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표본 10개짜리 조사’로 또 최저임금 때린 중앙일보
등록 2018.09.14 16:44
조회 6497

11일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로 <하위 20% 식당소득 한 달 113만원 줄었다>(9/11 장원석 기자 https://bitly.kr/mSew)를 내놨습니다. 최근 언론은 정부의 통계 수치 발표 때마다 ‘최저임금 때문’이라며 과장‧왜곡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 보도 역시 그런 보도 중 하나입니다.

 

11221111.jpg

∆ 중앙일보는 ‘10개 가구’를 조사해 ‘소득 113만원 줄었다’고 주장했다.(9/11)

 

숙박음식업 월 소득의 3분의 2가 날아갔다?

중앙일보는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직원을 두고 조그마한 식당·모텔 같은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의 ‘사업소득’이 올해 들어 많이 감소”했다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집중되면서 자영업자 간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수언론의 메아리인데요. 중앙일보는 이번엔 어떤 근거를 들고 온 것일까요?

중앙일보가 제시한 근거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자영업 가구주의 사업소득을 소득분위별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매우 장황한 표현으로 숫자를 잔뜩 나열하니 복잡하기 짝이 없는데요.

중앙일보는 “올해 1분기 전체 자영업자의 월평균 사업소득(2인 이상 가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만983원(11%)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5분위(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314만3834원(55.9%)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2분위(소득 하위 20~40%)는 각각 44만원, 13만원가량 감소했다”며 ‘자영업자 간 소득양극화’가 심화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주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서 영세업자의 충격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게 숙박음식업”이라며 숙박음식업을 따로 뽑아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이 업종에 종사하는 5분위의 사업소득은 248만2023원(71.0%)이나 증가했지만 1~4분위는 모두 감소했다. 특히 1분위는 지난해 1분기 180만원이던 월평균 사업소득이 올해는 67만원으로 113만원이나 줄었다. 1년 만에 평소 벌이의 약 3분의 2가 날아간 셈”이라는 겁니다.

 

표본 중 10가구만 추출한 조사, 중앙일보는 왜 덥썩 물었나

소득 수준이 낮은 자영업자, 특히 숙박음식업의 경우 1분위 사업자의 한 달 소득이 무려 지난해에 비해 113만 원이나 줄어 67만 원에 그쳤다는 이 결과는 그 자체로 심각해보입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중앙일보가 내놓은 이 자료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걸까요?

12일 통계청은 이 보도에 대해 즉각 ‘해명자료’를 내놨습니다.(https://bitly.kr/PY48) 통계청은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 가구(202개 가구)만을 대상으로 가구주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 5분위 분석을 한 후”, “1분위에 속해 있는 숙박음식업종 종사 10개 표본가구에 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숙박음식업에 종사하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 전체가구로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각각의 교차특성에 상응하는 표본가구의 수가 충분하지 않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드림”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기사 제목에도 사용된 ‘식당 소득 113만원 감소’의 경우 통계청이 원래 발표했던 1분기 가계동향조사 표본에 포함된 수많은 가구들 중 단 ‘10개 가구’만 추출해 조사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대표성을 가지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렇게 10개 가구만 추출한 결과라는 걸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중앙일보는 추 의원 자료가 “△다른 가구원의 사업소득이 없고 △한 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고 고용주로 한정하고 △사업소득 이외의 경상소득(근로․재산․이전)․비경상소득은 계산에서 뺐다”고 밝히면서 “다른 변수들을 통제했기 때문에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처럼 추 의원의 자료가 ‘소득 관련 여러 변수들을 제거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을 알아볼 수 있다’고 자부했으나 변수 뿐 아니라 분석 대상인 표본까지 제거해 오히려 대표성을 잃은 수치일 수 있다는 약점은 감춘 것입니다. 그리고 변수가 제거된 것임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보도했고,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숙박음식업 등 노동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최저임금 인상 피해가 크다”는 추경호 의원 주장을 담는데 급급했던 것이죠.

 

쏟아지는 통계, 언론은 ‘기승전최저임금’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은 약 8000개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가구원 수, 연령 등 각각의 주요 가구특성별로 해당 가구의 소득과 분배상황에 대한 자료제공을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가계동향조사는 최저임금과 관련된 현상을 설명하는 자료가 아니며, 최저임금을 연결짓기 위해서는 상당히 면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에서 경제와 관련된 그 어떤 수치가 발표만 되면 무조건 입맛대로 발췌하고 과장하여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보도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앙일보가 주장한 것처럼 실제로 자영업자들은 불황을 겪고 있으며 영세한 사업자들이 더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사태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면을 알아보기 힘든 숫자로 독자들을 현혹하여 최저임금을 ‘악의축’으로 매도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불황의 진짜 원인을 은폐하기 때문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한함. 민언련은 다양한 매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분간 신문모니터 대상에서 한국일보를 제외하고, 서울신문으로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가(02-392-0181)

 

monitor_20180914_266.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