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으로부터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피의자 신분으로 18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다음날 오전 3시 50분 쯤 귀가했습니다. 김경수 지사는 “소상히 해명했다. 수사에 당당히 임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특검이 유력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확인하셨습니까?”라는 기자 질문에도 “그런 유력한 증거나 그런 걸 저희들은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채널A <정치데스크>(8/8)는 독보적인 추정을 내놨습니다. “유력한 증거나 그런 걸 저희들은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김 지사의 대답이 ‘유력한 증거를 본인이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한 겁니다. 김 지사는 난데없이 ‘증거를 알면서도 숨기는 범죄자’로 만드는 놀라운 발상이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는 이 같은 해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채널A <정치데스크>(8/8)

채널A의 놀라운 ‘관심법’
채널A <정치데스크>(8/8)는 7일 오전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김경수 지사를 27분 간 다뤘습니다. 이용환 앵커는 조사 직후 김경수 지사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며 당시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위에서 말한 김경수 지사의 발언 장면인데요. 이는 사실 타 매체에서도 대부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에 대한 채널A 김민지 기자의 분석은 ‘기적의 논리’에 가깝습니다. 

김민지 기자는 “그러니까 김경수 지사의 마지막 발언이 좀 자기 발등을 찍은 거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보시면 특검이 유력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생각하시느냐 질문을 했더니 유력한 증거 확인했다고 생각 안 한다고 얘기했거든요. 지금 본인의 혐의를 부인하고 그런 일이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유력한 증거가 없다,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말은 ‘유력한 증거를 본인은 그럼 알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이 생길 수 있는데”라고 주장했습니다. 

매우 황당한 논리입니다. 객관적인 증거가 아닌 ‘말꼬투리 잡기’로 마치 김 지사가 실수로 스스로의 치부를 노출하기라도 한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김 지사를 범죄자로 낙인찍기 위해 채널A가 이제는 ‘관심법’까지 동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가 “유력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확인하셨느냐”고 물으니 그 용어 그대로 ‘유력한 증거, 그런 걸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대화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어떻게 ‘유력한 증거를 본인은 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는지 채널A의 논리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입니다.

△ ‘김 지사가 유력한 증거 알고 있다’고 의혹 제기한 채널A(8/8)

김경수 지사가 한 말도 안 했다는 채널A
놀랍게도 채널A의 ‘관심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패널 조수진 미디어연구소 부장(동아일보)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조 씨는 “요즘에 지금 바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이 발언이 서초동의 이른바 법조타운에서 화제입니다.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검찰이나 특검의 조사를 마치면 ‘성실히 답변하고 왔다. 최선을 다해서 대답하고 왔다’, 이렇게 대답을 하는데 ‘특검이 유력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말은 자신의 혐의가 입증될 만한 유력한 증거가 무엇이기 문에 바로 이 부분을 가지고 있는지를 봤을 수가 있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김민지 기자 발언보다 더 심각합니다. 실제로 김경수 지사는 문제의 문답 이전에 “충분히 설명했고 소상히 해명했다”고 말했는데 조수진 씨는 김 지사가 이 말은 안하고 “특검이 유력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만 한 것으로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까지 지낸 베테랑 기자가 이러한 간단한 사실관계마저 몰랐다면 자격 미달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입니다.

‘카더라’까지 동원한 ‘의혹 부풀릭’, 처절한 채널A 
조 씨는 또한 “오늘 제가 특별수사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도 통화를 한 번 해 봤습니다. ‘주요 피의자 1차 조사 때 유력 증거를 제시합니까’라고 물었더니”라며 ‘카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조 씨에 의하면 그 익명의 변호사는 “대한민국 검사, 수사 기관에서는 유력한 증거를 1차 조사 때 제시하는 법은 없다. 결정적일 때 꺼낼 것이다. 특히 요즘의 수사 관행에 있어서 주로 영장실질심사 단계라든지 아니면 법정에서 판사에게 문서가 아니라 그것도 귀띔으로 한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역시 ‘김 지사가 유력한 증거를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끌어온 겁니다. 즉 ‘특검이 1차 조사라서 유력한 증거를 꺼내들지도 않았을 텐데, 김 지사가 유력한 증거라고 스스로 언급했으니 증거를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라는 주장입니다. 역시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검이 유력한 증거를 꺼내들었는지도 알 수 없으며, 그 여부와 관계없이 ‘유력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김 지사 발언을 ‘유력한 증거’의 근거로 삼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채널A는 김 지사가 “유력한 증거를 확인하셨습니까?”라는 기자 질문에 답했다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자꾸 없던 일처럼 무시하면서 사실상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조 씨 뿐 아니라 안형환 전 국회의원도 “지금 김경수 지사 말실수를 하기는 한 것 같아요”, “어찌 됐든 저 표현을 액면 그대로만 본다면 ‘뭔가 실체는 있는데 특검이 거기까지는 치고 못 들어왔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 황당한 소설에 가담했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드루킹과 김경수의 친밀감’?
이 같은 무리한 해석은 특검 수사가 본격화된 7월 초부터 꾸준히 단독 보도를 쏟아내며 김 지사를 범죄자로 묘사하려 한 채널A의 일관적 태도와 일맥상통합니다. 김 지사의 혐의가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려다 보니 논리적 비약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것이죠. 

채널A <정치데스크>(8/8)는 김 지사의 소환 조사 후 발언 뿐 아니라 특검 수사 전반을 다룰 때도 사건의 본질을 흐렸습니다. 반복적으로 ‘사건의 핵심은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가 얼마나 친한가’라는 주장을 펼친 겁니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은 김경수 지사기 킹크랩, 즉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에 참석하고 사용을 승인했는지 여부입니다. 드루킹과 김 지사의 관계는 지난 4월 김 지사의 해명과 다른 지점이 있어 김 지사 측의 설명과 수사가 필요하지만 ‘킹크랩 시연 참석 및 승인’을 직접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김 지사가 드루킹을 지지 그룹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는지는 밝혀져야 하지만 이는 본질인 ‘댓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간접적 정황만 제공할 뿐, 다른 직접적인 근거들이 필요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수진 씨는 “핵심 쟁점은 드루킹이 매크로 프로그램, 여론조작 프로그램을 시연할 때 같이 참관을 했고 또 참관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든가 ‘이렇게 해라’ 서로 질의응답을 한다든가 이런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면 대선 때 포털사이트에 대한 어떤 여론을 조작했다는 그런 혐의 입증이 가능한 것”이라며 ‘드루킹-김경수 긴밀한 관계’를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 참관’과 뒤섞어 버렸습니다. 스스로도 밝혔듯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 참관’이 입증되려면 “고개를 끄덕인다든가 이렇게 해라라는 응답”이 있어야 하지만 이는 현재까지 드루킹 일당의 일방적 주장일 뿐 여타 증거가 나온 바 없습니다. 조 씨는 이를 부지불식간에 “긴밀한 관계”로 엮으며 ‘입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안형환 씨 역시 “특검의 목표는 김경수와 드루킹과의 관계입니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나 모른다.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어떻게 지시하고 공모할 수 있느냐’ 이 논리거든요. 그런데 특검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지에 가서 시연을 봤고, 시연을 봐서 지시한 거 아니냐’ 이거거든요. 그래서 현장에 드루킹 시연 때 현장에 있느냐 없느냐의 핵심은 얼마나 친밀도, 이것을 증명하는 관점입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특검이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집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검은 ‘킹크랩 시연 참석’을 입증하는 다른 진술과 증언들을 모으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친밀도’가 곧바로 ‘시연 현장 참석’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8일(목) 채널A <정치데스크> 

monitor_20180809_21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