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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때문에 22조원 ‘수출’ 사업이 무산?…조선일보의 왜곡
2일 조선일보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영국 무어사이드에 짓는 22조 원짜리 원전 수출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수출이 아니라 위험성이 있는 투자에 가깝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도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꾸준히 탈원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악의적 프레임을 만들었던 조선일보가 재차 선동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영국 북서부지역에 2030년까지 약 3.8GW 규모의 신규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입니다. 해당 원전 사업자 뉴젠(NuGen)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사업권을 소유한 일본 도시바는 지분을 매각해 사업권을 넘기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전력은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해제”됐다면서 “도시바는 여전히 한전을 최우선으로 협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라 밝혔습니다.
△ ‘탈원전 때문에 영국 원전 수출 무산됐다’고 주장한 조선일보(8/2)
‘22조 원전 수출사업’? 조선일보는 기본적인 사업 개념도 모르나
조선일보는 2일 <사설/22조 원전 영국 수출 무산 위기>(https://bitly.kr/nHSr)에서 먼저 “150억파운드(약 22조원)에 달하는 원전 영국 수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협상이 틀어지면서 지난달 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잃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 원전 수출을 기대했는데 제동이 걸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UAE 원전 사업’과 무어사이드 사업을 똑같은 ‘원전 수출 사업’으로 규정하면서 무어사이드 사업을 놓칠 위기라고 비판한 건데요. 하지만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UAE 원전 사업과 개념 자체가 다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2월 <성명서/영국 원전, 수출 아닌 손해 감수한 위험한 투자>(https://bitly.kr/qJrq)에서 그 차이점을 자세히 설명하며 무어사이드 사업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UAE 원전 사업은 UAE정부로부터 원전 4기 건설비 186억달러(한화 20조 9천억)를 받아 건설한 뒤, UAE 정부가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사업자가 사업권을 인수하고 자체적으로 비용을 조달해 건설한 뒤, 향후 60년간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UAE가 운영해서 돈을 남길 수 있을지는 우리와 상관없지만, 무어사이드는 우리가 운영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면서 “수출이 아닌 투자”라고 지적했습니다. UAE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우리가 건설만 하는 UAE 사업과 달리, 건설 비용도 한전과 우리 정부가 모두 조달해야 하고 그 비용을 보전하려면 추후 영국 정부에 전기를 팔아야 하는 무어사이드 사업은 손실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 때문에 무어사이드 사업은 ‘수출’이 아닌 ‘리스크가 있는 투자’로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리스크를 줄일 방식을 영국 정부에 요구했으나 답을 듣지 못해 협상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환경운동연합은 “유럽 수출 형은 더 많은 안전설비가 보강되”어야 하고 “현지 노동자를 써야 하는데 임금이 최소 우리나라보다 1.7배”인 점을 들어 “건설비용으로 21조가 아닌 30조를 투자해야 할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국전력공사의 손해는 국민세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는데, “이런 손해를 보는 사업에 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가?”라는 것이 환경운동연합의 문제의식입니다. 한겨레도 <“원전 건설 돈 안된다”고 일본 손 떼자 한국이?!>(https://bitly.kr/FE6J)에서 “옆 나라인 일본의 경우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여러 차례 철수했고, 또 현재 참여중인 사업들에 대해서도 채산성 검토를 다시 하고 있다”, “원전 선발국 유럽·북미에서의 원전 건설은 채산성이 없다”며 무어사이드 사업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습니다.
즉,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22조원짜리 장미빛 수출 사업’이 아니라 채산성을 따져 봐야하는 ‘투자 사업’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사설은 이런 사실관계를 모조리 은폐한 채 UAE 사업과 같은 ‘수출’로 눙쳐버렸으며, 이런 왜곡된 전제를 토대로 ‘탈원전으로 22조원 규모의 사업을 잃었다’고 주장한 겁니다.
‘기승전탈원전’, 영국 언론까지 왜곡한 조선일보
이렇게 기본적 전제부터 사실과 어긋난 조선일보는 ‘영국 현지 언론’을 근거로 ‘영국도 한국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협상을 접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협상 과정으로만 보기엔 석연치 않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며 “영국 현지 언론은 ‘한국의 정권 교체와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조성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뜻하는 것”,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계산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빌미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투자 사업권을 잃게 생겼다는 비난입니다.
조선일보가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한국의 정권 교체로 불확실성이 조성됐다”고 보도한 영국 현지 언론은 실제로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의 <Fate of new Moorside nuclear power station in Cumbria in doubt>(불확실해진 무어사이드 핵발전소의 운명)(7/29 https://bitly.kr/ELcV)는 “계약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바뀌고 새로운 한전(kepco)사장의 임명으로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보도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해석처럼 그 ‘불확실성’이 탈원전 정책을 의미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가디언>의 기사에서 탈핵(anti-nuclear)라는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가디언>은 “불확실성”을 언급한 후 곧바로 “사업 상의 지연으로 도시바는 사업 유지비를 따져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맨체스터와 컴브리아 지역의 많은 관련 기업 스태프들의 감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일자리 감소를 우려했을 뿐, ‘한국의 탈핵 정책’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오로지 자의적인 해석만으로 ‘영국 언론도 한국의 탈원전 정책을 우려한다’고 인용해 버린 겁니다.
정부도 조선일보의 이러한 무리한 해석에 반박했습니다. 문신학 산업통산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국장급)은 미디어오늘 <원전 수출 제동이 탈원전 저주? 사실아니다>(8/2 https://bitly.kr/XHOR)에서 “지난 6개월 간 협상하면서 영국 측이 에너지 전환 정책(탈원전정책)에 따른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며 “아무 질문도, 생각도 없는 데 무슨 탈원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냐. 그런 추측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시기적으로도 조선일보 주장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탈원전’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시점은 17년 5월인데, 최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그보다 반 년 이상이 지난 17년 12월입니다. 영국이 한국의 탈원전 기조를 걱정했다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시점부터 문제제기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22조원 규모의 사업을 망쳤다”는 왜곡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탈원전’과 ‘돈’에 눈이 먼 조선일보
조선일보 사설 말미에서는 ‘탈원전’을 비판하기 위해 ‘윤리’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세상에 자기 나라에선 위험하니까 만들지 말라고 한 물건을 다른 나라에는 팔겠다고 하는 것”은 “윤리의 문제”라는 겁니다. 이는 적절한 지적입니다. 앞서 살펴본대로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이 비용 보전을 장담할 수 없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면, 더군다나 정부가 탈원전을 목표로 삼았다면 무어사이드 사업은 중단하는 편이 옳을 수 있습니다. 오로지 ‘탈원전’을 비판하기 위해 무리하게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끌어들인 조선일보가 의도치 않게 일부 사실과 부합한 주장을 하게 된 겁니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결국 ‘탈원전을 포기하고 전 지구에 원전을 지어라’라는 ‘찬핵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투자’를 ‘수출’이라고 왜곡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나쁘다”는 전제입니다. ‘탈원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돈되는 원전 사업을 왜 그만두냐’고 다그친 것인데, 안타깝게도 조선일보의 바람처럼 무어사이드 사업이 ‘돈이 될 가능성’마저도 확실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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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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