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MBN의 수상한 ‘파주 신도시’ 띄우기 보도
등록 2018.06.19 16:55
조회 783
MBN이 ‘파주 신도시’ 인근 아파트 시세가 들썩인다는 정보를 반복하여 전하고 있습니다. 파주의 집값이 유난히 문제라서 모든 언론이 이 사안을 다루는 상황인데 MBN이 ‘동참’한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과합니다. 타사의 저녁종합뉴스에서는 파주 신도시 아파트 시세를 별도의 꼭지로 보도한 경우가 전혀 없는데 5월말부터 6월 중순까지 MBN 저녁종합뉴스에서 파주 운정신도시가 직접 언급된 기사만 4건이나 됩니다. 보도량만 많은 것이 아니라, 보도 안에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빠져 있기 일쑤입니다. MBN이 보도로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듭니다.  
 
 
3월에는 ‘투자 신중’․5월부터는 ‘상승 기대감’ 강조
우선, 지난 3월 MBN은 <파주 땅값 ‘꿈틀’>(3/21 김민수 기자 https://bitly.kr/da5l)에서 “부동산에서도 북한 훈풍에 활짝 웃는 곳”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경제특구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경기도 파주”를 지목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보도는 “북한 변수는 언제든 호재가 악재로 돌변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투자 신중론’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온라인 송고용 제목도 <북한 훈풍에 땅값이 들썩…“투자는 신중해야”>입니다.

이러한 ‘신중론’은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 정당회담으로 남북 화해무드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변화 조짐을 보이는데요. MBN이 5월과 6월 내놓은 파주 지역 부동산 관련 보도는 ‘투기에 대한 우려’보다는 ‘집값 상승세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MBN 관련 보도에는 유독 ‘파주 운정신도시’와 ‘GTX’라는 키워드가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요새 명동이나 강남 부럽지 않은 곳이 경기도 파주’라는 MBN 앵커멘트
먼저 5월 30일 김주하 앵커는 <숫자뉴스/3억>(5/30 https://bitly.kr/Q2Do)에서 “전국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상위 10곳 모두 명동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주거시설 중에선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아파트가 가장 비쌌”다는 점을 언급한 뒤 “요새 명동이나 강남 부럽지 않은 곳이 또 있”다며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며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소외돼 왔던 경기도 파주인데, 최근 남북 경협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숫자뉴스 코너는 곧바로 <미분양 옛말…파주 부동산 ‘봄바람’>(5/30 김지영 기자 https://bitly.kr/uUZj) 보도로 이어집니다. 기자는 먼저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의 미분양 소진 소식을 전하며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 지역 미분양 물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파주는 예외”라 소개했습니다.
 
“파주와 서울을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가 개통되고 북한 접경지로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동시에 몰렸다는 분석”이나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의 “남북 화해 분위기로 파주나 철원 등 접경지역은 오히려 미분양이 소진되고 주택, 토지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이라는 멘트 역시 빠지지 않았습니다.
 
보도는 “장기적으론 그동안 저평가됐던 파주 인근 고양시 등 경기 서북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입니다”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민망한지 다른 부동산 보도하면서도 거듭 ‘운정신도시’ 운운
한편, <“웃돈만 3억” 들썩이는 서북부>(6/1 김지영 기자 https://bitly.kr/c2NN)는 얼핏 서울 지역 부동산 시세만을 다룬 보도 같아 보입니다. 앵커멘트부터 “강남에 가려 소외됐던 한강 이북 지역, 그 중에도 서북부 쪽 집값이 요즘 들썩이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 보도가 핵심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는 “경기도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의 연내 착공이 확정”되면서 서울 이북 지역과 경기도 지역의 집값이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입니다.
 

K-053.jpg

△ 파주 운정 신도시를 서울 생활권으로 묶어 표시한 GTX-A 노선도를 자료화면으로 보여준 MBN(6/1)

 

신도시 관련 언급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보도에서 기자는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GTX 정차역이 예정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나 고양 킨텍스와 대곡, 서울 연신내 주변은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운정신도시를 언급했습니다. 기자 언급 뿐 아니라 자료화면에도 MBN은 ‘파주 운정’ ‘킨텍스’ ‘서울역’ 등을 ‘서울 생활권’이라는 멘트와 함께 연결해 그려 놓은 GTX-A 노선을 보여주었습니다.

<역세권 중심만 인기?>(6/17 박통일 기자 https://bitly.kr/hHj3)는 “같은 역세권으로 불리지만 자그마한 거리 차이에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는 점을 예시를 들어 비교한 보도입니다. 그런데 그 예시로 “다음 달 입주를 앞둔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아파트 단지”가 또 등장합니다.
 
이 파주 운정신도시 아파트 단지는 “남북 경협 호재와 더불어 인근에 GTX 노선이 들어설 거란 기대감”에 웃돈이 붙고 있지만, “GTX 예정지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분위기”가 다르다는 겁니다.
 
보도 말미에는 “역과의 거리에 따라 집값 프리미엄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같은 역세권도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조언이 붙어 있습니다. MBN을 제외한 방송사가 올 들어 파주 운정신도시를 반복하여 부각하거나 GTX와 부동산 시세를 연결한 보도를 아예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눈에 띄는’ 행보입니다.

반면 ‘냉정하게 따져보라’는 조언을 담은 기사에는 ‘파주 운정신도시’와 ‘GTX’라는 키워드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두 키워드가 없는 <뜨는 아파트 단지는>(6/9 김지영 기자 https://bitly.kr/wVu3) 보도는 “최근엔 역세권은 기본, 이름도 생소한 초품아부터 몰세권, 숲세권 등 다양한 입지조건을 내세운 아파트 단지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런 입지조건을 담은 아파트의 ‘예시’를 나열하고 있는데요.
 
보도 말미에는 “일부 아파트는 지나친 기대감에 과도하게 가격이 오른 경우도 있어 적정 가격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라는 조언이 붙어 있습니다. 동시에 운정신도시 아파트들이 실제 ‘초품아’ ‘몰세권’ ‘숲세권’ 등의 키워드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보도 역시 간접 홍보의 목적을 담고 있는 것이라 볼 소지도 있습니다.

이상의 보도들을 종합하면, MBN은 지금 저녁종합뉴스에서 ‘부동산 보도’가 아닌 ‘부동산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런 보도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는 민언련 차원의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저녁종합뉴스로 특정 지역의 ‘상승세’를 집요하게 언급하는 MBN의 행위는 분명히 바람직한 보도가 아니며, 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1일~6월 18일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