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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실종 사건 보도, ‘용의자 평판 인터뷰’에 ‘탐지견 칭찬’까지
등록 2018.06.28 13:28
조회 618

지난 16일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고등학생이 실종 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실종자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했던 사건의 유력 용의자는 이에 앞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실종자의 사망원인과 시점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정밀감식을 통해 강력사건과 연관성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간 언론은 범죄 사건을 전하며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해온 바 있습니다. 특히 강력 범죄 사건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전하거나, 단정적인 표현이나 과도한 추정을 반복하며 가십거리로 소모하는 등의 문제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는 모두 사망자 혹은 유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태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강진 실종 사건을 전하는 태도는 달랐을까요? 관련 방송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19일부터 시신의 신원이 확인된 26일까지 8일간,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를 살펴보았습니다.   
 


MBN 보도량, KBS의 3배
이 기간 가장 많은 관련 보도를 내놓은 방송사는 MBN입니다. 총 보도량은 11건으로, 8일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한 건 이상 이 사안을 보도한 것입니다. 수색 상황만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건 자체를 ‘미스터리’ ‘미궁’으로 지칭하며 의문을 나열하는 형태의 보도였습니다. 이는 보도량이 가장 적었던 KBS(3.5건)의 3배에 달하는 보도량입니다. 


KBS는 수색 인원 보강 상황을 단신으로 전하고, 그 외에는 상황의 장기화를 우려하거나 수색 결과를 전달하는 보도를 내놓는데 그쳤습니다. 그 외 방송사는 8건(TV조선)에서 5건(MBC) 내외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MBN처럼 8일간 매일 관련 보도를 내놓은 곳은 없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3.5건

5건

6건

6건

8건

6건

11건

△강진 실종 사건 관련 보도량(6/19~26) ©민주언론시민연합

 

 

시신 상태를 제목으로 부각한 MBN
6월 24일 야산에서 시신이 발견되자 모든 방송사가 시신의 상태를 상세히 묘사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MBN 제목은 충격적입니다. 바로 단 한마디 “얼굴 부패 심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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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의 상태를 제목으로 부각한 MBN

 

각 방송사의 관련 보도 제목을 비교해도 MBN 만큼 노골적인 경우는 없었습니다. 방송 보도 제목만이 아닙니다. MBN 방송 보도 <사인 장기화 우려>(6/25)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강진 여고생 추정 시신…“부패 심해 사인 알기 어려워”>입니다. <곳곳 계획범죄 정황…증거수집은 답보>(6/26) 역시 <‘강진 여고생 피살’ 완전 범죄 꿈꿨나?…곳곳 계획범죄 정황>이라는 보다 선정적인 제목으로 송고되었습니다.

 

방송 보도 제목에서는 비교적 건조하게 사실관계를 전달했던 SBS 역시 온라인으로 보도를 송고하며 시신의 상태나 핏자국 등의 표현을 추가했습니다. 사건을 보도하면서 시신의 상태를 상세히 묘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며, MBN처럼 제목으로 부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선정적입니다. 
 

방송사

방송 보도 제목

KBS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야산서 발견>(6/24)

<신원 확인 늦어져…공범 가능성 수사>(6/25)

MBC

<강진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발견>(6/24)

<강진 실종 여고생 신원 오늘 밤 확인>(6/25)

<가파른 야산까지 어떻게…의문투성이>(6/26)

SBS

<강진 아산서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발견>(6/24)

=> 온라인 송고 제목 <강진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발견…“발견된 핏자국 없어”>

<의문투성이…“DNA 나와야 신원 확인 가능”>(6/25)

=> 온라인 송고 제목 <“시신 머리카락 거의 없어” 의문점 투성…DNA 결과 나와야>

<용의자 낫에서…숨진 여고생 DNA 검출>(6/26)

JTBC

<실종 8일 만에… 강진 야산서 여고생 추정 시신>(6/24)

<강진 매봉산 정상 뒤편에서 발견>(6/24)

<1차 부검했지만 의문투성이…공범 여부도 수사>(6/25)

TV조선

<휴대전화 끊긴 야산에서 시신 발견>(6/24)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부검 결과는?>(6/25)

<포커스/강진 실종 여고생 사건 '의문투성이'>(6/25)

<DNA 확인됐지만…범행동기 등 오리무중>(6/26)

채널A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발견>(6/24)

<강진 야산 시신, 신원 확인 중>(6/25)

<낫 손잡이에서 여고생 DNA>(6/26)

<뉴스터치/과학수사 체취견>(6/26)

MBN

<강진 여고생 8일 만에 시신 발견>(6/24)

<“얼굴 부패 심해”>(6/24)

=> 온라인 송고 제목 <이 혁 강진경찰서장 “얼굴 부패 심해…립그로즈 발견”>

<사인 장기화 우려>(6/25)

=> 온라인 송고 제목 <강진 여고생 추정 시신…“부패 심해 사인 알기 어려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강진 미스터리>(6/25)

<곳곳 계획범죄 정황…증거수집은 답보>(6/26)

=> 온라인 송고 제목 <‘강진 여고생 피살’ 완전 범죄 꿈꿨나?…곳곳 계획범죄 정황>

△시신 발견(6/24) 이후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관련 보도 제목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시신 상태 전달, 가장 절제된 태도 보인 것은 KBS
제목 이외에 방송 내용에서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앵커와 기자멘트로 시신의 상태를 지나치게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나마 7개 방송사 중 가장 절제된 태도로 사안을 전한 곳은 KBS입니다.

 

KBS는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야산서 발견>(6/24)에서 “시신은 나뭇가지 등으로 덮여있었고 옷이 벗겨진 채로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가족들은 시신이 A양인지 여부를 확정해주지 못했습니다”라고 비교적 건조하게 언급했습니다.

 

다음날 <신원 확인 늦어져…공범 가능성 수사>(6/25)에서는 시신의 상태를 아예 언급하지 않고 “DNA 시료가 불안정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경찰 발표 내용만을 전했습니다. 


나머지 방송사들은 대부분 더 구체적으로 시신 상태를 묘사하고, 앵커와 기자가 이를 반복해서 전달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JTBC는 <1차 부검했지만 의문투성이…공범 여부도 수사>(6/25)에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탓에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을 전하며 전남 강진경찰서 관계자의 “부패 정도를 봐서 이게 감정을 해서 나올 수 있을 지 없을지 확신이 안 들어요. 그 정도로 심해요”라는 멘트를 굳이 덧붙여 보여주었습니다.


SBS는 24일 <강진 아산서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발견>(6/24)에서는 “발견 당시, 시신은 풀과 나뭇가지 등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시신의 부패 정도는 크게 심하지 않았고 옷은 상당 부분 벗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전했는데요.

 

다음날 <의문투성이…“DNA 나와야 신원 확인 가능”>(6/25)에서는 “시신이 얼굴과 정확한 키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해 실종된 이 양의 시신인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루 만에 시신의 부패 상태가 크게 바뀌었을 뿐 아니라, 옷이 벗겨진 정도나 시신의 부패 정도를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수사를 덧붙인 것입니다.

 

MBC, MBN, TV조선, 채널A 역시 “얼굴 쪽에서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얼굴이나 키 등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심한” “얼굴과 키를 육안으로 판별하기 힘들 정도로 부패” 등의 표현을 반복했습니다. 

 

 

비극을 가십 거리로 소비하는 TV조선
TV조선 <포커스/강진 실종 여고생 사건 ‘의문투성이’>(6/25)는 ‘슬픈 음악’과 함께 피해자들의 평판을 소개하며 사건의 비극성을 부각했습니다. 부정적 평판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실종 여고생과 여고생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터뷰 내용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대단히 불필요한 정보입니다. 


특히 TV조선은 사망한 유력 용의자에 대해 마을 주민이 “내가 볼 때는 (김씨가) 절~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랑께. 항상 방글방글 웃고”라고 평가한 발언을 내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희생자 가족에게 상처를 줄 뿐, 정작 보도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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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뿐 아니라 유력 용의자에 대한 평판을 소개한 TV조선

 

게다가 이 보도는 “시신이 발견된 야산은 경사가 70∼80도에 달할 만큼 험준”하다는 점을 전하기 위해 “취재진이 맨손으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 정도”라며 기자가 ‘쉬었다 가자’고 하소연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이러한 화면에 <“선배, 좀 쉬었다 가시죠. 헉…헉…”>이라는 장난스러운 자막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강력 사건을 전하며 유력 용의자에 대한 긍정적 평판을 담거나, 산을 힘겹게 오르며 민망해하는 기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자의 ‘헉헉’ 효과음을 자막을 통해 부각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도 태도입니다. 


특히 이러한 기사가 나온 시점은, 온 국민이 고교생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었음에도 8일 만에 시신이 발견되어, 정밀 부검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TV조선 <포커스>는 제대로 된 범죄보도라기보다는 흥미 있는 범죄스토리를 전해주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따라서 민언련은 이 보도에 대해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 유지) 조항을 적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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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발견된 장소로 가는 과정에서 힘겨워하는 기자의 모습을 자막과 함께 보여준 TV조선(6/25)

 

 

타사의 가십성 보도도 아쉬워
TV조선과 MBN은 관련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성폭행’ 여부에 대한 추정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MBN은 모니터 기간 중 3건의 보도에서 ‘성폭행’ 혹은 ‘성범죄’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TV조선도 2건의 보도에서 ‘성폭행 흔적’ ‘성폭행 여부’를 경찰이 조사할 계획이라 반복하여 알렸습니다. 반면 다른 방송사는 방송 보도에서 성폭행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MBN

<뉴스추적/여고생 실종 미스터리>(6/23)

“전문가들은 아마도 용의자가 원하는 바, 일례로 아동청소년 성폭행 정도는 사전에 계획했다고 분석합니다”

<강진 여고생 8일 만에 시신 발견>(6/24)

“발견 당시 시신은 옷이 대부분 벗겨져 있는 상태여서, 경찰은 이 양이 숨지기 전 성폭행을 당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방침입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강진 미스터리>(6/25)

“성범죄를 염두에 뒀다면 산 정상을 택한 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TV조선

<휴대전화 끊긴 야산에서 시신 발견>(6/24)

“시신의 사인과 성폭행 흔적도 조사할 계획입니다”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부검 결과는?>(6/25)

“경찰은 시신이 옷이 벗겨진 채 발견됐기 때문에 성폭행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입니다”

△강진 실종 사건을 다루며 성폭행 문제를 언급한 TV조선․MBN 보도 내용ⓒ민주언론시민연합

 

한편, 채널A는 ‘체취견’을 조명한 <뉴스터치/과학수사 체취견>(6/26)을 보도했는데요. 장례가 막 치러진 시점, 이번 사건 피해자 시신을 찾아낸 체취견의 ‘활약’을 부각하는 보도를 내놓는 것 역시 피해자 가족의 심정을 고려한 태도라 할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6월 19일~26일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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