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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반인권적 대체복무제’…비판 없이 받아쓴 조중동
등록 2018.08.24 14:04
조회 781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행 병역법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포함해 병역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14일 자유한국당은 반인권적인 대체복무제 법안을 발의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하고, 복무 기간도 44개월로 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의 개정안은 병역 이행자와의 ‘형평성’을 가장해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의도를 지녔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자신의 신념‧사상‧종교 등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므로 처벌 또는 보복의 성격이면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1998년 유엔인권위원회는 ‘대체복무는 징벌적 성격이 아니어야 한다’고 의결한 바 있고요. 국가인권위원회는 복무 기간을 현역의 1.5배 이상으로 하면 징벌적 성격을 가진 것이란 의견도 낸 바 있습니다. 게다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군 관련 업무를 맡긴다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의 발상 자체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취지에서 어긋납니다. 2015년 유엔인권위원회 제4차 한국 정부 보고서는 “병역거부자에게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해 놓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유한국당 개정안은 국제적 기준에 미달일 뿐 아니라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반인권적 대체복무제…비판 없이 나열한 조선․중앙․동아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반인권적 법률 개정안 발의 소식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신문은 경향과 한겨레뿐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개정안이 나온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조중동은 ‘받아쓰기’ 보도만 1건씩 내놓았고 한겨레‧경향은 비판적 보도를 하면서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서울신문은 자유한국당 개정안 관련 보도가 없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자유한국당 대체복무 개정안 ‘받아쓰기’ 보도

0

1건

0

1건

1건

0

자유한국당 대체복무 개정안 비판 보도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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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0

3건

(사설1건 포함)

총 보도량

1건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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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1건

3건

△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 대체복무제 개정안’ 관련 보도량 비교(8/14~8/23) ⓒ민주언론시민연합

 

8월 20일 조중동은 국방부 관계자가 “대체 복무할 수 있는 곳으로 교도소․소방서”가 꼽히고 “복무 기간은 현역병의 2배인 36개월이 유력하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자유한국당의 개정안을 끼워 넣어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병역거부자 대체 복무지, 교도소․소방서 등 검토>(8/20 전현석 기자 https://bitly.kr/MbCI)는 “야당은 대체 복무자에게 지뢰 제거 등 고강도 임무를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김학용 의원이 “대체복무요원 복무 기간을 공군 병사(22개월)의 2배인 44개월로 정하고, 지뢰 제거 지원 사업 등에 복무하도록 규정”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지뢰 제거의 경우 전문성이 필요하고 위험성도 높아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는 한 줄 뿐이었습니다. 또한, “시민단체 여론조사 결과 대체 복무로 지뢰 제거, 전사자 유해 발굴 등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한국당 이종명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여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안을 두둔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시민단체가 무슨 여론조사를 했는지는 전혀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도 <병역 대체복무 기간 27~36개월 검토…소방서-교도소 보조인력 투입 추진>(8/20 손효주‧서형석‧최고야 기자 https://bitly.kr/Wke3)에서 “(김 의원은) ‘대체복무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며 “대체복무요원 복무기간을 44개월로 하고, 지뢰제거 및 보훈사업에 복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고 짧게 전했습니다.

 

중앙일보 <병역 대체복무, 교도소‧소방서 근무 추진…기간은 3년 유력>(8/20 이철재 기자 https://bitly.kr/XCEr) 역시 “(김 의원은) 이날 ‘대체복무자에게 지뢰제거,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제대군인 지원, 재해·재난 복구 등의 업무를 맡기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할 뿐, 이 법안의 반인권적 성격을 짚어주지 않았습니다.

 

경향․한겨레 ‘징벌적 대체복무제 안 돼’ 비판

한겨레․경향은 달랐습니다. 비판적 관점에서 김 의원의 대체복무제를 다룬 것입니다. 한겨레는 <사설/‘지뢰 제거 대체복무’는 반인권적 보복>(8/22 https://bitly.kr/b1W9)에서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대체복무제에 “보복적 징벌로,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이라 질타했습니다. 지뢰제거 투입이 “그럴듯한 명분”처럼 보이지만, “대체복무자를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이들에게 징벌을 가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겁니다. 이어 “유엔 등 국제인권기구는 대체복무가 민간영역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점도 짚었습니다. 복무기간 44개월 관련해서도 “복무기간을 현역의 2배까지 늘려야 하는지는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면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복무 기간을 2배로 늘려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국제 기준에 맞지않는다”고 말한 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체복무1.jpg

△ 자유한국당 대체복무제 개정안 정면으로 비판한 한겨레(8/22)

 

경향신문도 23일 <한국당, ‘인권․포용’ 새 가치 찾는다더니…>(8/23 허남설 기자 https://bitly.kr/9ycK)에서 김 의원의 대체복무안에 “김병준 비대위가 내세운 ‘약자․소수자 인권존중’ ‘포용의 정신’ 등 새 가치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징벌적 대체복무는 국제적 인권 기준에 맞지 않다(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정말 인권 개념이 없는 정당(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대체복무제, 인권의 현주소를 묻다

국방부가 7월 27일 발표한 ‘국방개혁2.0’의 군복무 단축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 육군 복무기간은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됩니다. 김학용 의원안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현역병의 2.4배인 44개월 복무해야 합니다. 해외에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독일과 대만의 경우 대체복무기간이 줄면서 최종적으로는 군 복무 기간과 같아졌습니다. 스위스는 1.5배, 그리스는 1.9배, 노르웨이는 동일 기간 근무합니다. 이는 대체복무제를 ‘보복’ 내지는 ‘처벌’의 관점에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병역기피자 악용 우려’를 내세우며 강도 높은 대체복무제를 주장하지만, 심사제도를 정교하게 구현한다면 병역기피자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대체복무제를 운용했던 독일과 대만 등에 다양한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또, 엠네스티에 따르면 “통계상 병역거부로 병역을 면제받으려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이 항상 더 많다”고 합니다.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은 병역을 완전히 기피하지 굳이 대체복무제를 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은 500~600명에 이릅니다. 그리고 군대에 있는 청년들은 60만여 명입니다. 대체복무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헌법상 ‘국민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이 충돌하는 것처럼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국민’에게 징벌적이고 가혹한 형벌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습니다. 이번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의 법안은 대중의 여론을 좇는 ‘포퓰리즘’ ‘인기영합주의’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2004년 ‘병역거부 합헌’ 판결 당시 반대 의견을 냈던 최창석 재판관의 이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상 기본권과 헌법상 국민의 의무 등 헌법적 가치가 상호 충돌하고 대립하는 경우에는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선택해 나머지 가치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고, 충돌하는 가치를 모두 최대한 실현해야 한다”

   

오랜 싸움 끝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발 여론을 이용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파렴치한으로 몰고 응징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넘쳐납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깊이 있는 분석과 비판적 시각으로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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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