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모니터_
38년 만에 드러난 5·18성폭력마저 가짜뉴스로 만드는 인면수심
[518가짜뉴스신고센터 팩트체크 보고서]
등록 2018.08.16 16:13
조회 943

38년 만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용기를 낸 많은 피해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겪은 폭력을 증언하고 있다. 실제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군인들은 여성들에게 반인륜적인 폭력행위를 저질렀다. 

 

보도를 통해 드러난 5·18 성폭력
한겨레 <단독/“5·18 때 계엄군, 여성 3~4명 산으로 끌고 가 집단 성폭행>(2018/6/10 정대하 기자  https://bit.ly/2l6Ls2x)에 따르면 80년 5월 22일 광주시내에서 시위대는 온몸이 두부처럼 짓이겨지고 가슴이 잘린 여성 시신을 발견되었다. 전문가들은 “계엄군은 대검으로 ㅅ씨의 젖가슴을 찔렀고, 실신했거나 죽은 상태의 ㅅ씨의 성기 쪽에 집중적인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 가슴과 성기를 난자하는 행위 등은 전쟁 때 진압군이 피지배 여성들의 전의를 꺾기 위한 전형적 ‘과시적 성폭력’으로 분석된다. 
언론을 통해 5․18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제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광주에서 자행된 성폭력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광주에서 벌어진 성폭력이 단순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으로 규정하며, 6월 ‘5.18 계엄군 등 성폭력 조사단’을 출범시켰다.

 

5·18 성폭력 관련 가짜뉴스 등장
그러자 6월 <5․18성폭행 조사 지시한 문재인의 자충수>(2018/6/12 https://bit.ly/2Owwrne)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극우 사이트와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한 사람은 필명 ‘김대령’이다. 이자는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문재인의 5․18 눈물로 뒤집힌 광주사태』라는 책의 필자이며, 위의 글은 이 책을 파는 사이트에도 게재됐다(https://www.bookstore21.net/518/rape.htm). 
<5․18 성폭행 조사 지시한 문재인의 자충수>는 5․18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을 거짓으로 호도하고 있다. 이자의 요지는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은 없었으며, 피해자들은 시민군이나 경찰 등에게 당한 것이다. 이 글은 단순 주장만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피해자 김선옥 씨가 합동수사단에 잡혀갔을 때 작성한 조서용지, 구속집행확인서 등을 게재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자료들이 일반인이 구할 수 없는 비공개 자료이기에 일반인이 보기엔 매우 신빙성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민언련은 해당 내용이 진실인지 팩트체크했다.

 

팩트 체크 ① ‘80년 7월 광주에는 계엄군이 없었고 수사는 경찰이 했다!’는 거짓
가짜뉴스의 주장

가짜뉴스는 김선옥 씨가 체포된 1980년 7월 3일을 두고, “광주에 계엄군이 전혀 없었다”며 수사를 계엄사가 한 것이 아니라 ‘합동수사본부’가 했고, 수사단의 주체는 ‘광주경찰서 소속 수사관’이라고 주장했다. 

 

K-001.jpg

 

팩트체크 : 사실이 아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사망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 내려져있던 계엄령이 5월 17일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당시 계엄령은 1981년 1월 24일까지 456일 동안 계속됐다. 1995년 7월 서울지검 5.18 수사 기록에는 “7.3. 계엄사는 ‘광주사태 관련자 처리방침’을 통해 모두 2,200명을 연행”했다고 기록돼 있다. 

 

“진압작전과는 별개로 전남합동수사단에서는 연행자들을 수사했다. 연행자들이 많아지자 보안사에서는 105보안부대장인 최경조 대령을 파견했다. 전남합수단 단장은 이재우 대령(505보안부대장)이었으나 실제 지휘는 보안사령부에서 파견된 수사국장 최경조 대령이 행사했고, 실무는 부국장인 서의남 중령(505보안부대 대공과장)이 담당했다. 조직체계는 군 검찰과 검사 및 중앙정보 부원으로 구성된 자문들이 있었고, 수사실무는 수사1과(학원), 수사2과(재야), 수사3과(재야), 특명반, 대공과 등에서 담당했으며, 그 외 조정통제과가 있었다”


또 2007년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12․12, 5․17, 5․18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도 <광주에서의 보안사 활동>이라는 장에서는 아래와 같이 당시 보안사가 주도적인 활동을 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합동수사본부’는 계엄사령관 직속조직으로 정보부․경찰․보안사는 물론 헌병과 군 검찰까지 감독하는 핵심기구였다. 전남 합수단은 애초 33명으로 편성(보안사)됐으나 범죄수사단, 경찰, 중앙정보부 등으로부터 증원받아 총 87명으로 운영됐다. 당시 김선옥 씨는 수사 3과(재야/폭도)에서 조사받았는데, 당시 합수단 편성표에 따르면 수사3과(폭도)는 보안사에서 나온 소령 조○○이 맡고, 역시 보안사에서 나온 준위 박○○, 상사 이○○, 상사 조○○, 중사 조○○ 등이 포진해 있었으며, 중앙정보부에서 1인, 육군 범죄수사단에서 4인, 경찰에서 3인이 배정됐다. 수사 3과에 있던 경찰은 모두 경사와 경장으로, 군대로 따지면 부사관 급이었다. 
즉 합수단 구성 배경과 체계를 고려하면, 수사 3과를 총괄하고 있던 보안사 출신 소령과 준위 등을 제치고 ‘경찰이 수사 주체’일 수가 없다.

 

팩트 체크 ② ‘김선옥 씨를 성폭력 한 사람은 군인이 아니라 경찰이다!’는 거짓
가짜뉴스의 주장
김선옥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38년 전, 사진을 성폭행 한 수사관과 관련해 ‘소령계급을 달고 계장으로 불리던 수사관’이라고 증언했다. 반면, 가짜뉴스는 시종일관 “김선옥은 경찰 간부에게 당했다”고 단정하며 그가 군인이 아니라 경찰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K-002.jpg

 

팩트체크 : 사실이 아니다. 
 김선옥 씨의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이 보고서가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38년 만에 나온 피해자의 증언 자체를 부정하는 ‘뉴스’가 과연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지 확인은 필요하다. 
‘계장이라는 호칭은 군인에게 없다’, ‘경찰에서 유일하게 소령 계급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계장은 군대에서도 사용한다. 특히 보안사는 <처>-<과>-<계> 구조로 이뤄져 있어, ‘계장’이라는 호칭이 빈번히 사용됐다(예: 보안사 대공처 수사과 수사2계장). 
반대로 ‘소령’은 영관의 계급 중 하나로 유일하게 군대에서만 한정해 사용한다. 경찰이 ‘소령’이라는 계급을 사용할 수는 없다.
특히 가짜뉴스에서 언급한 수사 3과 소령 조○○은 ROCT출신이다. 1982년 중령 계급으로 녹화사업 공작과장을 맡아 녹화사업(학내외 집회 차단을 목적으로 한 대학생 강제징집. 녹화사업 피해자 중 6명 군 복무 중 의문사)의 기본 계획을 입안해 2016년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가 선정한 반헌법행위자 1차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가짜뉴스가 ‘경찰관 중에서 소령이란 계급을 사용하던 유일한 경찰관’이라는 조○○은 후에 기무사참모장까지 지낸 보안사 소속 군인이다.

 

팩트 체크 ③ ‘5월 19일, 공수부대는 트럭이 없었다!’는 거짓

가짜뉴스의 주장 

K-003.jpg

피해자 ○씨는 1999년 5․18기념재단과의 구술인터뷰에서 1980년 5월 19일 광주 유동부근에서 군인들에 의해 트럭에 태워져 백운동 인근 야산으로 끌려가 계엄군들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진술했다. 2018년 5월 10일 한겨레신문은 해당 구술록을 보도했다. 5월 1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씨의 구술이 다뤄졌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씨의 구술에 대해 ‘군인’이 아니라 ‘시민군’에게 당한 것이며, 그 근거로 5월 19일 광주에 도착한 11공수여단에는 트럭이 없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팩트체크 : 사실이 아니다. 

2007년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12․12, 5․17, 5․18사건 조사결과보고서>의 <과격진압의 배경>이라는 장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5. 15. 17:05.에 전교사의 2.5톤 트럭 31대가 7공수 여단으로 지원 나갔다. 7공수여단으로 가던 도중 트럭 2대는 고장이 나서 20:45에 총 29대의 트럭이 7공수여단에 도착했다.98) 같은 날 3관구사령부(대 전)와 35사단에서도 각각 19대와 18대의 차량을 지원했다. 3관구사령부 지원트 럭은 5. 17. 20:15에 대전을 출발해 24:00에 7공수여단에 도착했고, 35사단 지원 차량은 20:00에 출발해 21:15에 7공수여단에 도착했다.

 

7공수여단을 비롯해 광주에 이미 수십대의 군용차량이 들어와 있었다는 뜻이다. 당시 전교사가 작성한 기록에 따르면, 5월 18일에는 7공수여단 중 33대대와 35대대가 전남대와 조선대에 주둔해있었다. 11공수여단은 18일 동국대에 주둔하다가 18일 저녁과 19일 새벽에 걸쳐 광주 조선대에 도착해 7공수여단과 임무를 교대했고, 7공수여단 일부 대대가 작전에 배속됐다. 19일부터 대대별 작전지역으로 11공수여단 61대대 공용터미널, 62대대 장동지역, 63대대 계림동 지역이었고, 7공수여단 35대대는 고속터미널이 배치됐다. 또한 19일 오전 10시부터 61대대는 시내 주요파출소등 시위예상지역을 점령했고, 62, 63대대는 30여대의 트럭에 분승해 시내로 위력시위를 나섰다. 이날 공수부대들의 조선대 복귀 시간은 밤 11시로 기록돼 있다.
한편 『5․18 사태일지』(당시 광주동구청 작성)는 “5월 19일 오전 10시 52분 조선대학으로 군 트럭(1대)에 학생들을 연행 갑박를 씌워 일어나면 발로 차고 감”이라는 보고가 적혀있다. 공수부대가 트럭이 없었다는 것은 거짓이다. 7공수여단 33대 9지역대 하사관 인터뷰 내용에도 공수부대가 차량을 끌고 다니며 사람들을 태웠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문 : 또한 공수부대원들은 시위대가 잡힌 경우에 여러 명이 잡힌 사람을 길게 넘어뜨린 뒤 집단으로 발로 차기도 하였다는데, 사실인가요.
답 : 그런 일은 시위대를 트럭에 태우는 과정에서 여러 번 발생하였습니다. 즉 서너 명의 부대원들이 잡힌 시위대를 트럭에 태우려고 하면 안타려고 반항을 하였는데, 그러면 여러 명이서 그 사람을 발로 차는 것을 보았습니다.

 

팩트 체크 ④ ‘성폭력 피해자 납치된 곳은 공수부대가 없었다?’는 거짓!
가짜뉴스의 주장 
가짜뉴스는 ○씨의 증언 일부를 왜곡했다. ○씨는 학교가 일찍 끝나 집에 가기위해 버스를 타러 유동 근처에 갔을 때 잡혔다고 증언했으나, 가짜뉴스는 ○씨가 납치된 곳이 백운동과 남평을 오가는 곳이라며 광주 외곽지역이라며 그곳에는 공수부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팩트체크 :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씨가 잡혔다고 말한 곳은 7공수여단과 11공수여단의 작전지역이다. 
○씨는 1996년 1월 6일 광주지검에 출두해 한번 더 진술했다. “군용화물차가 한 대 와서 군인들이 두명이 내려더니 총을 대면서 차에 타라고 하였습니다. 아줌마들이나 저나 울면서 내려달라고 사정을 하였던바 군인들은 총을 들이대면서 산속으로 데려간 것입니다.”, “우리가 반항을 하자 발로 머리를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하여서 울면서 당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했다. 군인들의 복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계엄군의 복장은 얼룩무늬였습니다”고 답했다. 얼룩무늬 군복은 공수부대의 복장이다. 당시 ○씨의 진료기록에도 <군인 5名에게 rape(강간) 당함>이라고 적혀있다.
공수부대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씨 뿐이 아니다. 19일 저녁, 조선대 부근으로 친척을 찾으러 나섰던 △씨(여고 3학년)도 당일 군인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씨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다가 끝내 분신자살했다. 이후 △씨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딸의 행동이 이상해서 제가 같이 잠을 자면서 무슨일 있냐고 물어보니까 군인들에게 산으로 끌려가서 강간을 당했다면서 처녀막을 원상회복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에 제가 운동을 심하게 하면 처녀막이 터질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말라고 대답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김선옥 씨를 포함해, ○씨, △씨 등 현재까지 문서나 증언으로 확인된 5․18 당시 성폭력 피해여성은 최소 6명으로 알려졌다. 5․18 당시 성폭력 관련 조사는 피해여성과 가족들이 증언을 꺼리고 있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5·18 성폭력까지 가짜뉴스로 만드는 인면수심에 분노
국가폭력에서 피해자의 증언은 중요하다. 그러기에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사례를 알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진상조사’를 주문하자마자 피해자들의 증언을 왜곡하고, 거짓말로 몰거나 본질을 흐리는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블로그와 SNS를 통해 퍼뜨려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다른 사안도 아니고 성폭력 관련 증언은 정말 어렵사리 드러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의 증언을 왜곡하고 오히려 치욕감만을 주는 이런 가짜뉴스는 인면수심 그 자체일 뿐 아니라, 향후 피해자의 또 다른 증언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38년 만이다. 국가가 자행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때다. 가짜뉴스로 진실규명이 더 이상 지체돼선 안 된다. 

 


<끝>

문의 유민지 활동가(02-392-0181)
정리 이정진 5․18가짜뉴스 신고센터 인턴
감수 강성남 5․18가짜뉴스 신고센터 센터장
 

 

monitor_201800816_22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