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눈빛에 적의 가득하면 조현병 환자’? 뒤틀린 편견 노출한 채널A지난 17일, 만취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벽돌로 가격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 여고생이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와 닮아 보여 범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 경위에 많은 매체가 보도를 냈는데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21)도 이 사건을 조명했습니다. 진행자 김진 씨와 출연자들은 처음엔 ‘주취 감형’이 문제라며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논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이번에도 채널A는 사건을 최대한 선정적으로 묘사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현병 환자’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시작은 ‘주취감형’ 끝은 ‘조현병 범죄’? 채널A의 ‘갈지자 보도’
‘주취감형’에 문제제기를 하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두 번째, 이 조현병 문제가 있잖아요. 이번에는 헤어진 여친 닮았다고 하는 황당한 이유지만, 조현병 환자에 의한 이런 느닷없는 폭행, 이런 사건들이 있거든요”라며 갑자기 ‘조현병’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어서 “그런데 확인을 해보고 깜짝 놀랐던 게, 조현병 환자를 어디서 관리하는지 아세요?”라고 물었고 진행자 김진 씨가 “어디서요?”라고 되묻자 한심하다는 투로 “보건소에서만 한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국민의 질병과 건강을 관리하는 보건소에서 조현병 환자에게도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인데요. 박용진 씨는 여기서 어떤 문제점을 발견한 것일까요?
박 씨는 “이 조현병 환자들이 물론 병적인 병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보건소에서 이분들 관리해야 되겠습니다만, 이 분들에 대한 안전조치, 이분들에 의한 위험한 일들에 대한 안전조치. 두 경우를 다 어쨌든 경찰하고 같이 협력 체제를 구축해서 같이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법이 있다고 한다면 혹은 관련 기관들에서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는 다르게 행정적 조치를 좀 해 줘야 우리 시민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요컨대 ‘조현병 환자들은 위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병이니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조현병 환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묘사한 겁니다.
조현병은 ‘질환’이지 ‘범죄’가 아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조현병 환자의 범죄’ 관련 보도가 폭증하면서 ‘강제입원’ 등 무조건 환자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부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조현병은 범죄와 관련이 없다’는 반박이 나왔고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범죄와 연결시키는 편견이야말로 치료와 사회화를 가로막아 위험을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지난 7월 22일,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 내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 지원체계 개선 방안을 위해 조현병을 포함한 중증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 본인 동의 없이도 지속적인 치료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지적한 ‘보건소의 조현병 관리’는 이 조치에 따른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전문가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조기진단 및 꾸준한 치료 시 자·타해 위험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 정신장애인 범죄율(0.136%)은 전체 범죄율(3.93%)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취지가 아님을 강조하며 “미치료 또는 치료 중단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촘촘한 지원체계 구축 대책을 단계별로 추진키로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치료만 받으면 일상적 생활이 가능하니 보건소에서 상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박용진 의원은 이런 조치도 모자라다며 ‘경찰도 안전 관리 차원에서 함께 관리하라’고 요구한 것이고, 이를 “일반적 의견”이라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모든 조현병 환자를 ‘경찰의 치안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자는 발상 자체가 이미 범죄자 낙인을 찍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근거를 갖지 않은 채 조현병 환자를 덮어놓고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조현병 치료가 더 어려워지기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조현병 환자나 그 가족이 병원이나 보건소 등을 쉽게 찾지 않는 이유는 병력 유출에 의한 취업 불이익 등 사회적 차별이 우려되기 때문이죠.
다만 박용진 의원이 우려한 것처럼 조현병 환자가 보건소의 관리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외래치료명령을 받고도 환자가 치료에 응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는데요. 이는 조현병 환자들이 치료를 기피할 경우 이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세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인 것이지, 경찰로 명단을 넘겨 경찰이 관리하게 하자는 취지는 아닐 것입니다.
‘눈빛의 적의=조현병’? 이게 채널A의 ‘수준’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박용진 의원 발언 이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의 태도입니다. 진행자 김진 씨는 “불과 지난 6월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 그때도 법정에서 그렇게 피의자가 호소를 했었는데. 그때 당시에 벽돌로 지나가던 행인을 수차례 내리쳤습니다. 그때 영상도 저희가 준비했습니다”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커녕,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미리 준비한 ‘조현병 환자의 범죄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채널A는 이러한 짜맞춘듯한 방송 구성으로 ‘조현병을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는 박용진 씨 주장에 더 힘을 실은 겁니다.
△ ‘조현병 범죄’ 강조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21)
영상을 본 후 박용진 씨는 마치 무용담을 말하듯 “사실은 제가요, 지난 지방선거를 하는 데 저희 지역구에서 저런 비슷한 일을 제가 당했어요”라며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행인을 수차례 내리친 사건과 비슷한 일을 본인이 당했다는 건데요.
놀란 김진 씨가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고요?”라고 묻자 “거기까지는 안 갔는데 천만다행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저를 향해서 욕설을 내뱉으면서 다가오더니 ‘너 왜 우리 엄마 욕하고 다니냐’ 느닷없는 얘기잖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이 분이 저보다 덩치도 크고요. 옆에 누가 있어서 저하고 거리를 두게 하고 이런 조치를 취하니까 다행이지 만일에 이 양반이 벽돌이든 뭐든 흉기를 들고 있었거나 하면 눈빛에서 나타나는 적의가 보통이 아니더라고.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그냥 빨리 헤어지는 쪽으로 일을 정리를 해서 피했거든요, 자리를 피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조현병 환자겠구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무용담’의 마무리는 “여기 있는 분들도 다 위험한 거예요. 그러니까 얼굴이 알려진 사람에게 자기가 어떤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그 스토리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성향이 변할 수도 있는 거라서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건 관련법을 바꿔서라도 보건소뿐만이 아니라 경찰 등의 안전조치들이 취해지지 않으면 느닷없는 등굣길에 아니면 하굣길에 집에 가는 길에 이런 시민들의 안전이 내팽개쳐질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될 것 같습니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개인적 경험담을 근거로 ‘조현병 환자는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주장을 뒷받침한 겁니다.
△ 개인적 경험으로 조현병과 범죄 연결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21)
인식 수준 높아진 ‘조현병 환자 인권’, 언론도 발맞춰야
사건 사고를 다루면서 굳이 증명할 수도 없는 개인적 경험을 특정 사건에 비유할 그 어떤 이유도 의미도 없습니다. 심지어 박용진 의원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인물을 별다른 근거도 없이 ‘조현병 환자’로 단정했습니다. ‘눈빛의 적의가 보통이 아닌 사람=조현병 환자’라는 일차원적인 추정과 함께 말입니다. 이는 조현병 환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동시에 그 공포를 시청자들에게 전파한 겁니다.
박용진 씨 발언 후 진행자 김진 씨는 “저희가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은 아니고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강력범죄 관리의 중요성과 이 부실함에 대해서 언급을 했다는 점 다시 한 번 밝혀드립니다“라며 수습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늘 스스로의 막말과 왜곡을 무마하려 했던 종편의 습관일 뿐입니다. 이미 장시간 이어진 대담에서 채널A가 조현병을 범죄와 강력하게 연결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습니다.
최근 OCN 드라마 <보이스2>는 조현병 환자를 테러범으로 그린 에피소드를 방송했다가 각계의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제작진은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 조현병 환우 및 가족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극을 진행하면서 세심한 배려의 시선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식 사과했죠. 픽션을 다룬 드라마라도 사회적 파장과 방송이 가져올 사회적 낙인 효과를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채널A 제작진과 출연자 역시, 앞선 <보이스2>의 사례를 본받아, 세심한 배려의 시선을 가지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21일(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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