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민언련 종편 시민 제보체크
기우 넘어 망상으로 치달은 TV조선의 ‘김정은 암살’ 방송지난 12일 70년간 이어온 적대관계를 끊고 평화의 시대로 가는 첫 걸음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려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민언련은 북미정상회담이 공식화된 6월 2일부터 북미정상회담이 이루어진 11일까지 TV조선의 <이것이 정치다>가 관련 내용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살펴보았다. TV조선의 <이것이 정치다>에 주목한 이유는 이 방송이 TV조선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고 특히 김미선 앵커가 북한 관련 방송을 하면서 유난히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TV조선의 <이것이 정치다>는 모니터 기간(6/2~6/11, 주말을 제외한 총 6일간) 중 215분을 북미정상회담 관련 이슈에 할애했다. 이는 이 시간의 총 방영시간 40%에 가까운 비중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보도량이 많은 것이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할 이야기를 적절히 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TV조선은 북미정상회담을 다루면서 주로 어떤 소재를 이야기했을까.
‘숙청’ ‘경호’ ‘로드맨’…TV조선이 본 ‘북미정상회담’
TV조선이 북미회담 관련 방송을 할 때 다룬 세부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시청자들에게 반드시 보도해야 할 주요 내용들이 있다. 여기에는 △북미정상회담 핵심 의제(비핵화, 2차 회담, 남북미 회담, 종전선언 가능성 등) △양국 요구사항 예측 △회담 진행 요소(회담 배석자, 김영철과 친서전달 등) △공식 일정 (정상회담 시간)이 포함된다.
이외에 ‘가십’에 가까운 내용들도 있다. △북한 내 권력관계(군 수뇌부 교체, 숙청) △북한의 싱가포르 체류비 △정상회담 장소 예측 △정상회담 메뉴 △양국 정상 이동 경로와 방법 △경호와 의전 △데니스 로드먼의 싱가포르 방문 가능성 △김정은 닮은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기념메뉴 열풍(칵테일, 햄버거, 타코 등)이다.
TV조선은 북미회담 ‘주요 내용’에 51%, ‘가십’에 49%를 할애했다. 딱 반반씩 보도했한 것인데, 이중에서 ‘북미회담 핵심 의제’, 즉 △비핵화 가능성 △트럼프의 대북정책 △종전선언 가능성 등 회담 내용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는 것만을 포함하면 북비회담 주요 내용의 방송량 64분(29%)으로 줄어든다.
주제 |
세부 소재 |
방송 시간 |
북미회담 주요 내용 |
북미회담 핵심 의제(비핵화, 종전선언 가능성 등) |
110분(51%) |
양국 요구사항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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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진행 요소(배석자, 친서 전달 가능성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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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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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관련 가십 |
북한 숙청‧쿠데타‧암살 가능성 |
105분(49%) |
싱가포르 체류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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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식사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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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및 의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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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서 로드먼 싱가포르 방문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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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닮은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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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기념 메뉴 열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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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
215분 (총 방송시간의 40%) |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북미회담 관련 방송 내용 분류(6/2~6/11) ⓒ민주언론시민연합
결론적으로 TV조선은 북미회담 관련 방송의 절반을 ‘북한 내부 숙청’, ‘데니스 로드맨’, ‘경호’, ‘햄버거’ 등 가십으로 채운 셈이다.
교체=숙청? 또 ‘졸던 리명수 숙청’ 운운한 TV조선
이중에서도 특히 문제적인 방송은 바로 ‘숙청’ ‘쿠데타’ ‘김정은 암살’을 암시한 사례들이다. TV조선은 ‘리명수 숙청’에서 시작해 ‘북한 내 쿠데타’로 긴장을 고조시키더니 급기야 ‘김정은 암살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뒀다. 남북 관계 파탄을 넘어 혼란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태도이다.
특히 ‘숙청’은 종편 북한 관련 방송의 단골 가십 소재인데,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리명수 숙청’이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4)에서 김미선 앵커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 3차 전원회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리명수 총참모장의 모습을 보여준 뒤 “리명수 총참모장이 저는 참 걱정이 됩니다. 한 달 10일 전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포착이 됐고, 노동당의 조현준 검열위원장이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 공개가 됐는데, 저희가 저걸 방송을 하면 리명수가 그래도 숙청을 안당하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면서 열심히 방송을 했는데, 1달 10일 만에 숙청이 됐는지, 어쨌든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북한이 요즘 보여주고자 하는 정상 국가 모습과는 조금 다른 거 아닌가요?”라고 질문했다.
실제로 4월 23일, TV조선은 <이것이정치다> 등 시사 프로그램에서 같은 영상을 보여주며 ‘졸던 리명수 숙청 가능성’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 남북정상회담에 리명수 총참모장이 등장해서 공연한 허풍임이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 TV조선 김미선 앵커는 자신들의 오보에 가까운 주장에 사과하기는커녕, 자신들 덕분에 리명수 총참모장이 살아남았다는 식으로 자화자찬을 하면서, 이번에도 다시 ‘리명수 숙청’을 거론한 것이다.
△ 교체=숙청?, 북한 군 수뇌부 교체에 숙청 예단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4)
김미선 앵커의 이러한 무리한 주장에 TV조선에서 대북 강경론과 ‘북한 카더라’를 책임지는 패널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도 “저것(김정은 참관회의 때 졸았던 것) 때문에 이번에 물러났다는 거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 답했다.
그러나 TV조선의 ‘리명수 숙청 타령’은 기우임이 입증됐다. 6월 11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 배웅 영상’에서 리명수 총참모장이 최고 계급장인 차수를 달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식 서열 순으로 간부를 호명하는 조선중앙TV도 정치국 성원 중 2번째로 리 총참모장을 언급했기 때문에 그의 건재는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우리 정부는 총참모장직이 84세 고령인 리명수에서 리영길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숙청’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조선은 ‘교체’도 아닌 ‘숙청’을 예단한 것이다.
이번엔 ‘쿠데타’…TV조선은 혼란을 원하나
TV조선은 숙청을 넘어 쿠데타까지 내다봤다. 김미선 기자는 ‘숙청’에 비련을 버리지 못한 채 “김정은 위원이 지금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나게 되잖아요. 그러면 비웠을 때 쿠데타를 일으킬 만한 증거가 포착된 사람들을 숙청해 버린 건 아닐까요?”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이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잘라 말했으나 김 기자는 “그러면 조금 이따가 리수용이 잘못됐다 싶으면 ‘김영철 너는 깜냥이 안 되니까 우리가 나서야 돼’ 하면서 리수용이 정면에 나서서 김영철을 숙청할 수 있다, 이런 스토리를 태 공사께서는 본건가요?”라며 포기하지 않았다. 남북‧북미회담 외교에서 전면에 나선 김영철 통전부장의 ‘숙청 가능성’을 제기한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주장을 빌어 반복적으로 ‘북한 내 숙청 및 쿠데타 가능성’을 점친 것이다.
TV조선 ‘북미정상회담 앞에 서서 김정은 암살을 외치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4)는 ‘숙청’ ‘쿠데타’에 이어 ‘김정은 암살’까자 나아갔다. 고성국 TV조선 객원해설위원은 “북한과 같은 독제 체제, 다른 여러 독재체제 경우에도 독재자가 외국에 나갔을 때, 쿠데타가 됐건 정변이 됐건 혁명이 됐건 이렇게 해서 정권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라고 운을 띄우더니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모두 그렇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 또 탈북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수많은 암살 시도가 지금도 계속 된다는 거거든요.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탈북자들이 정말 없는 이야기, 소설처럼 지어낼 것 같지는 않고요”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암살 가능성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소설은 아닐 것’이라는 의미인데 이렇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그 자체로 무의미하다. 게다가 고 씨는 “졸아서 정리가 됐다면 그러겠는데, 안 졸아서 없어지는 경우에는 뭔가 그 이면에 우리가 확인할 수 없을 뿐이지 심각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상정하고 봐야 됩니다”라며 ‘졸던 리명수 숙청’을 또 확언했다.
이렇게 시작된 TV조선의 ‘김정은 암살 카더라’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5)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김미선 기자다. 김 기자는 “외교 전문가에 따르면 VIP가 탄 항공기는 공중에서 의전을 받게 됩니다. 에스코트. 혹은 전투기의 의전을 받게 되는 건데요. 에스코트 하는 지역의 전투기가 VIP가 탄 그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최악의 상황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김창선의 꼼꼼함이 만약에 적용이 된다면 중국에 들르는 것은 좀 피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며 김정은의 비행기가 중국에 들르지 말아야 할 이유로 ‘격추 가능성’을 꼽았다.
이렇듯 문맥에 상관없이 암살을 갖다 붙이는 김 기자의 활약은 다른 날에도 계속됐다. 7일에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케이블카 영상을 보며 “둘 만의 미팅 장소로 들어갈 수 있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 장면인데요. 저기 스나이퍼가 탄다면 총으로 이렇게 저격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황당한 질문에 다른 패널들은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 잘라 말했다.
TV조선이 다룬 주제 |
실제 발언 |
발언자(날짜) |
북한 내부 숙청 |
“꾸벅꾸벅 조는 리명수, 숙청됐는지, 어쨌든 사라져” |
TV조선 김미선 기자 (TV조선 <이것이정치다>(6/4)) |
북한 내부 쿠데타 |
“김정은 싱가포르로 여행, 그러면 쿠데타를 일으킬만 한 사람들 숙청해 버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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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암살 |
“수많은 김정은 암살시도가 지금도 계속, 확인할 수는 없지만” |
고성국 TV조선 해설위원 (TV조선 <이것이정치다>(6/4)) |
“센토사섬 케이블카에 스나이퍼 탄다면 총으로 저격할 수 있지 않나” |
TV조선 김미선 기자 (TV조선 <이것이정치다>(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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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끝에 있는데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암살된 곳” |
TV조선 이상목 앵커 (TV조선 <이것이정치다>(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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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에서 ‘비스트’ 안 탄 김정은, 폭탄 터질 것 우려” |
TV조선 김미선 기자 (TV조선 <선택2018>(6/7)) |
△ TV조선이 잇따라 주장한 북한 숙청 및 김정은 암살 가능성 발언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기자들의 ‘암살 집착’에 고영환 씨도 두 손 들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두 진행자인 김미선 앵커, 이상목 앵커는 끊임없이 ‘김정은 암살’을 거론했다. 그 근거가 어찌나 부실한지, 늘 ‘김정은 체제 비판’에 앞장섰던 고영환 씨도 두 손 두 발을 다 든 모양새였다.
6월 7일에는 ‘두문불출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담에서 “김정은 위원장 싱가포르 방문 시 암살 가능성”을 짚은 폭스 등 외신을 다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김미선 기자는 느닷없이 “죄 짓고 살지 말라, 죄 안 짓고 살면 떳떳하다. 발 편하게 뻗고 살 수 있다 이런 얘기 북한에도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비행기도 못타고”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비아낭거렸다.
그러나 고영환 씨는 “김정은 위원장도 일말의 우려가 없겠습니까? 그렇지만 어쨌든 싱가포르 회담에 가겠다고했다는 걸 보면 일종의 자신감이 있어서 내가 나라를 하루, 이틀 비워도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뜨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거는 별 문제가 없다고 보고, 다만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과 장소를 미리 알려줬다는 데 북한주민들한테 노동 신문을 통해서 알려준 건 처음이거든요, 미리 알려준 거는. 그러니까 우려를 가지고 있기는 하겠지만 폭스나 일본 신문들이 말하는 것처럼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 같은 건 없죠”라며 속단을 피했다.
그러자 이상목 앵커가 나섰다. 고 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로챈 이 앵커는 “그렇지만 이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 싱가포르라는 위치가 말레이시아의 끝에 이렇게 있는 섬나라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말레이시아가 어떤 나라냐고 하면 김정남이 암살된 곳이잖아요. 붙어 있단 말이죠”라고 반문했다. 뜬금없이 말레이시아를 언급하면서 싱가포르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김정은 암살’을 끌어낸 것이다. 고영환 씨는 “오히려 미국이라는 초대 강국 지도자하고 회담을 하기 때문에 경호 문제는 신경을 오히려 안 쓸 수가 있습니다”라며 ‘김정은 암살 가능성’을 부인했다.
지방선거 개표방송 도중에도 ‘김정은 암살’…이 정도면 ‘병’이다
심지어 TV조선, 정확히는 TV조선 김미선 기자는 ‘김정은 암살’을 6.13지방선거 개표방송 도중에도 거론했다. 보도의 객관성, 합리성을 떠나 이 정도라면 가히 ‘편집증’이 아닌지 우려될 수준이다.
TV조선 개표방송 <결정 2018>(6/13)은 지방선거의 개표 결과를 전하는 과정에서 바로 전날 있었던 북미회담 결과도 다뤘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김미선 기자의 ‘암살 집착’은 방송을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렸다. 김미선 앵커는 “저는 좀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김정은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임했을까. 제 눈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굉장히 불안해했었고 비스트를 보여주면서 트럼프가 ‘당신 타봐’라고 했는데 탔을 때 폭탄이 터질 거를 우려했는지 결코 타지 않았거든요”, “비스트에 왜 안 타죠? 타보면 되는데, 무섭나요?”라고 비아냥댔다.
이번엔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까지 “그 안에 독이라도 묻었을지”라고 화답했고, 이에 김미선 앵커는 “문 닫았을 때 터져버릴 거를 생각했을까요?”라는 황당한 망상까지 내뱉었다. 그러자 신범철 씨가 “설마 터트리기야 하겠습니다만, 아무튼 독이라도 묻혀서 며칠 후에 자기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을 수 있었겠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미선 앵커는 다시 “아 VX 같은 거 굉장히 잘 알죠”라며 재차 비꼬았다.
김미선 앵커는 이후에도 고영환 씨를 향해 “김정은 같은 경우는 만년필을 소독해서 놓은 것도 다시 안 쓰고 김여정이 갖다놓은 거를 썼어요, 그거는 뭐가 무서워서 그런 거죠?”라는 질문을 던졌고 “체제에 대한 불안함도 본인이 알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독살 당하거나 암살당할 수 있다는 것“이라 마무리했다. 북미회담장에 대동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에 ‘암살용 독’이나 ‘폭탄’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라는 망상이나, ‘만년필’을 빌미로 ‘김정은 암살’을 추론하는 놀라운 상상은 오보‧막말을 대표하는 TV조선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TV조선의 수준을 드러낸 한 마디, “누가 제일 셀 것 같으세요?”
TV조선은 ‘암살’과 ‘숙청’ 외에 다른 가십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북미회담에서의 경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중에는 타 매체에서도 화제가 됐던 ‘구르카 용병’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도 포함된다. 물론 경호는 중요한 문제로서 보도할 가치가 있다. 문제는 역시 TV조선이 그 가치를 한참 빗겨갔다는 점이다. TV조선은 ‘북한 VS 미국 VS 구르카 용병, 누가 제일 세나’라는 황당한 시각을 보였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11)은 북미회담 당일 경호를 맡은 구르카 용병을 자세히 소개했다. ‘인도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한 강도 40명을 혼자 대적해 무찌른 구르카 용병’, ‘탈레반 수십 명의 공격에 홀로 검문소를 지켜낸 구르카 용병’ 등 갖가지 무용담이 이어졌다. “절대 물러시지 않는 구르카 족이 이번 회담에서 에스코트를 맡았다”는 것이 결론이다. 구르카 용병에 이어 ‘북한 경호단’의 ‘기관총 경호’까지 다룬 TV조선, 이 대담을 마무리한 윤정호 앵커의 질문이 대미를 장식했다. 윤 앵커는 고영환 씨를 향해 “누가 제일 셀 것 같으세요?”라고 물었다.
TV조선의 상식 밖 보도, 안 하는 게 낫다
이 밖에도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각종 지엽적인 이슈에 큰 관심을 뒀다. 6일에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김정은 칵테일 출시’, 7일에는 ‘싱가포르 트럼프 버거, 로켓맨 타코 출시’, 8일에는 ‘김정은 닮은꼴, 싱가포르 방문 시 생명보험 가입’을 보도했다. 11일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차량의 운전 기사 나이를 추정하며 “나이 많은 분이 저렇게 과로하실텐데 어떠실지”(윤정호)라 논평했다.
북미회담이 전 세계적 대형 이슈였기 때문에 수많은 화제성 보도가 나올 수도 있으며 실제로 그랬다. ‘싱가포르 트럼프 햄버거 출시’는 실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 햄버거’와 같은 가십성 이슈로 ‘북미회담 관련 방송’의 절반을 채우면 안 된다. 심지어 ‘김정은 암살’을 거론한 방송이 대부분이라면 그 방송국은 스스로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TV조선에게 과연 그러한 성찰의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북미회담 후 보름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TV조선은 여전히 그런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는 시민들의 눈을 흐리고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6월 2일~13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결정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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