 (영부인이) 칭찬하고 너무 좋다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느끼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북한에 조작을 당하는 그런 것밖에 안 되기 때문에 사실 고민이 되고요”라는 지적입니다. “저런 북한의 선전, 선동에 우리가 이용당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까지 더했습니다. 발전된 평양 모습을 보기만 해도 사상적으로 ‘조작,’ ‘선동’ 당한다는 놀라운 ‘관심법’입니다.
사실 이런 식이라면 채널A야말로 우리 국민들을 ‘선동’에 노출시킨 1등 공신인데요. 채널A는 TV조선과 함께 많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중앙TV 등 북한발 영상을 줄곧 노출시킨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어불성설에 해당하는 주장입니다.
조수진 동아일보 부장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선동이 아니라 ‘선전’이었습니다. 조 씨는 “북한으로서는 리설주라는 퍼스트레이디가 있다. 이것만 봐도 정상 국가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고요”, “특히 아동병원을 간다. 이건 굉장히 자애로운 어머니상을 선전하기 위한 그런 것이기 때문에”라며 북한의 저의를 의심했습니다.
TV조선‧채널A, 스스로의 고립에서 벗어나라
이처럼 TV조선과 채널A는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논거들을 끌어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폄훼했습니다. 많은 황당한 근거들이 등장했지만 결론은 ‘북한은 나쁘니 대화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 북이 비핵화하면 650억 지원’을 외칠 땐 왜 이런 비판을 가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정권에 따라 대북관도 바뀌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TV조선은 재벌 총수들에게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은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저자세’고 방북 일정에 함께한 재벌들은 ‘아이돌급 인기’라는 겁니다. 정권 뿐 아니라 ‘재벌 여부’에 따라서도 TV조선의 평가는 달라집니다. 결국 TV조선이 옹호하는 것은 북한과 군사적 적대를 이어가길 원하는 극우 세력, 또는 재벌들뿐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TV조선이 이런 인식이 오해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런 이미지를 굳힌 스스로의 세계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9/20~21), 채널A <정치데스크>(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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