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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전교조 악마 만들기 작전'조선일보가 최근 불거진 오류중학교‧도봉초등학교의 내부형 교장 공모제 논란을 빌미로 “전교조가 교육 현장 권력을 장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좌파가 나라를 장악했다’며 색깔론에 입각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사실관계만을 부각한 일방적 주장일 뿐 아니라 사실상 날조된 비방에 가깝습니다. 조선일보는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사설/전교조 탈락하자 교장 공모 취소시킨 서울교육청>(7/30 https://bitly.kr/2GxS)을 포함 비슷한 논조의 보도를 4건이나 냈습니다. 타사의 경우 이런 보도는 한국일보 “1순위 후보가 왜 탈락이죠?” 교장공모제 뒤집기에 뿔난 학부모들>(7/21 https://bit.ly/2OxTHC6)뿐이었습니다.
△ ‘전교조가 교육현장 장악했다’는 조선일보 사설(7/30)
‘전교조가 교육 현장 장악=좌파가 상전’? 조선일보의 막가파식 사설
조선일보 해당 사설은 먼저 내부형 교장 공모제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도봉초‧오류중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당초 두 학교에선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1차 심사에서 모두 1위를 했”지만 “1차 심사 점수에 블라인드 면접심사 결과 등을 합산해 진행되는 교육지원청 2차 심사에선 두 사람이 모두 3위로 쳐져 탈락”하자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교육 적폐 세력들이 갑질을 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감사 결과, “아무 잘못이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도 '적격자가 없다'며 아예 공모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든” 사태라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서울시교육청이)전교조 갑질에 굴복한 것”이라 단언했습니다.
이후 조선일보는 전교조를 ‘교육 현장을 장악한 좌파 악마’로 묘사하는데 열중했습니다. “지난달 교육감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전교조 출신이거나 친(親)전교조 성향 후보가 당선”됐고 “교장 공모제로 임용된 교장의 71%가 전교조 출신”이니 이는 “(전교조가)교육 현장의 권력을 속속 장악”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그렇게 교육 현장의 권력을 속속 장악하면서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법외(法外)노조' 처분을 취소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더니,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된 교장 공모마저 생트집을 잡아 무산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황당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전교조를 비판한 조선일보는 느닷없이 “그런가 하면 지난 27일 새벽 인천에선 일부 반미(反美)단체 회원들이 사다리를 타고 맥아더 장군 동상에 올라가 불을 질렀다”면서,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부 좌파 세력들이 제 세상 만난 듯이 법질서나 절차는 무시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상전 노릇을 멈추게 하지 못하면 정부의 신뢰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정부를 질타했습니다. 요컨대 ‘전교조를 포함한 좌파들이 법질서를 무시하고 상전 노릇을 하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라’는 의미입니다.
‘교장 공모제’가 뭔지 설명조차 하지 않는 조선일보
일부의 일탈을 근거도 없이 ‘좌파’ 및 ‘전교조’와 연결시킨 후반부의 ‘색깔론’을 차치하더라도, 조선일보의 이 사설은 서두부터 허술합니다. 조선일보는 ‘도봉초‧오류중 교장 공모제 논란’을 ‘전교조가 교육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해석습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조선일보가 ‘교육 현장 민주주의’라는 핵심적 요소는 내팽개친 채 오로지 전교조를 비난하기 위해 일방의 주장만 사실처럼 갖다 썼으며, 심지어 ‘전교조가 권력 장악’이라는 주장엔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도봉초‧오류중 교장 공모제 사태는 전교조가 갑질을 하거나 서울시교육청을 굴복시킨 사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교육 현장 민주주의 확대’라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교육 3주체인 교사‧학생‧학부모의 목소리를 외면한 허점을 드러낸 사례입니다.
조선일보는 ‘교장 공모제’가 무엇인지 설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교장 공모제’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초빙형’은 일반 학교 대상으로서 교장 자격증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고 ‘내부형’은 교장 자격 소지자는 물론 교육경력 15년 이상의 모든 교원이 지원할 수 있는데 자율학교‧자율형공립고를 대상으로 하며 교장 자격 미소지자 공모 가능 학교는 교육감이 ‘내부형 운영 학교’ 중 15%까지만 지정할 수 있습니다. ‘개방형’은 자율학교로 지정된 특성화학교‧특목고‧예체능계고교를 대상으로 교장자격증 소지자와 해당 학교 교육과정 관련 기관 3년 이상 경력자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내부형과 개방형의 경우 학교의 특성에 따라 교장 자격증이 없더라도 역량이 있다면 교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교장자격증에 한정해 교장을 선발한 기존 제도가 학부모 및 교사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승진 경쟁’에만 매몰된 폐해를 개선하고자 도입됐습니다.
‘전교조가 교육 권력 장악’? ‘주체 외면한 제도의 허점’!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경우 1차 학교 심사에서 후보자들의 설명회 및 공청회를 거쳐 학부모‧교사들이 직접 1‧2‧3순위 후보를 정합니다. 문제는 교육지원청이 진행하는 2차 심사입니다. 2차 심사에서는 학부모‧교사들이 정한 후보 3명 중 1명을 무조건 탈락시키게 되어 있는데 최근 절차를 진행 중이던 도봉초‧오류중에서 잇따라 ‘1순위 후보’를 탈락시키면서 학부모‧교사들의 반발을 야기한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비판 여론에 따라 2차 심사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으나 24일, “심사절차 규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후보자 이름‧경력을 철저히 가려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되는 2차 심사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묵살’됐다는 지적을 감안하여 ‘교장 추천대상자 없음’으로 결정해 교감이 직무 대리하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학부모와 교사가 참여하는 ‘교장공모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TF)’를 꾸려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 파행 정상화를 위한 도봉초·오류중 공동대책위원회'는 “교육기득권 세력의 갑질로 학교의 선택이 무시된 사태”라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도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 교사 등 학교구성원의 의견이 묵살된 초유의 사태”라 지적했습니다.
‘전교조 비방’ 위해 사실관계 난도질한 조선일보
이 같은 사실관계 중 도대체 어디서 ‘전교조의 교육 현장 장악’을 찾을 수 있는지, 조선일보의 기괴한 통찰력이 가히 놀라울 따름입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의 의견이 무시됐다’는 아주 중요한 비판점은 단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교조도 이 사태에 대해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기회에 공모교장 심사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서, 학교구성원에게 후보자 최종 선장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는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교육청이 전교조에 굴복한 것”이라 주장한 것은 바로 이 보도자료를 기반한 것으로 보이나 정작 조선일보는 날짜와 내용을 정확히 인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즉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교조를 끌어와 ‘교육 현장을 장악한 갑질세력’으로 매도한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논리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비판한 도봉초‧오류중 학부모 및 교사는 물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도 모조리 ‘교육현장을 장악한 갑질 세력’이 됩니다. 과연 이게 상식적일까요?
“교장 공모제로 임용된 교장의 71%가 전교조 출신”? ‘통계 왜곡’의 달인 조선일보
‘전교조가 교육 현장을 장악했다’는 무리한 주장을 위해 조선일보가 동원한 근거가 하나 더 있기는 합니다. “교장 공모제로 임용된 교장의 71%가 전교조 출신”이라며 이를 근거로 “교육현장을 속속 장악”했다고 못박은 부분입니다. 이는 조선일보의 장기인 ‘통계 왜곡’의 결과입니다.
일단 조선일보는 대체 이 수치의 출처가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교장 자격증 없어도 교장 임용… 전교조 출신에 문 넓혀주나>(2017.12.27. https://bit.ly/2Kclkxj)에서도 “2012년 이후 올해까지 임용된 무자격 공모 교장 73명 중 52명인 71.2%가 전교조 출신”라며 같은 논리를 내세웠는데 바로 여기서 출처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비판하며 제시한 ‘2012년~2017년 무자격 공모 교장 임명자 중 전교조 출신’ 통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71%라는 수치는 아주 중요한 사실관계들을 누락한, 사실상 조작된 숫자입니다.
조선일보가 정확한 수치들을 모두 배제해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조선일보가 내세우는 ‘무자격 공모 교장 73명’은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선출된 ‘평교사 출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5~2017년 초·중·고등학교 교장공모 실시 결과 현황’ 자료(경향신문 <단독/평교사 출신은 달랑 5%···말뿐인 '교장공모제'>(2017.10.10. https://bit.ly/2v0zL30))를 보면 “2015년 1학기부터 2017년 2학기까지 2년간 교장공모제로 임명된 교장 1383명 중 공모 당시 평교사였던 사람은 73명(5.3%)에 그쳤다”고 합니다. “임명된 공모 교장 중에 지원 당시 교장자격증이 없었던 경우는 127명(9.2%)에 불과”한 반면 “1071명(77.4%)은 공모 당시 교장 승진을 앞둔 교감이었고, 124명(9.0%)은 교장, 114명(8.2%)는 교육청 장학사·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이었습니다. 즉 제도의 취재와 다르게 대부분은 원래 교장이었거나 곧 될 사람들이 그대로 교장으로 선출됐다는 의미입니다. 취지대로 평교사 출신이 임명된 경우는 5.3%에 그쳤는데 바로 조선일보가 ‘무자격 공모 교장’이라 일컬은 73명에 해당합니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는 ‘교장 공모제’ 임명 교장 중 매우 소수만이 평교사 출신이라는 점, ‘교장공모제’의 애초 취지와 다르게 교장 자격이 가진 사람이 대다수 임명됐다는 맥락을 지워버리고, 그저 소수의 ‘평교사 출신’ 중 ‘전교조 출신이 얼마나 되나’만을 따진 것입니다.
‘교육 현장 민주주의 확대’, 과연 색깔론으로 반대할 일인가
물론 조선일보가 통계의 출처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정확히 교육부 자료와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전희경 의원실 출처의 ‘2012년~2017년 무자격 공모 교장 임명자 중 전교조 출신’ 통계를 썼다는 것 역시 무려 6개월을 거슬러 조선일보 <교장 자격증 없어도 교장 임용… 전교조 출신에 문 넓혀주나>(2017.12.27.)를 찾아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 수치가 일치하지는 않으나 조선일보 역시 2017년 12월 기사에서 “현재 전국 자율학교·자공고 1655곳 중 내부형 공모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573곳이고, 이 가운데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교장으로 임명된 학교는 총 56곳(9.8%)”라며 얼떨결에 진실을 말하고 말았습니다. 즉 조선일보가 내세운 통계에서도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 출신’, 즉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목표로 하는 평교사 출신은 9.8%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조선일보는 바로 이 10%도 안 되는 평교사 출신 중 ‘전교조가 누구냐’에 열을 올린 것입니다.
‘교장 공모제’의 문제점을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도봉초‧오류중 사태로 서울시교육청도 제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그 비판은 학생‧학부모 등 교육의 주체들과 교육 현장의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승진 경쟁’ 및 ‘이력 관리’에 치중된 기존의 ‘자격증’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교사로서의 역량에 따라 교장을 임명하자는 기본 취지는 단지 ‘전교조가 너무 많다’는 식의 색깔론으로 반박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교육부가 15%에 불과한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확대를 발표하자 한국교총 등 이른바 보수권에서는 오로지 ‘전교조’만 물고 늘어지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들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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