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 ‘시신 이송 생중계’에 “비극적 최후” 자막까지오늘(23일) 오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고 노회찬 의원은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댓글 조작’으로 시작된 드루킹 일당에 대한 수사가 유력 정치인의 죽음으로 이어지자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 와중에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언론이 고인의 죽음을 선정적으로 보도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TV조선은 고인의 시신이 사건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을 생중계하며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타인의 고통과 참담함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 특히 TV조선이 개국 때부터 버리지 못한 악습이 재차 불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신 구급차로 이송 중”, ‘시신 이송 생중계한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은 방송 시작 6분 만인 오후 1시 6분 경 곧바로 ‘고 노회찬 의원 시신 이송’을 생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에서 윤우리 기자가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 18층 사이 계단에서 노 원내대표의 외투를 발견” 등 기본적 사실관계를 전달하던 중 방송에서는 중계차가 경찰 차량 및 구급차량을 쫓아가는 생중계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화면은 약 3분 25초 간 이어졌고, 이후에도 TV조선은 ‘시신 이송 생중계’를 각 1분 여 씩 총 3회를 더 보여줬습니다. 총 4회 6분 30초가량 ‘시신 이송 생중계’를 한 겁니다.
방송은 내용보다 ‘그림’을 원한다는 것 국민도 압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림’이 중요해도 이 상황에서 시신 이송 생중계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TV조선의 ‘시신 이송 생중계’ 대부분은 영화 속 ‘차량 추격전’을 떠올리게 하는 무의미한 ‘구급차 추격’에 불과했습니다. 이것은 그저 고인의 죽음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시청률을 높이려는 저급한 생각 이외에 어떤 공익이 있을까요? 그 장면을 보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인가요?
게다가 TV조선은 ‘시신 이송 생중계’를 하는 내내 <고 노회찬 의원 시신 구급차로 병원 이송 중>이라는 자막을 띄웠습니다. 굳이 고인의 ‘시신’을 자막으로 강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 ‘고 노회찬 의원 시신 이송 생중계’ 한 TV조선(7/23)
심지어 신호 대기로 구급차 측면에 바짝 붙자 TV조선은 구급차 창문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구급차 창문은 짙게 선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내부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TV조선은 고인이 있는 구급차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이댄 것입니다.
△ ‘고 노회찬 의원 시신 이송 생중계’하며 구급차 클로즈업 한 TV조선(7/23)
고인 시신만 3번 노출, 최소한의 윤리를 지켜달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의 문제점은 ‘시신 이송 생중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방송은 사건 발생 현장의 화면도 각 1분 씩 총 6차례 노출했는데요. 모두 <조금 전 투신 현장>이라는 자극적인 자막과 함께 사건 현장 주변에 모여든 경찰 병력과 구급대원, 취재진 등 인파를 비춘 화면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천막을 설치해 임시로 시신을 보호했는데요. TV조선은 이 천막을 3차례나 보여줬고 이 과정에서 최대한 클로즈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 고 노회찬 의원 시신 천막을 클로즈업 한 TV조선(7/23)
이처럼 고인의 시신 이송을 생중계하거나 고인의 시신을 화면에 노출하는 행태는 모두 관련 규정 위반입니다. 방송심의규정 제38조의2(자살묘사)는 “방송은 자살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수단․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 되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3년 9월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은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비극적인 최후”? TV조선은 고인의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
이 뿐만이 아닙니다. TV조선의 과도한 현장 묘사를 포함한 보도 전반이 비판을 면키 어려운 수준입니다. TV조선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전날(22일) 귀국한 노회찬 의원의 표정에도 과도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방미 일정을 함께한 익명의 특파원을 인용하여 “당시 (기자들이) 일부러 노 원내대표를 배려해서 모여 있는 자리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드루킹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소식까지 전하면서 ‘노 의원이 전날까지만 해도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반복해서 부각했습니다. 전날에는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굳이 ‘기자들이 드루킹과 관련해서 노 의원을 배려했다’는 ‘익명의 전언’까지 필요했을까요? TV조선 보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들입니다.
심지어 TV조선은 후반부에서 ‘불법 자금 의혹 및 인생 역정’을 다룰 때는 상단 자막에서 <노회찬의 비극적인 최후>라는 충격적인 자막을 썼습니다. <“그 돈은 받았지만”>이라는 ‘대담 제목’의 소제목으로 여러 개 자막을 띄웠는데 그 중 <드루킹과 정의당의 악연>, <노회찬의 비극적인 최후> 등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겁니다.
시청자가 볼 때는 해당 자막을 <“그 돈 받았지만” 노회찬의 비극적인 최후>라고 읽을 수밖에 없는 구성인데요. 이는 TV조선의 의도나 사실관계와 관계 없이 고인을 모독하는 악의적 자막입니다. ‘노 의원이 돈을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 <“그 돈 받았지만” 노회찬의 비극적인 최후> 자막 쓴 TV조선(7/23)
‘결백하다더니 왜?’라고 추궁하는 듯한 TV조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특검 수사가 고인의 참담한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분석인데요. TV조선은 이처럼 ‘특검 수사와 투신 연관성’을 논할 때도 중립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엄성섭 앵커는 이 주제와 관련해 첫 질문을 던질 때 상당히 격양된 목소리로 “아니 그런데 아직 소환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특검이 소환 일정을 받은 것도 아니거든요”리고 물었고 이에 문승진 기자는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이고 혐의점이 확실히 드러난 게 아니라서 노 의원 죽음에 충격”이라 설명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납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순간 엄 앵커는 또 놀라며 “아니 그러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왜 노 의원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동안 계속 결백을 주장해왔지 않습니까?”라며 ‘노회찬 의원의 결백 주장’을 거론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이미 이 방송 당시에도 알려져 있던 노 의원의 유서에서 고인이 스스로 자금 수수를 인정했기 때문에 굳이 동원할 필요가 없는 요소입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고인이 “불법 정치자금 받은 적 없습니다”라고 말한 지난 4일 tbs 라디오 <뉴스공장> 등 고인이 결백을 주장한 화면 및 음성을 무려 3차례나 보여줬습니다. TV조선의 이런 방송태도는 ‘결백하다더니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라고 추궁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친 집에서 극단 선택, 어머니 병환 중”…도 넘은 TV조선의 보도
이처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이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다루면서 드러낸 문제점은 비단 화면 구성에 그치지 않습니다. 무려 40분이나 해당 사건을 보도하고 대담을 나눈 TV조선은 보도 내용 곳곳에서 고인의 인권을 침해했고 선정적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보도 주제 |
주요 발언 및 자막 |
현장 상황 및 전날(22일) 상황(10분) |
“노회찬 의원의 어머니 집에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엄성섭 앵커) |
“한 주민은 놀이터에서 어떤 여자분이 저기 사람이 떨어졌다고 해서 가봤더니 구급차가 와서 인공호흡 중이었다고 했다”(윤우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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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당시 한 특파원은) 노 원내대표를 배려해서 모여 있는 자리에서는 불법 정치 자금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윤우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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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와 투신 연관성(10분) |
“아니 그런데 아직 소환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특검이 소환을 통보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계속 결백을 주장해왔지 않습니까?”(엄성섭 앵커) |
불법 자금 수수 의혹 및 인생 역정(20분) |
<노회찬의 비극적인 최후>(상단 자막) “어머니 집에서 극단적 선택, 노 의원 어머니 병환 중”(엄성섭 앵커) |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 노회찬 의원 관련 보도 주제 및 주요 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4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 노회찬 의원 사건만 다루다보니 TV조선은 불필요한 내용을 상당히 많이 보도했고 이 중에는 인권 침해에 가까운 고인의 사생활 관련 정보와 투신 상황에 대한 과도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V조선은 간단한 리포트로도 처리할 수 있는 ‘현장 상황 및 전날 상황’에 10분을 할애했는데요. 보도 초반에 TV조선 윤우리 기자는 노 의원을 발견한 아파트 경비원의 “피를 많이 흘렸어요. 와이셔츠에 바지 차림이었어요. 완전히 의식이 없었어요”라는 인터뷰를 보여주며 현장을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윤 기자는 “더 안타까운 부분은 이곳이 노 원내대표 자택이 아니라 모친 아파트로 알려져서 더 충격”이라 덧붙였고 엄성섭 앵커가 “노회찬 의원의 어머니 집에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들”이라며 재차 ‘모친 집’을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이 ‘모친 집’에 대한 강조는 방송 후반부에 ‘불법 자금 수수 의혹 및 인생 역정’을 다룰 때 또 등장했습니다. 김대현 기자는 “노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곳이 노모가 사시는 곳”이라 말했고 여기서도 엄성섭 앵커가 “어머니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노 의원 어머니가 병환 중이신가 봅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물론 엄 앵커는 발언 말미에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노 의원이 기거, 안타까운 소식”이라 덧붙였으나 이런 보도는 애초 전달할 필요가 없는 사적 영역입니다.
연합뉴스TV도 ‘시신 이송 생중계’, 그러나 TV조선과 ‘보도의 질’은 달랐다
고 노회찬 의원의 황망한 죽음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던 오후 1시 경. ‘시신 이송 생중계’를 하며 사건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TV조선 외에 다른 방송사들은 어땠을까요.
일단 타 방송사 중 같은 시각(오후 1시~2시) ‘시신 이송 생중계’를 한 곳은 연합뉴스TV 1곳 뿐입니다. 지상파 3사와 JTBC‧채널A‧MBN은 정규 편성된 비보도 프로그램이 방송했고 YTN의 경우 <뉴스 속보>에서 노 의원 사건을 다뤘으나 ‘시신 이송 생중계’는 없었습니다. 연합뉴스TV <뉴스13>(7/23)만이 속보를 전하며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시신 이송’을 생중계했고 노출 시간도 6분 여로 비슷했습니다.
다만 보도의 질은 TV조선과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연합뉴스TV의 경우 TV조선과 달리 자막에서 ‘시신’이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TV의 자막은 <경찰 “정의당 노회찬 의원 한 아파트서 투신 사망”>, <아파트 17~18층 계단서 노 의원 외투 발견>, <2016년 드루킹측에서 5000만원 수수 혐의> 등 사건 개요와 혐의 관련 내용이 전부입니다.
△ ‘시신 이송 생중계’ 했지만 자막과 보도 내용 차분했던 연합뉴스TV(7/23)
연합뉴스TV는 기자의 리포트 후 22분 간 최창렬 용인대 교수, 유용화 정치평론가와 함께 대담을 나누기도 했는데요. 여기서도 TV조선과 큰 차이점을 보였습니다. 연합뉴스TV는 대담에서 현장 묘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특검 수사의 영향과 언론 보도 및 정치자금법의 문제점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이는 연합뉴스TV가 현장 상황을 리포트로 대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고인의 투신 자체가 아닌 그 선택의 배경이 될 수 있는 여러 근원적 맥락을 짚은 부분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유용화 평론가는 “결국 또 특검에서 언론에 흘린 거죠. 공식발표한 것 같지는 않은데”라며 특검의 ‘언론 플레이’, 즉 ‘피의사실 공표’를 지적하며 “노회찬 의원이 이런 것(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건 검찰 수사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특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공식 발표한 것도 아닌데 언론에 보도되면서 실제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가했을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최창렬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정치자 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용화 교수가 이에 동의하며 “미국처럼 정치 후원금을 양성화될 측면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모두 같은 시각 방송 중이던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에서 볼 수 없는 분석들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7월 23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연합뉴스TV <뉴스13>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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