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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 병력 철수’에 ‘걱정 인형’이 된 TV조선
등록 2018.08.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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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를 통해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의 병력과 장비를 시범철수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남북 군사당국회담 향후 추진 방안’을 공개했습니다. 4‧27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 차원으로 진행되는 남북 상호 군축의 일환으로 GP 시범철수 이후 역사유적 및 생태조사 등의 방안을 북측과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일주일 뒤 31일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이 계획이 실제로 논의되어 남북 양측은 상호 GP 시범철수에 큰 틀에서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서해상 적대행위와 JSA 내 무기 반입을 중지하는 방안, 비무장지대 내 참전용사 유해 공동 발굴에도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시간 부족으로 합의문까지 작성하지는 못했으나 추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평입니다.

 

이에 TV조선은 24일 국방부의 계획 발표 당시부터 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북한에 대한 불신에 방점을 찍으며 절대 GP 철수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적대적 군사 관계를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TV조선의 시각이 또 한 번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5년 전 ‘김정은 GP 초소 시찰’ 영상 왜 보여주나?

TV조선은 24일 <뉴스9>의 톱보도를 ‘GP 시범 철수 계획 비판’으로 열었습니다. TV조선의 불신과 적대감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TV조선 <“DMZ 감시초소의 병력·장비 시범 철수 추진”>(7/24 김동현 기자 https://bit.ly/2mMSZo2)에서 이상목 앵커는 “미북간 비핵화 후속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미국이 다시 대북제재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제재 빗장을 더 푸는 모양새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대북기조가 제재강화로 나서는데 우리 정부가 빗장을 푼다고 비판한 것이죠. 이어 국방부의 ‘GP병력 시범철수’에 대해 “판문점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 일환인데,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런 지적은 TV조선만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남말 하듯이 하고 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TV조선이 이 ‘걱정 리포트’를 시작하면서 보여준 영상입니다. TV조선은 “지난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최전선 감시초소를 깜짝 방문했습니다”라면서 5년 전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GP 감시초소를 방문한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조선중앙TV를 인용한 것인데요. “적진까지 거리는 불과 350미터밖에 안 되는 곳이어서 지휘관들은 절대로 그곳은 갈 수 없다고 최고사령관에게 간절히 말씀 올렸습니다”라는 북한 앵커의 멘트도 보여줍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5년 전 영상을 보여줬을까요? 단순히 ‘GP 초소’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서 그림을 찾는 것이었다면 우리 측 GP를 보여줬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5년 전 김정은 위원장의 GP 초소 방문 영상을 보여준 것에는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군은 GP 철수를 한다는데 북한은 이렇게 김정은이 시찰할 정도로 GP 경비를 주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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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철수에 김정은 과거 시찰 영상 보여준 TV조선 <뉴스9>(7/24)


GP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뭐든지 끌어모으자! ‘목함지뢰 도발’도 강조

이어 TV조선 김동현 기자는 “GP 철수의 관건인 북한의 GP 동시 철수 등 상응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시범 철수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뒤 갑자기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을 하는가 하면 2013년 이미 정전협정의 효력 백지화도 선언한 상태”라며 이번엔 북한의 과거 도발행위를 언급했습니다. 역시 북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보도 말미에는 “정전협정을 지킨다고 하는 것이니까 이미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그 입장을 철회하는 조치 그것이 필요하다”는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력센터장의 전화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2013년 내놓은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을 먼저 철회해야 GP 철수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는 했으나 미국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 및 종전협정 및 평화체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정전협정 이행’을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TV조선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도 없는 가운데 우리의 안보 태세만 약해진다는 우려”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가까웠던 TV조선

언론은 국방부의 정책의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거나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우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보도의 기본은 객관적 근거와 개연성 있는 추론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보도에서 TV조선은 국방부의 정책은 겨냥하지도 못한 채 5년 전 김정은 위원장의 감시 초소 방문과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만을 비판한 셈이 된 겁니다. GP 상호 철수 계획을 비판하려면 남북미 협상이 진행 중인 현재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 도발 징후나 협상 파기 움직임 등 최소한의 정황이라도 있어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TV조선이 정책 자체를 지적한 부분을 꼽자면 “GP 철수의 관건인 북한의 GP 동시 철수 등 상응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24일 당일 국방부는 이 계획이 4‧27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이자 ‘남북 군사당국회담 향후 추진 방안’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즉 남북 군사회담에서 앞으로 이런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인데 이는 당연히 추후 북한과의 협상을 전제한 겁니다. TV조선은 이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누락한 채 무작정 ‘못 믿을 북한의 상응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이러한 TV조선의 주장은 일주일 뒤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하며 자연스럽게 반박이 됐습니다.

 

‘북한 불신’에 집착한 TV조선 VS ‘현실적 난관’ 짚은 SBS

이렇듯 TV조선은 GP 시범철수와 무관한 ‘목함지뢰 도발’과 ‘정전협정 백지화’를 끌어들여 북한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데만 몰두했습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현실적 문제를 지적한 SBS와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SBS <DMZ 내 GP 병력·장비 시범 철수 추진>(7/24 김태훈 기자 https://bit.ly/2K5IJ3H)에서 최혜림 앵커는 “북한의 호응이 필요한데, 세부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어려움도 예상됩니다”라며 앞으로 있을 북한과의 세부 협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GP 시범철수’의 현실적 가능성과 맞닿아 있는 적실한 지적이자 우려입니다.

 

이어 김태훈 기자는 비무장지대를 “언제든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남북의 화약고”라고 설명하며 국방부의 정책을 “역사유적과 생태 조사를 하며 단계적으로 확대하다가 최종적으로 전면 철수하는 방식”이라 설명했습니다. GP시범철수에 대해서는 “철수 일정과 규모를 정하려면 남북 군사 당국 간 회담에서 세부 합의”가 필요하다며 “병력과 장비를 남북이 같은 비율로 철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라고 역시 현실적 난점을 짚었습니다. 이렇듯 정책 자체에 집중한 내용은 TV조선에서 볼 수 없습니다. 5년 전 ‘북한의 부정적 모습’에 집착한 TV조선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북한의 상응 조치’ 없었다는 TV조선, 일주일 만에 반박됐다

타사 보도와 TV조선 보도가 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TV조선이 그나마 유일하게 정책에 대해 지적한 “GP 철수의 관건인 북한의 GP 동시 철수 등 상응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내용마저 타사의 보도와 다릅니다.

KBS <DMZ 내 병력·화기 시범 철수 추진>(7/24 허효진 기자 https://bit.ly/2K5CMU4)에서 허효진 기자는 “남측 60여 곳, 북측 160여 곳에 이르는 GP 가운데 시범 철수 대상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북한과 논의 과정이 있을 것임을 예측했습니다.

 

하루 뒤 JTBC <‘동창리 해체’가 신호탄? 다시 바빠진 남·북·미>(7/25 이서준 기자 https://bit.ly/2NO52gc)에서 이서준 기자는 “국방부는 북한의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전했지만 “취재 결과 비무장지대 병력과 장비를 남북이 공동으로 철수하기위해 북한 측과 협의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며 국방부가 일방적인 철수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7월 31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양국의 GP시범철수’가 논의되자 그제야 TV조선도 말을 바꿨습니다. TV조선 <‘JSA 비무장’ 등 공감대…공동보도문 불발>(7/31 김동현 기자 https://bit.ly/2LGqOG5)은 “남북은 오늘 장성급 회담에서 JSA 비무장화를 비롯해, 비무장지대 내 공동 유해 발굴, 비무장지대 내 GP 시범 철수, 서해 해상 적대 행위 중지를 협의하고 큰 틀에서 견해 일치를 봤다고 발표했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평화에 대한 기대’는 없었던 TV조선

보도의 충실함이나 합리성 외에도 TV조선 보도에는 근본적인 시각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과거 도발에 집착하며 모든 평화적 조치, 대화 및 협상을 터부시한다는 겁니다. 24일 TV조선이 5년 전 북한의 적대적 행보에 매달릴 때 타사에서는 GP 상호 철수가 지닌 평화적 의미를 거론했습니다. TV조선에서는 이런 시각이 보이지 않습니다.

 

KBS <DMZ 내 병력·화기 시범 철수 추진>(7/24 허효진 기자)에서는 “2014년 대북전단 문제로 남과 북 GP가 총격을 주고받기도 했는데, 이런 군사적 충돌 위험을 줄이자는 겁니다”라며 과거와 같은 충돌 방지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채널A <비무장지대 GP 시범 철수 추진>(7/24 최선 기자 https://bit.ly/2LXBXym)에서도 “남북이 동시에 GP를 철수하면 총 1만 2000 병력 대치 상황이 해소됩니다”라며 성공적인 철수 진행시 전쟁위협이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처럼 TV조선과 같이 과거 북한의 도발사례를 언급하며 일방적으로 이를 비판한 보도는 없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7월 24일~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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