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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걱정하던 조선일보…‘카드 수수료 제로’는 반대?지난 6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0.9%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많은 언론이 소상공인을 앞세워 비판했습니다. 과도한 임대료‧수수료‧로열티 등 소상공인을 압박하는 다른 요소들이 있고 이는 모두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초점을 맞춘 비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7월 25일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사실상 ‘제로’로 만든다는 목표로 ‘서울페이’라는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지자체(부산·인천·전남·경남)-참여기업-참여은행-판매자·소비자 단체 등 29개 기관과 업무협약식을 열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5개 민간 결제플랫폼 사업자,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11개 시중은행과 손잡고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0원’인 새로운 결제시스템('서울페이')을 연내 도입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조선일보는 이에 ‘사회주의보다 못한 관제 페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충을 살펴 최저임금을 낮춰달라던 조선일보인데, 어째서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정책을 비판하는 것일까요?
‘카드 수수료 제로 정책’에 조선일보는 ‘사회주의보다 못한 관제페이’
조선일보의 ‘수수료 제로 페이’ 도입 비판의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바로 이것이 ‘관제페이’이며, ‘소비자들의 이용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수수료 제로페이?…거침없는 정부만능주의>(8/3 최형석 기자 https://bitly.kr/cD1c)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페이’ 및 서울시의 ‘서울페이’ 도입을 두고 “과도한 시장 개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고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도 ‘알리페이’ ‘윗치페이’는 모두 민간기업이 개발한 페이”,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한국에서는 거꾸로 소상공인페이, 서울페이 등 '관제(官製) 페이'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신용카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관제 페이를 얼마나 쓸 것인지도 의문”이라 짚었습니다.
△ 8월 3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보도의 나머지 절반의 분량에서 정부의 다른 경제 정책들을 나열해 모두 ‘정부 만능주의’로 낙인찍었습니다.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해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금융 당국은 금융사들과 전쟁까지 선포하면서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작년 8·2 부동산 규제책 이후 지방 아파트 값은 2% 떨어진 데 반해 강남권 아파트 값은 10% 넘게 올랐”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소상공인들은 불복종 운동까지” 벌였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정부가 민간과 시장 영역에 간섭하는 정부 만능주의는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이어지는 보도 <사회주의 중국도 민간에 맡겼는데…한국선 ‘관제페이’>(8/3 정한국 기자 https://bitly.kr/hWSG) 역시 비슷한 내용인데 이 보도는 “카드 결제와 직접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부르자 은행들이 '억지 춘향' 격으로 참여”했다며 은행들의 ‘서울페이’ 참여가 강제적이라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관제페이’? ‘은행들 억지로 참여’? 조선일보의 새빨간 거짓말
팩트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서울시가 부르자 은행들이 억지 춘향 격으로 참여했다”며 서울시가 은행들을 강제로 참여시켰다고 주장했고 ‘사회주의 중국보다 못하다’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서울페이’ 등 정부‧지자체의 ‘제로 페이’가 ‘관제 페이’라는 비판, 민간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할 일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이권을 빼앗았다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결론적으로 이는 합리적 비판이 아니라 색깔론에 입각한 감정적 비방에 가깝습니다. ‘서울페이’는 서울시가 경남 등 5개 지자체, 11개 시중 은행, 카카오페이 등 5개 간편결제 업체, 중소벤처기업부, 7개 소비자‧판매자 단체 등 29개 관계 기관이 협의해 구축하는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입니다. 25일 협약식에서 허인 국민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참여해 협력 의사를 밝히기도 했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월 15일 이 ‘제로페이’를 공약으로 발표한 뒤 BC카드, 한국스마트카드, 카카오페이, 금융위원회와 업계 현황을 분석하고 기술·법률적 검토에 착수하는 등 처음부터 관련 업계와 뜻을 모았고 6.13 지방선거 당선 직후에도 두 차례 은행·카드·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자문회의를 열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추진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지난 6월 27일, ‘시장 주재 숙의’에서는 논의 끝에 박 시장이 “민간시장에 직접 관여하는 것보단 민간사업자들이 잘하도록 돕는 것이 맞다. 서울시가 직접 개입하기보다 시장 활성화에도 나을 것”이라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즉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은행‧카드‧간편결제 업계와 협의를 통해 ‘서울페이’ 출범에 이른 것이지 느닷없이 은행권들을 ‘억지 춘향’격으로 끌어 모으거나 ‘관이 할테니 민간은 따르라’는 식으로 굴복시킨 것이 아닙니다. 아직 사업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는 과정은 ‘관제’는커녕, ‘민관합동’에 가깝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배경을 모두 지워버린 채 무조건 ‘관제페이’라 낙인찍었습니다. 서울시와 정부를 ‘사회주의보다 못하다’며 적나라한 비방을 하면서 정부나 서울시 측의 반론을 전혀 보장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협약식에 참여한 관련 업계들을 ‘억지 춘향으로 참여했다’고 전한 부분은 사실상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가깝습니다.
‘민간이 알아서 하게 두라고?’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말인지
‘민간이 할 사업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 역시 선동에 가깝습니다. 소상공인들이 오랫동안 카드 수수료의 인하를 요구해왔지만 카드사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수 년 째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정한 카드수수료 실현 대책위원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지난 7월 5일 국회 앞에서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등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2일 시민단체 및 중소상공인단체가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날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카드사들은 자영업자들에게는 2.5%의 수수료율을 받아가면서 대기업에게는 0.4~0.7%의 수수료율을 제공하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카드사의 매출규모는 10조원인데 이중 5조원이 마케팅 비용이라고 합니다. 카드사가 과도한 마케팅 전쟁을 치루며 그 비용을 소상공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속적으로 제기한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에 카드사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최근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간편결제 시스템이 인기를 얻고 정부에서도 ‘제로페이’를 추진하자 내년에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조선일보 <사회주의 중국도 민간에 맡겼는데…한국선 ‘관제페이’>(8/3)는 “최근 은행권도 내년 상반기에 비슷한 형태의 결제시스템을 내놓기로 했다”고만 전했지만, 카드사나 은행권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에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전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그렇게 말했다’? 조선일보의 ‘시장’은 대체 누구인가
조선일보가 이렇게 정부‧지자체 주도의 ‘제로페이’, 즉 ‘카드 수수료 제로 정책’을 깎아내리면서 제시한 논리 중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도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주도하는 서비스 비용을 민간회사에 부담시킨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표현은 조선일보 <수수료 제로페이?…거침없는 정부만능주의>(8/3)에서 ”시장에서는 ‘관(官) 주도의 서비스 비용을 민간 회사에 부담시키는 꼴’이란 얘기가 나온다”라고 전한 부분에서 두드러집니다. <사회주의 중국도 민간에 맡겼는데…한국선 ‘관제페이’>(8/3)에서는 “금융권에선 수수료 인하를 명분으로 공공 영역이 시장에 개입하는 '관제 페이'를 ‘정부 만능주의’ 산물로 보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두 보도는 ‘시장’, ‘금융권’이라는 모호한 주체의 입장을 인용해 스스로의 논리를 뒷받침했는데요. 누군가의 입장을 인용하려면 입장을 밝힌 주체가 누구인지 실명이나 직함까지 밝혀야 하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익명의 은행 관계자’처럼 최소한 구체적인 업계나 기관명 등 소속이 나와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금융권에서는’ 등의 정체불명의 취재원을 동원해 자신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방식은 매우 치졸해보입니다.
또한 조선일보가 에둘러 표현한 ‘시장’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으로서 재화 및 서비스의 교환 및 판매가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범위나 영역”입니다. 그 안에는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수많은 주체들, 사실상 온 국민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에는 조선일보처럼 ‘수수료 제로 페이’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수수료 제로’를 요구하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소비자들 역시 ‘시장’의 주체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간단한 진실마저 왜곡하여 마치 모든 시장 주체가 ‘카드 수수료 제로 페이’를 비난하는 것처럼 인용해버렸습니다.
이쯤 되면 조선일보가 바라보는 ‘시장’이란 오로지 카드사 사주, 더 나아가 자본 권력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독자를 향한 기만, 더 나아가 시장경제에 대한 기만입니다. 조선일보가 굳이 ‘제로 페이’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정체불명의 ‘시장’의 입장을 인용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스스로의 입으로 비판하면 됩니다. ‘시장’ 뒤에 숨어 ‘사회주의’를 들먹이며 색깔론을 펼칠 필요가 없습니다.
그나마 합리적인 비판은 ‘딱 한 줄’, 조선일보는 대체 뭘 바라는 걸까
‘사회주의보다 못한 관제페이’라는 비난을 쏟아 부은 조선일보 보도 중 그나마 상식적인 수준에서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 <수수료 제로페이?…거침없는 정부만능주의>(8/3)의 “신용카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관제 페이를 얼마나 쓸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사회주의 중국도 민간에 맡겼는데…한국선 ‘관제페이’>(8/3)에서도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 앱투앱 결제는 은행 계좌에 잔액이 남아 있어야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와 유사하다. 이에 비해 신용카드는 계좌 잔고가 부족해도 어디서나 물건을 살 수 있고, 카드사가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이나 각종 혜택도 많다”고 짚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서울페이’를 비판하고 싶은 맘이 컸다면 이점에 집중했어야 합니다. 실제로 ‘서울페이’ 등 정부‧지자체 차원의 ‘수수료 제로 간편결제 시스템’에 가장 우려되는 허점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서울페이’는 구매자가 가맹점에서 결제앱을 통해 결제 시, 구매자의 계좌에서 가맹점의 계좌로 직접 이체되는 시스템으로서 구매자 계정에 잔액이 있어야 결제가 되는 체크카드와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체크카드 사용 비중은 최근 3년째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서울페이’가 도입된다고 해도 크게 확산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서울시와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로페이’ 사용 시, 신용카드(15%)나 체크카드(30%)보다 소득공제 비율을 높여 40% 공제해주기로 했습니다. 아직 신용카드 결제 비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나 꾸준히 성장 중인 간편결제 시장을 감안할 때 정부와 지자체가 더 많은 유인책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외면했고 자연스럽게 보도의 초점 역시 합리적 비판보다는 ‘사회주의보다 못한 관제페이’라는 색깔론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편의점 평균 영업이익 2900만원인데…카드수수료는 900만원인 현실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편의점의 평균 연매출은 약 6억7900만원이고 영업이익은 2900만원인데, 카드 수수료는 9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드 수수료가 전체 이익의 31%에 이르는 것입니다. 제과․제빵업의 경우 연 평균 영업이익이 2250만원인데, 카드수수료는 1157만원으로 그 비율이 51%까지 치솟습니다. 이처럼 소상공인에게 카드 수수료는 큰 부담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액공제 비율 조정 등 다른 보완책이 따라붙으면 정부‧지자체의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물론 카드 수수료 인하 뿐 아니라 임대료 및 대기업의 횡포에도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포화 상태인 자영업 시장을 조절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도 시급합니다. 한국 경제가 더 공정하고, 더 투명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요소들이 필수적입니다.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여 집값을 정상화하려는 부동산 정책, 국민연금이 기금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주주로 있는 기업의 경영에도 목소리를 내기로 한 ‘스튜어드십 도입’, 노동자의 최저 생계선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은 모두 그러한 방향성에 입각한 정부 정책입니다. 이런 방향성과 정책을 비판하고 싶다면 객관적인 근거와 상식적인 논리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회주의’라는 색깔론에만 매몰된 채 사실관계마저 입맛에 맞게 짜깁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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